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14일, 월요일, Cali, Calidad House (오늘의 경비 US $14: 숙박료 11,000, 점심 1,200, 식료품 14,000, 택시 2,500, 인터넷 6,000, 환율 US $1 = 2,700 peso) 어제 만난 콜롬비아 친구 Andres에게 내가 San Augustin에 다녀왔다고 했더니 자기는 가본 적이 없다며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자기는 Pasto, Popayan, San Augustin 지역은 게릴라가 제일 많이 출몰하는 지역이라며 아주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단다. 내가 지난 며칠 동안을 보낸 지역인데 나는 별로 위험스럽게 느끼지 못했고 외국 배낭 여행객도 예상보다 많았는데 정작 콜롬비아 사람들은 얼마나 위험한지 혹은 안 위험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 Andres에게 게릴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니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얘기를 한다. 정치적인 이념은 사라지고 세력 다툼과 돈벌이가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이란다. 게릴라는 자기네들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서, 정부군은 국민들 눈치를 보느라고, 사상자도 별로 없는 총격전을 가끔 벌린단다. 콜롬비아는 정말 웃기는 나라다. 오죽하면 "Locombia"라는 별명까지 얻었을까. Locombia는 Loco와 Colombia의 합성어인데 Loco는 스페인어로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뜻이니 Locombia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사는 나라 콜롬비아"라는 뜻일 것이다. 오늘 아침 7시쯤 일어나서 보니 모두들 곤히 자고 있었다. 이 집에 사는 개 두 마리도 어디서 자고 있는지 안 보인다. 우리 방에는 나와 히피 같은 이탈리아 여자까지 네 명이다. 조용히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숙소를 나왔다.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빵집에 가니 벌써 아침 먹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블랙커피를 시켜서 어제 사놓은 커피 케이크로 아침을 먹었다. 이곳도 커피가 맛있어서 두 잔이나 사마셨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Old Center"로 걸어갔다. 몇 블록 걸으니 강이 나오는데 이 강을 경계로 시내가 "Old Center"와 "New Center"로 나뉜다. 에콰도르 Cuenca에도 시내를 시원스럽게 흐르는 강이 있었는데 이곳도 그렇다. 수량이 제법 많은데 넓이는 서울의 중랑천 정도다. 이곳도 Cuenca와 마찬가지로 강물이 깨끗했다. 콜롬비아같이 우리보다 후진인 나라의 인구 200만의 도시의 중심을 흐르는 강도 이렇게 깨끗한데 냄새 나는 한국의 개천은 정말 창피하다. Cali는 콜롬비아에서 수도 Bogota와 또 다른 코카인 카르텔 본거지 Medellin 다음으로 큰 도시다. 강물은 깨끗한데 시내 거리는 지저분하다. 시내 거리에는 흑인들이 많이 보이고 길거리에서 자며 쓰레기통을 뒤진다. 지저분한 시내를 떠나서 다시 강가로 나와서 언덕으로 걸어서 올라갔다. 오늘은 무슨 공휴일인진 몰라도 공휴일이라 상점들은 대부분 닫았다. 언덕에 오르니 조그만 성당이 있고 성당에는 미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성당이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시내 경치가 볼만했다. Cali는 코카인 카르텔의 본거지라는데 겉으로 보아서는 알 도리가 없다. 날씨가 흐렸지만 구름이 약해서 가끔 해가 나온다. 덕분에 어제보다는 선선하다. 언덕을 오르며 최고급 호텔인 Intercontinental Hotel 옆을 지나갔는데 주위에는 군인들이 많이 보였다. 이 호텔에 묵는 손님들을 보호하게 위해서인 것 같다. 서울에도 미국 대사관 주위에 항상 경찰들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군인들이 호텔 경비하고 있는 광경을 사진을 찍으려니 너무 멀어서 잘 안 된다. 군인들을 잘 보이게 넣으면 호텔 이름이 안 보이고 호텔 이름을 보이게 넣으면 군인들이 너무 적게 보이고, 가까이 가서 찍자니 군인들에게 들킬 것 같고, 망설이다 그런 대로 한 장 찍었더니 100m 거리는 되는데 어떻게 보았는지 군인 한 명이 나한테로 걸어온다. 모른척하고 강변 사진을 찍는 척하고 있었더니 나한테 다가와서는 사진 촬영 금지란다. 할 수 없이 찍은 사진을 지우고 보여 주었더니 됐다고 하면서 여행객이냐고 묻고는 가 버린다. 심심한 김에 내가 일거리를 만들어 준 것 같다. 호텔을 떠나서 강을 따라서 내려가는데 사람들에게 두 번 당했다. 첫 번은 미친 것같이 보이는 여자가 다가와서 돈을 달랜다. "No." 해버렸더니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가 버린다. 더 졸라 볼 것이지 포기도 참 빨리 한다. 강을 건너서 공원을 통해서 가는데 위통을 벗은 젊은이가 멀리서 다가오면서 손가락 두 개를 보이며 뭐라고 떠든다.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걸음을 빨리 해서 공원을 빠져 나와서 큰길로 들어섰더니 따라오는 것을 포기하고 가버린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포기도 쉽게 한다. 악착같은 데가 없는 사람들 같다. 인터넷 카페가 보여서 들어가서 이메일을 체크했더니 큰아들로부터 이메일이 왔는데 내가 부탁한 항공권들을 사놓았다. 8월 2일 베네수엘라 수도 Caracas를 출발해서 Los Angeles에 도착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여동생 집에서 이틀 밤을 보낼 것이다. 그러고는 Hawaii로 날아가서 그곳에 먼저 와있을 식구들을 만나서 2주를 같이 보낼 것이다. 다음에는 San Francisco로 날아가서 큰아들 집에서 며칠 보낸 다음에 서울로 돌아갈 것이다. 큰 아들이 그런 항공권들을 사놓은 것이다. 이제 11개월 동안의 남미 여행이 끝나는 날이 확정된 것이고 Caracas를 떠날 때까지 마음 푹 놓고 나머지 여행을 잘 하기만 하면 된다. 숙소주인이 여권을 보자고 한다. 사본을 주니 원본을 달란다. 베네수엘라 비자까지 꼼꼼히 체크한다. Pasto, Popayan에서 안 그랬는데 조사가 너무 철저해서 기분이 좀 안 좋았다. 아마 이곳 경찰의 지시인 것 같다. 조금 있다가 주인 부부가 말싸움을 하는데 아무도 양보를 안 하면서 두 시간 동안 계속한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워서 방문을 닫아도 안 되고 정원으로 나가도 안 된다. Popayan에 귀마개를 놓고 와서 종이로 귀를 막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참 교양이 없고 지독한 사람들이다. Lonely Planet에는 영국인 부부가 이 호텔 주인이라고 쓰여 있는데 주인이 바뀌었거나 이 두 사람에게 맡기고 어디 간 모양이다. 경영 상태가 아주 허술하다. 그리고 침대 하나에 11,000 peso를 받다니 너무 비싸다. 여행지도 멀리 성당이 보이는 강변, 강물이 깨끗한 것이 부럽다 시내에 조그만 산 위에 있는 조그만 성당에는 미사가 한창이다 산정에서 내려다 본 old city 풍경, 오래된 건물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강가 숲에서 깊은 잠에 빠진 노숙자, 술에 취했나, 코카인에 취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