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꽃과 충영>
|
- 헛꽃 -
이사랑
산 속 적막을 지키는 헛꽃,
바스락 바스락 떨고 있는 것이냐
이 겨울 너 왜 그렇게 슬퍼 보이는 것이냐
나 속고 속아서 헛헛한 반생을 살다가
누구에게 헛꽃처럼 살지 못하고
이제야 헛, 참, 헛꽃에게 겸손을 배운다
당신을 유혹한다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어머니,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말해 주세요
너는 언제 중심을 위해 변방에서 베풀었더냐
누구를 위해 착한거짓말로 죄 지은 적 있더냐
참을 위한 거짓으로 참사랑 맺어 주고
욕심 없이 고개 숙인 헛꽃은 수행의 꽃이 아니더냐
꽃 없는 계절 그늘진 숲이 또, 쓸쓸할까봐
너는 마른 꽃잎도 떨구지 못하는 것이냐
|
자연 현상에는 신기다못해 오묘하다구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자기 종(種)의 취약점을 스스로 보완하거나 다른 종의 방어작용을 이용해
종족을 보존하고 이어가려는 헛꽃과 충영(蟲瓔)이야말로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의 다양성을 보존해온
눈물겨운 생명들의 몸부림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장미목 범의귀과의 낙엽관목인 산수국은
향기도 모양도 부실한 자신의 꽃의 둘레에 커다란 헛꽃을 둘러 피워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층층나무과의 산딸나무와
꼭두서니목 인동과의 백당나무꽃 둘레에 크고 화려한 모양으로 들러리를 선 놈들도
이사랑님의 싯구처럼
'중심을 위해 변방에서의 베품'을 실천 하고 있는 눈물겨운 헛꽃들이다.
신록이 짙어지는 초여름의 계곡을 지나다보면
마치 초등학교시절
깨진 거울조각으로 고무줄놀이하던 여자애들의 얼굴에 햇빛을 반사시키는 장난을 하듯
언뜻언뜻 눈을 부시게 하는 나무잎이 있으니 다래나무과의 개다래나무 잎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드문드문 잎에 은분코팅을 한 듯 백화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바람에 살랑 잎이 나부끼면 카드섹션을 하듯 번쩍번쩍 얼핏 꽃인듯 장관을 연출한다.
이또한
넓은 잎 뒷면에 조그맣게 피어있는꽃이 부실해서
멀리에있는 곤충들을 유인하려는 눈물겨운 자구책이데
덕분에 수정을 마친 꽃이 지고나면 언제그랬냐는듯 제 색깔로 돌아오니
부실한 진짜꽃을 둘러선 헛꽃이 매장앞의 나레이터 모델쯤이라면
이놈은
좋지않은 몫을 만회하려
큰 길 모퉁이까지 손님을 꾀러 나온 극성스런 삐끼아줌마 쯤에 견줄까?
지난 여름
어머니 산소 옆 참나무 가지에 예쁜 꽃이 피었기에 사진으로 담아 집에 왔는데
참나무는 이른 봄 잎이 채 무성하기도 전에 치렁치렁 송충이같은 꽃을 피운다는것이 생각 나
이리저리 공부를 하다보니 영락 없는 빨간 꽃모양인 이놈은 일종의 벌레집이란걸 알았다.
충영:식물의 뿌리 줄기 잎등에 곤충이나 선충등의기생으로인해 생기는 비정상적인모양의 팽대부.
참나무 잎 뒷면에 조그만 구슬알같은 집을 만들어 겨울을 난 '참나무혹벌'이
봄에 참나무의 눈에산란을하면
나무에서 방어물질을 분비해서 아래와같은 꽃모양의 충영이 만들어진다고한다.
그 속에서 참나무혹벌의알은 보호받으며 성장하고..
옻나무과의 붉나무에 생기는 '오배자'
요놈도 진딧물과 붉나무의 합작품인데
진딧물의 일종인 '오배자면충'이 새 순에 상처를내면
붉나무는 방어물질을 분비하고 그 특성을 이용해 진딧물은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아랫사진은 개다래가 면충류의 공격을 받아 울퉁불퉁 충영으로 변한 모습이다.
두놈 다 동식물 사이의 교묘한 반응으로 인한 특수성분때문에
오배자는 염색과 혈전치료에
개다래의충영은 '목천료'라하여 신장병과 통풍치료에 쓰인다 하니 그리 얄미운놈은 아니나
부리가 닳도록 나뭇가지와 마른 풀을 물어다 집을 짓는 날짐승들이나
먹을거 입을거 아껴서 청약저축에 부금 들어서
코딱지만한 아파트라도 분양 받아 볼려구 했더니 그사이 집값이 훌쩍 뛰어버려
허탈하기만한 만물의 영장 소시민이 알면 배아퍼 죽고도 남을 일이다.
오배자 목천료(개다래의충영)
그 외에도
느티나무나 느릅나무를 비롯해 각종 활엽수의 잎이나
콩과식물의 뿌리혹 박테리아등 기기묘묘한 형태의충영 들이 있는데
충영이 있는 나무는 다른 해충들의 공격을 덜 받는다거나
질소공급에 도움을받는등 상호 보완적인관계로 그 역할을 이어간다.
근디 요놈들이 벌레집이라니 한 지게 져다가 가마솥에 푹~ 고으면 고기맛좀 날려나??
느티나무와 느릅나무잎의충영
수십억년을 진화하고 퇴조해가며 이어온
자연은 어느것하나 허술한것이 없다.
그러나
난폭자 인간이 접수한이후
지구는 커다란 제로섬 게임장으로 변해 왔다.
인간이 얻는것만큼 잃어가는
수많은 존재가,
자연이,
환경이,
부메랑되어 숨통을 죄어옴은 당연한 귀결일진대
자연과 환경뿐아니라
이제는 스스로를 성 하게해온 '질서와 배려'라는 보루마져도 위태로와보이니
'헛꽃과 충영'에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 끊임없이 보완하고
충돌하는 상대와는 한발씩 물러나 절충점에서 타협하는
상생의미덕을 배워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