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좀 유난 해 장마라고는 하지만 비다운 비 없이 습도만 높아 온 몸이 땀으로 범벅 하는 날들이 한동안 이어지다 가끔은 폭우를 쏟아 내며 변덕스럽게 이어져 가고 있다. 시간이 가며 해마다 한 여름의 무더위는 그 세를 더해 십 수년 동안 골프를 하며 연습장에서 반 바지 한번 입어 보지 않았던 나도 인내력에 한계를 느껴 어쩔 수 없이 걸쳐 입게까지 만들었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골프에서 복장 규정은 엄격하였다. 청바지를 입거나 한 여름에도 자켓을 걸치지 않으면 클럽 하우스 입장을 거절하는 골프장도 여러 곳 있었고, 일부 연습장에서 조차도 남자들의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지 않는 곳이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 골퍼들은 별다른 불만의 소리를 내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골프 대중화란 단어가 널리 퍼지고, 어떠한 형식에 억매이기 싫어하는 현대인들의 경향으로 한 여름, 연습장은 물론 일부 골프장에서 조차 반바지 차림의 라운드를 허용하는 추세로 변하게 되었다. 과거의 형식보다는 실용적인 면이기에 찬성하지만 간혹 당혹스러운 일들이 일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곤 한다.
얼마 전, 무더위가 기승을 조금도 늦추지 않고 위세를 떨치던 휴일에 연습장을 찾았다. 정말 골프와 같이 죽고 살기를 맘 먹은듯한 사람들 일부만이 타석을 띄엄띄엄 채운 채 연습장은 텅 비어있었다. 타석이 한가한 덕에 늘 자리 잡던 거울 앞에서 중간 타석으로 옮겨 자리를 잡고 클럽을 휘두른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 타석으로 30초, 중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 한 분이 왔다. 훤칠한 키에 적당한 살이 붙어 언뜻 보기에도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일류 멋쟁이란 느낌이 들었다.
범상치 않은 차림새로 등장한 그 젊은 여자 골퍼는 연습장 뭇 남자 골퍼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였고 운 좋게(?) 내 바로 앞 타석에 자리를 잡으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몹시 부러운듯한 눈길을 한 몸에 받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나에게는 어쩌지 못하는 고문의 시작이었다.
허벅지만 간신히 가릴 정도의 짧은 반바지와 허리춤에 달랑 말랑한 배꼽 티를 입은 그 여자 분은 스윙을 할 때 마다 배가 훤희 드러나고, 어드레스 자세로 허리를 숙이면 반바지 가랑이 사이로 엉덩이가 보일 듯 말듯하게 나의 시선을 괴롭혀 제대로 눈길 두어야 할 곳을 못 찾고 헤매게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고문이었던 것이다.
예쁘고 섹시한 여자의 뒷모습과 더불어 훤히 들어나는 속살을 훔쳐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니 얼마나 좋을까하는 엉큼한 생각과 같이, 나도 처음엔 그런 마음으로 몰래 훔쳐 보는듯한 눈길을 보내며 그리 싫지 않았던 것이 사실 이었다. 그러나 그런 여자의 몸매를 보는 것도 몰래 훔쳐보았을 때 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지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것을 피할 수 없이 보아야만 한다는 것이 중년의 나이에 그렇게 좋은 느낌만 드는 것은 아니었다.
여름철, 자신의 미를 마음껏 나타내며 자신감 넘치는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여자들의 아슬아슬한 모습에 대해 나는 생동감과 발랄함을 맛 볼 수 있어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당당한 자기 자신의 표현일수 있고 역동적인 젊은이들의 삶이 묻어나는 것이기도 하여 오히려 보기에 좋다는 생각까지 한다.
하지만 어느 제한된 공간 속에서, 그 것도 20대의 젊은이들만이 모여 같이하는 곳이 아닌 골프 연습장에서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젊은 여성이 운동하는 모습을 여지없이 바라다 봐야 한다는 것이 꼭 눈요기 거리로 좋아만 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골프는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다.
필드에서건 연습장에서건 어쩔 수 없이 스윙을 하는 상대방을 바라다 볼 수 밖에 없는 운동이 또한 골프다. 솔직히 남자들은 여자들의 몸놀림에 무관심 할 수는 없다. 언뜻언뜻 비추어지는 속살을 훔쳐보며 야릇한 기분에 젖어 들기도 하고 가끔은 엉큼한 상상을 하며 바라보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감추어진 것을 몰래 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았을 때는 그러한 감정보다는 민망함이 더 앞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날 나는 연습 같은 연습 한번 제대로 못하고 그 젊은 여자의 엉덩이와 내 눈길 사이에서 오가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추스리는 연습만을 실컷 한 채 가방을 접어야만 했다.
첫댓글 앞으로는 연습장에서도 복장규제(?)...
저는 2년전에 육사연습장에 반바지 입고 갔다가 연습도 못하고 입구에서 퇴장 당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보면 태국은 복장의 제한이 없어 진짜 편한것 같습니다.
저는 태국에서 항시 반바지에 쓸리퍼 차림에 골프장을 갑니다.
부킹도 필요없습니다. 가고싶을때 아무때나 택시타고 가면 됩니다.
돈이 없어 골프장을 못가는것이지 혼자가도 둘이가도 OK, 언제나 OK입니다.
섹시,엉덩이 키워드로 조회수가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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