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머니
표애자
항상 곁에 계실 줄만 알았던
늘 푸른 소나무 같은 싱싱한 웃음
천사 같은 손에서 따스한 봄볕이었다.
민들레 홀씨마냥 일렁이는 어머니
김장김치 척척 찢어 입에 넣어주시던
짭조름한 젓갈 냄새가 그립다.
앓아누운 딸을 위해 밤새 지켜주며
이마에 차가운 물수건 올려주신 그 정성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유년
젖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맞던 살 냄새는
어떤 향수보다 좋았다.
어미가 된 어린 딸은 어린것을 품에 안고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하늘에 기도하시던 당신의 소원
끝없는 희생으로 바친 사랑이
열매로 영글어 가는 것은
당신의 그 사랑이 있었기에
가슴 저려 명치끝이 아려옵니다
2. 경술국치
표애자
망국의 설움으로 국치의 아픔을 딛고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진입한 오늘
그날을 침묵하는 국민이여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일제의 총칼에 죽어간 선조들을 생각해 보았는가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외교권을 박탈해간
제국주의 만행으로 쓰라렸던 슬픔의 역사가
아직도 여기저기 잔해로 남아서 가슴이 아파오네
서러움 밟고 깨어난 형제들이여
100년이란 역사의 큰 마디에
독립투사의 붉은 가슴팍 같은
비망록 한 줄 새기어 놓아야 되지 않겠는가
지금도 국토의 허리는 잘려있고
바다 밑으로는 폭뢰의 사슬이 마음을 조여오고
여전히 긴장이 고조된 분단의 아픔
우리는 몸과 마음을 함께 하여
더는 치욕으로 멍들지 않는
평화의 역사를 이룩하려 애를 끓이는 구나
아직도 8월은 미완성 광복
통일은 우리의 희망
장대하게 대한민국을 펼쳐 나가리라
3.다대포 분수대
표애자
몰운대의 바위가 부서지고 있다
파도소리와 낭송소리가
다대포 앞 바다에
포말을 일으키고 있다
바다와 육지가 하나 되니
하늘에서 무지개가 축복해 준다
그 일곱 색깔의 무지갯빛이
다대포 앞바다와 하나가 된다
어둠의 장막이 내리는 순간
내 삶을 뒤돌아보니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고
그 빛은 세상을 밝혀 준다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영원히 남을 추억이
음률에 춤추는 낙조의 현란한 율동
아 ~ 일어나라
영혼의 심지에서
가슴속에 불을 피워보자
내일을 위하여........
4.봄 편지/표애자
꽃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늘 가까이 있어 무심했던 당신에게
한 장의 엽서를 띄웁니다.
사랑이란 말조차 잊고 살았던
수없이 많은 봄이 지나가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나쳐 버렸는데
꽃비 속을 거닐며 가슴에 숨겨둔
봄을 꺼내어 당신에게 전합니다.
당신의 울타리 안에서
세상살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믿음 때문에 침묵하며 살아온 세월
뒤돌아보니 길기도 합니다.
머리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봄이
가슴깊이 개켜놓은 마음 꺼내어
"사랑합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라고
늦기 전에 후회하지 말고 전하라 합니다.
지금 아니면 또 망설일 것 같아
가슴 열고 선걸음으로 달려갑니다.
5. 산상 음악회 /표애자
양산 배냇골
숲길 따라 오르다 보면
늘밭 마을이
쪼그리고 앉아있다.
고요한 정적 속에
들리는 노래 소리는
한줄기 생명을 갈구하는
애절한 윤회(輪廻)였다
묵언에 핀 난향에
취한 시인들
그 모습 천사 같아라.
바이올린 아코디언
기타 색소폰 화음이
깊은 골짝 흔들어
산이 일어선다.
6.행복 / 표애자
열기를 뿜어내던 태양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왠지 쓸쓸해 질 것 같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 맞는 사람 두엇이 모여
소주 한 잔에 안주 약간
밥 한 공기 된장찌개 하나면
참으로 행복해지는 일상이 좋다
칠순을 넘기고 팔순을 지나
앞으로 가야할 길은 저무는 해가
서산마루에 걸린 것 같아도
오늘이 즐겁고 행복하면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아닌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해도
하루일과를 담은 술잔을 기울인다
내일도 오늘을 만날 수 있을까
7. 낙엽 / 표애자
이별의 설움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흔들린다.
무성하던 잎사귀들은
탐스런 열매를 남겨두고
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반겨주는 이 없어도
발길 머무는 곳이 고향이 아닌가
한 생을 뜨겁게 불태웠으면
더 이상 미련을 두지말자
이별과 소멸은
새로운 것을 일으켜 세우는
촉진제가 되어
파아란 웃음으로
낙엽을 밟고 다시 오리라
8. 아버지 사랑 /표애자
성개비로 호롱불켜고
청솔가지 군불지펴
숯덩이 화로에 담아내면
어둠은 댓돌위 고무신 안에 잠들고
아버지는
하루를 대추나무에 걸어두신다
엄마는 숭늉 한 양푼 들여놓고
툇마루에 요강단지 올려다 놓으면
저멀리 마을에도 약속이나 한 듯
별들이 내려와 이야기 꽃을 피운다
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옛이야기는
밤 가는 줄 모르고
화롯가에 앉은 아이는 하나 둘
엄마의 무릎에 잠이들고
별들도 어디론가 떠나가 버린다
세월은 흘러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유년에 듣던 아버지 말씀은
내 평생에 파수꾼이 되어
고달픈 삶을 밝혀주는 등불이 된다
9. 풍경 /표애자
세상이 모두 하얗다
밤사이 내린 눈이
무자 년의 슬픈 전설을 덮어버렸다
암울한 생각과
아픈 이야기 묻어버리니
이미 감추어 버린 그림자마저
기억할 수가 없다
태양은 너의 가슴속에서
아름다운 전설을 만들고
바람은
농염한 여인의 향기를 싣고
숲속에서 춤을 춘다
내 안에 있는
그 어떤 언어보다 화사한
너를
눈을 감은 채
비로소 내 품에 안아본다
10. 천안함 / 표애자
반갑지 않은 봄비가 온종일
추적추적 내립니다
천안함 마흔여섯명
실종사건 일주일이 지났는데
생사조차 알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앞에
가족의 가슴은 시퍼렇게 멍이들고
동료를 구조하려던
고귀한 한 생명이 희생되어
구조작업은 중단하고 있는데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가슴에
핏물이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하늘이시여!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파도와 싸우고 적군과 싸우며
불철주야 국민의 눈이되어 목숨던진
병사들의 혼백이라도 건질 수 있게
도와주소서.
펼치지 못한 날개를 활짝펴고
하이얀 제복에 환한 웃음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소서.
약력
신문예 시 수필 등단,한국문학인협회 부회장. 한국 시 낭송회 부회장. 부산시인협회이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한국문인협회,부산문인협회 사하문인협회 회원 농림부장관 문학상. 허균문학상.허난설헌문학상.한국예총회장상.한국문학인협회 문학상 대상수상 등 수상시집: 발간항아리속의 미소. 외 공저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