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5일, 토요일, Quito, L'Auberge Inn (오늘의 경비 US $67: 숙박료 $8, 선물 $46, 점심 $2, 저녁 $4.50, 버스표 $5, 전차 $0.50, 인터넷 $1) 요사이 Paul Theroux의 "Great Railway Bazaar"란 기차 여행기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1975년경 영국 London에서 출발해서 유럽, 터키, 이란,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 동남아, 일본, 시베리아를 거쳐서 London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경치나 관광 얘기보다 여행 중에 만난 현지 사람들과 다른 여행자들에 대한 얘기가 더 많다. 이 책을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다가 내년 인도 여행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오늘은 Quito 북쪽에 있는 Otavalo에서 열리는 토요일 장 구경을 갔다. 이틀 전에 간 Saquisili 목요일 장과 함께 에콰도르의 유명한 재래시장이다. 아침 5시에 잠이 깨졌다. 6시에 일어나서 커피를 끓여 마신 다음에 숙소를 나섰다. 그 시각의 숙소는 참 조용하다. 숙소 손님들이 대부분 나 같은 외국 배낭여행자들인데 복도를 걸을 때도 조용히 걷고 방문을 열고 닫을 때도 조용히 열고 닫는다. 남을 배려하면 남도 자기를 배려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전차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전차는 토요일 아침 7시인데 벌써 만원이었다. 이곳은 토요일도 일하는 날인가 보다. 전차가 어찌나 급출발을 하는지 넘어질 뻔했다. 어제도 넘어질 뻔했는데 전차가 떠나고 설 때는 꼭 손잡이를 잡아야하는데 깜빡했다. 내 옆에 서있던 나를 보고 여자가 웃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아침 7시 50분에 떠나는 Otavalo 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터미널을 빠져나가면서도 차장은 계속 호객을 한다. 그래서 버스터미널을 빠져나가는데 족히 10분은 걸렸다. 출발했으면 빨리 갈 것이지. 버스터미널을 벗어나면 씽씽 달릴 줄 알았더니 이번에는 Quito 시내를 벗어나면서 계속 호객을 한다. 이틀 전 Saquisili를 갈 때는 안 그랬는데 이 버스는 정말 힘들게 군다. 버스 정류장이 따로 없고 탈 사람이 길가에 서있으면 버스기사가 알아서 다가가서 버스를 세운다. 차장은 차문을 열어놓고 매달려서 간다. 원주민 여자 둘이 타는데 내 눈을 끈다. 한 여자는 한 20여세 되어 보이는데 목걸이를 10여 개 하고 있고 다른 여자는 60여세 되어 보이는데 목걸이를 족히 100여 개는 하고 있었다. 목걸이가 장식 외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가? 재물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면서 Quito 시내를 벗어나는데 족히 한 시간은 걸렸다. 버스가 드디어 씽씽 달리기 시작하면서 차장과 승객 한 사람과 시비가 붙었다. 차장은 요금 $1을 내라는데 승객은 $0.50만 내겠다고 해서 생긴 시비다. 승객은 지지 않고 계속 버티었는데 나중에 누가 이겼는지 모르겠다. 일단 Quito를 벗어나니 씽씽 달리는 것이 아니고 총알처럼 달린다. 버스기사는 젊은 친구인데 겁도 없는 듯 교통순경도 안 보이고 속도 제한도 없는 듯 자동차 경주를 하는 듯 달린다. 남미는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2시간 반 걸려서 Otavalo 장터에 도착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장 규모는 Saquisili 장보다 훨씬 더 컸다. 주로 이 고장 특산품인 공예품들이었다. 외국 관광객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그들이 이 시장의 주요 고객인 듯 한데 외국인들 숫자에 비해서 상점 숫자가 턱없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외국인들은 Quito에서 관광버스로 단체로 온 것 같다. 내가 타고 온 시외버스에는 외국인이라고는 나 혼자 뿐이었다. 이 고장 여자들의 옷차림이 특이하다. 검고 흰색의 샌들을 신고 두꺼운 감으로 만든 흑색이나 청색의 긴치마를 입었는데 한쪽 옆이 길게 터지고 그 안으로 흰색 속치마가 보인다. 상의로는 화려하게 수를 놓은 소매가 넓고 긴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그 위에 여러 가지 색깔의 천으로 만든 숄을 걸쳤다. 머리는 한 줄로 땋았는데 어둔 색깔의 두건 비슷한 모자를 쓰거나 맨머리였다. 목걸이, 팔걸이, 귀걸이를 했는데 목걸이가 특히 눈에 띠었다. 금색의 가는 금속 목걸이인데 숫자는 나이에 비례하는 법인지 나이가 많을수록 숫자가 더 많았다. 남자들은 전통의상을 입지 않았는데 머리는 여자처럼 한 줄로 땋았다. 11시 반쯤 되니 비가 멎는다. 중국 음식점이 보여서 들어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점심 후에는 가족들 줄 선물을 샀다. 이곳도 페루와 더불어서 Inca 문명의 고장인데 이곳을 떠나서 콜롬비아나 베네수엘라에 가면 Inca 문명 기념품은 더 이상 살 수 없다. 그리고 콜롬비아나 베네수엘라에서는 별로 살만한 기념품들이 없을 것 같다. 이곳에서 산 선물은 앞으로 2개월 동안 지고 다녀야하기 때문에 가벼운 것으로 샀다. 시장이 제법 커서 상점이 수백, 수천은 되는 것 같았는데 대부분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공예품을 파는 곳이었다. 이곳에 그렇게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온다는 말인가? 나는 이번에 안 가지만 이 나라에서 제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Darwin의 진화론 연구로 유명한 Galapagos 섬이다. 이 섬에 가려면 항공편으로 Quito를 꼭 들려서 가야하는데 시간을 내서 이곳에 들려서 Inca 공예품을 사는 것 같다. 쇼핑을 끝내고 버스를 타고 Quito로 돌아왔다. 이 버스에는 외국 관광객 10여명과 현지인 가이드 한 명이 탔다. Quito 교외에 와서는 모두 내려서 기다리고 있던 미니버스로 갈아탄다. 호텔로 데려가는 미니버스인 모양이다. 이렇게 교통편 마련해주고 적어도 $10은 받을 것 같다. 나도 관광안내소나 여행사에 찾아갔더라면 이 버스로 다녀갈 수 있었다. 여행지도 Otavalo 토요일 장 풍경 전통 의상, 목걸이가 돋보인다 나이가 많을수록 목걸이 수가 많아진다 Inca 공예품을 사고 있는 외국 여행객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