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라운드 한 썸중 두 사람의 대화내용이다. 형이라 불리운 사람의 그 다음 멘트는 생략되었다. 하지만 난 그의 (나에게도 형뻘이다) 생략된 다음 멘트를 알고 있다.
'니들이 어찌 고수의 테크닉을 알리요...' 이다.^^
물론 그의 대답직후 필드는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그의 표정에선 비장한 고수(?)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뒷땅은 중요한 골프 테크닉중 하나이다. 물론 아무 때나 무시로 뒷땅이 나온다면 기술부족이 원인이겠지만 벙커나 러프가 깊은 그린주위에서 특별히 뒷땅을 때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는 그 날 100타를 넘겨 쳤다. 하지만 그의 생각엔 배울 게 많았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보자.
필드에 서면 두려워해야 할 것과 결코 두려워해선 안될 것들이 있다. 이걸 잘 구별하면 잘 치는 골프가 된다.
먼저 두려워하면 안되는 것들부터 살펴보자.
이름하여 용기편.
1. OB를 두려워하지 말라
OB는 해서는 안될 금기가 아니다. OB도 엄연히 골프를 구성하는 게임의 한 요소이다.
한국 골프장의 코스설계는 특징이 있다. 코스의 설계자체가 산악지형을 이용한 코스가 많아서인지 티박스에 올라서면 살벌한 느낌을 준다. 한쪽은 절벽이고 반대쪽은 산등성이다. 그러므로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코스가 골퍼를 위축시킨다.
오비도 산으로 올라가든가 아니면 절벽으로 떨어지든가 둘중 하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위축되면 코스를 압도할 수 없다. 오비가 나는 건 나는 거고 다부지게 드라이버를 쏴 붙일 필요가 있다. 티박스에서 위축되면 그 날 골프는 황된다.
상대(코스)가 터프하면 이쪽도 터프해야 한다. 한국의 티잉 그라운드는 많이 가파르지만 실수했을 때 망가지는 추락의 깊이가 깊을수록 추락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경험상 코스를 압도하지 못한 곳에서 싱글해 본 경험이 없다.
압도하든가 압도당하든가 둘중 하나다. 티샷에서 위축되면 코스를 압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오비를 두려워하지 말고 질러라.
히딩크의 멘탈은 축구뿐 아니라 골프에서도 좋은 교훈이었다. If you want to win, you need to dominate the game.
2. 타핑은 좋은 실수이다.
타핑은 더프와 사촌간이다. 속된말로 해보자. 대가리를 까는 건 뒷땅을 치는 것과 동일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실수다. 실수의 결과가 나타내는 상황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유가 같다고 해서 결과도 똑같은 건 아니다. 타핑은 좋은 샷을 하기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인 건 확실하다.
뒷땅은 거리상으로 거의 한 타를 까먹는 실수이지만 타핑은 공을 먼저 쳤다는 의미에서 뒷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좋은 실수다. 거리상으로도 반타 혹은 1/3타정도의 손실이 있을 뿐이다.
한국골프는 양잔디가 아닌이상 공을 먼저 치기가 쉽지 않다. 페어웨이를 잡은 공이라도 잔디에 뒤섞여 있기 때문에 거의 공과 잔디를 동시에 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공을 먼저 친다는 건 좋은 샷을 할 수 있는 필요조건중 한 가지를 해냈다는 말이다. 타핑의 순간에 좀더 클럽을 밀면서 파고들면 그게 굿샷이다.
타핑을 두려워하지 말고 타핑에 절망하지도 말라. 뒷땅은 경계해야 할 실수이지만 타핑은 잘만 이용하면 보약이 될 수도 있다.
뒷땅을 치료하는 한 가지 방법.
매샷을 페어웨이 벙커샷하듯 해 보자. 페어웨이 벙커에선 약간의 뒷땅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참 공 칠때 페어웨이 벙커샷 연습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요즘도 페어웨이 벙커에선 뒷땅치지 않는다. 그런 feeling이 몸에 배면 항상 공부터 칠 수 있다.
텍사스의 영웅 벤 호건이 가장 으뜸으로 꼽는 샷이 디봇없이 공만 떠내는 샷이었다고 한다. 그걸 익히면 공부터 치는 샷은 무시로 할 수 있고 카트도로에 앉은 공도 두려움없이 갈길 수 있다.
물론 이 샷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샷이고 타핑과는 질적으로 다른 샷이긴 하다. 하지만 공부터 치고 디봇을 만들어야 하는 정상적인 아이언샷의 출발은 그대가 두려워하는 타핑이란 걸 잊지말라.
어쩌면 대가리를 까는 건^^ 굿샷의 좋은 출발이다. 거기서 조금 더 파고들면 그게 나이스샷으로 가는 길이다. 대가리... 두려워하지 말고 까라.
3. 브레이크를 향한 스트록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린에 오르면 홀컵은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그린 위의 스트록은 철저하게 브레이크를 향한 것이어야 하고 그건 상당한 배짱을 가져야만 가능하다.
대개 골퍼는 브레이크를 보고도 홀컵의 미련을 떨치지 못한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홀의 위로 빠지되 아래로 빠지지 말라는 얘기다. 위로 빠지면 프로라인, 아래로 빠지면 아마추어라인이라는 말도 있다.
브레이크를 많이 본 건 들어 갈 확률이 있지만 브레이크 밑으로 빠지는 공은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지나가면 그나마 단 1%의 확률이라도 있지만 못미치면 아예 들어갈 확률 0% 라는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홀컵을 딴 데 두고 브레이크를 향해 스트록을 하는 건 말은 쉽지만 실제 그린에선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오늘 이야기는 그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