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만에 만난 名詩④-연하시인 이신경
물빛 꿰매기
이 신 경
소슬한 찬바람이
산 그림자 밀고 내려와
호수 위에 치마끈을 풀고 있습니다
물안개,
물안개는 흩어지고
서녘의 햇살 물결에 부서져
비단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무명치마 둘러 입고
화전밭 일구시던 우리 어머니
그 매운 삶 어찌 잊고 저 길을 걸어가셨을까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부모 은공
못다 한 불효여식
호숫가에 앉아
회심가를 놓습니다
한 땀 한 땀 치마폭에
그리운 당신의 모습
물빛으로 꿰매고 있습니다.
〈물빛 꿰매기〉는 한편의 사모곡이다
이신경 시인은 호수 위에 시를 쓴다.
끝없는 상념 속으로 독자를 인도하면서 불꽃같은 갈망을 잠재우고 목마른 영혼의 갈증을 씻긴다.
공허한 빛으로 반짝이는 이생의 인연을 영혼의 이름으로 이별을 고하게 하고, 마침내는 자신과 만난다.
회심곡 4음보 1행을 기준으로 한 116행을 7연 18행으로 압축하여 엮어 내놓은 것 같다.
이 서정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창백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삶을 꿰뚫어 보고 있는 선각자, 휴정(1520∽1604, 서산대사) 스님을 만나게 된다.
회심곡은 휴정스님이 조선시대 불교사상에 유교와 노장사상을 기저에 깔고 있다.
해인사의 〈보관 염불문〉에 실려 전해지고 있는 명시다.
휴정 스님은 인간 세상의 격정과 슬픔을 정화시키기 위해 이 시를 쓰셨다.
회심곡은 추락한 충효신행忠孝信行, 탐욕, 정쟁, 애욕, 골육상쟁의 비극을 다스려 수행과 명상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고, 극락왕생을 노래하며 민초들의 아픔과 근심을 달랬다.
시 〈물빛 꿰매기〉에는 연화蓮花 이신경 시인의 인생관과 철학이 녹아 있다.
독자로 하여금 삶에 지친 영혼의 짐을 덜게 해주며 두 눈가에 그윽한 눈물을 고이게 한다.
세상에는 사모곡이 많고 많다.
지구별 75억 어느 누구에게도 한편의 사모곡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뼈에 깊은 서정의 사모곡이 있을까.
호수 위에 치마끈을 풀고 미명의 물안개 열고 저승 가는 길에 비단을
깔아드린 연화는 호숫가에 앉아 회심가를 부르며 한 땀 한 땀 치마폭에 그리운 어머님 모습을 물빛으로 꿰매고 있다.
시인, 필명 연화蓮花, 전남 고흥 출생, 시조시인 이영순 막내딸, 印黙 김형식 시인의 부인, 방송통신대 1회 졸업, 현대문학사조 시 〈고향 빈집〉, 〈말발두리〉, 〈몸짓〉, 〈반시〉, 〈나팔꽃〉으로 등단, 주요 작품으로 〈붓, 난을 치다〉, 〈고개너머 외딴 집〉, 〈아궁이 속에 지핀 사랑〉, 〈조그만 하늘 속에〉, 〈바람의 색깔〉, 〈달맞이〉 등이 있다. 시집 : 《 물빛 꿰매기》, 《짚베옷에 흘린 눈물》 외, 사)한국창작문학상, 시서울 월간 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원, 송파문인협회 회원, 한강문학회 이사, 詩聖 한하운문학회 부이사장, 소우주문인회 동인, 월간문학 평생교육 4년 이수, 사)한국창작문학 부회장, 시가 흐르는 서울 문학상선정위원, 한국비평가협회 이사, 한국문예 편집위원, 불교아동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