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6]
서울교구 여성회장 인터뷰
점심,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서울교구 경신당 박태량 여성회장을
신인간사에서 만났다. 서울교구는 대교당 시일을
주관하며 대외적으로 천도교 시일식의 표본을
보여주는 교구라는 점에서도 다른 교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교구 구성원의 책임은 무겁다.
특히 여성회장이라는 직책은
여러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면에서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자리이다. 또 서울교구는
여러 포의 연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교당 시일에 참석하는 인근 교구 수도
꽤 많은 실정이라, 이런 특징들을 모두 끌어안고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서울교구의 숙명이다.
경신당 박 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숨도 고를 여유가 없이 교구의 시일 점심 이야기부터
꺼내 놓으신다. 그게 마음에 큰 짐인 것 같았다.
박태량 회장: 한 달에 두 번이라도
점심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건데, 비용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요. 지난 교구장 때는 그나마 점심 식사를
마련했는데, 식사비용을 위해 모금함을 두었거든요.
그런데 모금이 잘 안 되었어요. 이곳 위치가
그래서 그런지 점심을 먹는다는 소문이 나면,
이 주변 노숙자들이 먼저 알고 찾아와요.
노숙자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인데,
우리가 비용이나 인력이나 아직 그 여력은
안 되는 실정이에요. 말이 나왔으니 말씀드리는데,
인력이 모자라요.
막상 일할 수 있는 여성회원이 없어요.
거반 나이가 드신 데다, 여기저기 아프신 분들이라
주방 일을 하시기가 힘들어요. 서울교구는
다른 교구처럼 주방시설이나 식당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잖아요. 모두 다
간이로 급하게 만들어서 밥이고 설거지를 하려니,
쪼그려 앉아야 하고, 제대로 된 시설보다
힘이 몇 배로 들어요.
그래서 젊은 여성회원들 도움이 절실한데,
일할 수 있는 여성 회원들은
시일에 잘 나오지를 않아요.
교구 임원 내수도만 나와도 웬만할 텐데,
임원 내수도 참여가 참 부족해요.
지금 교당 시일식 모습 보셔요. 여성 측 좌석보다
남성 측 좌석이 훨씬 많이 차잖아요.
여태 이런 적은 없었어요.
선생님보다 사모님들이 훨씬 더 많이 나오셨는데,
이제 달라졌어요.
선생님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은
여성회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잖아요.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여성회비 내는 여성회원 수가
거의 반이나 줄었어요. 돌아가시기도 했지만,
안 내는 회원이 늘어난 거지요.
편집실: 그럼 구체적으로 젊은 여성회원, 특히
임원들 내수도가 시일에 참여를 안 한다는 거군요.
다른 교구에서 보면 교구장 이하 부장, 차장들은
가족이 먼저 나와 선생님은 시일준비를 내수도는
주방 일 등을 담당하며 교구 일이 돌아가거든요.
박태량 회장: 젊은 여성회원들은 대부분
직장을 다니니까 휴일은 일들이 많지요.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고 본인도 좀 쉬어야 하고,
그런데 교당에 나오면 또 힘들게 일을 해야 하니,
참석을 피하게 되겠지요.
편집실: 사회가 변화하는 데 따른 현상인 것 같아요.
요즘은 남성 못지않게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다 보니까 이런 현상은
모든 여성회의 고민일 것 같아요.
제가 어느 교구에서 경험한
여성회원의 불만이 생각나요. 입교하신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인데, 주방 당번에 배정이 됐어요.
본인은 몰랐는데, 당번이라고 호명되니까 당황하면서
문제를 제기했어요. 본인은 5일 내내 야근을 하는
힘든 직장에 다니는데, 일요일은 좀 쉬고 싶지만,
마음에 위안을 얻고 싶어 교당에 나왔는데,
일요일까지 주방에서 힘든 일을 감당해야 한다면,
교당에 나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요.
봉사는 신앙심이 우러났을 때 할 테니까,
강제로 요구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져요. 어떤 분은 6일 내내
식당 주방에서 근무하시는데, 시일만큼은
주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요.
일주일에 하루만큼이라도 삶의 위안을 얻고 싶으니
알바를 쓰라고요. 차라리 비용 지급을 하겠으니
시일은 좀 쉬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박태량 회장: 점점 젊은 여성회원들이 줄어드는 이유를
그런 데서도 찾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원로님들이 따님이나 며느리들을
데리고 나오지 못한다는 데도 문제가 있어요.
당신들은 열심히 시일식에 나오시면서 자녀들은
참석을 못 시키신다는 것이지요.
말을 안 듣는다고 하시지만, 이런 가정은
이분이 돌아가시면 신앙이 끊기고 말아요.
자녀 시일식 참석 문제는
비단 여성회의 점심 준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일식 전반에서 다시 한번 검토를 해봐야 합니다.
요즘 점은 사람들은 무척 유연하고 똑똑합니다.
다들 많이 배웠고요. 부모보다 월등히 낫지요.
그런데 시일식이 이들에게 교회를 나오는 수고에
보답을 해줘야 해요. 다들 바쁜 사람들이라
자신이 투자하는 시간에 따른 보상이 없으면,
더 마음을 내지 않거든요.
편집실: 그래요. 무조건적인 신앙심만 요구해서는
따르지 않아요. 요즘 사람들은 마음도 몸도
무척 지쳐있어요. 그런데 시일식이 이들에게
영적인 휴식이나 충만을 줘야 하는데, 지금 시일식은
많이 부족합니다. 형식적인 설교가
되풀이 되다 보니까, 영적인 기쁨을 느끼기가
힘들다는 문제가 있어요. 그리고 교인 간의 유대가
안정감을 주는데, 그것도 예전만 못하고요.
박태량 회장 : 영적인 기쁨을, 보상을 말씀하다 보니까
요즘은 수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도 생활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사는 건 언제든지 힘들거든요. 그런데
여성회 수련이다, 대교당 수련이다 엄청
단체수련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정말 신이 나고
재밌었어요. 힘든지도 모르고 무슨 일이든 다 했어요.
교구마다 에너지가 넘쳐났지요.
지금 교회에서 수련이 사라진 지 한참 되었잖아요.
재작년만 해도 대교당 수련한다 하면
영등포교구고 인근 교구가 다 오고는 해서
서로 만날 기회도 있고 또 만나면 반갑고 했는데,
지금은 수련이 없어지니까 만날 일도 없어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더해요.
코로나가 끝나자 시일식에 사람들이 더 줄었어요.
편집실: 코로나가 사회생활을 참 많이 바꾸고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자꾸 줄어드는 교인인데, 걱정이에요.
여성회원을 늘리고 포덕을 할 수 있는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박태량 회장: 수련밖에는 없어요. 제가 이만치라도
건강을 유지하고 마음을 지키며 사는 것은 다
수련 덕분이에요. 수련 때 경험한 한울님 감응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이 근방에서
사진관을 크게 하다가 접고 남편인 소암이
수련을 하라고 해서 용담교구로
여성회 단체수련을 많이 갔어요. 남해에서는 버스로
한 차씩 왔어요. 밥 먹은 거, 빨래하는 거, 잠자는 거,
다 부족했어요. 그런데도 정말 좋았어요.
저는 처음 수련에서 감응을 받았어요.
제가 위가 안 좋은데, 3일이 되니까 속이 확 달면서
다 나았어요. 그리고 한번은 수련을 하는데
뒤에서 얼굴은 안 보이는데 한복을 입었어요.
대신사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구름을 타고 가시면서
‘수련’ 열심히 해라 하시는 거여요.
돌아보니까 둥실둥실 떠가시는 거여요.
한번은 막내 동생이 장가갈 무렵인데 제가 넘어져서
발목이 부러졌어요. 결혼식이 가까워서 깁스를 하고
예식장에 갈 수가 없어서 침을 맞으며 버텼어요.
침을 맞으며 계속 움직이니까 발목은 물이 줄줄 흐르고
형편이 없었어요. 그렇게 한 6개월이 지나고
수련을 갔어요. 다리가 아파도 버티고 앉아서
주문을 했어요. 그런데 한 3일 지나고 보니까
다리에서 딱 소리가 나더니 씻은 듯이 나았어요.
저는 수련해서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에요.
아이들 다 잘 자라서 자리 잡았지, 아직 몸 건강하지...
수도원 다니면서 기억나는 것들이 있어요.
우이동에 갔을 때여요.
한태원 선생님이 지도하실 땐데 밖에서 수련생들
주문을 들었는데, 주문소리가 참 좋았어요.
한태원 선생님 주문소리 참 좋잖아요. 그리고
경주 갔을 대여요. 월산 선생님을 처음 뵈었는데,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인 줄 알았어요. 어떻게
저런 사람이 다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화악산 수도원은요, 주변에
더덕나무가 참 많다는 생각이 나요.
저는 여성회 수련은 한 번도 안 빠졌어요.
작년에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좀 했는데
지난 수련 때 그것도 다 나았어요. 이제는
여성회 회원 늘이고 교인 늘리는 일만 남았는데,
참 고민입니다. 쉽지가 않아요. 바라는 게 있다면
교단에서 수련을 좀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교인들이 신앙심을 유지하는 데에는 수련밖에 없어요.
수련회 때 가보세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나와서
일하잖아요. 밥이 없어도, 씻는 게 불편해도,
잠자리가 불편해도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잖아요. 마음이 기쁘고 몸이 건강해지면
무슨 어려움이라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가 있어요.
교회에 잘 안 나온다, 교구 일을 잘 돕지 않는다는
고민에 앞서서 수련부터 활성화해야 해요.
수련으로 한울님 모신 것 깨닫고 한울님 감응 느끼고
모든 일이 뜻한 데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으면
저절로 교구도 여성회도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구 점심은 이리저리 팀을 짜서라도
운영을 해 보겠습니다. 점심을 하지 않으니까
더 교인이 준 것 같아요. 멀리서 오신 분들을
점심도 대접 못 하고 돌려보내려니 마음이 아픕니다.
결국 인터뷰는 가장 근본적인 곳으로 돌아왔다.
교구 점심 준비를 통해서 살펴본 교구 실정이었다.
어느 교회의 교인이든 한울님의 감응을 받아야
모든 일이 순조롭다. 지금 우리 교단은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며 발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에 놓여 있다. 그러나 아무리
변화를 거듭한다고 해도 천도교 여성회는
여성회원이 있어야만 존립이 가능하다.
천도교에서 으뜸은 부화부순이다.
젊은 내수도들의 참여가 절실하게 필요한
서울교구 여성회의 건투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