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석 없이 모터를 만든다. 무자석 모터 개발
독일의 자동차 부품 기업 말레(Mahle)가 자석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이 높은 EV용 전기모터를 개발했다. 희토류 수급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연 기관만큼이나 모터의 기본 구조와 작동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자기장 속에 전류가 흐르는 물질을 넣었을 때, 특정 힘의 방향에 따라 도체는 회전한다. 플래밍의 왼손 법칙이 바로 전기모터의 회전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것이 전기차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모터가 작동하는 원리이다. 그렇다면 힘을 보내는 물질이 필요한데, 배터리에서 보낸 전기가 흐르는 물질이 바로 모터 내에 있는 구리 코일이다. 그리고, 자기장을 형성하는 물질은 다름 아닌 자석이다.
과거에는 모터에 쓰이는 자석들이 주로 철 성분을 띈 영구 자석이었다. 문제는 자기장의 세기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오늘날 스마트폰 내부에 삽입되는 정도로 모터의 크기를 줄이면, 원하는 만큼의 자력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1980년대 접어들면서 새로운 영구 자석이 등장했다. 바로 네오디뮴 자석이다. 네오디뮴 자석은 기존 자석 대비 약 2배 이상의 강한 자성을 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비롯해 더 작으면서도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에도 쓰인다. 이 외에도 우리 일상에서 네오디뮴 자석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는 철 성분 위주의 자석은 과학 수업 중 실습용으로 쓰이는 자석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오디뮴 자석의 단점 중 하나는 고열이 발생했을 때 성능 저하가 일어난다.
오늘날 전기차가 이처럼 급속도로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도 네오디뮴 자석 덕분에 모터의 크기 혹은 출력을 대폭 개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네오디뮴 자석에 쓰이는 희토류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이 희토류의 해외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마디로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전 세계 희토류 자석의 원료 중 약 97%를 중국이 공급한다는 점이다. 네오디뮴 자석의 개발 이후, 과학자들은 이를 대체할 더 작고 강력하며, 저렴하기까지 한 자석을 개발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렇게 중국이 각종 희귀금속이나 희토류에 대한 공급 통제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의 가격이 기대만큼 내려가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자동차 기술 및 부품 개발 기업, 말레(Mahle)가 희토류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새로운 모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말레(Mahle)의 이야기에 따르면, 개발한 모터에는 아예 자석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와 같은 개념의 모터는 니콜라 테슬라가 이미 정립, 개발해두었다. 유도 전동기라 불리는 이 모터 방식은 자석 대신 전류가 흐를 수 있는 고정자를 두고, 전류를 흘려보내 자기장을 생성한다. 이때 회전자가 자기장에 영향을 받으면, 기전력이 유도되며, 둘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회전하는 힘이 발생한다. 쉽게 설명해 기존에는 영구자석으로 모터를 감싸 자기장을 영구적으로 생성했다면, 이 방식은 영구자석을 전자석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 방식은 장점이 많다. 구동 원리가 간단해서 우선 내구성이 무척 뛰어나다. 무엇보다 열 발생에 대한 효율 저하가 적다. 단점도 있다. 고정자와 회전자 사이에 전류가 계속 흐르기 때문에 발열이 심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렇게 발생한 열을 수거해 히터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몇 가지 단점이 존재하나 그럼에도 말레(Mahle)는 유도 전동기가 가진 단점들을 보완한 무자석 모터의 개발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말레(Mahle)는 새롭게 개발한 무자석 모터에 두 가지 강점을 자랑했다. 먼저 희토류 수급 불안정성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점이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현재 영구자석에 쓰이는 희토류는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하는데, 무자석 모터라면 희토류 공급 압박으로부터 자유롭다. 또한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매우 뛰어난 효율을 보인다는 것이다. 흔히 전기차에 쓰이는 모터의 경우, 70-95% 정도의 효율을 갖고 있다. 달리 말해 100%의 전력을 공급하면, 최대 95%의 출력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출력 손실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말레(Mahle)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95% 이상의 효율을 보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96%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존 대비 주행거리가 소폭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말레(Mahle)는 개발한 무자석 모터는 일반 승용 전기차는 물론 대형화를 통해 상용차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양산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힌 말레는 새로운 전기모터의 개발이 완성되면, 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효율을 지닌 모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 기술이 완성된다면, 배터리뿐만 아니라 모터에서도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어쩌면 말레의 진보된 모터 기술은 더 나은 전기차 기술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 희토류 대체할 철(Fe) 기반 영구 자석 개발 성공
● 울산대학교 홍순철 교수팀, 철(Fe) 기반 영구 자석 소재 개발
울산대학교 홍순철 물리학과 교수와 제자인 인천대학교 엇후 도르지 물리학과 교수가 지구상에 매장량이 풍부한 철(Fe)을 기반으로 한 영구 자석 소재 개발 방향을 이론적으로 제시했다고 2021년 04월 25일 밝혔다. 철. 니켈. 질소의 화합물이 희토류 보다 값은 싸면서 효율이 높은 자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희토류 원소를 대신할 비희토류 영구자석 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홍순철 교수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매장량이 풍부한 비희토류인 철에 니켈을 혼합한 재료로 희토류 네오디뮴(Nd) 영구자석 못지않은 고성능 영구자석 소재를 제시해냈다. 희토류 영구 자석은 580도 정도에서 자석의 성능이 떨어졌지만, 새 모델은 720도까지 성능이 유지됐다.
연구팀이 디자인한 영구자석 재료는 고온에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 앞으로 상용화될 전기자동차 모터와 풍력발전기 등 관련 분야 산업에 크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최철진 박사는 “자석은 고온에서 성능이 떨어짐으로써 정상적인 작동이 될 수 없는데, 이번에 발견한 비희토류 기반 자석은 섭씨 447도 이상에서도 견딜 수 있어서 우수한 성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모두 만족하는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야금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악타 머티어리얼리아(Acta Materialia) 2021년 04월 01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초일류 소재 강국 실현을 위해 추진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과제로 진행됐다.
● 한국재료연구원, 최철진 박사팀, 나노 분말 이용 영구 자석 개발
한국재료연구원에서 영구자석을 연구하는 최철진 박사팀은 오랜 노력 끝에 나노 분말이 자성을 띄게 하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했다. 최철진 박사팀이 개발한 공정은 세계 최초로 나노 분말을 이용해 자성 특성을 나타내는 구조를 100% 수준으로 개발하여 학계의 반향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영구 자석이 산업계에서 상용화되기 위해선 고온에서도 자성 특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개발한 자성은 현재 산업계에 쓰이는 희토류계 영구 자석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도 자성 특성을 갖는다고 한다. 연구팀에서 개발한 영구 자석은 기존 세계에 없는 소재를 활용하여 개발했다. 제4의 자석을 개발했다. 희토류를 대체 가능한 영구 자석을 개발한 것이다.
★ 기존 희토류는 열과 전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휴대폰 등 전자통신기기, 자동차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필수 재료이다. 하지만, 매장량이 적고, 세계 소비량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중국이 수출량을 줄이면서 국제 자원 분쟁이 되고 있다. 자석 소재인 희토류는 98%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최근 수출 규제하며 자원을 무기에 사용하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비희토류계 영구 자석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