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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졸업을 한 윤주는 이제 마음이 하늘을 붕 떠다니는 것만 같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도 자신의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온
세상의 행복이 자신만을 위해 존재를 하는 것만 같다.
다행히 아버지는 졸업식이 끝나는 주말에 맞추어 시간을 낸다.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 날짜를 정하고 나니 장소를 알아보아야 했다.
김현태 역시 상견례 장소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지금까지 그런 곳엘 가보지 못한 현태였다.
현태는 시간을 내어 형님 댁으로 간다.
아무래도 형수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현태의 형수 서난정은 그런 시동생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그런 문제를 자신에게 상의를 해 주는 시동생의 마음이 고마웠다.
“도련님!
내가 아는 친구네가 한식집을 하는데 장소도 조용하고 분위기도 괜찮으니 그곳으로 알아볼게요.“
“한식이면 어른들 모시기도 좋습니다.
이런 일로 형수님을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도련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네요.“
”고맙습니다.“
현태는 진심으로 형수님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언제 보아도 조용하고 부지런한 형수님이다.
과수원이 한창 바쁠 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과수원에 내려가 부모님의 일손을 거들어 드리면서 집안의 맏이로서의 몫을 조용하게 해 내는 성품이었다.
“형수님!
앞으로 그 사람을 많이 도와주시고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도련님!
저는 도련님을 믿어요.
도련님이 선택하신 사람인데 잘 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형수님!
집을 구해야 하는데 어디다 구했으면 좋을지요?“
“그것은 제 의견보다는 동서될 사람의 의견이 중요하겠지요.
또한 도련님 가게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이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 친정 가까운 쪽을 바라고 있지만 그것이 괜찮을까요?“
“아마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고 나서 친정 부모님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잘못하면 장모님의 지나친 간섭이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것은 도련님이 잘 하시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도련님!
이것은 제 생각입니다만 아무래도 나이 차이도 있고 또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입니다만 잘 다독거리고 마음을 많이 써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겠지요.”
“지금 한창 놀기 좋아하는 나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집안에서 살림에 전념하기 보다는 친구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그런 나이인 것 같아 조금은 걱정스러워집니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허나, 마음이 순수하고 꾸밈이 없는 사람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다보면 철이 들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겠지요.
그때까지는 도련님이 잘 리드해 나가셔야 합니다.
처음부터 원하는 것을 모두 다 해주지 마시고 어느 정도의 선에서는 제제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장모님께도 살림을 잘 가르쳐 주시도록 장모님과 더 친해지시고 장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언제든지 형수님의 도움이 필요할 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서난정은 그런 시동생이 조금은 불안해 보인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자아이와 결혼을 한다는 시동생의 마음을 모두 이해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서난정은 남편인 현빈과 같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뜨거운 사랑을 했다.
그들은 같은 학번이었고 남편인 현빈은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성실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현빈은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아직도 서로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있었다.
이미 아이가 둘이나 있는 그들의 가정은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서난정은 맏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려고 노력을 한다.
아직은 두 아이가 모두 어리기 때문에 바쁜 농번기가 되면 시댁으로 내려가 시부모님의 일손을 거들어 드리는 것이 서난정이 할 수 있는 부모님에 대한 효도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현빈은 가족이 없는 집에 홀로 남아 출근을 한다.
허지만 현빈의 마음은 마냥 행복한 것이다.
아내의 마음 씀에 고맙고 그런 가족이 있어 행복한 현빈이다.
현태는 그런 형수를 좋아하고 있었다.
조용한 성품에 자신의 할 일을 해 내고 있는 형수의 노력에 항상 고마운 마음과 형수를 믿는 마음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양가의 상견례가 이루어진다.
하옥선은 곱게 한복으로 차려 입는다.
옷을 별로 해 입지 않은 하옥선은 몇 년 전에 시댁 큰조카 며느리를 볼 때 예단으로 들어와 해 입었던 한복을 꺼내어 손질을 해서 입은 것이다.
외출할 일이 별로 없는 하옥선은 마땅한 옷이 없었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는 한복이 더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에 한복을 손질해 입고 보니 한복에 잘 어울리는 하옥선의 모습은 한결 젊어 보이고 기품이 있어 보인다.
하옥선은 한복을 입다 예단에 대한 것이 생각이 나는 것이다.
그쪽 가족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 예단을 어떻게 해서 보내야 하는지 아직 아무런 경험도 없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일이었다.
아직은 먼 훗날의 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코앞에 닥친 일이라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거워진다.
아직은 자식을 결혼시키려는 생각을 하지 않아 준비된 것도 없다.
그렇다고 빈 몸으로 내 쫒듯이 보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밉든 곱든 부모로서 최대한의 도리를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에효, 벌써 무슨 결혼을 한다고 그러는 것인지......”
옷을 입다 말고 큰 한숨을 내 쉰다.
“아직도 마음이 무겁소?”
아내의 한숨소리를 듣고 장덕환이 묻는다.
“무엇으로 어떻게 해 보내야 할지 앞이 캄캄해요.”
“그럴 것이 뭐가 있소?
그저 우리 형편대로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요즘 딸들 결혼을 시키려면 얼마나 들어야 하는 것인지.........“
”너무 그렇게 남을 의식할 필요가 어디 있소?
우리 형편에 맞게 해서 보내면 될 일이지.“
“............................”
“어서 갑시다.
그러다 늦으면 괜히 실례를 범하는 것이 아니겠소?“
장덕환은 아내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본다.
갑작스러운 딸의 결혼에 잠을 잘 자지도 못하고 근심에 쌓여 있는 아내의 얼굴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어차피 언젠가는 한 번을 겪고 넘어갈 일이었다.
“엄마!
지금 출발해야만 해요.“
경괘한 윤주의 음성이다.
“그래, 지금 나간다.”
장덕환은 방문을 열고 나선다.
윤주의 모습을 보던 장덕환은 다시 새삼스럽다는 듯이 윤주를 바라본다.
“와!
우리 윤주가 맞나?
언제 이렇게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지?“
윤주는 분홍빛 도는 미니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고도 눈부시게 화사한 모습이다.
“아빠, 나 정말 예뻐요?”
“그래!
아빠 딸이지만 정말 너무 아름답다.“
“아름답기만 하면 뭘 해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철부지인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하옥선의 음성은 착 가라앉아 있었다.
“네 엄마가 아직도 마음이 불안한 모양이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잘 하고 살 수 있어요.“
그러나 하옥선은 먼저 현관을 나선다.
다행히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을 한다.
약속장소 입구에서 김현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가 늦지 않았겠지?”
“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부모님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김현태는 그들을 안내한다.
하옥선은 등에서 땀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눈다.
강숙희는 윤주 엄마의 단아하고 고운 모습에 감탄을 한다.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는 자신과는 달리 곱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또한 아직은 젊은 사돈의 모습이 참으로 곱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니 윤주가 어머니를 닮아서 곱고 아름답군요.”
현태의 아버지 역시 안사돈의 젊고 고운 모습을 칭송한다.
“별 말씀을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철부지를 자식으로 받아주신 다니 무엇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덕환은 김현태의 부모가 의젓하시고 품위가 있는 사람들임을 본다.
자신들과는 달리 인생의 연륜이 풍겨 나오면서도 따뜻하고 후덕한 모습이 보여지는 것에 안심을 하는 것이다.
음식은 미리 예약을 했는지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음식이 나온다.
서로의 덕담을 주고받고 나서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이었다.
“음식이 식기 전에 우선 드시지요.
이야기는 음식을 먹고 나서 천천히 하십시다.“
현태 아버지의 말에 모두들 음식을 먹는다.
하옥선은 음식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자신이 벌써 딸을 결혼을 시켜야 할 나이라는 것도 믿을 수가 없고 마치 이것이 무슨 꿈을 꾸고 있지나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윤주는 마냥 기쁘기만 하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후식으로 차와 과일이 앞에 놓여진다.
“사부인께서 참으로 곱습니다.”
강숙희는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말을 한다.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하옥선의 모습이 조금은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실은 이렇게 만나 뵙게 되기는 하였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를 결혼을 시킨다는 것이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모르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요.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느라 어디 밥이나 한 번 해 보았겠습니까?
그러나 차츰 배워가면서 살면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너그럽게 이해를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막상 딸을 결혼을 시킨다고 생각하니 그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저 자신부터 생각이 막막합니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을 해 왔던 일이라서요.“
”그러시겠지요.
그러나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십시오.
그저 저 아이들 덮을 이부자리만 해서 보내십시오.
혼수니 예단이니 그런 것들은 아예 생각하지도 마시고요.
지금 무슨 준비가 되어 있으시겠습니까?“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허나, 부모로서의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부인!
우리 다른 것은 모두 접어둡시다.
아직도 다른 자식들 공부를 시키시려면 한참을 더 힘드실 때인데 혼수다 예단이다 하는 것들을 생각지 마시고 남들이 하는 것처럼 결혼식만 올려주고 잘 살아가도록 마음으로 기원을 드립시다.“
하옥선은 강숙희의 따뜻한 마음에 안도의 숨을 내 쉰다.
“이렇게 사랑해 주시니 그저 고맙다는 말 뿐이 할 말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가르친 것이 없는 부족한 자식을 맡기게 되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하옥선은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래도 이처럼 따뜻하시고 정다우신 분들이라 다행스러운 것이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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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즐감
향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