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탠리 크레이머
출연: 그레고리 펙, 에바 가드너, 프레드 아스테어, 안소니 퍼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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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핵전쟁이 끝난 이후의 호주, 세계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고, 그속에서도 인간의 애증과 갈등의 관계들은 여전하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바로 어딘가에서 발신되는 모르스 신호를 추적해 가는 미해군 잠수함 승무원들의 모습이다. 그 신호는 분명히 방사능으로 전멸해버린 도시에서 나오고 있다. 혹시 그곳에 생존자가 있어서 그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면, 인류의 생존가능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마지막 기대를 가지고 그들은 출항한다. 방사능을 피해서 잠수 상태로 항해하여 육중한 보호복을 입고서 그들이 도달한 곳에는 사람의 흔적은 없고 모르스 발신기에 무언가가 걸려서 바람에 흔들리며 불규칙적인 신호를 내고 있었다. 텅빈 대도시에서 느껴지는 그 엄청난 무게의 절망감. 그 이상의 메시지가 어디 있을까? 라스트 씬은 어떤가? 잠수함의 승무원들은 모여서 논란을 벌인 끝에 결정을 내린다. 어차피 죽을거라면, 사랑하는 가족들이 숨진 고향에 가서 죽겠노라고. 그 '고향'을 향해 잠수함은 출항을 한다.
무거운 주제의 SF 명작. 서기 1964년에 핵전쟁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멸망하고 오로지 호주만이 온전하게 살아남는다. 그러나 호주에도 죽음의 방사능 바람이 점점 밀려들고 있었다. 홀로 남은 잠수함의 선장과 선원들은 캘리포니아에서 발신되는 구조전파신호를 포착하고 생존자를 발견하는 희망에 차서 찾아가보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손잡이가 전신기 키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할 뿐이다.
미해군 잠수함 함장역의 그레고리 펙을 위시하여 전 연기진의 호연이 작품을 돋보이게 해주고 있으며, 특히 처자식은 모두 죽고 자신만이 살아남은데 대한 심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중년 사나이로 나온 뮤지칼과 댄스 무비의 왕자 프레드 아스테어는, 처음으로 춤과 노래를 전혀하지않는 역할을 맡아 명연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도 뛰어난 연기자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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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국내 개봉제목)
원제 : On the Beach
원작 : 네빌 슈트
제작 감독 스탠리 크레이머
음악 : 어네스트 골드
출연 : 그레고리 펙, 에바 가드너, 프레드 아스테어
안소니 퍼킨즈, 도나 앤더슨
지구의 멸망이나 참사를 소재로 했던 영화들은 예로부터 무수히 만들어져 왔습니다.
주로 지구멸망의 원인은 '핵전쟁'이나 '환경오염' '외계인의 침입'등이 자주 나오는
소재입니다. 리처드 매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는 세균전으로 멸망한 지구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1명 남아서 흡혈귀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3번이나 영화화
되었고, 혹성탈출 시리즈도 지구 멸망을 다룬 유명한 영화였으며, 딤 임팩트나
아마게돈 같은 작품들은 지구 멸망의 위기를 극적으로 넘기는 영화들입니다.
최근에 개봉된 애니메이션 '더 월'같은 영화는 환경오염,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기계들의 반란, 레지던트 이블은 좀비들의 습격에 의해서 멸망하는 지구를 다룬
영화들입니다.
이렇듯 지구멸망을 다룬 암울한 영화들은 꾸준히 만들어져 왔는데 이러한 소재의
영화들이 제작된 것은 실제 지구가 망하기를 바래서가 아니라 '냉전시대의 핵전쟁의
위험'이나 '환경오염으로 죽어가는 지구'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인류의 평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일 것입니다.
1959년 작품인 '그날이 오면(On the Beach)'는 영국출신의 작가 네빌 슈트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미,소의 핵전쟁으로 인하여 방사능에 오염된
지구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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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에 있었던 관계로 방사능의 습격을 피할 수 있었던
미 해군, 그들은 호주에 정착하여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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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 제니퍼,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안소니 퍼킨즈, 하지만 방사능이
점점 다가오는 현실속에 과연 이 행복은 얼마나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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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퍼킨즈(왼쪽)와 그레고리 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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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을 무시한 인류를 질타하는 프레드 아스테어(오른쪽)
이 영화에서는 과학자 역을 연기하였다.
레이다에 비친 그림자를 적의 기습공격으로 오인하여 벌어진 미,소간의 핵전쟁,
그로 인하여 지구의 북반구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고,
미국의 거대한 도시는 폐허가 되어 멸망한 국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마침 해저에 잠항해
있던 덕분에 방사능의 위험에서 벗어난 미국 핵잠수함과 해군들, 그들은 아직은 방사능
안전지대인 호주의 멜버른에 정착합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멜버른의 해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안전지대, 하지만 언제 방사능의 위험이 다가올지 모르고....
'그날이 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위험속에서 사랑과 우정과 인간애가 피어나고..
재회의 기약을 할 수 없는 연인, 태어난 아기의 앞날에 대하여 보장할 수 없는 불안,
다가오는 죽음을 고향에서 맞이하기를 바라는 해군들.... 지구의 멸망을 그렇게 한 걸음씩
다가옵니다.
그날이 오면은 다른 지구 참사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황폐한 모습이나
혼란스럽게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나오지 않습니다. 주인공인 그레고리 펙과 에바 가드너
와의 덤덤한 사랑, 아끼는 페라리 자동차를 가지고 카레이싱 대회에 참여하는 숙원을
이룬 프레드 아스테어, 갓난아기인 딸 제니퍼와 함께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살아가면서
죽음의 그늘을 덤덤히 맞이하여야 하는 안소니 퍼킨즈 등 등장인물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형식의 영화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마치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처럼 덤덤히 그리고 조용히 다가오는 방사선의 습격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한 줄기
희망도 가지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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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처리가 유쾌하게 표현된 에바 가드너와
그레고리 펙의 열차역 첫 만남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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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두 아이를 잃은 그레고리 펙과 사랑에
빠지는 에바 가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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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좀 들었지만 이 영화에서도 에바 가드너는
관능미를 과시한다. 에바 가드너의 엉덩이를 밀어 올리는
이 장면을 보고 프레드 아스테어 왈 '마치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 같군'
어쩔 수 없이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 하는 두 쌍의 연인 '그레고리 펙과 에바 가드너'
'안소니 퍼킨즈와 도나 앤더슨' 이들의 애틋한 모습으로 인류멸망의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로 등장한 프레드 아스테어는 핵의 위험에 대한 경고를 무시한 인류의
어리석음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합니다.
북반구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레고리 펙과 안소니 퍼킨즈가 연인과 재회하여 잠시나마
평화로운 삶을 사는 모습은 방사능으로 멸망된 지구의 참사를 잊고 마치 에덴동산을 만난
것 같은 행복하면서도 비장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텅 빈 미국의 도시와 자동차가 없는 빈 대로를 보여주며 멸망된 지구의 황폐함을 나타내는
장면도 간혹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향(미국)을 떠난 사람들이 보여주는 담담한 모습들은
우왕좌왕하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하늘이 내려준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평화로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다가오는 죽음, 그 죽음의 공포와 인류생존의
중요성을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은 요란스런 영상이 아닌 오히려 평화스럽고 행복한 듯한
영상을 이용하여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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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불안감에 혼란스러운 안소니 퍼킨즈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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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가드너와 프레드 아스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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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 탐사를 마치고 호주에 돌아온
그레고리 펙과 뜨겁게 포옹하는 에바 가드너
이 장면은 마치 오염된 지구를 잊고 평화로운 에덴동산을 찾은 것
같은 분위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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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우리는 한 줄기 사랑을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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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동차의 모습이 없이 텅 빈, 황폐한 미국 도시의
모습을 통하여 멸망된 미국을 표현한다.
영화 제작자로 명성을 떨치고 '흑과백' '뉘른베르크의 재판' '초대받지 않은 손님'
'바보들의 배' '산타비토리아의 비밀'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강하고 진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은 이 영화에서는 핵전쟁으로 오염된 지구와 생존자들의
마지막 몇달동안을 보여주면서 역시 강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레고리 펙, 에바 가드너, 안소니 퍼킨즈, 프레드 아스테어 등 4대 스타가 출연하고 있고,
흑백의 영상속에서 잔잔히 보여주는 해변의 배경과 황폐해진 도시 등을 통하여 암울한
소재의 영화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1959년 영화인데 영화속 배경은 몇년 뒤인 1964년
입니다.
1950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지구가 정지된 날'을 비롯하여 50-60년대에 이미 많은
'지구멸망'과 관련된 영화들이 나왔지만 50여년 지난 지금까지 지구는 다행히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구라는 별이 생긴지는 꽤 오래되었고, 역사로 기록된 것만 수천년이 넘는
인류가 생존하는 장소인 지구..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 아닌 인간 스스로 지구를
병들게 하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전쟁들...제발 영화속에서 처럼 '그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ps : 원제인 On the Beach 보다 우리나라 개봉제목인 '그날이 오면'이 영화의 내용을
훨씬 함축하고 있는 더 적당한 제목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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