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심사평과 당선소감>
제268회 아동문예문학상 심사
자연 속에서 체험한 개성적이고 재미난 동시
김진광 • 박종현
제268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
다시 시작이다
김영채
제268회 아동문예문학상 심사
자연 속에서 체험한 개성적이고 재미난 동시
김진광 • 박종현
이번 아동문예문학상 당선자는 오래 전에 일반문학잡지에서 동시 신인상을 수상한 사람이지만, 그 동안 작품 쓰기에서 게으르고 발표도 거의 하지 않았다. 추천인과 같은 지역 바닷가에서 찻집을 운영하여 그곳에서 이따금 문학 얘기를 나누는데, 동시집을 내겠다며 아동문학 전문잡지에 다시 등단을 하겠다하여, 아동문예 발행인께 의논하여 어렵게 허락을 받아 필자가 그 짐을 지게 되었다. 사실 나도 소년지로 추천을 받고 다시 월간문학에 당선된 바 있어, 하지 말라고 만류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결정하게 되었다.
보내온 12편의 작품이 모두 어느 정도의 작품 수준을 지니고, 제목과 형식이 개성적이며 , 재미난 작품이었는데, 그 중 5편을 골라 당선작으로 선보인다.
「봄꽃의 출석부」는 봄바람 선생님이 학생인 봄에 피는 꽃의 이름을 출석을 부르는 대화체 형식을 빌어서 쓴, ‘기존 동시형태 벗어나기 동시’라고 할 수 있겠다. 꽃이 피는 순서대로 출석부가 작성된 것 같고, 좀 늦게 피는 민들레가 지각한 것이 재미있다.
「뭐 줄까?」는 형식상, 내용상 대조법을 사용하여 성공한 동시이다. <바다는/ 대형 냉장고>라는 먹을 것을 꺼내고 넣는 재미난 비유를 통하여, 바다의 생물을 소개하며, 의인화된 파도가 ‘뭐 줄까’ 하고 묻는다. <뒷산은/ 대형 냉장고>라는 은유를 통해 역시 산에 사는 우리들이 먹을 수 있는 생물을 소개하며, 풀들이 ‘뭐 줄까’ 하고 묻는 내용의 대화체 동시다.
「살았다니까」는 시장모퉁이에서 문어를 팔고 있는 아줌마의 삶의 한 부분을 그린 동시로, 문어 파는 아줌마와 소비자들과 문어의 아이러니한 광경을 시청각적 이미지를 통하여 생생하게 그린 재미난 동시이다. 특히<문어보다 더 싱싱한/ 생선장수 아줌마가/ 문어를 철썩철썩 때린다// 잠든 문어를 온종일 아줌마가 살린다>는 끝부분이 아이러니 하고 재미와 문학성을 더해준다.
「입안에서 돌돌돌 」은 시인의 고향인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고향에서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동시로 형상화한 ‘기존 동시형태 벗어나기 동시’라고 할 수 있다. 삼산리 냇물에는 고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고기잡이 놀이를 지역의 이름(창동, 송천, 횟골, 두릉동, 며재, 가마소, 장내, 퇴곡)을 넣어 만든 재미난 노래를 소개하고, 거기에 이따금 노랫말이 생각나는 것을 아이들의 두더지 놀이에 비유한 부분<두더지 놀이처럼 이따금/ 튀어 나오는 말// 불쑥불쑥/ 불쑥불쑥 >이 재미나며 참신성이 돋보이는 동시이다.
「배나들이」는 시인이 찻집을 운영하는, 삼척해수욕장(후진해수욕장) 옆에 있는 작은 후진(일명 배나들이)이며, 작은 포구가 있어 배가 드나든다. <강아지 두 마리/ 길고양이 여덟 마리>는 김영채 시인이 집에서 키우는 집짐승들이다. 그 조그마한 동네에도 <고깃배가 드나들고/ 갈매기가 드나들고// 우리들도/ 들락날락> 배나들이에서 <우리들도 들락날락>하는 끝부분이 이 동시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이번 아동문학전문지 아동문예문학상 당선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그쳐서, 동시 쓰기에 매진하여 동시의 꽃을 활짝 피워, 좋은 동시를 많이 발표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진과 발전을 빈다. <글 김진광>
제268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
봄꽃의 출석부 (외 4편)
김영채
여러분!새로 담임을 맡게 된 봄바람입니다 이름을 불러보겠어요
1번 매화꽃 2번 산수유꽃 3번 목련꽃 4번 개나리꽃 5번 살구꽃 6번 진달래꽃 7번 복숭아꽃 8번 제비꽃 제비꽃은 잘 안보이니 고개 좀 들어봐요 9번 벚꽃 10번 민들레꽃민들레꽃은 아직 안 왔나요?
선생님! 여기요 여기 필까말까 망설이다 좀 늦었습니다 그래요! 서로 인사 하세요 사이좋게 어울려 활짝 피워봅시다
뭐 줄까?
바다는 대형 냉장고
멍게 문어 조개 미역 해삼 고등어 꽃게 오징어 잔뜩 들었다
파도가 손짓 한다 미역 줄까? 조개 줄까? 꽃게 줄까?
뒷산은 대형 냉장고 머루 다래 산딸기 고사리잣 밤 도토리 호두잔뜩 들었다
풀꽃이 손짓 한다나물 줄까?열매 줄까?버섯 줄까?
입안에서 돌돌돌
창동에서 창을 가지고송천에서 송어 잡아서횟골에서 회 쳐 먹고두릉동에서 두드러기 올라며재가서 묘자리 보고가마소에서 가마 가져와장내 가서 장사지내고퇴곡 가서 침 퇴퇴했다는 말누구에게 들었는지
두더지 놀이처럼 이따금튀어 나오는 말
불쑥불쑥불쑥불쑥
살았다니까
시장모퉁이고무다라에 누운 문어
손님들 살 듯 말듯구경할 때 마다
"살았다니까!""싱싱하다니까!"
문어보다 더 싱싱한생선장수 아줌마가문어를 철썩철썩 때린다
잠든 문어를 온종일 아줌마가 살린다
배나들이
배가 드나드는 곳이라고이름 붙여진 우리 동네 아이들 둘 어른 여덟꼬부랑 할머니 하나
강아지 두 마리 길고양이 여덟 마리 이 조그마한 바닷가 동네에도
고깃배가 드나들고갈매기가 드나들고
우리들도 들락날락
<당선작품 외 작품들>
6. 시합
바다와 뒷산이 시합을 한다.
바다가 갈매기를 날렸다 뒷산이 산새를 날렸다 바다가 파도를 높이뛰기 시켰다 뒷산이 나뭇잎을 곤두박질 시켰다 바다가 조개를 꺼내놓았다 뒷산이 산딸기를 내밀었다 바다가 미역 손을 펄럭거렸다 뒷산이 풀잎 손을 흔들었다 바다가 물이랑을 일으키자 뒷산이 옹달샘을 퍼 올렸다 바다가 파도소리를 높이자 뒷산이 메아리를 울렸다 바다가 등댓불을 밝히자 뒷산이 반딧불을 켜들었다 바다와 뒷산 누가 이길까?
7. 봄눈
봄이 오나 했더니 봄눈이 오네
작은 포구로 통통배가 들어 왔나봐
펄쩍펄쩍 뛰는 숭어들
하얀 눈 소금 솔솔 뿌려 주려고
8. 은행나무
여름 내내 은행나무 열심히 일했다
여름 한 철 매미한테 민박도 치고
은행알도 토실토실 키워 팔더니
저기 좀 봐 새 옷 입는다
여름 내내 일해서 번 돈으로 노오란 새 옷 사서 입는다
9.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나무
동글동글 빨강단추 달았다
해님이 익힌 빨강단추
그 단추 똑 떼어한입에 꿀꺽!
칠칠맞은 마음 옷에 단추 달았다
10. 바닷가에서
겨울바다를 찾았더니 파도가 말을 걸어오네
오랜만에 나 같은 아이 보니 참 반가웠나봐!
선물을 주고 싶다 하네 전복껍질 소라 삿갓조개 모시조개
마음에 드는 거 골라가지고 조개목걸이 하라 하네
이따금 놀러와 친구하자 하네
11. 도시락이야기
책보자기 메고 학교 가는 길 징검다리 건너건너 꼬불꼬불 십 여리
할머니가 챙겨준 아빠의 양은 도시락 어쩌다 싸 가는 점심이기에 콧노래 흥얼흥얼 발걸음도 가볍다
올막졸막 아이들 모여 앉아 밥 먹을 때 -야! 넌 밥보다 감자가 더 많네
도시락 먹지도 못하고 닫지도 못하고 밥알만 돌돌 입안에 맴돌았다
12. 버들강아지
시냇가에버들강아지 아직은 춥다고털옷을 입고 아직은 춥다고털모자를 쓰고
저런! 저런!
봄이 오다가
다시 돌아서겠네
제268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소감)
다시 시작이다
김영채
책보자기 메고 학교 가는 길
징검다리 건너건너 꼬불꼬불 십 여리
할머니가 챙겨준 아빠의 양은 도시락
어쩌다 싸 가는 점심이기에
콧노래 흥얼흥얼 발걸음도 가볍다
올막졸막 아이들
모여 앉아 밥 먹을 때
-야! 넌 밥보다 감자가 더 많네
도시락 먹지도 못하고 닫지도 못하고
밥알만 돌돌 입안에 맴돌았다
- 「도시락 이야기」전문
태어나면서부터 산과 시냇가, 들판에서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살았다. 이원수 선생님의「고향의 봄」노래처럼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었다. 위의 도시락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다. 쌀이 귀해 보리밥, 감자밥을 먹으며 그것도 부족해 어쩌다 싸가는 도시락이었다.
초등 2학년 때 구하기도 힘든 어린이 신문을 우연히 보고, 그 신문에 실린 시를 하나 베껴서 글짓기 숙제로 제출했다. 들킬까봐 조마조마 가슴 조였는데, 선생님께서 잘 썼다고 칭찬 받았던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의 시초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 사는 집도 문 앞에 있는 작은 포구가 보이는 바다가 있고, 집 뒤에 바로 작은 산이 있는 시골이라서 자연과 어울려 살고 있다. 자연 속에서 자란 것도, 자연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내 시심의 자양분이며 자연은 내 마음의 가장 큰 보물 상자이다. 그래서 내 동시는 자연을 소재로 하여 쓴 작품이 대부분이다.
나는 캣맘이다. 길고양이들을 돌본지 9년이나 된다. 그 동안 점점 고양이들의 비참한 삶이 가여워서 밥을 주러 고양이들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몇 마리는 집에서 키우고, 입양 보내고, 중성화수술까지 하면서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빠져 들면서 시 쓰기는 조금씩 멀어져갔다.
종합잡지를 통해 등단을 했지만, 조금씩 시 쓰기에 게을러지고 바쁘게 살다보니 마음만 가득했지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기에 글을 쓰기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길고양이 밥 주는 것처럼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동시도 열심히 쓰고 사랑해야지.
등댓불처럼 내 동시의 길잡이가 되어주신 권오삼 선생님, 가까이서 늘 챙겨주시고 시심을 다독여주신 김진광 선생님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