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부싸움도 해야 한다.
오늘도 김사장은 베개를 들고 집에 들어선다.
“그만 좀 가져와요. 베개가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이제 둘 곳도 없어요.”
집에는 베개가 300개가 넘으니 둘 곳이 없다. 거실에도 안방에도 딸들 방에도 정말 어디다 둬야할지 김씨 부인은 걱정이다.
김사장은 이제는 아내에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더 이상 베개를 둘 곳도 없고 또 베개를 사들이려면 아내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당신, 방으로 들어와 봐.”
잔뜩 화난 아내에게 안방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미안해. 하지만 이 베개들이 우리를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거야.”
“도대체 베개가 뭘 해준다는 거예요?”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난, 이 베개들과 이야기를 하고 지내.”
“뭐라고요?”
“사실이야.”
“세상에!”
“도움도 많이 받고.”
“그걸, 나더러 믿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 당신만 알고 있어야 하고.”
하지만 부인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세상에 베개가 말을 한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하지만 남편이 열심히 일하고 생활비도 많이 주니까 뭐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당신, 베개 가게 하나 할래?”
“뭐라고요?”
“아니, 이 많은 베개를 하나씩 팔아보자고?”
“글쎄요?”
김사장은 집에 쌓아두는 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베개 가게를 하면 어떤지 물어봤다.
“당신이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 논 베개가 인기 있을거야.”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럼, 당신이 이렇게 정성을 들였으니 잘 팔릴거야.”
“한 번 생각해 볼게요.”
“생각할 게 뭐 있어. 당신 미싱도 잘하니까 잘 될 거야.”
“고물상 옆에서 한두 평 사무실 내줄게 해봐.”
“그래도 생각 좀 하게 며칠만 기다려 봐요.”
“알았어.”
김사장 아내는 왠지 가슴이 쿵쾅 뛰었다.
“내가 베개 장사를?”
그리고 한 달 뒤에 베개 가게가 작게 생겼다. 장소는 아내가 고물상 옆은 싫다고 해서 등촌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