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합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다시피 필리핀은 카톨릭국가입니다.
거리의 곳곳에서는 성모상을 아주 쉽게 만날 수 있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내에 많은 성당이
있으며(우리나라가 일정 지역내에 성당의수가 제한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전례력에 맞추어 공휴일이 정해질 정도록 필리핀에서 카톨릭을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필리핀 사람들은 모두 묵주기도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또 아니더군요. 이것을 저는 저희 어르신들을 통해 확인하였답니다.
(아침 9시 30분 아침 샤워와 일광욕을 마친 어르신들이 아침기도를 위해 모여계신다)

(매일 오후 3시 30분이 되면 소망의 집 어르신들은 ST. MARTIN HALL에 모여 묵주기도를 바치신다.
오후 간식후 묵주기도를 하기 위해 모인 어르신들,,,)
아침 9시 30분, 오후 3시 30분, 저녁 6시. 이 시간들은 공동기도 혹은 묵주기도를 하는 하루 일과 시간표입니다.
필리핀 꽃동네 소망의집이 생긴 이후로 아침과 저녁기도는 매일 계속되어 오던 것이라
(오후 3시 30분 기도는 지난 9월 중순부터 시작됨)
당연히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묵주기도를 하실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게 아니더군요. 잘 하시는 분만 열심히 하시지, 못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선배 수녀님 말씀에 의하면 삶이 어려워서 기도생활을 못하신 분들이라 기도를 잘 못하신다고 하네요.
게다가 묵주기도를 영어로 하는데 영어를 못하시는 어르신들은 더욱 어려운거죠.
저도 영어로 된 묵주기도 신비 외우느라 힘들었는데 60이 넘으신 어르신들은 완전히 진땀 빼는거죠.
(다른 선배수녀님은 그런 어르신들을 위해 영어묵주기도를 타이핑해서 나눠드리기도 했답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할 줄도 모르고 그저 참여하라고 하니깐 앉아는 있는데 얼마나 졸리우시겠어요.
그래서 기도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조는 어르신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한답니다.
저는 또 그분들 깨우느라 바빠지구요.
그래도 제가 살짝 어르신의 무릎을 치면서 성호경을 그으면,
놀라 깨시던 분들도 화를 내기는커녕 저를 따라 성호경을 그으며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십니다.
뭐 문제는 그대로 또 다시 잠에 빠져든다는 거지만요 ㅎㅎㅎ.
특히 아침기도시간에 이러한 잠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왼쪽에서 세번째 고개를 푸~욱 숙이고 기도 중(?)이신 LOLA 와니따
그 옆에 천식으로 인해 숨이찬 CARITAD할머니가 눈을 감고 숨고르는 중..
오른쪽 첫번째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시는 LOLA MARINA가 가디건을 입은채 잠묵상 준비중)
이런 잠을 확실하게!!! 깨워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LOLA CARIDAD....
천식이 있어서 새벽에도 갑작스런 호흡곤란이 와서
네블라이져를 이용해야 하는 할머니는 천식 때문에 노래도 못하십니다.
더군다나 운동은 꿈도 못 꾸지요.
(그래서 요즈음 별수녀의 고민은 어르신의 복부비만이랍니다)
할머님들 중에 가장 많은 약을 드시는 분이지요.
귀도 잘 안들리셔서 같은 방 할머니에게 핀잔을 듣기도 일쑤이지만
절대 싸우시지 않는 착한 어르신입니다.
목소리도 올마나 조근조근 작게 말씀하시는지.
근데 이러한 분이 어떻게 어르신들을 단번에 깨울까요?
그건 바로 기도를 통해서입니다.
아침기도시간
이 시간에는 묵주기도 후 마이크를 돌려가면서 한분씩 기도를 하는데요,
할머니 차례가 되면 단번에, 모두가 예외 없이 화들짝 잠에서 깨게 됩니다.
어떻게???
80도 각도로 하늘을 바라보며 마이크를 통해 외치는 첫마디 “GOD!!”때문이지요.
바로 그 순간에 다들 깜짝 놀라 잠에서 깨게 됩니다.
게다가 할머니의 기도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아멘”하고 대답을 하게금 만듭니다.
따갈로그어를 이해 못하는 별수녀마져도 말이죠.

(노래부르는 중? NO!!! 할머니는 기도 중..)
그런데 더~욱 희한한 건????
대답하는 다른 사람들의 ‘아멘’소리가 커질수록 할머니의 기도소리도 더욱 커진다는 것입니다.
숨이 차서 오래 걷지도 못해 운동은 꿈도 못 꾸는 분이 말이죠.
비록 기도중간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쉬어야 하더라도
기도 만큼은 락커 못지않게 외치는 할머니의 기도는
잠현상에 빠져 꿈속을 헤매고 있는 어르신들을 깨우는 자명종기도이자,
가수 윤도현이 부른 “해야”처럼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 락기도입니다.
본인의 기도가 끝나면
어김없이 숨을 고르기 위해 눈을 감고 깊은 심호흡을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감히 누가 그러한 할머니의 기도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기도의 신비(?)가 매일매일 일어나는 곳!!
이곳이 바로 필리핀 꽃동네 소망의 집입니다. ^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