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힘들어요.
-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임기를 마치며
김 수 연(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부 누리집일꾼)
지난 2년 전 학교의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학교에 달려갔더니 교감 선생님께서 대뜸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 이었다. 사실 아이를 학교 보낸 4년 내내 학교 일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은 나로서는 난처한 부탁이었다. 그래서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사건이 터졌다. 우리 아이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교무실로 들어오신 것이다.
선생님은 방실방실 웃으시며 “인영이 어머니, 여기 어쩐 일로 오셨어요?” 라고 물으시는 것이다. 내가 머뭇거리는 찰라를 놓치지 않고 교감 선생님은 대뜸 인영이 어머니가 학운위 위원을 맡아 주신다고 했다고 답변하셨다. 아이의 옛담임 선생님은 인영이 어머님이라면 잘하실 거라며 말씀하시는데 더 이상 발을 뺄 수가 없었다. 학교운영위원이 이렇게 되는 것인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첫 회의 전 학부모위원들이 된 분들과 만나보니 투표도 아닌 다들 누군가의 추천으로 학운위 위원이 된 것이었다.
할 수 없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는 잘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나를 참교육학부모회와 인연을 맺게 했다. 이곳에서는 확실한 방향을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예산문제며 학교의 여러 안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나명주 지회장님은 잘 가르쳐 주셨다.
그 가르침대로 하고자 회의 때마다 질문하고 반대도 해보았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회의 전에 나의 의견이 비슷할 것 같은 학부모위원들을 만나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어떤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할지를 논의해 보았다. 하지만 의견이 비슷한 위원들도 마음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어떻게 학교 일에 반대할 수 있냐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혼자만의 쌩쇼를 벌이는 학교운영회의를 몇 번을 거치면서 다른 위원들도 조금씩 질문도 하고 개의를 요청할 정도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미묘한 변화이기는 하지만 이 변화들이 점차 우리 학교를 변화 시키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도 나 혼자 버둥거리고 있는 수준이다. 얼마 전 내년부터 시행 될 전면토요휴무에 대해서 교과부는 무책임하게 개별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결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학교의 설문 조사는 선생님들은 거의 100% 토요휴무를 찬성했다. 하지만 학부모 설문에서는 60%만이 찬성을 한 것이다. 나는 물론 다수결의 원칙도 맞지만 40%라는 숫자도 무시할 수 없기에 토요휴무를 활용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세운 후에 시행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내었다. 지역 특성상 자영업 맞벌이가 많기 때문에 토요휴무를 할 경우 아이들이 그냥 집에서 보호자 없는 시간을 보낼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렇게 되면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토요일에 학원에 보내는 등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부모위원들은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학교가 원하고 교사가 원하는데 굳이 반대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표결 결과 11:1 찬성이 11, 반대는 나 하나였다.
학부모 위원들조차도 우리 아이들이 우선이 아닌 선생님을 눈치 보는데 달라질까라는 회의도 들었다.
제발 달라져야한다. 학교는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중심이 되어서 달라져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2년의 임기도 끝나고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학교운영위원를 그만 두지만 달라지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없음을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한다.
학교 행사 때 매번 몇 십만 원씩 돈을 거두어서 화분을 사서 넣는 것으로 생색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정당한 권리를 내세울 수 있는 학부모가 제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이 되어서 학교를 바로 잡아 나갔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