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파산을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법원에 파산 사건이 밀려 있어서 면책될 때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답니다. 그런데 최근 국민임대아파트 분양 공고가 났습니다. 지금 청약하여 혹시 1달 뒤에 당첨되면 파산, 면책에 불리한 점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파트 분양권도 재산이니까 이것을 처분해서 채권단에 나누어주게 되나요. 입주일은 1년 뒤이고, 보증금은 1250만원에 월세 16만원인데, 계약금 250만원은 마련할 수 있을 것 같고, 1년 열심히 모으면 나머지 보증금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00(46세)
A. 주저하지 말고 신청하십시요.
국민임대아파트는 주택이 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하여 싼 값에 공급되도록 각종의 공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파산을 신청한 가난한 채무자들이라면 많은 경우 이 제도의 수혜자 범위에 들 것입니다. 그런데 파산을 신청한 것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유가 된다면, 가난한 사람의 구제라는 정책 목표는 허울 좋은 구호가 될 뿐입니다.
현대의 파산법도 채무자의 재활을 또한 목적으로 하기에 일부 재산은 채무자에게 남겨 주는 것을 정하고 있습니다. 파산에 이르기까지 채무자가 가진 재산은 원칙적으로 채권자들에 대한 공동 분배에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 파산법의 연원이지만, 그 이후에 취득하는 것은 채무자의 것으로 남겨 줍니다. 따라서 파산 선고 이후에는 당연히 모을 수 있습니다.
물론 법률은 파산을 신청할 때가 아니고 법원이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할 때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 취득한 재산을 파산재단에 넣어 파산채권자에게 배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신청시 이후 파산 선고시까지 취득한 재산은 파산재단에 가산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파산 재판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가정하고 정한 법이고, 지금 현재 이정수 씨가 당하고 있는 바와 같이 법원의 재판이 많이 지연되는 지 여부에 따라 채무자의 지위가 달라집니다.
불공평한 것이 분명합니다. 법원의 재판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오로지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려운 사람들이 부담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무상으로는 파산신청 이후에 취득한 소액의 재산에 관하여는 일체 묻지 않는 것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거나 상속을 받은 경우에는 달리 볼 수 있겠지만, 파산을 신청하고 나서 1년 동안 열심히 모은 1250만원 정도의 재산이라면 굳이 이것을 파산재단에 가산하여야 주장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면책을 기다리는 동안 파산이 선고 되면 어차피 그 이후에 버는 것은 채무자의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정수 씨의 우려는 실제로는 거의 근거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주택의 임대차보증금에 대하여는 어차피 면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파산제도는 노숙자가 되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채무자가 중산층에서 떨어지지 않고 또 중산층으로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 받을 수 있는 범위 내의 임대차보증금에 대하여는 채권자의 손이 미치지 아니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데, 수도권 중 과밀억제권역은 1천600만원, 군 지역과 인천광역시를 제외한 광역시 지역은 1천400만원, 그 이외의 지역은 1천200만원입니다.
법상으로는 면제재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채무자가 신청하고 법원이 따로 재판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번거로운 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되기에, 법원 실무상으로는 대략 이 정도의 기준을 충족하면 명시적인 재판 없이 그냥 파산절차를 종결해 버리며 위 기준을 초과하여 2천만원까지도 임대차보증금을 면제해 주는 경우도 눈에 띕니다. 부동산가격과 임대료의 상승을 고려한 적절한 실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00 씨가 1년 동안 마련할 1250만원 임대보증금은 위에서 본 어떠한 기준에 의하더라도 채무자에게 남겨 줄 재산에 해당합니다. 이00 씨, 청약하십시요. 1년 열심히 모아 보십시요. 그리고 입주하십시요. 미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현명한 채무자에게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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