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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광란 참관기
어제는 우리 모두 모처럼의 만찬을 즐길 수 있었네. 함께 있는 누군가가 생일을 맞았노라고 비장의 보따리를 풀어놓은 결과였네.
손가락만한 소시지 한 토막에 비스킷 두어 개, 냄새만으로 만족해야 할 맹물 같은 커피 한 잔씩을 들며 우리는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해 주었네. 그 어려운 시간들을 헤쳐 살아온 우리인지라 살아있음의 증거가 될 생일의 가치는 예사롭지 않다 할 수 있을 것이네.
(많은 죽은 이들의 무덤 가운데에서도, 산 자는 살아있음을 즐거워하였다.
-그 시대 어떤 시인의 전쟁시(戰爭詩)에서-
“바다로 가야해요, 아빠. 다음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우리는 헤어지게 될 지도 몰라요. 함께 있을 때 바다를 찾아야 해요.”)
지구의 하늘은 아직도 어두움에서 깨어날 줄을 모른다네.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암회색의 풍경이 연속될 뿐인 대지 위에서 우리는 하나 둘 죽어가고 있다네.
(터무니없이 넓은 우주, 찰나를 겨우 벗어난 인간의 삶. 죽음은 인간이 이 부조리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육체라는 고치를 벗어나 자유를 찾게 되는 우화의 가장 극적인 과정. 죽음이 그러한 성스러운 의식이 집행되는 행사가 아니라는 증거를 우리는 찾지 못했다.
한때 신비주의자들의 그러한 주장은 우리에게 비웃음을 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러한 허황한 이야기가 진실이 되어주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그 시대 말기 어떤 난민의 일기 중에서-)
무슨 방사성원소의 반감기가 몇 년이고 파괴된 오존층이 복구되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따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이네.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동료들이 쓰러지는 광경을 숱하게 보아왔고 남은 우리도 머지않아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었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 형제들을 낳고…
-그 시대 최대 종교의 경전 중에서-
“철수는 오늘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아빠는 진작 돌아가셨고, 며칠 전에는 엄마마저 잃은 가엾은 내 친구 철수……”)
그러나 우리는 부지런히 입을 놀려 오늘의 이런 지구를 있도록 한 전쟁범죄자들을 욕하곤 한다네.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들은 -지금쯤 저 세상에 있겠지만 아마 그곳에서도- 자신들의 범죄를 무슨 영웅적인 행동으로 착각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네. 그들은 그럴 만큼 염치없는 작자들이거든.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더냐! 정의란 이긴 자의 자기합리화를 위한 포효에 불과한 것을……
-그 시대 초기 어떤 혁명가의 어록에서-)
전쟁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처음 돌았을 때의 그들이 그런 식이었네. 금세 적국이 쳐들어 올 것같이 말하며, “궐기하라, 시민들이여! 자유를 위하여!”라고 우리에게 외치도록 하였네. 우리는 자유가 남을 욕하고 해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에 처음 알았네.
(“‘자유여! 너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해야……’ 선생님의 과제물 낭독이 끝나기도 전에 전쟁선포의 방송이 교정 전체에 울려 퍼졌어요. ‘자유와 평화의 수호자인 우리의 용맹한 국군은 적의 무도한 도발을 응징하기 위해…’”)
우리 중의 젊은 축들은 그들의 좋은 봉이었네. 편을 갈라 싸웠거든. “옳다. 그르다. 둘 다 옳다. 둘 다 그르다.”하고 말이야. 싸움이라는 게 그렇더라고. 서로 욕하다 보면 주먹질이 하고 싶고 주먹 힘이 약한 쪽은 무기를 들게 되던 걸. 그 뿐인가. 무기의 강약에 따라 우열이 가름된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고는 좋은 무기를 구하기 위해 또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지. 그러니 어떠했겠나. 세상은 전쟁주의자들이 바라는 대로의 전장으로 변해 갔지. 가엾게도 우리 중의 젊은 축들은 이따금씩 주어지는 영웅 칭호-챔피언, 우승자, 일등 당선자, 하는 식으로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네-에 취해 즐겨 꼭두각시가 되곤 하였다네.
(이겨야 한다! 꼭 이겨서 성공한 사람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 승자에게는 부와 명예가 주어지지만 패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조소뿐이다!
-그 시대의 어떤 아버지가 자식에게 남긴 교훈서에서-
“그날의 시험도 전날과 또 전날의 시험도 나는 내내 성적이 좋지 않아서 틀린 문제의 숫자 만큼 매를 벌었어요.”)
그 무렵의 세계는 죄를 짓는 사람과 죄를 벌주는 사람으로 갈려 있었는데 -말, 혹은 글, 혹은 무기와 권세로 사람들은 죄를 짓거나 죄를 벌주거나 하였는데, 어린이와 백치를 뺀 나머지에는 예외가 없었네- 신기한 것은 어느 쪽에 있는 사람도 반드시 최고가 되겠다는 싸움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네. 우리는 검고 희고 푸르고 빨간 깃발들을 선두에 세운 세력들이 서로를 헐뜯는 양을 구경하며 박수를 보내다가 어느새 그 무리 속의 한 분자로 섞이곤 하였다네.
(개인이 모여 가족을 이루고 가족이 모여 마을을, 마을이 모여 국가를 이루고…
-그 시대의 어떤 역사서에서-
“엄마는 나를 그 기념식장의 많은 소년 소녀 무용수들 중에서 한눈에 찾을 수 있을 만큼 돋보였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빠는 웃고만 계셨었죠?”)
전쟁을 도발한 쪽이 우리가 아니라는 건 우리의 지도자들이 내세우는 논리인데 우리는 모두 그렇게 믿기로 하였네. 그 엄청난 파괴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면 그간 우리가 배우고 외쳐 온 도덕률들이 거짓투성이였다는 증명이 될 테니까. 우리는 그랬거든. “까만색은 나쁘다! 저들은 까맣다! 그래서 저들은 나쁘다!”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은 외국인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 -아빠는 외국인 추방을 주장하는 극우주의자들의 시위 행렬을 본 날의 밤이면 우리 집의 일을 돕는 흑색 피부의 외국인과 술을 마시곤 하셨죠.”)
섬광이 있었고 열풍과 화염이 있었고 그것들이 몰고 온 파괴와 죽음이 있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비명과 통곡과 탄식이 있었네.
(황제는 도시를 불태운 후 시를 지어 애도했다. 오오, 로마여! 네 위대한 최후여!
-그 시대의 어떤 유명한 폭군을 소재로 한 소설 속에서-
“이 몇 분의 학자들은 원자파괴무기를 만드는 일에 공을 세우신 분들이지. 대부분 국가가 주는 훈장을 받았고 노벨상을 받은 분도 계셨어.”
어느 시대나 파괴는 건설의 초석 역할을 한 고급 예술이었고, 가장 훌륭한 파괴를 행한 군인은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대접받곤 하였다.
-그 시대의 어떤 문명비판서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채로 지옥을 경험한 행운아였네. 다정했던 사람들이 숯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리는 양을 보며 우리는 몇 시간 사이에 엄청나게 변해 버린 세계에 어리둥절해 있었네.
(화 있도다! 화 있도다! 크고 견고한 성, 바벨론이여! 한 순간에 네 심판이 이르렀다 하리로다!
-그 시대 최대 종교의 경전에서-
“아빠는 우리의 앞을 막아 가족을 불의 분노로부터 지키려 하셨고, 엄마는 울부짖으며 나를 끌어안았고, 난 그저 놀라고 당황하여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을 뿐이었어요.”)
모든 것이 온통 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원래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네. 분명 대낮인데도 천지는 희부연 어둠 속에 있었네. 태양이 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태양은 이미 태양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있었네.
한겨울 늦은 오후에 서녘 산을 넘을 때처럼 온기를 잃은 태양 아래에서 우리는 모두 오들오들 떨었네. 핵겨울이라고 하던가. 핵폭발의 낙진이 지구의 대기를 흐려 놓아 태양열이 전해지지 않는 탓에 추위가 온 것이라고 누군가 말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런 도식적인 이야기 따위 귓등으로 흘리고 부셔진 건물들을 파헤쳐 체온을 보호해 줄 입성들을 찾기에 바빴네.
우리가 문명의 잔해를 파헤치는 이유는 또 있었네. 우리는 추웠을 뿐만 아니라 굶주려 있었고 다정한 사람들과 헤어져 있었네. 그래서 우리는 땅을 팠고 요행 먹을 것을 찾으면 배를 불렸고 털외투를 찾으면 다투어 걸쳤고 옛적에 알던 이들의 시신을 찾으면 목 놓아 울었네. 우리는 따스함과 배부름과 슬픔을 찾아 폐허를 헤집고 다녔네.
(“80킬로미터의 먼 사막 길을 건너 수용소에 온 난민 일가를 기다리는 건 하루 두 끼의 옥수수 죽이었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 자유, 평등, 박애. 선생님께서 20세기말 북아프리카 내란 지역 난민들의 참상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시던 날, 우리의 윤리 수업은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뜻을 새기고 외우는 것이었어요.)
우리가 머물던 도시로부터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전기한 세 가지 감성을 만들 재료가 모두 소비되어 버린 때문이었네. 우리는 도시 안의 시장, 식당, 식품점과 각 가정의 식품저장창고가 있던 흔적들을 들추어 화난을 면한 식료품이 있을까 보물찾기를 하였는데, 원래 온전한 것이 남아 있지 않았던 도시는 그 나마의 음식 부스러기들을 쥐와 인간의 경주 속에서 빼앗기고 곧 주민을 부양하기 어려울 만큼 헐벗고 말았네.
쥐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조그마한 동물의 극성스러움에 대해 하소연을 해야겠네. 누군가 인류가 멸망한 이후의 세계는 그놈들이 주인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라 놈들이 우리를 괴롭히는 양은 말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라네.
한번은 우리 중의 하나가 -여자였네- 기겁을 하고 비명을 질렀네. 음식이 있을까 하고 파헤친 돌무더기 속에서 사람의 해골이 하나 굴러 나왔는데, 그 속에 쥐의 일가가 둥지를 틀고 살고 있었던 것이었네. 놈들은 그렇게 인간의 식량을 훔칠 뿐만 아니라 채 썩지 않은 인육을 먹고 살을 찌우기까지 하였네.
(이 작은 동물은 우리의 멸망 이후 지구의 주인이 될 유력한 후보의 하나일 것이다.
-그 시대의 어떤 동물학 사전 집필자의 어록에서-
“중세 어느 시기에 유럽 인구의 절반을 감소시켰던 전염병 페스트는 쥐를 매개로 한 신의 형벌이었단다.”)
우리는 파괴의 현장을 떠나 어딘가에 있을 ‘살 수 있는 곳’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네. 옛적에 이집트에서의 탈출을 시작하던 이스라엘 민족의 모습이 이랬을까. 식량이 될 만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걸머진 유랑민들이 -태반이 부상자들이었네-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양을 상상해 보게. 뚜렷한 목적지를 갖지 못한 유랑민들의 지향 없이 내딛는 걸음걸음들을.
(내가 너희를 이끌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어느 시대 최대 종교의 경전 중에서-
“바다로 가요, 아빠. 바다는 파랗대요.”)
더러는 남는 사람도 있었네. “어차피 죽어갈 몸인데 고향을 떠나 무엇 하느냐?”고 하였네. 우리는 남는 이들 중의 한 쌍이 결혼식을 올리는 양을 참관했네. 전쟁 전부터 사랑을 맹세해 왔다는 두 연인이 한쪽 팔다리가 날아가 버린 신랑과 얼굴을 잃은 신부로서 서로의 모자란 점을 보충해 주며 남은 생을 함께 하겠다고 하나로 뭉쳤네. 우리는 진심 어린 축복을 보내며 무거운 발길을 돌렸네.
(“신랑은 신부를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느뇨?” “사랑하겠습니다!”
“아빠. 저 아저씨, 머리카락 없잖아요?”)
가고 또 가도 폐허의 자취만 연속되는 세계였네. 한때 성위를 자랑하던 도시들이 참담한 폐허로 변해 버린 세계를 우리는 무리 지어 걸었네. 누군가 물으면 생명의 상징인 푸름이 있는 곳을 찾아가고 있다고 답변을 하지만 기실 우리 중의 누구도 세계 어딘가에 과거처럼 살기 좋은 곳이 있으리라고 믿고 있는 이는 없었네.
(원시의 바다 속에는 다량의 유기화합물이 섞여 있었는데, 이들 고분자 유기화합물이 수중에서 혼합되어 복잡한 수순을 거친 끝에 생명의 씨앗을……
-그 시대, 청소년을 위한 학교의 교과서에서-
“바다로 가요, 아빠. 바다는 파랗대요.”)
더러는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네. 과거에 명성이 높았던 철학자를 만났을 때 우리는 물었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하여야지요?” 그럼 그는 대답하네. “나도 모르겠소. 죽음을 향해 다가갈 밖에.”
우연히 전쟁 전 유명한 정치가였던 이를 만났을 때는 재미있는 말을 듣기도 하였네. “우리가 파괴를 이야기한 까닭은 파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적의 미사일을 격추시키기 위해 요격용 미사일이 만들어졌고, 요격용 미사일의 추적장치를 교란시키기 위해 새로운 교란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시스템을 폭파시키기 위해 방공망을 속일 수 있는 더욱 정교한 전자 장비를 미사일에 장착시키게 되고……
-그 시대의 어떤 문명비판서에서-)
그 정치가는 “힘을 소유한 세력만이 그 힘을 바탕으로 더 큰 폭력을 억누를 수 있다.”고 주장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는데도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기를 멈추지 않았네. 우매한 것인지 몰염치한 것인지……
(21세기 초 지구인은 자신들이 이룬 문명을 100만 번은 파괴할 수 있을 만큼의 파괴 에너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 시대 말기의 어떤 문명비판서에서-
“아빠. 그때에 우리의 할아버지들은 세계 일류의 두뇌와 민족성을 자랑하는 나라의 국민이었다지요?”)
하기는 힘은 전쟁 후의 세계에서도 질서를 유지시켜 주는 유력한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알량한 식량을 지키기 위해 너나없이 무기를 들고 있네. 수시로 공격해 오는 무뢰배들에게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가진 바 무기의 질과 양이 월등함을 보여주는 것뿐이었기 때문이었네.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반응을 일으키는 데는 수천만 도의 높은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폭은 원폭을 폭발시켜 얻은 고열을 열핵융합반응에 이용하였다.
-그 시대 청소년을 위한 학교의 교과서에서-
“달걀껍질이 깨어지지 않으면 닭이 나오지 못한단다.”
“그럼 달걀은 누가 낳아요?”)
한번은 우리 중 혈기가 남은 젊은이들이 그들 -전쟁범죄자들과 약탈자들- 중의 몇을 붙잡아 우리 앞에 세웠네. “돌로 치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더러는 돌을 드는 이들이 있기도 하였네. 그러나 많은 수의 우리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네. 한 노인이 “이 상황에서 우리끼리 마녀재판을 벌여본들 무슨 득이 있겠는가?”하였네. 젊은이들 중의 하나가 “이들이야말로 권력을 무기 삼아 남의 위에 서려고 했던 범죄자들입니다.”하였네.
그러자 노인은 또 말했네. “이 사람들아. 자네들의 지금 모습도 집단이라는 힘을 배경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파괴주의의 한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너희 중 죄 없는 자 돌로 쳐라! 그러자 무리는 흩어지고 간통한 여인은 놓여날 수 있었다.
-그 시대 최대 종교의 경전 중에서-
“아빠. 우리 모두 불쌍해요, 그렇지요?”)
도시를 떠난 우리의 행렬은 각처에서 모여든 다른 무리와 어울려 큰 무리를 이룬 후 전날 정부의 각급 기관이 모여 있던 더 큰 도시로 향했네. 우리는 행군 도중 우리의 땅에 아직 정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네. 우리 중의 하나가 어찌어찌 해서 짜 맞춘 라디오를 통해 들려온 소리에서였네.
“정부는 재건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비축한 식량을 배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무너진 질서체계를 수습할 치안군의 결성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정부를 믿고 생업에 열중해 주십시오.”
식량이 있다…… 그것은 복음이었네. 우리가 출발 전 준비한 음식이라는 것은 통조림 등의 인스턴트식품이 고작이었는데, 그것들은 파괴된 도시를 파헤쳐 얻은 것이라서 대부분 변질해 있었고 양도 풍족하지 않아 우리는 늘 굶주려 있었네. 때문에 정부가 배급해 줄 식량이란 그것이 어떤 조악한 것일지라도 우리에게는 기사회생의 극락환이 될 수밖에 없었네.
(왕들은 백성을 다스리기 위하여 무사를 길렀고, 무사를 먹여 살리기 위하여 더 많은 백성들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였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란다. 대신에 국가는 국민을 타국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해 줄 군사력을 갖는단다.”
-그 시대 청소년을 위한 학교의 역사학 강의 기록에서-)
어느 겨를에 우리는 난민들이 만든 사람의 바다 속에 휩쓸려 걷고 있었네. 모두들 기름기가 반지르르한 밥과 고기, 채소와 과일을 양껏 먹을 환상에 젖어 주린 배를 졸라매며 전날 정부의 수도였던 도시로 향했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당시 세계의 부와 명예, 식량의 집산지였단다.”
-그 시대 청소년을 위한 학교의 역사학 강의 기록에서-)
적잖은 수의 사람들이 살아남아 있었네. 우리는 여로의 무료함을 잊기 위하여 어떻게 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는가 이야기하곤 하였네.
“운이 좋았지요. 지하실에 술을 가지러 간 덕택에 그 변을 모면했으니까. 하기는 부모 형제를 다 잃고 혼자 살아남은 게 행운일 수는 없겠지만……”
“섬광이 비친 순간 미친 듯이 뛰었지요. 화염이 쫓아오는 속도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꼴로나마 살아있더군요.”
“때마침 방공연습 중이었어요. 화학무기의 공격에는 비닐을 뒤집어쓰고 은폐물 뒤로 숨으라고 교관이 말하더군요. 그 흉내를 내고 있을 때 섬광이 있었으니, 그 원시적인 방공 연습이 나를 살린 셈이죠.”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덮쳐눌렀어요. 자식 살리고 두 분이 대신 가셨어요.”
(1348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는 페스트가 돌았다. 어느 금요일 아침, 일곱 명의 숙녀와 세 명의 신사가 병을 피해 시골로 피하기로 하였다. 그들은 피난처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차례로 한 가지씩의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 시대의 명저로 알려진 문학서 ‘데카메론’중에서-
“아빠. 저 분들 이야기 재미있죠? 우리도 이야기할까요? 엄마가 그때의 불행을 이겨내셨더라면…”)
우리가 도착한 도시는 과거에 영화를 자랑하던 정부의 수도다운 면이 전혀 남지 않은 폐허의 고장이었네. 우리는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자유의 탑’과 나라의 온갖 일을 의논하던 의사당이 있던 곳을 지나면서 길게 탄식을 하였네. 과거에 의원이었다는 노인이 우리 중에 섞여 있었는데, 그는 의사당 건물의 파편 한 조각을 손에 들고 어린애처럼 흐느껴 울어 우리의 울적함을 더하게 하였네.
(법률에 따라 통치한다는 제한된 권력밖에 갖지 못한 입헌군주주의 체제하의 왕이 전대의 절대 권력에 대한 향수에 젖어 의회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따라서 내란 중의 살인과 약탈의 책임을 져야 했고 결국 패하여 런던탑에 유폐되었다.
-그 시대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 의회발전사에서-
“불쌍한 의원 할아버지. 아빠, 나 울고 싶어요.”)
도시의 중앙 광장은 전쟁 전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이 모이던 곳이었네. 우리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그곳으로 향했네.
그러나 아니었네. 우리가 그곳에서 본 풍경은 이 세상의 그것일 수 없었네. 아마도 대규모 열병식 도중 변을 당한 모양으로 약관의 청년들이 질서 정연하게 도열해 있는 채로 숯덩이가 되어 있었던 것일세. 순간적으로 덮친 엄청난 열기 탓에 그대로 석탄이 되어버린 젊은이들, 우리는 숱한 참변의 현장을 보아 온 사람들답지 않게 광장에 가득한 석탄상들을 망연히 보고 있었네.
바람이 불었네. 석탄상의 얼굴에서 코가 날아갔네. 아마 저들은 몇 날을 견디지 못하고 풍화에 침범 당해 날리고 말 것이었네.
(우리는 우리를 맞아들였던 장엄한 모스크바를 드디어 멸망시키고 말았구나! 영웅의 외마디 탄식과 함께 모스크바는 불타고 50만 대군도 산산이 흩어져 상승장군 나폴레옹의 운명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그 시대의 일류 정복자들 중 하나의 전기에서-
“아빠. 바다로 가요. 여긴 너무 흉해요.”)
돌아서서 걷는 우리의 앞에 나타난 다른 무리에 속한 누군가가 정부가 있는 곳을 알려 주었네-정확하게는 정부의 운명을 알려 준 것이었네-.
“식량이 있기는 있었죠. 오염되어 먹을 수 없는 것이었지만. 특별히 만들어 두었던 지하창고에서 가져온 것이라기에 잔뜩 기대를 하였는데 이내 실망을 주더군요. 겉보기에는 멀쩡한 곡식이 손에 움켜쥐면 수천 년 탄화된 유기물질처럼 가루가 되곤 하더군요. 핵폭발의 충격이 타임머신 같은 효과를 낸 거죠. 그나마 먹을 거라고 간신히 건져낸 얼마인가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그걸 나누어주려고 생각한 정치인들은 순수한 뜻에서였던 모양이지만 얻어먹은 사람들을 죽도록 한 죄인이 되었죠. 모두 광란상태가 되어 마구 소리치고 싸우고 자해를 하고 하였는데 방사성원소의 어떤 종류가 식량의 화학구조를 변화시켜 독소를 만들어 낸 때문이라고 누군가 밝혀내어 먹기를 중단했지만 사후 약방문격이지 무슨 소용이 있었겠어요. 다들 죽어갔죠. 하기는 어차피 길게 살지도 못할 목숨들이었지만.”
결국 모처럼 재건될 듯했던 정부는 그대로 소멸되었다는 이야기였네. 우리는 허탈한 심정으로 사해를 둘러보았네.
(제2차 세계대전은 사망 2200만, 부상 3440만의 인명피해를 냈다. 전쟁 막바지에 등장한 원폭은 -가장 초기 형태였는데도 불구하고- 단 두 발로 30만 명의 희생자를 내어 핵전쟁이 있을 경우의 참상을 예고해 주었다.
-그 시대 말기의 어떤 문명비판서에서-
“아빠, 바다로 가요. 바다는 파랗대요.”)
희망이 없는 세계, 갈 곳을 잃은 유랑민들, 죽어 가는 동료들,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었네. 그러나 우리는 각자가 소지하고 있는 식량-통조림 몇 개씩이 고작인-이 바닥이 나기 전에 새로운 도시의 폐허를 찾아야 했으므로 움직임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네.
정부의 수도였던 도시를 빠져 나온 우리는 다시금 작은 무리로 갈려 사방으로 흩어졌네. 바다로 가자. 우리 중 한 무리가 그렇게 의견을 모으고 길을 갈라 멀어졌네. 그들은 서로 말했네.
“바다는 인류의 어머니야. 반드시 기사회생의 길을 마련해 두고 있을 거야.”
“큰 고기가 없으면 작은 고기, 그도 없으면 작은 게나 새우, 그래도 모자라면 해초를 뜯어 먹으면 좋은 양식이 되지 않을까. 바다에 가면 굶주림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거야.”
우리는 떠나는 이들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빌어 주었네. 그러나 떠나는 그들도 남은 우리도 기실 모두 알고 있었네. 바다의 풍경이 옛과 같지 않을 것임을. 그래서 바다를 꿈으로 남겨 놓고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는 무리가 더욱 행복할 것임을.
(“바다로 가요, 아빠. 바다는 파랗대요.”)
그 무렵 우리가 속한 무리는 스스로의 안에서 지도자를 뽑았네. 우리의 안에는 과거 정부의 요직에 있던 인물들도 있었고 학문과 교양이 높아 존경받던 인물들도 있었는데, 우리는 모두 무시하고 가장 젊고 힘센 이를 지도자로 모셨네. 다만 싸움을 잘할 뿐인 지도자, 난세의 무리는 으레 그런 지도자를 따르는 법이려니 하는 마음으로였네.
(혁명은 폭군을 낳고 전쟁은 영웅을 만든다. 그러나 파괴가 낳는 것은 절망뿐이다.
-그 시대의 어떤 문명비판서에서-
“아가야, 아프면 안 돼! 아빠에게 무엇을 바라고 살라고 네가?”)
산을 넘었고 강을 건넜네. 몇 개의 폐허가 된 도시가 우리의 손에 의해 파헤쳐 졌네. 그 동안에도 사람들은 숱하게 죽었지만 새로운 참가자가 있기도 하여 우리의 무리는 그런 대로 수를 유지할 수 있었네. 우리는 그렇게 연명하며 전쟁 후의 시간과 공간을 헤쳐 나가고 있었네.
겨울이 왔네. 우습게도, 참으로 우습게도, 자연은 가장 나쁜 점만은 변하지 않고 있었네. 추위, 눈, 강풍 등과 같은 시련이 될 만한 것들 말일세. 우리는 가장 혹독한 겨울을 겪고 있었네.
움집을 짓고 불을 피우는 것으로 추위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대신에 식량을 얻을 길이 막연해졌네. 얼어붙은 도시의 폐허 위에 눈이 내려 우리의 식량을 찾는 방법인 폐허를 헤집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네. 그 겨울 우리는 참으로 많이 죽었네.
(죽음이 현재보다 더한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해주는 경사로운 사건이라면 두려워하지 않을 텐데 아무도 되돌아와 전해 주는 이가 없으니 우리가 두려워할 밖에.
-그 시대 어떤 염세가의 수필에서-
“아가야, 잘 가거라. 아빠도 곧 따르련다.”
“아빠, 바다로 가세요. 꼭 바다로 가세요. 전 이제 춥지 않아요.”)
긴 겨울이 지나고 -아마도 일 년의 반을 흘려보내고- 봄이 왔네. 그때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우리가 뽑은 지도자를 포함한 젊은이들 몇뿐이었네. 우리는 겨울 동안 벗겨 먹어 헐벗은 도시를 빠져 나와 다음의 폐허를 찾아 떠났네. 눈이 녹아 길이 열리기 시작하자 배고픈 무리들의 식량을 찾는 행군도 다시 시작된 것이었네.
(전 시대의 어떤 사람들은 모두가 함께 가난한 세계를 추구하여 그것을 성공시켰다. 빈곤은 평등의 가장 손쉬운 완성이었다. 따라서 죽음 앞에 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노출된 이 종말의 시대는 인간윤리의 온갖 숙제가 궁극적인 해결을 본 최종 완성의 시대일지도 모른다.
-전쟁 직전 어떤 염세가가 쓴 잡문 중에서-
“아가야, 아빠는 ‘아무 것도 구하지 않는 자는 모든 것을 얻고, 개인의 자아를 버리면 우주의 자아를 깨닫는다’고 배웠다. 그런데도 너를 잃은 아빠의 마음 속 공동은 이렇게 크기만 하구나.”)
여로의 주변에 풀이 돋고 있었네. 그런데 그 풀은 갈색의 이파리를 달고 있었네. 파란 빛깔로 싹이 트기는 하지만 곧 시들곤 하였기 때문이었네.
진작 말라죽은 줄 알았던 나무들에서도 새싹은 돋았네. 그러나 그 역시 이내 낙엽이 되고 말았네.
그래도 식물들은 끊임없이 새 잎을 내보내고 있었네. 우리는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열매를 맺기를 빌며 산과 들을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네.
새싹이 돋는 것은 또 있었네. 지난여름부터 겨울까지 동고동락해 온 우리 중의 젊은 남녀들이 이세를 잉태하여 만삭을 맞고 있었네. 우리는 그 격렬했던 생존을 위한 발버둥 속에서도 종족을 잇는 일만은 잊지 않았던 것일세.
(자연의 극치는 사람이다. 사람은 사랑에 의해서 자연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시대의 어떤 예술가의 어록에서-
“너와, 네 엄마와, 네 아빠이자 네 엄마의 남편인 나와, 그렇게 셋이 모여 있을 때 우리는 가장 행복했다. 조그마할 때의 너는 어찌 그리도 사랑스러웠는지……”)
하나, 둘, 새 생명이 탄생했네. 우리는 전란 속에서 피어난 꽃송이들을 기쁜 마음으로 맞았네.
그러나 아니었네. 새싹은 푸른빛을 띠고자 노력했지만 곧 갈색으로 시들고 말았네. 우리의 아이들은 태어났지만 곧 죽거나 아예 죽어서 태어나거나 하였네. 그것도 팔다리가 없거나, 너무 많거나, 눈 코 입이 제자리에 있지 않거나 한 채로 태어나서였네.
(속칭 에이전트 오렌지로 불린 고엽제의 폐해는 그것이 사용된 베트남에서의 전쟁이 끝난 한 세대 후에야 기형아 출산의 증가를 계기로 비로소 사회문제로 부각되었다. 그 시대 세계의 열강들은 서둘러 문제의 고엽제와 각종 신경가스로 대표되는 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들의 생산을 자제하기로 협정을 맺었지만, 각국은 이미 자신과 적을 함께 파괴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파괴 에너지를 비축해 두고 있었다.
-그 시대의 어떤 문명비판서에서-)
우리가 종말을 연상하고 낭떠러지 끝에 선 것과 같은 절망에 빠진 것은 그때부터였네. 인간은 이미 지구의 주인이 아니었고 우리는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비운의 주인공이었네.
쥐와 벼룩, 바퀴벌레, 개미떼, 그리고 갑자기 체구가 커진 각종 곤충의 변종들이 왕성한 번식력으로 자연이 주는 시련들을 이기고 종족을 이어가는 양을 우리는 부러워하였네. 아마도 지구의 새로운 주인 후보일 놈들은 과거의 주인에게 반격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 챈 듯 집단을 이루어 현재의 지구를 만든 책임을 추궁하곤 하였네. 진작 영화롭던 시절의 기운을 잃고 있던 우리는 놈들의 좋은 먹이가 되어 하나 둘 쓰러지곤 하였네. 우리 중의 하나가 어느 아침 개미떼가 새까맣게 달라붙은 몸이 되어 간밤의 잠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모습으로 발견되는 일은 흔한 사건이었네.
(자기보다 진화가 늦은 생물을 죽여 먹이로 삼은 행위는, 자신과 동격인 생물을 선전포고 없이 공격하는 것보다 더욱 비겁한 짓이다…… 저 작은 집단생물들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우리의 우위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극도의 퇴화를 겪고 있다?
-그 시대의 어떤 문명비판서에서-)
금세 여름이 왔고, 갔고, 겨울이 왔고, 갔네. 우리는 또 한 차례 시련의 계절을 살아남아 새 봄을 맞았네. 그 사이 시나브로 죽어 몇 남지 않은 우리는 우연히 만난 다른 무리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네. 전쟁 직전 얼마 가량의 사람들이 바다 속과 땅 속,그리고 우주로 피해 갔다는 사실이었네.
21세기 판 방주라고 할까.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못난 짓에만 열중했던 전쟁 전의 지도자들이 단 한번 인류를 위해 봉사한 일이 그것이었네. 그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파멸을 부르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어떻게든 후손을 남겨 보려고 노력했던 모양이었네.
그들의 평소 행동-서로 잘났노라 코 높이기 경쟁을 하던, 시민들이 존경을 해주거나 말거나 높은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최고의 완성을 이루었노라 착각하던-에 비추어 너무나 대견한 처사에 우리는 잠깐 그들을 용서하고 싶은 기분이었네. 그들의 단세포적 사고 속에도 종말을 염려하는 지혜는 있었던 것일세.
(선장이 피살된 후 우주선 신천지호의 새로운 선장이 된 일등 항해사는 지구정부로부터 받았던 당초의 명령을 이행하여 안드로메다행을 고집했다. 타성운까지의 미래가 확실치 않은 여행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선장을 죽였던 반란자들의 폭거는 실패로 돌아가고, 그들이 추대한 새로운 선장인 일등 항해사에 의해 신천지호는 본래의 임무로 돌아갔다. 믿었던 새 선장에게서 배신을 당한 반란자들은 통탄을 했지만 이미 영어의 몸이 된 후인지라 반격의 길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시대의 어떤 공상과학소설에서-
“아가야. 바다를 보았단다. 그렇지만 네 꿈과 같지 않더구나.”)
우리는 종말의 시기를 산 마지막 증인으로서 그들의 그러한 충정에 호응하여 몇 가지 일을 하기로 하였네. 이내 다시 우리에게서 욕을 먹게 될 천덕꾸러기들이었지만 전쟁이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사실쯤 우리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네. ‘우리 중의 어떤 이들의 호응이 없었다면 그들의 득세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으며, 득세치 못한 사람들이 전쟁에 책임이 있을 까닭은 또 어디에 있겠는가?’는 우리 모두가 공통으로 가져야 할 의문이었네.
우리 중에는 과거 사회 각 부문에서 일류 두뇌로 활약하던 이들이 섞여 있었으므로 먼 훗날 돌아올 인류를 위한 온갖 노력들이 시도되었네. 여러 곳의 폐허를 헤집어 찾아낸 기계 등속을 짜 맞추어 우리 시대의 표본이 될 문명도시를 재건하는 일에 열중하면서 우리는 진작 이러한 창조적인 노력을 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무지에 가슴을 쳤네. 왜 우리는 전쟁 전의 그 많던 시간들을 서로를 헐뜯으며 보내고 말았을까?
우리는 모두 종말의 책임을 나누어 져야 했네. 너나없이 높은 곳에 올라보겠다고 발버둥친 결과 크고 작은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우리는 그 광란의 시대에 주역으로 활약했던 것이었네.
어려움을 겪어보아야 철이 든다던가. 우리는 지구의 광란을 참관한 덕택에 그것을 피해야 할 이유를 배울 수 있었네. 우리가 늦은 깨달음을 한탄하며 금세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몸을 이끌고 벽돌을 쌓거나 각자의 지닌바 경험을 살려 지구의 온갖 지혜를 기록으로 만들고 있는 까닭은, 먼 훗날 지구의 대기가 원상을 회복하여 인류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되었을 때 방주를 타고 떠났던 이들이 돌아와 우리의 실수를 거울삼고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 때문이었네.
(우리는 슬퍼하지 말자. 어딘가, 어느 시대엔가, 역사는 다시 시작된다. 우리 이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그 시대의 어떤 묘비에 쓰인 비문 중에서-)
우리는 꿈을 꾸네. 눈도 오고, 비도 오고, 꽃도 피고, 더러는 견디기 힘들만큼 춥거나 덥고, 그래도 맑은 공기가 충만한 지구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스스로를 보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싸움 따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 텐데…… 아아, 평화. 그리고 행복…… 우리는 광란의 시대를 살아온 덕택에 평화의 가치를 알 수 있었지만 평화를 보기 전에 죽어가고 있다네.
(“아가야. 이 이야기의 끝을 너와 네 엄마와 나, 세 식구가 함께 맺지 못함이 아쉽구나. 그러나 아빠는 믿고 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 한, 소멸하는 것은 유기물질의 덩어리인 육체뿐이라는 것을.”)
-이상의 기록은 제일 세대 지구인이 남긴 옛 도시의 유적에서 발견된 수기, 일기문, 비망록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한 편을 기록자 임의로 편집해 본 것입니다.
<지구 유적 탐색대 기록 담당관 註>
첫댓글 이렇게 또 다시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미있는 사건이다,라고 하는데 
적인 생각이지요.
많은 인명이 죽고 문명이 파괴된다면
사탄의 계획에 철저하게
유린당하는 결과를 보일 것입니다.
지난 세월의 역사를 보면
사람 몇을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징기스칸,나폴레옹,알렉산더 처럼
인명을 대량으로 죽이면
영웅으로 추앙받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
인간의 어리석음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혹자는 말하길,
전쟁은 자기만 죽지않으면
아주
이 것도 매우 이기적이고
형님의 생각깊은 사이버 세계의
가상소설을 대하면서 말해본
피터의 넋두리 입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가장 어리석은 게임이 전쟁인데 우리는 이미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루었지요. 몇몇 정치가의 영웅놀음에 호응하여 서로 적의를 불태우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구요.
요즘 북한의 불장난이 심한데 걱정입니다. 원폭이라는 아주 위험한 장난감이 20대 철부지 지도자의 손에 들어갔으니 무슨 일을 벌일까 염려스럽기도 하고.....
말 안 듣는 아이 때려서 아예 울음보를 터뜨리게 만들지 말고 달래보아야 할 텐데 우리 근혜씨가 어떻게 처리하실지....
저 역시 공연한 넋두리를 늘어놓아 보았네요. 고맙습니다.
핵실험을 자꾸 하면
을 서울에 사용하면 한반도는 
래어 전쟁이 없는 세상을
백두산 지하 마그마층에 영향을 주어
백두산을 폭발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겨울에 산이 터지면 북한 동쪽 및 중국 동쪽,
러시아 연해주, 일본 북해도에
화산재로 큰 피해를 주고,
여름에 터지면 한반도와 일본 남부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고 하지요.
그
바로 그 날이 망하는 날이 됩니다.
차기 대통령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북한을
만들어야 하겠지요.
참 무서운 현실입니다.
그렇다지요. 소설 소재로서는 최상이지만 우리로서는 실제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섬찟하네요.
새 정부가 잘해야 할 텐데.... 떼쓴다고 무조건 들어 줄 수도 없으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십시다요. 어차피 우리 민족인데 최악의 상황까지야 서로 피하겠지요.
근혜씨가 잘 할 겁니다. 상대를 달래는 데 유리한 여성 대통령이시니....
잘 읽고갑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잘읽고 갑니다. 이런일이 없기를......
읽어 주시고 좋은 말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잘읽고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