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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제일현자(古今第一賢者)와의 만남
세월은 여류(如流)라 했던가?
대지(大地)에 사계(四季)의 빛깔이 바꾸기를 그 몇 번이던가?
겁(劫),
불가(佛家)에서 이르기를...
학(鶴)이 일갑자(一甲子) 만에 한 번씩 날아내려
사방십 리(十里)에 이르는 바위(岩)에 부리를 비비고 날아가기를...
그 바위가 다 닳아없어지는 기간을 일겁(一劫)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 얼마나 우스운 말인가?
거기에 비추면 한 인간의 일생(一生)이 그 얼마나찰나적이겠는가?
그러나, 인간이 그 개체로써 하나의 우주(宇宙)일진대,
곧 한순간이 억겁일 수도있지 않겠는가?
일 년(一年),
일 년이란 기간은 짧으면서도 그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 준
감동과변화는 가히 엄청난 것이었다.
지상최대의 마(魔)의 하늘(天)-
<천년마궐(千年魔闕).>
이곳에서의 지난 일 년은 그 얼마나 숱한 수모의 나날이었던가?
한 작은악마(惡魔)로 인해....
* * *
“아함!”
단우비헌은 한껏 기지개를 켜면서 하품을 했다.
미청년(美靑年), 그 동안 그의 성장은 가히 눈부신 것이었다
. 보라! 칠척(七尺)을넘는 늘씬한 체격과 광택이 흐르는 피부,
꿈을 꾸는 듯한 검은 눈동자,
짙은검미(劍眉),
주사(朱砂)를 칠한 듯 붉은 입술은 가히 미녀의 심금을 울리고 남음이있는
수려하고도 마력적인 모습이었다.
일 년의 세월은 그를 미소년에서 어느 덧 풍류남아로 변신케 하고 있었다.
“훗훗... 뭐 재미나는 일 없을까?”
단우비헌은 밝은 햇살이 내리는 천년마궐의 뒷산 언덕에 누운 채 중얼거렸다.
그의품에는 영물(靈物) 적운(赤雲)이 꼬리를 말고 졸고 있었다.
무료한 듯이...
그때,
“그렇지!”
문득 단우비헌이 벌떡 일어났다.
캬앙!
그 바람에 적운은 깜짝 놀라 통겨 일어났다.
단우비헌은 적운을 안고 문득 신형을 날렸다.
슈- 욱! 쏴...!
그의 신형은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빠르기로 언덕을 내려갔다.
* * *
“아... 시원해...”
여인은 몸에 끼얹으며 황홀해 하고 있었다.
환락요희 갈염홍,
천년마궐의 마왕구궁(魔王九宮) 중 천화궁(天花宮)의 궁주였다.
그누가 모르랴.
백 년 전, 하나의 여인집단이 무림에 등장하였으니...
<천화미환궁(天花迷幻宮).>
절세농염한 미녀들이 교소에 신세를 망친 자가 부지기수였으니
미염공(迷艶功),색무(色舞),
그리고 하늘이라도 한눈을 팔 정도의 미녀들을 총 망라한 전설적인색궁(色宮)!
여인천하를 외치며 나섰던 요문(妖門)은 천마십부에 끼어들었다.
그러나,천년마야(千年魔爺)-
이 위대한 중원마도의 대부 앞에 요녀들은 치마폭을 내리고
시녀를 자처해야만 했다.
환락요희 갈염홍-
당년 이십 팔 세의 그녀는 바로 천화미환궁의 사대(四代) 궁주였다.
여인...
그녀는 하루 한 번은 목욕을 한다.
장미수(薔薇水)에 몸을 담그고 있는여인,
갈염홍은 성숙하다 못해 농염한 자신의 나신을 쓰다듬었다.
“하아.”
아름답다. 눈이 부실 정도로...
촤르르르...!
물이 뿌려지고, 물결은 흐른다.
뽀얀, 그리고 움푹 파인 계곡 사이로...
양 옆으로매끄러운 빙벽이 상아처럼 솟아있고,
그리고 최후로 물은 여인의 은밀한 중지로흘러들어
더욱 마력적인 색향을 뿌린다.
“아...”
섬려한 교주가 피부를 스칠 때마다 그녀는 살며시 교성을 발한다.
여인,
그것도 이십팔 개 성상을 홀로 지내온 몸이니...
아무도 믿지 못할 일이지만.
그러나 그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한쌍의 눈을...
'후후!'
여인의 현란한 나신은 구석구석 불청객의 눈 안으로 흡입되니...
문득, 갈염홍은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자신의 알몸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하나, 아무도욕탕에는 자신 외에는 없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고
그녀는 마음놓고 풍염한 나신 위로물을 끼얹었다.
촤르르르...
물방울은 하얀 포말을 일며 욕조로 다시금 빨려들어 갔다.
한데, 그녀가 막 재차 물을 끼얹을 찰나,
“...!”
갈염홍은 흠칫했다.
수면... 맑디맑은 물 속으로 비치는 자신의 나신 위에 겹쳐진
또하나의 인영(人影),
하나의 매력이 넘치는 미안(美顔)이 있었다.
한껏 흥미 어린미소를머금고 있는 얼굴,
두 눈은 더할 수 없이 맑았고,
그 눈은 자신의 나신을천천히 음미하고 있지 않은가?
“호호흣!”
갈염홍은 문득 언제 놀랐냐 싶게 요염한 교소를 터뜨리며 몸을 활짝 젖혔다.
순간,
숨이 꽉 막힐 정도로 뇌쇄적인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뚜렷한 곡선(曲線),
들어갈 곳은 움푹 계곡처럼 파였고,
나을 곳은 우뚝 산처럼 솟아올라 있는 여인의나신.
“호호호... 제 몸이 어때요, 양상군자님?”
갈염홍은 젖혀진 몸을 틀어보이며 천정에다 대고 말했다.
천정(天井), 대들보 위에는 흑의(黑衣) 자락이 엿보이고 있었다.
십 육칠 세 가량 된미소년, 단우비헌이었다.
고개만 삐죽 내밀고 한참 눈요기를 즐기던 단우비헌은
정체가 발각되자 투덜거렸다.
“쳇! 재미없어.”
갈염홍은 그런 단우비헌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밝게 웃었다.
하나, 그녀의 내심은놀람의 극이었다.
'분명 밖에는 이십사요화(二十四妖花)가 있을 텐데.
더구나 지척에 이르도록몰랐다니...'
그렇다. 그것은 당연한 놀라움이었다.
천년마궐, 천하 마도의 집합체가 아니던가?
가히 기라성같은 절정고수들만 포진해있는 천년마궐,
그 중에서도 서열 십오위 이내에 드는 그녀였다.
그러한 그녀가 불과일장(一丈)의 거리도 안되는 곳에 있는
단우비헌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커다란충격이었다.
'대체...!'
그러나, 갈염홍은 생각을 중지해야만 했다.
휘--익!
대들보 위에 있던 단우비헌이 그대로 떨어졌던 것이다.
“아앗!”
갈염홍은 기겁하며 두 손을 뻗었다.
조금 전까지 경악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그녀는지금 온통 마력적이며 존귀하기만한 소천(少天)의 안위를 염려하는 심정이었다.
급기야,
첨--벙! 촤-- 아-- 아!
단우비헌의 신형은 욕조로 곤두박질하고,
하얀 포말이 일며 현란한 나신이 무지개에휩싸였다.
연한 칠색(七色)의 광채, 단우비헌은 빙긋 치기 어린 미소를 머금었다.
“훗훗! 염홍이 너무 매혹적이라 발을 헛디뎠지 뭐야.”
'휴우... 끔찍한 소악마(少惡魔)!'
갈염홍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곱게 눈을 흘겼다.
“사람을 놀라게 하면 못써요!”
하면서도 그녀는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섬섬옥수를 들어
물기에 젖은 단우비헌의머리를 닦아 주었다.
단우비헌은 문득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
그의 신비로운 눈에 광채가 솟았다.
아름다왔다. 그리고 풍만했다.
그의 두 손으로다 가릴 수 없으리만큼...
하나, 단우비헌은 그곳에 시선을 모으며 한 여인의 상(像)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련히 떠오르는 하나의 여인상...
아름답고 자애롭고 또한 포근한 여인의 상(像)을...
'어머니...'
그렇다. 어머니였다.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크고 아름답고 포근한 가슴을 마음대로 내맡겼던 여인.
그러나, 그것은 아련한추억이었다.
갈염홍, 흔히들 희대의 요녀(妖女)요, 색공(色功)의 일인자라 칭하는 여인.
그러나그것은 단편적인 것일 뿐, 그녀의 모든 것이 아니었다.
한없이 정열적인 또한정(情)이 많은 여인이었다.
갈염홍은 지그시 단우비헌의 머리를 품었다.
그녀의 가슴은 짙은 모성(母性)으로젖어들고 있었다.
'천녀의 가슴은 항시 소천주의 것... 언제나 열려 있어요.'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단우비헌에서 흘러나오는 짙은 고독감을...
문득, 단우비헌은 숨이 막혀옴을 느끼며 서둘러 추억에서 벗어났다.
'바보... 감상에 젖다니.
내게는 할아버지와 염홍도 있고, 또한 할 일이 많지않은가?
비헌은 외롭지 않다. 아니의로와 할 때가 아니다.'
단우비헌,
그는 그 동안 땅을 파고서라도 천상신계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억눌러왔다.
자신이 천상신계 부활의 염을 안은 것은 하늘이 내린 운명이었다.
대(大)를 위해서는 소(小)를 버리는 것이 대장부(大丈夫)의 길이었다.
단우비헌은 수백 번도 더 마음 깊은 곳의 갈등을 억누르며 부활의 꿈을 키웠다.
실상, 그가 천상신계에서 익힌 비예(珌藝)는 가공 지경이었다.
그러나, 천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중원의 무학은 눈부신 변모를 거듭했다.
과거의 무학은 대체로 기(氣) 위주였다.
하나 당금의 무학은 실전(實戰) 위주였다.
가급적 빠른 시간에 얼마나 유효적절히 살인(殺人)을 하느냐...
그런 방면으로최고조로 발달했다.
단우비헌은 그것을 새로이 익혀야 했다.
용(龍)은 완벽한 비등(飛騰)을 원했다.
그래서 그는 일 년의 세월을 천년마궐에서 보낸 것이었다.
그 동안, 천년마궐의 군마(群魔)들은 그에게 숱한 고역과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단우비헌은 밥먹기 보다 더 무학 익히기를 좋아했다.
그는 가리는 것이 없었다.
천년마야 담비우의 엄명에 따라 그를 대하기를 대마천 대하듯 해야 하는 군마들...
그들은 그의 요구에 자신의 전 재산을 몽땅 털어 바쳐야 했으니...
하다못해 하찮은 잔재주에서 투술(偸術), 사기술, 암기술 따위에 이르기까지
단우비헌은 닥치는 대로 익혔다
. 더더구나 놀라운 것은 그는 한 번 본 것은 절대 두번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절대로 한 번도 무공을 시전해 보인 적이없었다.
그 때문에 군마들은 대체 그가 얼마나 무공을 익혔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한데, 누가 알랴? 용(龍)의 숨은 능력을?
* * *
“훗훗! 염홍은 정말 매혹적이야.”
촤아! 단우비헌은 물을 갈염홍의 풍만한 가슴에 기습적으로 뿌리며 문득 몸을 슉뽑아올렸다.
“훗훗! 지금은 모정(母情)이 앞서지만 얼마 후엔 염홍을 여자로 보게 될 거야.
그땐염홍은 비헌의 것이 될 거야!”
“아!”
갈염홍은 넋잃은 듯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서 있었다.
-여자로 보일 때 염홍은 비헌의 것!
그 말이 그녀의 가슴을 울렸다.
'소천(少天)... 당신은 시간이 흐를 수록... 염홍의 가슴을 타들어가게 하시는군요.'
그렇다.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작은 악마 단우비헌, 그는 천년마궐 내에서 숱한염문을 뿌려왔다.
아무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
어떤 때는 한밤중에 여인의 침실로 기어들어가 마음껏 둔부를 주무르는가 하면...
어떤 때는 속옷을 갈아입을 때 불쑥 나타나고...
어떤 때는 욕탕 속에서 머리를 불쑥 들이 미는가 하여
천년마궐 여인들의 골머리를썩혔다.
하나, 아무도 단우비헌을 미워하지 못했다.
아니 도리어 그의 침입을 은근히기대까지 할 정도였으니...
단우비헌, 어느 새 그는 마화(魔花)들의 꿈이 되고 있었다
. 대체 그의 어떤 점이마화들로 하여금 그토록 자신을 주체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일까?
그것은 신비였다.
한 가지 부연할 말은 이상하게도 단우비헌은
천년마궐의 마화들에게 손을 대지 않고있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리움이었다.
천상신계에 있는 그의 여인들...
그녀들은 지금천 년의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지상세계에서 다른 여인들을 안는다면
어찐지 미안할 것 같은 생각이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까진 눈요기(?)만으로 만족해 오고 있는지도 몰랐다.
물론, 그런 날도 이젠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지만...
* * *
그그긍!
육중한 오묵철강석(烏墨鐵剛石)으로 된 철문이 열린다.
천년마궐의 가장 깊숙한금지(禁地),.
그곳도 단우비헌에게는 안방이나 다름이 없었다.
철문이 열리자, 시커먼 암동(暗洞)이 나타나며
암벽에 깊숙이 새겨진 푸른 이끼에덮인 글씨가 드러났다.
<마령천서고(魔靈天書庫).>
놀랍게도 서체는 다섯 치 이상의 깊이로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은 실상천년마궐의 모든 것이다.
천하(天下)의 모든 서적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곳,
수백만 권의장서(藏書)들이 삑빽이 꽂혀 있었다.
총 일백 이십 칠만 오천 권, 세상 그 어디에도이보다 방대한 분량의 서적은 없으리라.
고대(古代)의 갑골문(甲骨文)이 새겨진귀피(龜皮)에서부터,
이미 사멸어(死滅語)가 된 과두문 책자까지,
천축(天竺)의범어(梵語)의 불경(佛經) 견본에서 도가(道家)의 도경(道經)...
뿐인가?
좌도방문의 편격지학과 절정의 마공(魔功), 배교(拜敎)의 사술서(邪術書)에이르기까지,
또한 정종(正宗) 무학기서까지 문무(文武)의 온갖 책이란 책은 모두있었다.
문자(文字)가 생성된 상고(上古)에서 요즘에까지...
“...!”
단우비헌은 잘 정돈된 무수한 서가(書架)들을 지나쳤다.
먼지가 두텁게 내려앉은케케묵은 고서들...
그것은 목록에 따라 빽빽이 정돈되어 있었다.
<마공지학서류(魔功之學書流).>
<사공지학서류(邪功之學書流).>
<환술지학서류(幻術之學書流).>
<정무해도지류(正武解道之流).>
<좌도지학서류(左道之學書流).>
끊임없이 이어지는 서가들...
그 중 단 한 권만 강호에 유출된다 해도 강호는 삽시에피바람에 휩쓸리게 되리라.
하나, 이 시대의 최고의 기린아 단우비헌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후후, 이곳에 든지도 벌써 일 년이 지났구나. 이젠 읽을 책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랬던가? 그렇다면 그는 이 마령천서고의 백만장서를 거의 모두 독파했단 말인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한참 후, 그는 맨 마지막 서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번엔 어떤 책일까?”
그의 동공으로 반짝 현광이 일었다. 그는 손에 잡히는 첫 책을 뽑았다.
<만상총요록(萬象總要錄).>
“...!”
그는 그 책을 읽었다.
한데 그는 아무렇게나 책장을 모두 넘기는 것이 아닌가?
파락파락...!
그것은 읽는 것이 아니라 책장을 세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찌 짐작인들 하겠는가?
그 순간 이미 모든 내용이 그의 뇌리에 박혀들고 있슴을...
“대부분 천상서고(天上書庫)에서 본 것 들이군...”
실망 어린 음성이 들렸다
. 단우비헌, 그는 잔뜩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고개를 젓고있었다.
그는 천상서고에서 이미 상고기서들을 거의 독파했었다.
한데 마지막 서가의책들은 구 할 이상 그때 본 책들이 아닌가?
그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 책을 뽑았다.
“이것도 본 것이겠지.”
그는 시큰둥한 기분으로 맨마지막에 꽂혀있는 얇은 양피책자를 꺼냈다.
결국 그것만읽으면 그는 마령천서고의 책을 모두 읽는 것이다.
“...!”
곰팡이가 슬대로 슨 양피책자를 넘기던 단우비헌은 문득 의아로운 표정을 떠올렸다.
기이했다.
양피책자에는 온통 난해하기 그지없는 잡가(雜家)의 이론(異論)이
그것도온갖 종류의 문자(文字)로 섞여 있지 않은가?
범문, 과두문, 갑골문, 전서,파라문...
그것은 모든 고문(古文)을 통달하지 못하면 읽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단우비헌은 기이함을 금치 못했다.
하나, 흥미를 느끼고 읽기 시작한 그는 잠시 후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 내용이란 고작 잡문에 불과한 것이었다.
'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그는 책을 집어 던지려 했다. 그러다 문득 기이한 느낌이들었다.
'아니다. 이 책자는 최소한 천여 년 전의 것, 장난 따위를 해 놓을 리가 없다.'
그는 그런 생각이 들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맨 마지막 부분에이르러,
'음?'
그의 시선이 멎었다.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자(者), 능히 천하의 학문을 통달했으리라.
본문까지 읽는 그대의심기의 깊음 또한 천하제일이리라.
그대만이 인연이 있을진대...
중략(中略)...
천하(天下)를 얻고자 한다면 그대에게 문(門)이 열리리라.>
“...?”
다 읽고난 단우비헌은 문득 가슴이 흔들림을 느꼈다.
'천하를... 얻으라고?'
실로 놀라운 말이 아닌가?
서명(書名)도 없는 무명인(無名人)이 남긴 보잘 것 없는양피책자...
그 속에 천하(天下)를 얻는 묘방(妙方)이라도 들어있단 말인가?
단우비헌은 문득 천년마야 담비우의 말을 떠올렸다.
-노부가 대야망을 품고 난세무림을 미친 듯이 배회할 때
우연히 태산(泰山)에서 이곳마령천서고를 발견했다.
이곳의 백만고서를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나
이곳을 살핀 노부는 노부가 우물 안개구리임을 깨달았다.
그 후 십오 년 간 노부는 이곳에서 문무(文武)를 익혔다.
그리고 훗날 마도를 통일한 후 노부는 자리에 대업을 이룬 본성을 세웠다.
모든 것은바로 마령천서고의 힘이었다.
그렇다.
천년마야 담비우,
그는 바로 마령천서고가 탄생시킨 위대한 인물이었던것이다.
한데 그 이후, 또다시 단우비헌에 의해
마령천서고는 그 신비(神秘)의 또다른 장막을 열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진도(陣圖)?”
양피책자의 맨 마지막 장을 보던 단우비헌은 깜짝 놀라자신도 모르게 부르짖고말았다.
도형(圖形), 그것에는 기이한 도형이 그려져 있었다.
얼핏보면 낙서처럼 보였으나그게 아니었다.
진도(陣圖), 그것은 기상천외한 일종의 진도였던 것이다.
단우비헌은 빨려들 듯 홀린 듯 시선을 집중시켰다.
얼마 후,
“이럴 수가...!”
그는 감탄성과 함께 무릎을 치고 말았다.
진도(陣圖)는 놀랍게도 마령천서고의 방대하고 빽빽한 서가(書架)의 배열을 그린것이었다.
일견 질서정연한 듯 보이는 서가의 배열이
실상은 고금의 절묘한 진도에따라 배치되어 있는 것이었다.
'정말 기가 막히는구나!'
단우비헌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진도가 의미하는 것을 알았다
. 이윽고, 그는양피책자를 도로 제자리에 꽂아놓고는 몸을 돌렸다.
'구주미종환미진에 사상육방(四象六方)의 정반(正反)의 충돌을 일으키는 절묘한진이다.
더욱이 시(時)에 따라 변화가일어남은 가히 절진이라 할만 하다.'
스스스...!
단우비헌은 진의를 파악한 후 즉시 신형을 움직였다.
그의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았다.
삼촌(三寸) 가량 뜬 채 소리없이 미끄러졌다.
'오늘이 칠월(七月) 하고... 구일(九日) 을미(乙未)... 그리고 시(時)는유시(酉時)...
그렇다면?'
단우비헌은 쉴 새 없이 머리를 회전시켰다.
스스스슷...!
그는 수십 개의 서가 사이를 유령처럼 맴돌았다.
'사백 구십 번 서가를 축으로 돌아... 좌십이방(左十二方)... 우오방(右五方)...'
스스스슷...!
잠시 후, 단우비헌의 신형은 보이질 않고
오직 뿌연 백선(白線)만이 흐르는 것이아닌가?
실로 경이로운 가공할 개세신법이었다.
그그긍!
서가(書架)가 돌아가고 있었다.
“...!”
그와 동시에 서가 뒷면에 하나의 암도(暗道)가 서서히 드러났다.
“그렇지!”
단우비헌의 얼굴에 감탄의 기색이 어렸다.
마침내 그는 비문(秘門)을 일고야 만것이었다.
그는 서서히 안으로 들어갔다.
암도는 길지 않았다.
대략 십장(十丈)쫌들어서자 하나의 목문(木門)이 나타났다.
그 목문 위에는,
<구룡비고(九龍秘庫).>
그런 글씨가 용사비등한 필체로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
단우비헌은 기이한 기분을 느꼈다.
“구룡비고... 아홉 마리의 용이 있는 은밀한 비고라?”
문득, 그는 가슴 한 구석으로
하나의 또 다른 운명(運命)의 끈이 와 닿는 듯한느낌이 들었다.
그는 목문의 재질이 보통이 아님을 느꼈다.
은은한 청록빛을 띠고 있는 목문,
그것은도리어 쇠보다도 더 단단했다.
아무리 보아도 문을 여는 장치가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살피던 그의 눈이 반짝빛났다.
묵문에는 갖가지 형태의 아홉 마리 용(九龍)이 얽혀있는 조각이 있었다.
한데...그 용들은 한결같이 중앙의 한 마리 승천(昇天)하는 용을 주시하고 있지않은가?
“후후! 이것이군.”
단우비헌은 웃음을 흘리며 손을 뻗었다.
슥...!
중앙의 용머리에는 한 개의 거꾸로 된 비늘(逆鱗)이 있었다.
단우비헌은 회심의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 석실(石室), 장방형(長方形)의 반듯한석실이었다.
“...!”
안으로 들어간 순간 단우비헌은 흠칫했다.
노인(老人)! 한 명의 도복(道服)을 입은 노인이 정면의 포단 위에 정좌한 채
그를노려보고 있지 않은가?
“...!”
“...!”
두 사람의 눈길이 부딪친 순간,
파앗!
우주(宇宙)가 흐른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의 대우주가
한순간 노인의 깊이를 모를혜안으로부터 단우비헌의 눈으로 흘러들었다.
'읏!'
단우비헌은 일순 머리에 은하계(銀河界)의 숱한 별들이 흘러들어오는 듯한 환상을느끼며
어지러움을 느끼고 비틀거렸다.
그가 신형을 바로 잡았을 때였다.
“...?”
그는 어리등절했다.
노인, 그는 어느 새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착각을 했나?'
그가 어찌 알았겠는가?
그 찰나간 눈빛의 마주침,
그것이 천 년(千年)의 시공(時空)을 뛰어넘는 엄청난대복연이었음을?
이후(以後)...
단우비헌의 지(智)가 무한히 흐려졌다는 사실을 그 자신은 모르고있었다.
“휴우!”
단우비헌은 한숨을 내쉬었다.
먼지, 노도인(老道人)의 머리 위와 어깨 위에는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쌓인 것인지
무려 한 자 두께의 두터운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던 것이다.
'이 석실의 주인인가 보구나. 벌써 오래 전에 좌화(坐化)했다.'
그렇다. 노도인은 이미 생명이 끊어진 시신이었다.
그의 앞, 사방 한 자 정도의 귀갑(龜匣)이 놓여 있었다.
귀갑은 거북의 등껍질로 만든 함(函)이었다.
그것 자체로만도 대단한 기진이보임은물론 골동품적인 가치가 있었다.
<연자취(緣者取).>
연자(緣者)가 취(取) 하라는 글이 바닥에 쓰여 있었다.
단우비헌은 왠지 노도인에게 말할 수 없는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그것은 그로서는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단우비헌은 머뭇거리다가 가볍게 예를 취한 후 귀갑을들었다.
묵직했다.
'대체 이 속에 무엇이 들어 있기에 이토록 치밀한 안배를 해 놓았을까?'
강한 호기심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귀갑은 단단했다.
미세한 틈이 있을 뿐 아무런 여는 장치도 없었다.
하나 단우비헌이누구인가?
이미 기관장치쫌은 눈을 감고도 뜯을 수 있는 그였다.
스--윽--!
미세한 틈 부분을 손가락으로 긋자,
덜-- 컹!
마침내 귀갑의 뚜껑이 열렸다.
“...!”
그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귀갑 속,
그 속에는 세 가지 물건이 들어 있었다.
한 장의 양피지(羊皮紙),
아홉권의 고서(古書),
하나의 태극패(太極牌), 그것이 전부였다.
단우비헌은 그 세 가지 물건들에게서 이해할 수 없는 현기(玄氣)를 느꼈다.
“어디?”
그는 먼저 맨 위에 놓여 있는 양피지를 꺼내 보았다.
양피지는 낡아 바스락거렸다.
그곳에는 극히 수려하고 현기 넘치는 필체로 다음과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노도는 팔황신비자(八荒神珌子)라 한다.
수(隨) 문제(文帝) 때 사람으로 일찍도학(道學) 탐구에 일생(一生)을 바쳤다.
마침내 천기(天機)를 깨달은 것은 노도의춘추 칠십구 세 때로써
우연히 황산(黃山) 천도봉(天都峯)에서 하나의 철비(鐵碑)를발견함으로
노도의 운명(運命)은 크게 변했다.>
이 무슨 소리인가?
팔황신비자라면, 저 유명한 고금제일현자(古今第一賢者)로 통하던그가 아닌가?
그의 입을 통해 암흑과 광명의 쌍천신화(雙天神話)가 밝혀졌었다.
“수(隨) 때의 사람이라면 최소한 구백 년 이전의 사람이아닌가?”
단우비헌은 아연함을 금치 못했다.
그의 가슴에 알지 못할 숙명의 진동이 일어났다.
<노부가 본 철비는 놀랍게도 무림창세기(武林創世期)의 신화가 기록된 사적비였다.
그 속에서 노부는 놀라운 비밀(秘密)을 풀어냈으니
곧 정사(正邪)의 근원이양대무국(兩大武國)에서 파생했다는 사실이었다.
정(正)의 근원지인 천상신계와
마(魔)의 근원지인 암흑마계!
무서운 일이다.
그들은 이천 년의 잠을 자고 있으나언젠가는 깨어날 것이다.
그 때가 오면 천하(天下)는 단 하루도 피바람 잘날이없으리라...
중략(中略)...>
“알고 보니 이 분의 입에서 천상신계와 암흑마계의 말이 흘러나왔구나.”
단우비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피지의 글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읽어가는 동안,
그의 안색은 수십 차례나 변했다.
대체 무엇이 적혀 있기에...?
팔황신비자, 그는 일대(一代)의, 아니 고금제일의 석학이자 대기인(大奇人)이었다.
도학에 전념하던 그는 천기를 짚은 결과
황산 천도봉에 그 계기가 묻혀 있슴을발견하고 마침내 철비를 캐냈다.
그 속에서...
그는 천 년 후 무림에 엄청난대혈풍우(大血風雨)가 일어날 것임을 감시해 냈다.
그는 암흑마계의 환란이 다시 야기될 것임을 깨닫고 그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단우비헌이 놀란 것은 암흑마계의 힘(力)이 가히 상상 이상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단우비헌은 가슴이 진동함을 느꼈다.
<....상략(上略)...
암흑마계의 발호는 천하를 시산혈해로 만들 것이다
. 천상신계의깊은 잠은 언제 깨어날 것인가?
노도는 깊은 우려를 금할 길이 없도다...
중략(中略)...
노도는 하나의 인간(人間)이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다.
구룡밀지, 아홉 마리의 용이 만들어 낸 신비가 바로 그것이다.
노도는 그 이후천하를 유랑하며 흩어진 구룡밀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구룡밀지는 비록 무림과 직접연결이 있는 것은 아니나,
만일 그를 모두 얻으면 능히 용의 힘을 얻을 수 있다.
만일 이에 십성비천(十聖秘天)마저 얻는다면 능히 대환란을 막을 수 있으리라...
중략(中略)....
노도의 능력이 용을 보는데 그침이니 마침내 노부는 일백 이십 세에이르러
흩어진 구룡밀지를 모으는데 성공했으나
안타까움이여, 이를 후계자에게 전할수 없슴이여...
이에 연자(緣者)에게 후사(後事)를 맡기노라.>
고금제일의 현자인 팔황신비자, 그는 위대한 일을 남긴 것이다.
구룡밀지-!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어 온 전설아닌 전설,
마침내 그는 구룡밀지를 하나(一)로귀일시킨 것이었다.
“구룡밀지?”
단우비헌은 가슴 깊숙이 선인에 대한 감명에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한동안묵묵히 음미하다가
이윽고 아홉 권의 고서(古書) 중 그 첫번째 고서를 집어들었다.
<구룡제일서(九龍第一書) 잡룡경(雜龍經).>
“푸웃!”
제목을 읽어보던 단우비헌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금치못했다.
'구룡제일이 잡룡(雜龍)이라니... 우습군.'
그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첫번째 장을 열어본 순간, 그는 눈을 크게 뜨고말았다.
<웃는가? 물론 구룡제일(九龍第一)이라는 말에 그대는 광오하다고 웃고 있겠지?>
잡룡경의 첫장에 쓰여진 글에 단우비헌은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너무도 자신의마음을 정확하게 짚은 글이 아닌가?
어이가 없다 못해 놀라움까지 치밀었다.
하나 다음 순간 그의 입가에는 매력적인미소가 번졌다.
“웃기는군. 하지만 마음에 드는데?”
그는 한 번 싱긋 웃고는 다시 글을 읽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대가 잡룡지(雜龍地)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구룡밀지(九龍密地)중에서도 잡룡지는 천하제일이다.
그대는 무엇이 천하의 으뜸인 줄 아는가?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것, 천하인(天下人)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설사귀신일지라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산재(散在)한 모든 전장(錢莊), 도박장(賭博場), 마장(馬場), 상전(商錢),
해운(海運), 어장(魚場)...
모든 것이 곧 잡밀계에 속해 있나니 그 누가 따를것인가?
이들이 가지고 있는 큰 힘을!
황금으로 산(山)을 쌓고 은자로 바다(海)를 메우고도남을 재물(財物)은
능히 천하를 사 버릴 수가 있으리라...>
이 얼마나 놀라운 말인가?
잡룡지, 곧 천하의 상권(商權)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잡룡경 속에는 각종 이재(利財) 방법과 상술(商術)이 적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잡밀계를 운영하고 다스리는 법(法)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잡룡지주(雜龍地主)가 된다는 것,
그것은 곧 천하제일부호(天下第一富豪)를 의미했다.
“이것이 사실인가?”
단우비헌은 그만 기가 꽉 막히고 말았다. 그의 놀라움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이사실이라면 잡밀계 하나만 가지고능히 천하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두 번째 고서를 대한 그는 더욱 더 경이로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구룡제이서(九龍第二書) 유룡전(儒龍典).>
유룡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어 있었다.
<천하인생사(天下人生事)가 인의(仁義)에 의해 이루어지나니
학문(學問)이 곧 삶의법도라.
유룡밀지(儒龍密地)는 천하의 서원(書院)을 관장한다
. 천(天), 지(地),인(人), 삼체(三體)가 귀일될 때 화평을 이루며
힉문은 예와 도덕을 근간으로사심(邪心)을 억누른다.
유룡지주(儒龍地主)는 천하의 서원을 관장하며 부동심의제일현(第一賢)이 되리라.>
“천하의 학자와 서원(書院)을 관장한다고?”
단우비헌은 고개를 저었다. 가히 믿을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하나 믿지 않을수도 없었다.
문득, 책장을 넘기던 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유룡밀종무심결(儒龍密宗無心訣).>
문득 그런 구결이 눈에 띈 것이었다
. 구결을 읽어 내려가던 단우비헌은 놀라움을금치 못했다.
그것은 하나의 심법(心法)이었다.
마음의 팔만 사천 가지 심악(心惡)을제거하고,
잡념을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잔잔하게 가라앉힐 수 있다는...
불가사의한 청명부동심공이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불가나 도가의 반야대금강력이나
태청심법보다도 오히려 몇 단계 높은 부동심공이었다.
“이런 놀라운 공부(功夫)가 존재했다니...!”
시험삼아 시전하던 단우비헌은 삽시에 마음이 맑아지고
무궁한 지혜가 샘솟듯솟아남을 느끼고 희열을 금치 못했다.
그는 세 번째 책을 열었다.
<구룡제삼서(九龍第三書) 도룡해진(道龍解眞).>
<만상(萬象)의 이치는 무릇 대자연(大自然)에서 비롯되나니
자연지기(自然之氣)에서파생한 이치는 항상 이(利)를 준다.
천하에 산재한 도관(道館)은 도밀계(道密界)에속한다.
이는 도가(道家)와는 또 다른 흐름이니,
그 대종(大宗)은 양생법과환술(幻術)에 있다.
팔천칠백종(八千七百種)의 양생법과 환술은 그 무궁한 묘용으로
능히 자연(自然)의 힘을 이길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기실 도학(道學)은 신선술(神仙術)과 또 하나
즉,전진(全眞)에서 유래한 환도술(幻道術)의 흐름이 있었다.
도룡지는 바로 후자에속하는 것으로
배교(拜敎)의 사술(邪術)과도 유사한 환술의 흐름이었다.
“세상에 이런 환술이 있다니...”
도룡해진을 읽고난 단우비헌은 그 무궁무진한 변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水), 불(火), 나무(木), 바위(岩), 산(山), 초목(草木) 등
모든 자연지물을이용하는 신비는 계속 이어졌다.
<구룡제사서(九龍第四書) 병룡밀서(兵龍密書).>
그것은 일종의 병법가(兵法家)의 기서였다.
하나 일반 육도삼략이니 손자병법이니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틀렸다.
대부분의 방법은 군사술(軍士術)이었다.
병룡밀지(兵龍密地)가 추구하는 것은대인병법(對人兵法)
즉, 일대일(一對一)의 심리전술(心理戰術)에서부터
천하(天下)를경영하는 광범위한 병략(兵略)을 포괄하고 있었다.
그것은 또한 이론(異論)보다도실전적이었다.
<인간(人間)이 모여 살면서부터 싸움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작게는 개인(個人) 대개인의 싸움에서부터, 크게는 국가(國家)와 국가의 전쟁도 일어났다.
싸움이일어나지 않았다면 모르거니와 일단 일어난 후라면 필승(必勝)해야 함은 당연지사...
中略...
필승의 병략(兵略)은 대저 법도에 따라야 한다...
中略...
其一싸움에임하는 전원이 일심(一心)으로 생사(生死)를 함께하는 마음을 갖아야 한다
. 其二,천(天)의 시(時)에 쫓아야 한다.
천(天)은 음양(陰陽)의 이치이며, 시(時)란한서(寒署)나 계절의 변화를 말함이다
. 其三, 땅(地)의 이(利)에 유의해야 한다.
其四, 유능(有能)한 장(將)을 얻으라.
其五, 엄격한 조직과 규율을 가져야 한다.
其六... 其七..>
<구룡제오서(九龍第五書) 음양용이기단서(陰陽龍二氣丹書).>
이는 곧 음양용밀지(陰陽龍密地)로써 음양의 이치를 다스리는 묘방이었다.
<구룡제육서(九龍第六書) 농룡민서(農龍民書).>
농룡밀지(農龍密地), 곧 농자지천하대본을 말하는 것으로
각종 농법(農法), 기호를가리는 이론이었다.
비록 농룡밀지는 실존하지 않는다
하나 천하의 농자들이 그에포함된다할 수 있었다.
<구룡제칠서(九龍第七書) 의룡밀전(醫龍密典).>
전설적인 전국시대의 신의편작이 남긴 의서를 바탕으로한 의룡밀지(醫龍密地),
이들에 속한 귀의(鬼醫)들은 인간의 상상을 불허하는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지니고있다.
<구룡제팔서(九龍第八書) 화룡밀경(花龍密經).>
그것은 일종의 풍류계를 의미했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각종 기예(技藝)들...
특히꽃(花)이라 자칭하는 여인계(女人界)에 관한 모든 것이었다.
한데,
<....上略...
화룡밀지주(花龍密地主)를 위하여 다섯 송이에 화룡오화(花龍五花)를남기노니
인연이 닿는다면 그대에게 개화(開花) 되리라.>
“화룡오화?”
단우비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시지간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때문이었다.
어찌 알았으랴?
훗날... 그에게 엄청난 염복이 그로 인해 터질 줄이야?
단우비헌은 마지막 책을 집어들었다. 아니, 그것은 목판경이었다.
얇디얇은백향목(白香木)이 가지런히 겹쳐져 있는 목판경으로써
청아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도합 열 아홉장, 목면(木面)에는 기이한 문양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마치 벌레가기어가는 듯한 기이한 문양.
“이것은... 이미 사멸어(死滅語)가 된 천축(天竺) 마라어가 아닌가?”
단우비헌은 탄성을 발했다.
그것은 이미 천 년 훨씬 이전부터 실전된 마라범어였다.
<노납은 구룡천겁밀지(九龍天劫密地)의 제일대 밀주인 광륜불존(廣輪佛尊)이다.
전래(傳來)의 겁륜마라사(劫輪磨羅寺)의 숙원인 십팔마라천검(十八磨羅天劍)은
아수라십팔마를 몰아낸 제석천의 법륜(法輪)이나 아쉽게도 그 유맥이 훼손된 바...
노납 당대에 이르러 간신히 계승하였다.
하나 겁륜마라사의 천수가 다한 바
이에 그법결(法訣)을 남기니,
구룡밀지를 얻는 자는 법륜을 펴 아수라의 준동을 막기
바라노라.>
“...!”
단우비헌은 기이한 느낌을 금치 못했다.
이제껏 본 구룡팔지는 모두 무공과는 관련이 없었다.
한데 마지막 구룡천겁밀지는유일하게 검결(劍訣)을 남기지 않았는가?
전설에 내려오는 겁륜마라사란대소뢰음사보다도 훨씬 이전이 아닌가?
'과연?'
단우비헌은 호기심을 느꼈다.
십팔마라천검! 그 검법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
부르르...!
열 여덟 장의 목판경에 기재되어 있는 십팔초(十八招)의 검공(劍功)! 그것을 읽던
단우비헌의 눈썹이 부르르 떨렸다.
<마라환상무(磨羅幻像舞).>
<마라등천무(磨羅騰天舞).>
<마라섬광무(磨羅閃光舞).>
<마라붕후무(磨羅鵬吼舞).>
<마라광륜무(磨羅廣輪舞).>
<마라윤회무(磨羅輪廻舞).>....
도합 십팔초의 검결(劍訣), 그것은 그야말로 가공할 고금제일의 검법이었다.
단우비헌이 누구인가?
전설의 무국 천상신계의 절정기학을 익히고
또다시 천년마궐의고금무적마학을 한 몸에 익힌 그가 아닌가?
한데 어째서 고작 십팔초에 불과한검결을 보고 그토록 놀란단 말인가?
“이럴 수가? 칠대천무(七大天武)에 버금가는 검학이 존재하였다니!”
단우비헌은 한참 만에야 입을 떼었다.
칠대천무에 버금가다니...
칠대천무는 천상신계가 천 년이상에 걸쳐 완성한 하늘아래 최대의 무학비결이 아닌가?
한데, 십팔마라천검(十八磨羅天劍), 제석천이
아수라십팔마를 유부로 몰아 넣었다는 전설의 검학...
그 위력이 칠대천무와버금간다는 것이다.
석실,
“...!”
단우비헌은 모든 것을 읽은 후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손바닥만한태극패(太極牌)가 쥐어져 있었다.
그것을 꺼내면 천 년의 흐름 속에 숨어 있던구룡밀지가 드디어 하나로 귀일된다는 것이다.
신부의 앞뒤 면에는 정교한태극문형(太極紋形)이 새겨져 있었다.
“과연 세상은 넓다.
무학만이 최고인 줄 알았더니 구룡밀지만 해도 능히 천하를좌지우지 할 수 있지 않은가?”
단우비헌의 얼굴에는 신비감이 어렸다.
그는 구룡밀지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그야말로 우연히 접한 신비의구룡밀지,
그것이 보통 일인가? 구룡밀지를 얻는 자, 땅(地)을 얻는다는...
팔황신비자의 예언을 그는 접하지 않았는가?
운명(運命), 또 하나의 대풍운을 예고하는 운명이 그에게 도래한 것이다.
단우비헌, 일대의 기린아-!
그는 세상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천하를 얻고 있었다.
“후후후...! 구룡밀지가 만일 지금까지 현존한다면 그것은 내게 큰 도움이 된다.
암흑마계와의 싸움에 필히 도움이 될 것이다.”
단우비헌의 얼굴에는 매력이 넘치는 웃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구룡밀지,
신비의전설이 그에 의해서 다시금 부활의 꿈을 꾸게 되리라.
일대의 풍운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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