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신(神)이 내린 곡률(曲率)
분명히 자연계에서 형성된 아름다움이지만 너무나 경탄스러워
이때만큼은 무신론자들도 순전히 수사학적 수단으로
신(神)의 개념을 빌린다.
<신이 내린 곡선>
곡선이 모이면 곡면이 된다.
신은 곡선(曲線)만 내린 것이 아니라 곡면(曲面)도 설정하였다.
어떤 복잡한 수학적 공식이 적용되었는 지는 모르나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순전히
신이 내린 곡면의 집적(集積), 곡률(曲率)의 포로였다.
나는 이 신비스럽고 경탄할 만한 곡률을 대할 때마다
내가 가진 인내심을 최대한 동원하였다.
찬양은 하되 탐닉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세상은 갈수록 나로 하여금 시험에 들게 하였다.
언뜻 언뜻 비치는 곡률만으로도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그래도 남 모를(?) 수행을 쌓은 덕분이었는지
힘들게나마 평정심은 간신히 유지되었다.
그러나 신은 결코 자비롭지를 아니하였다.
신이 무차별 하사하는 곡률의 스펙트럼은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함이었다.
단 하나의 곡률만으로도
경탄을 주워 담을 어휘가 딸리는 판국인데
끝없이 펼쳐지는 다양함이라니!
게다가 이제 레깅스라는 신소재로 무장한 곡률들이
융단 폭격을 퍼붓는 시대를 맞이하였다.
내가 피신할 방공호의 도덕적 뼈대는 과연
이 고혹적인 폭격을 언제까지 견뎌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