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치 보지 말고 나를 보거라
2012년 10월 어느 날입니다. 자격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제가 마을지기(교회 소모임의 리더)라는 사명을 받고, 하나님의 은혜를 넘치게 받던 때입니다. 마을 이름도 하나님의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하람마을이라고 지었습니다. 마을 모임 중에는 함께하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늘 예수님 자랑이 넘쳤습니다. 섬기며 나누고 감사하고 찬양하고, 교회를 통해 주신 말씀을 나누며 삶을 다듬어 가던 때였습니다. 한번은 제 마음에 무언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불편하면 기도할 때니, 하나님께 여쭤봤습니다. “하나님, 제가 왜 불편하지요? 무엇이 제 기쁨을 갉아먹고 있는 거지요?”
지난번에 하나님께서 마을모임에 안 오는 지체들에 대한 제 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마을모임에 나오라고 은근히 압박하는 내용의 문자를 지체들에게 보냈는데, 하나님께서는 사람 수에 집착하는 제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셨습니다. 지체들이 많이 와서 내가 돋보이고자 하는 동기도 보여주셨습니다. 초신자 마을지기라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마음을 더 쉽고 선명하게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 불순한 동기와 마음을 회개한 뒤에 저는 마을 모임 참석 인원의 많고 적음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을 모임이 끝나고 마음 한쪽이 계속 불편한 겁니다. 뭘까? 강현종 집사님이 안 나오셔서 불편한 걸까? 예꼬방에서 노는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게 해서 불편했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면 뭔가 소통을 방해하는 환경들 때문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떠올려봤지만 모두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이것이었습니다. 제가 지체들의 기도 제목을 듣고 마무리 기도할 때 버벅거렸기 때문입니다.
한 달쯤 전에 하나님께서는 방언이라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처음엔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내의 설명을 듣고 방언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간절한 마음을 우리 말로는 다 따라갈 수 없어서, 하나님게서 주신 선물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불편했던 바로 그날 마을 모임에서 마무리 기도할 때였습니다. 마무리 기도니 당연히 우리말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입과 말이 생각을 따라오지 못했는지 말이 버벅거리고 또 버벅거렸습니다. 마을 모임은 준비하지만, 기도문까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은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찜찜하게 남은 듯합니다. 그런데 오늘 출장 중에 불편함의 이유를 또 쉽게 보여주셨습니다. 제 어머니와 형들과 누나와 오이코스들을 위해 기도하며 부산에서 문경으로 차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20분쯤 기도했을까요? 인자하신 그분께서 물으셨습니다.
‘네 마음 한구석 찜찜한 것이 무엇 때문인지 아니?’
‘아마도 지난 주일에 제가 한 공동체 기도 때문인 것 같아요’
‘넌 기도를 잘하려고 했는데 말을 잘 못했지?’
‘네’
‘기도할 때 말을 잘 못했는데 왜 찜찜할까?’
‘........’
‘너의 영적 교만함이란다’
‘네?’
‘네가 영적으로 잘났다는 것을 버벅거리지 않는 기도로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
‘알겠니? 영적 교만함! 다른 지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 마음’
‘......네’
‘기도는 무엇으로 하니?’
‘신령과 진정으로요’
‘누구에게 하지?’
‘주님에게요, 하나님에게요’
‘그럼 됐다, 이제 번지르르한 말에 신경 쓰지 말고 나에게 집중하거라’
이렇게 해서 저는 기도할 때도 자유를 얻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주님에게 기도한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사람을 신경 쓰며 기도하려는 교만함의 뿌리를 뽑아낸 것은 참 시원했습니다. 기도할 때도 척하려고 했던 마음이 사라지면 시원합니다.
기자는 마이크를 잡고 생중계를 할 때면 말을 잘 하려고 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있는 것을 그대로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그대로 전하는데, 되도록 간결하고 정확하고 생생하게 전하려고 합니다. 그런 습성 때문에 기도할 때, 뭔가 멋진 단어도 써가면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나온 것 같습니다.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기도하면 시원합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멋진 단어가 아니라 사랑의 마음을 더 부어 주십니다.
2012년 10월 가을 문경새재에서
첫댓글 집사님~
하람마을 그때가 떠오르네요~
힘들었을때 공동체로부터 받은 사랑
잊지 않고 있답니다~^^
돌이키고 돌이키시는 집사님의
순전한 마음과 사랑으로
풍성해지시는 삶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하고
축복합니다.
그때 제가 써놓은 글 보고 정말 웃기기도 하고,
거칠기도 하고, 제 마음이 있는 그대로 보여서 놀라기도 한답니다~
아무 것도 모를 때 마을지기 했으니, 지체들이 힘들어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듭니다^^
그래도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좌충우돌한 시간이었어요. 하나님께서도 재미있으셨을 것 같아요.^^
넉넉한
하나님의 사랑
촉촉하게 받아 누리세요~
가르치든지 배우든지 하겠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