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어디에 글을 올리고 하는 편이 아니지만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경험이었기에 늦었지만 몇자 적습니다.
연구회 회원으로 가입만 한 채 주로 학교 업무에 허우적 거리기만 하는 생활을 10여년 해왔습니다.
올해는 연구년이어서 자의반 타의반(?) 세미나 자료집 편집과 간식준비, 등록 등을 맡게 되면서
참석자로서의 소감과 진행준비자로서의 소감이 섞이게 되어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우선 편집을 하다보니 선생님들께서 여러 차례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물들을 거리낌 없이 나누어주시고
또 함께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시는 의지와 열정이 존경스럽고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언젠간 저도 무언가를 이렇게 나누어 줄 수 있으면 참 좋겠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세미나 당일, 등록대에 서서 들어오시는 선생님 한분 한분을 뵈니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경기도 각처 뿐 아니라,
타시도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오시는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져서 세미나 준비에 조금이나마 참여한 제가 뿌듯하더군요.
저는 첫시간에 한혜진 선생님의 We are strong green! 세션에 참가했습니다.
한혜진 선생님의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과 나란한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딱 한 발만 앞서 문제해결의 방향을 보여주고 문제 상황 속에 함께 들어가 아이들을 관찰하고 격려하는 것이었습니다.
10년차 교사로 주로 입시를 코앞에 둔 고3 수업에 매진하면서 별 고민 없이 저는 교실의 리더로 군림하여 지식의 칼과 활을 아이들에게 마구마구 던지고 쏘아댔던 것 같습니다.아이들에게 잠재된 역량이 자라날 새 없이 지식을 쏟아 붓고 그것을 연결하고 활용하여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오로지 너희의 문제라고 폭력을 가해온 건 아닌지.. 알면서도 시도하지 못한, 아니 시도만 할 뿐 그 방향으로 가다가 한계만 느끼고 매번 돌아서던 저를 다시 한 번 반성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
그리고 아이들의 역량에 집중하고 이것이 깨어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천적인 활동들을 수업에 많이 끌어들여올 필요가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두 번 째로, 이진봉 선생님과 서강선선생님의 별에서 온 그것! 그것은 누구꺼? 세션에서는 교사의 엔터테인먼트와 치밀한 사전준비가 역량중심수업을 풍성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일단, 청중을 확 끌어들이는 이진봉 선생님의 목소리와 화법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
그리고 역량 중심수업에서 필요한 요소로서 실천적 활동과 함께 논쟁거리가 있는 주제를 끌어들여야 효과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러한 논쟁을 아이들 주도적으로 만들기 위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사전준비가 무엇보다 돋보이는 수업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을 보고 나니 인문계 학생들과의 지구과학 수업도 매우 기대가 되고 저도 꼭 이 수업을 시도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또한 요즘 연구년을 지내면서 역량기반 수업에 부쩍 관심이 생긴 저에겐 이진봉 선생님과 서강선 선생님의 세션을 통해 핵심역량요소, 역량기반 교육과정 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세 번 째, 박성은 선생님의 Make solar engine 세션에서는 아이들이 상상할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과서에 있는 신재생에너지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스털링엔진이나 바이메탈엔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또다른 새로운 시스템의 엔진이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상상의 힘을 길러주지 않고서는 안되겠지요.
어떻게든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그것을 발전시켜 표현하고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상상의 힘을 키워줄 수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며칠 전부터 저도 언젠가 추천 받았던 '생각의 탄생'이란 책을 집어들고 제 생각의 과정에 집중해보고 있답니다.
그리고 조규동 선생님의 천체 관측을 이용한 위도와 경도의 측정 세션이 마지막 참여 세션이었네요.
일단 저는 어린 시절부터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의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으로 출발해 지금까지 천문 영역에 비교적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업에서 생각을 잠시 뒤집어 보았습니다. 망망대해에 무시무시한 파도가 휘몰아치는 영상으로 수업을 열어주신 조규동 선생님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천체는 그 자체로도 탐구의 대상일 수 있지만 현대 과학의 힘이 없이 항해를 해야 했던 과거 항해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자신들의 위치와 시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지표이고 최선의 수단이었겠지요. 그러한 문제 상황에서 수업을 출발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수업을 만들어가실 수 있는 건 조규동 선생님의 남다른 다양한 경험과 경력들(?)이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이제 저도 생각의 도구들을 정비하고 가다듬어서 제 생각부터 조금씩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겠습니다.
세션이 겹친 까닭에 직접 가서 뵙고 듣지 못했지만 손익형 선생님, 최병철선생님, 오병현 선생님, 최윤옥 선생님 수업도 언제가 기회가 다시 생기면 꼭 들어보고 싶네요.
좋은 세미나 열어주시고 열심히 강의해 주신 여러 선생님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언젠간 나도 무엇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구나===>내가 나눌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일케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