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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 스탈린이 죽었다! - The Death of Stalin! >
- 그토록 악랄하며, 어리석고도,
허망한,
최고 권력을 향한 치열한 암투...
1953년 3월 2일 밤,
모스크바 근처 쿤체보의 별장에서
'모두가 두려워했던 한 남성'이 죽어가고
있지요.
심각한 뇌졸중이 그의 육체 전체에 고통을
가져다 준 것입니다.
그는 바로 소비에트 연방공화국 철권 독재자
이자 최고 통수권자인 이오시프 스탈린!
영화 < 스탈린이 죽었다! - The Death
of Stalin! > 는 소련이 자랑하는 비루티오소
피아니스트 마리아 유디나(올가 쿠릴넨코 분)와
모스크바 방송 관현악단이 협연하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
의 감미로운 2악장 아다지오와 함께 그 막을
열어 갑니다.
이 콘서트 공연을 생중계하는 모스크바 방송국
으로 난데없이 위대한 '스탈린 동지'의 전화가
걸려오지요.
정확히(?) 17분 뒤 전화하라는 스탈린은
방금 완주된 모차르트 협주곡의 녹음본을
자신에게 보내라는 뜻밖의 명을 남깁니다.
그러나 연주는 전혀 녹음되지 않은 상태...
방송국 책임자 안드레에브(페디 콘시다인 분)은
벌벌 떨며,
퇴장하려는 교향악단과 관객들을 어렵사리 붙잡아
목숨을 건, 그야말로 '필사의 재연주'를 실행하기에
이르지요.
같은 시각,
스탈린(아드리안 맥러플린 분)은 공산당 고위
간부들인 베리야, 흐루쇼프와 말렌코프, 그리고
몰로토프와 함께 식사를 하며,
늘상 그렇듯이 미국 존 포드 연출에, 존 웨인 주연의
흑백 웨스턴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닉키라고 불리는 흐루쇼프가 쉴새없이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 기억도 안난다'는 식의
수류탄에서 탱크, 농부에 이르는 화장실 풍의 농담을
던지면,
아둔한 말렌코프가 눈치없이 중간 중간 분위기
를 썰렁하게 깨는, 뭐 그런 식으로 말이죠.
스탈린은 크렘린 궁전의 주연에서 공공연히
흐루쇼프에게 우크라이나 전통의상 루바시카를
입은 채 그 지역 민속 춤 '고팍'을 추게 했다고
합니다만...
극 중에서도 그는 어김없이 떠벌이 흐루쇼프에
게 춤을 추라고 강권하는 시퀀스가 등장하지요.
그렇게, 만찬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스탈린의
최측근 심복인 베리야가 말렌코프와 흐루쇼프에게
몰로토프가 숙청 대상이 되어 다시는 보지 못할 것
이라고 얘기해 줍니다.
그리곤 루비안카 지하 감옥을 향해 떠나지요.
바뀐 화면에선 베리야가 이끄는 비밀경찰이
소위 스탈린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쓰러진 지휘자를 대신해 극적으로
불려온 또 다른 지휘자는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되지요.
안드레이브는 오직 스탈린만을 위한 재공연을
한사코 거부하는 피아니스트 마리아를 돈 2만 루블
로 간신히 설득하고,
행인들 또한 데려다가 빈 객석에 앉혀서
스튜디오의 현장감을 끌어올리려고 갖은 애를 쓴
끝에, 가까스로 협주를 마치는데 성공합니다.
온 가족 모두가 숙청되고 스탈린을 뼈속까지
증오하며 경멸했던, 신심 깊은 정교회 신자
마리아 유디나.
그녀는 완성된 녹음본 레코드에 은밀(?)한
메모를 하나 끼워 넣죠.
다차(시골 별장)에서 배달된 레코드를 듣던
스탈린은 그를 신랄히 욕하고 저주하는 청천병력의
메모를 보고 껄껄 웃다가 돌연 "쿵 !" 소리와 함께
쓰러집니다.
결국 스탈린의 의문스런 마지막 최후를 지킨
것은 바로 마리아의 모차르트 음반이었던
셈이었습니다만...
" 들어가 봐야 되지 않을까요? "
" 뒈지기 전에 닥치고 있어! "
이렇듯, 밖의 보초 병사들은 들어가도 되는지
몰라서(실제론 너무 두려워서였지만) 가만있었고,
결국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식사를 가져온 여집사가
오줌을 질질 싼 채 널부러져 있는 스탈린을 발견하게
됩니다.
루비안카에서 고문을 하던 베리야는 이 소식을
제일 먼저 듣고 재빨리 달려와서 마리아의 쪽지를
챙긴 뒤,
스탈린 방에서 이중의 잠금장치를 뚫고
비밀문서를 꺼내 경호대장 흐루스탈료프에게
창밖으로 넘기지요
아내 니나 페트로브나와 스탈린이 좋아한 농담과
싫어한 농담을 정리하던 흐루쇼프 역시,
소식을 듣자마자 파자마를 안에 입은 채 현장에
도착합니다.
야심에 불타는 베리야는 아무 일 없었던
척하지만, 노회한 흐루쇼프는 만만하게 속아
넘어가지 않지요.
그 뒤로 말렌코프, 카가노비치, 불가닌 등
고위급 위원들과 장관들이 도착하고 나서야
대책 회의를 열지만,
스탈린 시절 유능한 의사들을 모조리 숙청하거나
처형했던지라 당장 의사를 구하는게 가장 시급한
난제로 떠오릅니다.
이미 은퇴한 노인네들부터 갓 의대생이 된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여기 저기 닥치는대로 긁어 모은
의사들은,
스탈린이 '뇌출혈로 쓰러졌고 회복할 가망이
전혀 없다'는 집단(?) 진단의견을 내기에
이르지요.
정확한 사유를 따져 물을 수 없을 만큼
복합됐음에도, 실상은 어이없는 우연의 일치가
뒤얽혀 벌어진 일이었습니다만...
급기야 스탈린의 사망을 둘러싸고 위원회가
정식으로 소집되는데 모두가 '대체할 수 없었던
그분의 죽음'과 함께 자신에게 벌어질 일들을
경쟁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가 않았지요.
왜냐하면 스탈린이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반대파를 숙청하는 과정에서 웬만한 실력자들은
모조리 몰아냈기 때문입니다.
스탈린 정권의 무력한 2인자 부서기장 말렌코프
(제프리 탬버 분), 공안.정보 기관인 내무인민위원회
(NKVD)의 수장 베리야(사이몬 러셀 빌 분),
우크라이나 서기장 출신의 흐루쇼프
(스티브 부세미 분), 그리고 외무장관 몰로토프
(마이클 팰린 분)는 공백이 생긴 최고 권력을
차지하려고 사뭇 으르렁거리지요.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분)
와 철없는 알콜중독자인 아들 바실리(루퍼트 프렌드
분)도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찾아옵니다.
조울증에 시달리며 권총 자살로 너무 일찍 세상을
마감해버린 어머니 나데즈다 알릴루에바 탓인지
둘 다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리고, 비밀경찰의 월권적 행위로 부아가
날대로 난 육군 원수 주코프(제이슨 아이작스 분)
또한 복수의 칼을 마음 속 깊이 품은 채 나타나지요.
베리야는 스탈린이 죽은 후 대역 스탈린들을
포함한, 현장에 있던 인원들을 하녀 여자아이
한명만 남기고 모조리 체포 혹은 총살해
버립니다.
다만 몰로토프를 자기 편으로 삼기 위해
숙청 리스트에서 빼주며, 아울러 수감 중였던
몰로토프의 아내 폴리나도 석방시켜 주지요.
졸지에 서기장 대행이 됐지만, 전혀 무개념의
물러터진 말렌코프,
그는 베리야와 요직을 나눠 갖고, 흐루쇼프를 본인이
극구 사양, 아니 거부하는데도 장례식 위원장으로
위촉해버립니다.
그렇게...
운명의 스탈린 장례식 날이 다가오면서
화면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b단조,
Op. 74, '비창'의 처연한 소절로 중간 중간
진중하게 채워지지요.
스탈린의 아들 바실리는 장례식장에서도
외국 조문단에게 반동 분자들이 아버지의 뇌를
미국에 넘기려 한다고 헛소리를 하다가
주코프 총사령관한테 얻어 맞지요.
언젠가 한번 손봐주고 싶었다고 시원해 하는
주코프...
흐루쇼프는 그런 거침없는 주코프를 만나
베리야 제거를 제안하고 그는 기꺼이
찬성합니다.
장례식 준비 와중에 흐루쵸프의 부탁으로
국내외 문상객 주빈들을 위한 연주회에서
비감미 어린 엘레지 풍의 '쇼팽의 전주곡 4번
e단조, 라르고' 를 연주한 마리아...
베리야는 '무덤가'로 불리는 이 쇼팽 전주곡을
우아하게 빚어낸 그녀에게 은밀히 다가가
'문제의 메모를 갖고 있다'며 교묘하게
겁박하지요.
위기를 느낀 흐루쇼프는 '소련 인민은
스탈린의 조문을 올 권리가 있다'며 장례 총책
의 권한으로 베리야가 봉쇄한 모스크바 행 열차
운행을 재개하기에 이릅니다.
소련 전국에서 몰려드는 조문 인파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던 비밀 경찰은 급기야 인민들
에게 발포를 해 1,5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게
되지요
흐루쇼프는 이를 놓치지 않고 참사 책임을
베리야한테 돌리도록 워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사지로 몰린 베리야는 격분해 스탈린 방에서
찾아온 간부들의 약점이 적힌 비밀문서를
흔들어대며 위협합니다만...
다음 날 흐루쇼프가 베리야에 대한 규탄안을
발안한 뒤 주코프와 그의 휘하 정예부대가
그를 전격 체포합니다.
마지막까지 망설이면서 공식 재판을 해야 한다는
말렌코프에게 흐루쇼프는
'베리야가 사람을 죽일 때 재판을 했냐'고 일갈한 뒤
기소문에 말렌코프로 하여금 반강제로 서명하게
하지요.
흐루쇼프 일당은 베리야를 창고로 끌고가
반공산당, 반소련 및 347건의 강간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합니다.
베리야는 마지막 목숨을 구걸해 보지만,
결국 총살된 채 비참하게 불태워지고 말지요.
최고 권력행을 가로막는 최대 정적 베리야가
완전히 제거되며 결정적 이니셔티브를 잡은
흐루쇼프.
언제 그랬냐는듯 냉혹하게 태도를 돌변한 그는
스탈린의 영애 스베틀라나를 빈으로 추방해
버립니다.
주정뱅이 아들 바실리 또한 소련 변방으로
유폐시키지요.
영화는 어느새 종점을 향해 치닫습니다만,
모스크바 콘서트 홀에서 마리아 연주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이 다시금
무연스레 풀어집니다.
다만 이번에는 추락한 스탈린 서기장 동지를
향해서가 아닌,
숙적 베리야를 처치하고 권력의 정점에 선
흐루쇼프와 당 간부들 앞에서 말이지요.
영화의 시작과 끝이 차이콥스키나
라흐마니노프와 같은 소련의 음악가들도 아닌,
오스트리아 출신의 음악가 모차르트와 함께
품어지다니 참 아이러니컬 합니다.
스탈린의 대숙청으로 학살된 희생자들을
기리며 썼다는 쇼스타코비치의 (전쟁)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Leningrad)',
그 광폭(狂暴)한 격정의 선율을 떠올리게 하는
크리스토퍼 윌리의 생생하고 선명한 오리지널
스코어와 함께 펼쳐지는 엔딩 크레딧...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의 칼리노부카 출신으로
문맹에 가까웠지만 '도광양회(韜光養晦)' 식의
책략이 뛰어났던,
하여 , 그의 시대만큼 자유분방하고 모순적
이었으며, 소탈하다 못해 촌스런 농부 모습의
니키타 흐루쇼프!
우여곡절 끝에 국가원수 겸 공산당 제1 서기장이
된 그는 1956년 말렌코프와 몰로토프를 비롯한
라이벌들을 모두 축출하고 권력을 장악했지만,
그 자신도 '권불십년(權不十年)' 의 교훈을
조금 더 채운 1964년,
후배 레오니드 브레즈네프에게(농업정책의
대실패를 계기로) 실각당했다는 자막이 무연스레
떠오릅니다.
(흐루쇼프는 현 세대가 가기 전에 진정한 공산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그것도 1980년이 될 거라고
소련 인민들에게 공언했지요.
정작 1980년엔 약속했던 공산주의 시대는
오지 않았고,
대신 모스크바의 하계 올림픽, 그것도 반쪽만
열렸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설핏 눈치채지요.
최정상 권력자들의 뒷줄에서 눈썹이 굵은
한 남자가 흐루쇼프를 날카로이 바라보고
있는 것을...
그렇게,
프랑스 파비앵 뉘리와 티에리 로뱅 작가의
그래픽 노블(La morte de Staline) ,
'스탈린의 죽음'과 후속작 - '2부 장례식'을
스크린에 옮긴 < 스탈린이 죽었다 >는,
스탈린의 죽음을 둘러싸고 혼란스러웠던 당시
소련의 정치적 공황 상태, 곧 희극과 비극이
동시에 공존했던, 그런 시대적 특성을 통렬한
풍자와 유머를 곁들여 조소하고 있습니다.
- 李 忠 植 -
1. 영화 < 스탈린이 죽었다! -
The Death of Stalin! > 예고편
https://youtu.be/AQbiEQbFcoY
20세기 최고 괴물 중 한 사람인 스탈린은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이하 '소련' 으로 칭함)을
33년간 통치한 독재자였습니다.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하던 시절,
소련에선 피 울음이 그치질 않았지요.
희극과 비극 사이의 줄타기에 능한
아르만도 이아누치 감독.
그는 영화 < 스탈린이 죽었다! >를
통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스탈린의
갑작스럽고도 어이없는 사망 이후 며칠 동안,
잔혹하면서도 졸렬한, 그리고 미욱하다 못해
한심하기 그지 없는 권력층이 '집권하거나 죽거나'
를 모토로 숨가쁘게 벌이는 복마전을
풍자적인 필치로 악살스럽게 재연하며,
블랙 코미디의 뒤틀린 웃음이 제대로
살아있게 직조해 냈지요.
하여 그의 의도처럼 관객들로 하여금 웃게
하는 동시에 불편함과 공포감 또한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능수능란한 흐루쇼프 역의
스티븐 부세미와 대학살자 베리야역의
사이몬 러셀 빌을 양대 축으로 하여,
모든게 문제라며 '원칙대로'만 되풀이하는
눈치꾼 말렌코프 역의 제프리 탬버,
또한 부적응자 몰로토프 역의 마이클 페일린
에서,
무엇보다도 교착된 상황을 일격에 뚫는
주코프 장군 역의 제이슨 아이작스에까지,
TV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연극에 이르는
다양한 활동 배경으로 냉철하고 가차없는
연기력이 빛나는 가진 배우들 또한 각기 다른
절정의 영어 악센트를 구사하며,
블랙 유머이며 스릴러이자, 사실에 제법 근거한
정치 드라마인 본 작품의 복잡 미묘한 캐릭터를
절묘하게 채워나가고 있지요.
2.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
- 다닐 트리포노프의 피아노 /
이스라엘 카메라타 오케스트라
2011년 아서 루빈스타인 피아노 콩쿠르
https://youtu.be/-s68kHOnpiE
1786년 3월 완성된 이 곡은 거대한 음악적 기념비
이며 동시에 한 음, 한 음 피아노로 쓴 에세이이기도
합니다.
그 애잔함이 인상적인 곡으로, 많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 ‘가장 모차르트다운 음악’
이라고 평가받고 있지요.
'모차르트의 밝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아련한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모차르트를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학자가 있듯,
우아하면서도 단순 명쾌함, 그리고 재기발랄함
속에 빛나는 애틋한 슬픔의 미학, 그것이 23번의
매력입니다.
아더 힐러 감독의 1970년 작 < 러브 스토리
- Love Story >.
백혈병으로 핼쑥한 제니가 올리버의 품에 안겨
묻지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A장조가 몇 번이지?”
꼭 알아봐 주겠다는 올리버에게 제니는 체념하며
말합니다.
“전엔 다 알았었는데… 내가 왜 이렇지?”
그 A장조 협주곡이 바로 '23번'이지요.
가히 모차르트 음악 영화라고 할 수도 있는,
러시아 출신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의 1988년
연출작 < 러브 오브 시베리아 : The Barber of
Siberia - Sibirskij Tsiryulnik > 후반부에서도,
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의 '2악장
아다지오' 가 쓰이고 있습니다.
1악장의 풍부한 선율도 뛰어나지만, 2악장의
아다지오는 시칠리아노 풍의 리듬에 실려 표현되는
섬세한 분위기가 꿈길 그 자체로 울려오지요.
2악장 전체를 일관하는 고품격의 절제적 분위기는
이 작품을 왜 ‘성스럽다’고 표현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지막하면서 서글픈 듯한 선율의 2악장은
이어지는 음표끼리 거의 한 옥타브씩 널을
뛰지요.
특히나 악보 68번째 마디에서는 무려 19도
(열여덟 음 차이)나 도약합니다.
세 옥타브 가까이 뛰는 셈이죠.
이렇듯, 모차르트는 위아래로 마구 도약하는
멜로디를 불세출의 천재답게 잔잔한 음의 시로
표현해 냈습니다.
‘19도 도약’은 마치 천사의 눈에 고인 눈물이
똑 떨어지듯 아름답기 그지 없지요.
(솔로몬 볼코프의 쇼스타코비치에 관한
'증언’(Testimony)에 의하면 스탈린이 실제 제일
애청했던 음악은 다름아닌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피아노 /
칼 뷤 지휘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DXeBFhqViYg
2 -1. 2악장 아다지오(Adagio)
- 엘렌 그리모('Hélène Grimaud)의 피아노
/ 바이에른 방송 챔버 오케스트라
https://youtu.be/j8e0fBlvEMQ
'늑대와 교감하는 피아니스트'...
음악가를 설명하는 수식어치고는 너무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현재형 피아니스트' ,
바로 엘렌 그리모이지요.
소통의 단절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책과 동물,
음악과 여행으로 세상과 교감하는 엘렌의 음악은
건강하게 흐르는 에너지의 결정체입니다.
도이치 그라마폰과 모차르트 협주곡을 녹음한 후
엘렌 그리모는 “19번과 23번 협주곡은 특히
모차르트의 협주곡 중 아마도 가장 장엄하다."고
얘기했지요.
‘사나울 정도로 담대하고 냉정하며, 또한
대담하게 지성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제대로
집중할 줄 아는 피아니스트’라는 타임지의
평가처럼,
불과 얼음, 열정과 이성을 가진 연주자,
엘렌 그리모...
그녀의 연주는 지루하지 않습니다.
본질에서 빗겨나지 않는 재창조로 새로운
에너지를 전하기 때문이지요.
엘렌 그리모의 지적인 터치로 우아하게
풀어지는 '23번 아다지오',
가히 영롱한 '천사의 눈물'로 다가옵니다.
3.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b단조, Op.74,
'비창(Pathetique)'
-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ttps://youtu.be/00B3M0Oxq-Q
4. 쇼팽의 '전주곡 4번 e단조 Op. 28'
- 라르고(Largo)
쇼팽의 '전주곡 4번 e단조, Op.28'은 일명
'무덤가'라고도 불리워 지는데 단조의 조성
으로 인한 특유의 구슬픈 선율에 가슴이
절로 먹먹해지는 곡입니다.
특히 쇼팽의 장례식 때 이 곡이 마드렌느 성당
의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되었다는데
기인하지요.
쇼팽의 전주곡 가운데 가장 어두운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2, 3, 4마디에 붙어 있는 C음이
구슬픈 선율로 투명한 슬픔을 노래하며 마치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반주부에서 굵은 공명으로
흐느낍니다.
2분 남짓한 시간 동안에 고요 속에 깊은 한 숨을
쉬며 차마 떨구어 지지 않은 눈물인 고인 채로
시간만 하염없이 스며드는 적요함을 체감케
하지요.
전반적으로 지극한 애수가 깃들어 있는 동시에
처연한 아름다움을 풍기는데 심연에서 흘러나오는
고요에서 격렬한 슬픔으로의 반전을 이룰 때의
그 극적 효과는 맘 속 깊이 젖어들며 아련함을
증폭시킵니다.
숨겨진 보석 상자와도 같은 작품인 '쇼팽의
전주곡 4번'을 두고
하네커는 '시인으로서의 쇼팽의 이름을 영원히
남길 수 있었던 곡'이라고 평하기도 하였지요.
섬세한 감수성과 예민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음악성을 지녔던 위대한 피아니스트였음에도
'그림자로 살고 빛으로 남은' 쇼팽의 숨결을
적이 연상케 합니다.
- 백건우의 피아노
https://youtu.be/5NV9zClRS_o
백건우가 연주하는 쇼팽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응축을 갖고 있는 '부드러움'
그 자체입니다.
하여,
그의 쇼팽 전주곡 4번은 쇼팽의 고독이
지닌 '정중동(靜中動)'의 울림으로
다가오지요.
가장 작은 소리를 낼 때조차 가장 큰 소리를
만들 때의 긴장과 집중, 또한 에너지를 실어내는
역설을 백건우의 타건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데,
한 음 한 음, 결코 서두르지 않는 백건우의
정치(精緻)한 패시지는 아스라한 애상을 안개처럼
피어올리며 아름답고 기품있는 쇼팽을 그려 내고
있습니다.
첫댓글 어마 어마합니다.
어찌 이리도 장중하고도 섬세한 내용으로 가득한 지요.
읽고 또 읽고..
듣고 또 들어도 끝이 없을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