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보다
예전 유명 TV 연예프로그램에서 '책, 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당시 전 국민들의 독서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라는 책을 사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부석사 무량수전하면 늘 친근한 느낌을 가지고 있고 몇 번 찾아가보기도 했습니다. 단청을 하지 않은 무량수전의 수수함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 가운데 성경적이지 않은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관행적으로 오랫동안 사용하여 오던 표현이라서 입에서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 말, 말, 말을 바꿉시다 >>>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
세번째 표현으로...
[예배 보다, 또는 예배 드리다]라는 표현입니다.
'교회 가다'라는 말과 함께 또 많이 쓰이는 표현이 바로 예배와 관련된 표현입니다.
우리들은 무심코 '예배보러 가다', '예배드리러 가다'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사용합니다. 과연 올바른 표현일까요?
성경에서는 예배와 관련하여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개역개정 한글성경에는 '예배'라는 단어가 총 36구절에서 40회가 사용되었습니다.(개역한글성경에서는 10구절에서 15회가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경배'라는 단어는 총 105구정에서 107회가 사용되었습니다.(개역한글성경에서는 104구절에서 106회가 사용되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첫 언급의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어떤 단어가 처음 사용되었을 때, 그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배'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언급된 곳은 바로 창세기 22장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는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 창세기 22장에서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예배한다는 표현이 처음 언급되었습니다.
창세기 22:5 "이에 아브라함이 종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서 기다리라. 내가 아이와 함께 저기 가서 예배하고, 우리가 너희에게로 돌아오리라' 하고"
아브라함이 독자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모리아 산으로 가서 종들에게 한 말입니다. 그러니까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의미는 그분께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배'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שָׁחָה(샤하)인데, 단순히 '절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히브리어 원어에서만 172회가 사용되었구요, 영어성경(KJV)에서는 그 중 '예배(경배)하다(worship)'라는 의미로 99회가 사용되었고 나머지 '절하다(bow, bow down), 엎드리다(fall down)'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예배-하다(禮拜하다)「동사」 『종교 일반』 신이나 부처와 같은 초월적 존재 앞에 경배하는 의식을 행하다.
경배-하다1(敬拜하다)「동사」 「1」 존경하여 공손히 절하다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 표현에서도 '예배하다', '경배하다'라고는 하지만, '예배를 보다' 또는 '예배를 드리다'라고는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역시 '경배하다'라고 하지, '경배드리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기독교인들이 '예배보러간다, 예배드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예배를 본다', '예배를 드린다'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예배 본다'라는 말은 아마도 예배하는 자가 자기 스스로를 예배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생겨났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즉, 예배는 예배를 주관하는 목사가 진행하고 성가대의 찬양과 장로의 기도와 목사의 말씀선포 등으로 진행되는 예배 과정을 그저 바라보는 입장에 있음을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특권을 포기하고, 제사장(성직자)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 즉 평신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배 드린다'라는 말은 우리나라 토속신앙인 무속신앙이나 불교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옛날 어머니들이 정한수 떠 놓고 기도드리는 모습과,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는 모습 등이 교회에까지 투영되어 마치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도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이런 표현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고착화되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예배드린다는 말 속에는 구약적 표현이 물씬 묻어나는 표현입니다. 구약에서는 하나님께서 희생제물을 드리는 것을 예배행위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았기 때문에 예배를 드린다는 의미가 강하게 들어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제 신약성도들에게 있어서는 예배를 드리는 게 아니라 예배하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신약적 예배는 이제 제사장이 하는 것을 보는 것이나, 무언가를 희생제물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예배자 자신이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예배받으시기에 합당한 분이심을 고백하는 것이 예배이며, 그분을 칭찬(찬양)하고 높여드리는 것이 예배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예배행위를 보는 구경꾼이 아니라, 무언가를 드리는 제사가 아니라 진정한 예배를 하는 예배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예배 보다, 예배 드리다보다는 예배 하다, 경배 하다로 사용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