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8일, 금요일, Cajamarca, Hotel Plaza (오늘의 경비 US $29: 숙박료 20, 점심 6, 저녁 5, 식료품 13, 입장료 4, 머리 염색약 21, 인터넷 2, Chiclayo 버스표 25, 택시 4, 환율 US $1 = 3.50 sole) Cajamarca는 Quito와 Cuzco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Inca 제국의 교통의 요지였다. 어쩌면 수도였던 Cuzco보다 수도로서 더 적당한 위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Quito는 Inca 제국 말기에 편입된 곳이고 Cuzco는 Inca 제국의 발상지인 Titicaca 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일찍 수도가 되었다. 아침 일찍 Inca의 마지막 왕 Atahualpa가 Pizarro에게 잡혀서 감금되었던 El Cuarto del Rescate를 가봤다. El Cuarto del Rescate는 "몸값 방" 혹은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서 가두었던 방이라는 뜻이다. Plaza de Armas 광장에서 반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20평정도 크기의 흙벽돌집이었다. 그 위치로 추정해보아서 Plaza de Armas 광장이 그 당시에도 Cajamarca의 중심지였던 것이 틀림없다. 바로 이 광장에서 Pizarro 일당이 Atahualpa를 납치했고 그 와중에 비무장의 Inca 사람들을 처참하게 살육을 자행했던 것이다. 입구에는 그림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Pizarro 일당이 자행한 살육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Atahualpa가 한 팔을 높이 올려서 벽을 가리키며 자기를 살려주면 이 높이까지 금을 채워주겠다고 제의를 하는 장면이다 (한 방은 금, 다른 두 방은 은으로 채웠다). 너무나 생생하게 그린 그림이다. 아,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Inca 제국의 종말이여! 인구 600만의 Inca 제국이 불과 300여명의 Pizarro 불한당들에게 무너지다니. Atahualpa는 너무나 순진하고 방심했다. Pizarro 일당이 얼마나 흉악한가를 몰랐던 것이다. 당시 Pizarro 일당은 Cajamarca 시내에 머물고 있었고 Atahualpa는 시내에서 6km 정도 떨어진 곳에 군영을 차리고 있었다. Pizarro는 Atahualpa를 Cajamarca 시내 자기네 있는 곳으로 초대를 하고 Atahualpa는 이 초대에 응해서 불과 수백 명의 비무장 호위병만 거느리고 Pizarro가 쳐 놓은 함정으로 자진해서 걸어들어 온 것이다. 비무장 호위병이라니 말도 안 돼는 얘기다. 왜 이렇게 방심했을까. 장창으로 무장하고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Pizarro의 기병대는 아무런 의심 없이 다가온 비무장의 Inca 군인들을 순식간에 살육하고 Atahualpa를 납치한 것이다. 이 술책은 10여 년 전에 Cortez가 멕시코를 정복했을 때 썼던 방법이었는데 Pizarro가 다시 페루에서 쓴 것이다. 이 두 번의 납치 극으로 당시 신대륙의 최대 제국이던 Aztec 제국과 Inca 제국이 멸망하게 된 것이다. 오늘 재미있는 친구를 하나 만났다. Pizarro가 감금되었던 El Cuarto del Rescate 구경을 끝내고 Plaza de Armas 광장으로 돌아와서 주위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영어로 누가 말을 건다. 차림새는 누추하지만 유창한 영어다. 등산모를 쓰고 큰 배낭을 옆에 놓고 공원 의자에 앉아있었다. 잡상인 같기도 하고 나처럼 여행하는 사람 같기도 하다. 얘기를 해보니 매우 지식인이다. 스페인어와 영어 외에도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도 한단다. 자기는 Political Activist라고 (시민운동가) 소개를 한다. 페루의 무장 게릴라 조직인 Shining Path의 일원은 아니지만 그들을 지지한다고 한다. 한때 많은 활약을 하던 이 집단은 근래에는 잠잠하다. 아주 없어지지는 않고 자기네 거점인 산악지대와 정글에서 나오지 않고 있단다. 그의 말에 의하면 수년 전 Shining Path가 거의 승리 직전까지 갔었는데 일본계인 Fujimori가 대통령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세력이 꺾였다 한다. Fujimori도 현재 대통령 Toledo도 나쁜 대통령이라 한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는 못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할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바란다 한다. 40대의 이 친구는 차림새는 누추해도 눈빛은 초롱초롱하다. 자기는 이제 경찰에 찍힌 몸이 되어서 언제고 쥐도 새도 모를게 잡혀가서 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 한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를 각오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한다. 무서운 친구다. 배낭에서 정치적 문구가 적힌 조그만 포스터들을 꺼내서 보여주면서 자기는 주로 대학 근처로 다니면서 대학생들 상대로 일을 한다고 한다. 오후에는 Inca 공동묘지인 Inca Cemetery 관광을 갔다. 산 중턱에 바위에 구멍을 뚫고 묘지를 만든 것이 특이했다. 그곳 외에도 Cajamarca의 명물이라는 치즈 공장과 어느 화원 구경을 갔는데 나는 그런 곳보다는 Cajamarca의 들 풍경이 더 좋았다. 푸른 들에는 소, 말, 양 등 가축이 많았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우기가 아닌데도 냇물이 폭포처럼 내려오는 것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인데 보이는 산은 매말아 보이는 민둥산이다. 한국 산도 5, 6 월에는 내가 마르는데 이곳은 산 위에 저수지가 있는지 우기처럼 내에 물이 많다. 우리 관광 그룹은 15명인데 외국인은 나 혼자다. 페루 관광객들 가운데 영어를 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미국 뉴욕 시에 있는 대학에서 유학했다 한다. Lima에서 수출, 수입 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업관계로 한국 사람들도 많이 안다고 한다. 현 대통령은 엉터리고 자기는 열렬한 Fujimori 전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한다. 현재 일본에 피신해 있는 Fujimori가 돌아와서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이 친구는 오전에 중앙광장에서 만난 시민운동가와는 정반대다. 둘 다 자기네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시민운동가는 뒤엎고 다시 시작하자는 주장이고 이 친구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내 생각에 전자는 낭만적이고 후자는 현실적이다. 중앙광장에서 만난 친구는 이라크,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김일성을 칭찬한다. 실패한 김일성은 칭찬하면서 성공한 박정희 얘기는 없다. 이런 친구가 정권을 잡으면 페루는 더 엉망이 될 것이다. 남미에는 이런 친구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니 남미 사회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00여 년 전 Cortez와 Pizarro 때부터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져서 생겨난 일이 아닌가 싶다. 여행지도 Inca 제국의 마지막 왕 Atahualpa가 Pizarro에게 잡혀서 감금되었던 건물 El Cuarto del Rescate 스페인 군인들이 비무장의 Inca 수행원들을 학살하고 Atahualpa Inca 왕을 납치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Atahualpa가 몸값으로 손을 들어서 이 높이까지 금으로 채워주겠다고 약속한다 오후 관광 그룹에 외국인은 나 혼자뿐이었다, 다행히 가이드가 영어를 조금 했다 바위를 파서 만든 Inca 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