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5번째 수련일지

[카오스]

엄마들의 착각!

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어른들의 착각 일 수도 있겠다.

그림책이 아이들만의 소유물이라는 것을.

사실은 나도 마법 수련을 하기 위해 그림책을 열심히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난번에 왔던 여자 아이 셋이서 일행들을 몰고 왔다.

아마도 같은 학교, 같은 동네에 사는지 엄마들끼리도 잘 아는 것 같았다.

엄마는 둘이 왔는데 함께 온 아이들은 일곱이 왔다.

그리고 엄마와 또 한명의 여자아이 이렇게 오늘 책 읽기를 함께 이들이 11명이었다.

전에 수련시간에 비해 참가자가 많아져서 행복한 문제가 생겼다.

그림책 크기를 인원수와 공간에 맞게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나의 마법으로 이런 것쯤은 대수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인간세계에서 인간처럼 노력을 통해서 수련중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활방식에 맞게 이것을 해결해야했다.

그래서 아이들 엄마들을 불렀다.

내가 마법 수련을 잘 하려면 엄마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도움이라면 언제든지 대환영이라고 말씀하시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다.

그 적극적인 에너지가 나에게는 든든한 힘이 되었다.

그런데 그 적극적인 관심이 나에게 불편을 끼치기 시작했다.

아마 엄마들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아이들을 향해야할 그림이 자꾸 뒤로 젖혀지기 시작했다.

물론 엄마들은 책이 끝나는 페이지에 맞춰서 책장을 넘기시려다가 그러셨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것 외에도 아이들이 보고 있는 그림책 이야기의 그림이 궁금해서

앞으로 힐긋거리다가 책이 자연스럽게 뒤로 기울어지는 듯했다.

그리고 엄마들이 좀 안쓰럽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책읽어주는 곳도 있고, 놀아주는 곳도 있고 그런데 어른들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일들은 그다지 많지가 않은 것 같아서 어른들의 세계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우리 엄마가 열렬하게 좋아하는 책 제목이 생각났다.

“돼지책”

내가 사는 마녀세계는 모계마녀 부족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지만, 인간세계를 너무 멋지게 표현해 놓은 세기의 작품이라며 우리 엄마가 극찬을 했던 책이다.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다.

마녀의 수련시간이 엄마들도 꽤 행복했던 것 같다. 이것은 내가 마법을 부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넘겨짚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생각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인간들의 표현을 유도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 함께 했던 시간들이 어땠는지 느낌을 적어 달라고 했다. 그것을 유도하기 위해서 예쁜 각양각색 모양의 포스트잇을 주며 유혹했더니 인간들은 훌러덩 넘어왔다.

그래서 내가 그들의 생각을 읽은 것이다.

내가 인간세계에서 목숨 걸고 해결해야할 다급한 상황이 아니면 마법을 쓰지 않기 때문에 진짜 속마음까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표현한 대로라면 다들 행복해했던 것 같다. 두 번째 온 걸 보니 그렇고. 또 친구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렇고. 또 예쁜 포스트 잇에 써 논 걸 보니 그런 것 같다. 엄마들은 처음부터 쓴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보다 훨씬 나이 어린 엄마들에게 소리쳤다. 엄마들은 자기는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한테는 열심히 하라고 늘 그런다고...

그런데 이 엄마들은 착한 엄마여서 내 말에 고분고분 자기들의 느낌을 잘 표현해줬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우리 엄마가 인간세계에서는 나를 절대로 108살로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몰매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당부를 간곡히 했으므로 참았다.)

사실 나는 이날 수련이 생각만큼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말이 자꾸 꼬였기 때문이다.

또 말이 꼬인 내력을 살펴보면 전날 거의 밤을 꼴딱샜다.

어떤 그림책을 읽을까 책들을 찾다 보니 너무도 흥미로운 책들이 많아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또 그러다보니 다음날 많이 피곤했다.

그리고 수련이 다 끝난 후에 안 일이지만 입 속 혀에 뾰루지가 나 있어서 발음 잘 되지 않았다.

나의 수련에 비해 열심히 들어준 나의 수련 참가자들에게 고맙다.

그래서 나도 행복한 날이었다.

아이들 엄마

공선미- “소피의 달빛 담요” 따뜻한 소피의 마음이 감동적이었어요.

안은진- “지각대장 존” 다음 주 금요일 또 마술에 걸리고 싶어요.

마녀님의 책 읽는 소리에 마술에 걸렸네요.^^ 심심할 때는 “달려” 볼께요.

남자 아이들

홍석찬- 프래니 책을 읽으면 좋겠다.

봄이 오면 신나게 노는 장면이 재미있다.

정재훈- 봄이 오면, 신나게 노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김종건- 소피의 달빛 담요, 재미있고 웃겨서고 거미 같아서 그리고 봄이 오면 재밌었다.

그리고 “달려”도 재미있고 다 재미있다. 다음에 또 올 것이다.

최문석- 저는 마녀에게 엽기 과학자 프래니를 소개해 주고 싶습니다.

저는 책 읽는 마녀님에게 “나야 고야이야”라는 책을 소개시켜 주고 싶습니다.

여자 아이들

성지후- 재미있었던 책: 얄미운 내동생/ 오즈의 마법사

정인지- 해리스의 커다란 발

이가연- 제일 재미있었던 책 “소피의 달빛 담요” 책먹는 여우(추천하고 싶은 책)

박미소- 재미있던 책: 얄미운 내동생 재미있었다.

때 :  2010년 9월 10일 쇠날 3시 ~4시

곳 :  충주시 금릉동에 있는 "책이 있는 글터 서점" 지하

누구: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 안은진, 공선미/여자 아이들- 성지후, 정인지, 이가연, 박미소/ 남자 아이들- 홍석찬, 김동건, 정재훈, 최문석 /

함께 읽은 책:

1. 숲의 속삭임(요쇼메이 글.그림/정인출판사)

2. 소피의 달빛 담요 (에일린 스피넬리 글/제인 다이어 그림/ 파란자전거)

3. 얄미운 내동생 (이주혜 글,그림/ 노란돼지)

4. 해리스의 커다란 발 (캐서린 레이너 글 그림/ 웅진다책)

5. 달려 (이혜리 지음 /정병규 꾸밈/ 보림)

6. 봄이 오면 (박경진 글 그림/ 길벗어린이)

추신!

수련일지가 길어지지 않게 하라고 우리 엄마가 신신당부했었는데...

넘 길어지면 읽다가 지쳐서 안보게 된다고....

이것도 수련 과정에 하나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 수련일지는 넘 길었다.^^

[카오스 사랑하기]

길어도 다 읽었다~~~ㅋㅋ.....갈수록 사람수가 느는구나~~^^

[카오스]

메일 보냈는데... 받았는지... 야후 주소는 전송이 안되더라. 전화번호도 016에서 바꼈을 것 같은데... 참 내 전화번호도 바꼈다. 010-3714-6332 그리고 읽느라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