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새해 일요일 새벽부터 핸드폰 진동음이 울려댑니다.
시간이 몇 시인데 도대체 누가? 순간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이 시간에 전화가 왔다면 십중 팔구는 반갑지 않은 소식일테네......
라는 생각에 홀더를 열어 본 순간, “아차~ 오늘이 ‘거북 산악회’
새해 산행하는 날 이구나“하는 생각에 벌떡 오뚜기 되어 마음과
몸이 하나 되어 바빠집니다.
준비물이랄 것도 없지만 어제 챙겨둔 짐들을 움켜지고 부평에서
동대문 역사공원으로 내 달립니다. 이미 많은 회원님들이 도착하여
오는 이들 모두의 손을 맞잡아 주며 새해 인사겸 반갑게 맞이하여
주니, 마음은 금방 따스함이 찾아듭니다.
그래도 이날은 추위가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금은
풀린 듯 하더군요. 날씨는 쾌청하니 상쾌하고, 서울을 출발하여 강
원도 계방산에 이르는 동안 눈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산과들을
요기하느라 번득이고, 앞과 뒤 옆 사람들과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
하느라 입으로 쓰담쓰담 해 주다 보니 언제나 그렇듯이 목적지에
편하게 안착합니다.
간단하게 인원 점검과 순서가 얼추 정리되어 드디어 '거북산악회‘
의 새해 첫발을 내 디딥니다. 그러나 계방산 시작부터 50계단을
오르다 보니, 이런 시작도 아니 했는데 숨이 벌써 턱을 찹니다.
평상시의 운동 부족을 여실히 느끼면서 개미 군단처럼 이어진 행
렬을 따라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자연이 꾸밈없이 보여주는 설경에
눈이 먼저 호강을 합니다.
꽃처럼 피어있는 상고대를 보면서, ‘이래서 추운 겨울에도 산을 찾는
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산과 하늘이 닿는 그곳까지 설경은
이어지고, 우리네 거북이들도 그 선을 따라 움직이니 숨을 헐떡이게
하던 시간 앞에 정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다시 한 번 펼쳐진 산들을
둘러보며 크게 심호흡을 해봅니다. “그래, 이것이 였어.” 두 팔 벌려 하늘
향해 기지게를 켜니, 그간 삶의 한가운데에 서서 먹고 살던 것이 아이들
소꿉놀이 하던 수준으로 바뀌면서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오기를 잘했어, 정말 잘 했구먼~ 이라는 생각에 잠길 즈음에 주위가
갑자기 어수선해 집니다. 서로의 짐들을 풀면서 먹거리가 산해진미를
이룹니다. 나물에서 줄기를 잡아 전에 이르고, 뉘집 잔치집이 아니 부
러운데 6회 선배님들 앞에 가서는 정점을 찍습니다.
아니, 여기가 어디 뫼라고 솥단지에 청평 순대국이라니?
“헐~ 대박”
아무리 거북 등가죽이 넓고 단단해도 저것을 이고 지고, 또 준비물과 물
을 짊어 져 왔는지 입을 딱 벌리게 하는 사이에 착착 감기는 막걸 리가
순대국 끓이는 시간을 단축해 줍니다.
막걸리 잔이 너울져 한 두 순배 춤을 추니 살살 머리를 풀어헤치듯 솥
단지에서 김이 피어납니다. 솥단지와 뚜껑 틈 사이를 비집고 배틀한 순대
국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니, “기가 막히는구나!”라는 생각뿐입니다.
그동안 백두대간 어느 산에서도 맛 본적 없는 한국 최초 세계 최초 순대국
맛이란?
하늘이여~ 어찌 써야 한단 말입니까?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 맛을......
코를 훌쩍이며 서로를 챙기면서 왁자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먹거니 권커니
하는 모습이 형제 자매가 따로 없이 이름다우며 보기가 흐믓해 집니다.
자 그럼 이제 먹었으니 슬슬 하산해 볼까?
뒤돌아 그 많은 산들이 펄쳐 놓은 장관을 보며, 또 찾는 다른 이들을 위해
남겨 두기로 하고, 눈꽃이 핀 나무들 사이로 길을 잡습니다. 누구는 넘어져
웃음을 주고, 다른 이는 미끄러져 멋쩍은 모습으로 스스로 웃으며 선두를
따라갑니다. 그런데 이제 와는 정반대 입디다 그려. 하행 시간 2시간 30분
이 와그리 힘들고 기나긴 시간인지.... 산야는 그대로인데 나만 힘든가?
여는 선배님한테 물어봅니다. “저, 형님, 힘들지 않아요?”라고 물어 보니,
“묻기 전에는 몰랐는데 듣고 보니 힘이 들기는 하네. 그런데 말이야. 사다
리도 오를 때 높이하고, 내려 갈 때 깊이하고 틀린 법이야. 높 낮이가 같은
것이 사다리지만, 내려 갈 때는 안도감이 깊이가 그만큼 벌어지니 그리 되
는 거야.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지. 저기 아낙네들도 힘들다 하지 않는데....“
그렇게 한식경을 내려 왔는데도 도착지는 보이지 않고, 이래서 산악인들의
조난 사고가 하행 길에서 더 위험하다 하는 구나 깨달으면서 걸어도 끝간데
없이 이어진 거북이들의 행렬 뿐 이더라구요. 입김을 풀풀이며 걷고 또 걷는
사이에 설경은 계속 이어지니, 그냥 이대로 이곳에서 자연과 살고 싶다는 생
각이 듭니다. 자연은 거짓말은 아니 한다는데, 아직 청청 해역 강원도에서 살
아 볼까나? 꿈 꾸면서 드디어 주차장에 이릅니다.
힘들게 내려 온 이들에게 강원도 별미 장국이 기다림을 끝냅니다.
모락이는 김을 불어 가며 그럭 저럭 한 그릇 뚝딱 맛나게 대적하고, 인원
점검과 함께 서울로 출발~~
이제는 이날의 빅 게임 관광 나이트의 시간. 사회자의 입담은 3시간 넘게
이어지는 귀경길을 느슨하게 하여주고, 많은 이들이 불러 주는 노래 가락
차차차에 몸을 맡겨 봅니다. 특히 영애 누이 노래 솜씨는 이곳에서만 듣기
정말 아깝더라구요. ‘복면 가왕’에 나아가도 수많은 사람이 귀를 울리고, 마
음을 적시어 몸을 가늘 수 없게 만들것 같습니다. 모르는 이들은 누군지 의
아해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많은 선후배님들의 노래 솜씨는
보통의 수준 이상입니다. 3년에 이르는 거북이들의 입담과 가무가 장족의
발전을 하였고, 지루함을 한쪽으로 밀어둔 관광 나이트에서의 흥겨움과 즐거
움은 언제나 다음을 기약하게 합니다.
이날의 행사 평점을 굳이 숫자로 표시 하자면, 2PM의 노래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네요. 새해 첫 단추를 잘 꿰은 ‘거북 산악회’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고, 참석 하지 못한 많은 회원님들의 아쉬움은 다음 기회에 채우시
기를 바라며, 언제나 산행이 있는 날, 준비하고 보듬어 주신 산악 대장님들
과 회장님의 고마움을 많은 이들에게 전합니다.
첫댓글 동문 님들이 이 글을 읽은순간 다음엔 무조건 따라가야지 라고 할것같네 ㅎㅎㅎ 짱
홍순형님의 글솜씨가 산행에 동참한한것 같은 착각이 드는것같습니다,
읽으면서도 그림을 그리듯 정말 생생하게 산행일지을 써서 다음산행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
형님 산행후기 정말 최고 ~~~~
형님!! 거북산악회 새해 처음 출산을 어찌그리 실감나게 마치 시골아낙이 남정네를 짝사랑 하듯 사실적인 표현을 오묘하게 묘사하시고 멋진 순간들을 간지러지게 펼쳐주셨는지요...!!
늘~~건강하세요^^
새해 첫산행 계방산의 여정을 스크린처럼 펼쳐준 예나지나 선배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전날 계방산에 갔다왔는데 눈꽃도 상고대도 별볼일 없었는데 거북이산악회 일정을 알고 뿌려준 눈덕분에 아름다운 설경들이 펼쳐졌네요.
모두들 행복과 행운이 가득한 날! 행복한 날!들이 일년내내 펼쳐질것 같네요.
선배님! 후배님들! 항상 건강하시고 하는일마다 모두 이루어지시며 계방산에 갔던것처럼 시름없이 즐거움만 가득하길 기원해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1.15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