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궐에는 자연의 지기를 잘 보존하고 기(氣)의 흐름을 조절해주는 명당수(明堂水) 를 두었다.
자연 지형 모습을 원래 그대로 살려두고 자연 지형에 따라 건물 배치를 한 자연 친화적인 <산속의 궁궐>
창덕궁에도 어김없이 명당수 금천을 두었다. 이 금천이 조선 최고의 명당 창덕궁을 굳게 지켜주고 있다.
이 명당수를 놓고 해석도 다양하고 전설과 같은 이야기도 참으로 많다.
명당수 건너서는 임금이 사시는 지엄한 공간이다.
함부로 건너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금할 금(禁)자의 금천(禁川)이라고 하였다고 전한다.
여기서부터는 마음대로 행동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뜻이다.
또한 주상전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중요한 공간이다.
먼저 개천의 물로서 마음을 깨끗이 정화해야 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개천을 조성해 놓은 또 다른 이유는 만일 궁궐에 불이나면 소방작업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금천은 풍수상의 명당수로 봐야 제맛이 난다.
전통적으로 궁궐에 들어갈 때는 꼭 시냇물을 건너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는 풍수설에 의하면 시냇물이 명당수의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배산임수(背山臨水)는 명당의 조건이다.배산임수는 풍수에서 나온 말이다.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흐르는 이상적인 명당의 조건을 일컫는다.
궁이나 능 앞으로 흐르는 개울을 높이 일컫어 어구(御溝) 또 금천(禁川)이라 한다.
금천은 배산임수의 풍수지리적인 개념으로 끌어들인 명당수이다.
물은 산으로부터 흘러온 땅의 기운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명당수의 물줄기는 서편에서 들어와 동쪽으로 흘러 나가서 서입동류(西入東流)
또는 서입동출(西入東出)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였다.
어구는 태조 때는 없었다. 태종이 도랑을 쳐서 만든 것이다.
북악산 응봉아래에서 발원한 개천이 남쪽으로 흐른다.
이 물줄기는 창덕궁의 돈화문 금호문 안으로 들어와서 명당수를 이룬다.
이 개천이 창덕궁에도 금천이다.
금천은 부드럽고 좋은 기를 상징하는 비단금 금천(錦川)과 금할 금의 금천(禁川)이 있다.
우리나라의 기(氣)와 귀신은 수영을 못한다. 그들은 결국 물을 건저지 못한다.
그래서 궁궐이나 왕릉 서원 입구에 금천을 두었다.
안쪽에서 흘러나는 좋은 기는 물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때는 비단금 금천(錦川)을 쓴다.
창덕궁의 명당수가 바로 비단금 금천(錦川)이다.
흐르는 물이 비단같이 매끄럽고 아름답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른 명당 창덕궁'을 흐르는 기(氣)가 예사롭지 않고 부드럽다는 뜻이 더 강하다.
백두산에서 금강산을 거처 한북정맥을 타고 내려온 지맥선이 인정전 뒤쪽 잉(孕)에서
꽃처럼 화려하게 세차게 움틀거린다.
그 좋은 기가 기세 좋게 흘러 진선문을 나서 금천을 건너 외출하려고 한다.
"기는 물을 만나면 멈춘다." 기의 속성을 활용한 기막힌 비보(裨補) 장치다.
그 금천의 물줄기가 수영을 못하는 기를 나가지 못하게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바깥에서 궁궐 공간으로 치고들어 오려는 나쁜 기도 역시 물을 못건너게 하고 있다.
자연히 금천을 둬서 나쁜 기로부터 신성한 공간을 보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때는 금할 금자의 금천(禁川)이라고 한다.
경복궁과 창경궁 등 궁궐과 왕릉 사당 향교 등에는 금할 금자의 금천(禁川)을 두었다.
모든 궁궐의 외전 영역에는 반드시 금천이 있어서 잡인의 출입을 업격히 통제했을 뿐만 아니라
궁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흐르는 물에 씻어바르게 하기를 바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