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3일, 토요일, San Francisco de Yuruani (오늘의 경비, 없음) 아침에 일어나니 Steve는 아파서 트레킹을 못가겠단다. 가이드 Roy도 몸이 안 좋다며 자기도 못 가겠다면서 대신 Lopez를 가이드로 해서 나와 Makoto만 트레킹을 가라고 한다. Lopez가 영어를 좀 한다지만 짐꾼을 갑자기 가이드로 격상시키다니 말이 안 된다. 그런 의도로 Lopez를 Santa Elena까지 가서 데려 온 것인가? 도대체 무슨 수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Roy에게 네가 안 가면 나도 안 가겠다고 했더니 한참 고민을 하다니 마음을 바꾸어서 가겠다고 한다. 몸이 아픈 것은 아니고 몸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는데 어쩌면 Steve와 Julie가 안 가는 것과 따라서 자기 수입에 변화가 생기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나는 6일 간의 트레킹 돈을 냈으니 6일 간 트레킹 제공을 받아야겠다고 내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지난 번 페루 Huaraz에서도 트레킹 계약이 엉망이 되어서 속상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것인가 하고 불안했다. 트레킹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일이 꼬이다니 운이 없다. 가이드 Roy는 Steve, Julie와 함께 Santa Elena에 가서 Ciudad Bolivar에 있는 여행사 주인과 전화를 해서 Steve와 Julie의 계약금을 환불해주는 것을 해결하고 오겠다고 한다. 언제쯤 돌아오느냐고 물으니 오정 때쯤 돌아오겠다고 한다. 그러나 차편을 못 구해서 오후 2시경에나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Santa Elena로 떠났다. 그러니 오늘 트레킹을 떠나는 것도 틀린 셈이다. 이곳에서 예정에도 없는 이틀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뜀뛰기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한가롭게 보내서 별로 나쁘지는 않았다. 숙소 뒤에는 개신교 교회가 있어서 오늘 하루 종일 찬송가 소리가 들린다. 이 근처와 가이아나에 개신교 교세가 강한 모양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무엇을 하면서 먹고사는지 땅은 지천인데 농장도 가축도 안 보인다. 관광업이 주업이지 간이 호텔, 음식점, 기념품 가게 몇 군데가 보일 뿐이다. 짐꾼 Lopez는 심심한지 계속 실없는 소리로 나를 괴롭힌다. 자기네 집에는 애들이 9명이나 된단다. 부모님이 뭘 해서 먹고사느냐 물으니 대답을 안 하고 웃기만 한다. 농사는 집 앞에 있는 조그만 채소밭 하나가 전부이고 매우 가난하다고 한다. 무슨 얘기인지 자기는 6개월 전에 집을 떠나서 이 근처를 여행하고 있단다. 차림새는 멋을 제법 냈다. 검정 가죽 장화에 노란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머리에는 반다나를 매일 바꿔서 쓴다. 어제는 빨간색이더니 오늘은 노란색이다. 자기네 나라 가이아나는 금, 목재 등 자연자원이 풍부해서 부자 나라란다. 한참 한국에 대해서 질문을 하더니 자기네 나라는 자동차나 컴퓨터는 못 만드니 가난한 나라란다. 이 친구와 6일을 보낼 생각을 하니 좀 힘들게 생겼다. 일본 친구 Makoto는 오늘도 하루 종일 식물 채집을 나갔다. 나와 같이 점심을 할 때 외에는 하루 종일 볼 수도 없다. 트레킹이 지연되는 것에도 별로 관심도 걱정도 없고 식물 채집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았다. 직업이 엔지니어라는데 엔지니어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대부분의 시간을 세계를 누비며 식물 채집에 열중하는 것 같았다. 채집하는 식물은 딱 두 가지, 하나는 곤충을 잡아먹는 식물이고 (carnivorous plants) 또 하나는 난초 (orchid) 종류란다. 아직도 발견 안 된 새로운 종류를 찾아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자기 꿈이라며 웃는다. 새로운 별을 찾는 것과 비슷한 모양이다. 38세의 미혼인데 일본 육식식물협회 회원이고 자기 친구가 동경대학의 식물학 교수란다. 영어를 너무 못 해서 간단한 영어도 못 알아듣는다. 스페인어는 더 못 한다. 그러면서도 세계를 누비며 식물 채집을 다닌다니 존경심이 생긴다. 그러나 정상적인 친구는 아니다. 그렇게 지저분할 수가 없다. 일본 사람들은 깨끗하다고 알고 있는데 이 친구는 정 반대다. 샤워는 둘째 치고 면도도 안하고 세수나 칫솔질하는 것도 못 봤다. 양말을 빨아서 말리는 것 외에는 옷을 빠는 것도 못 봤다. 몸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 자기는 냄새를 못 맞는 것 같은데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역이겠다. 그의 정신은 모두 식물 채집에만 가있는 것 같다. 점심은 Makoto와 근처 음식점에서 닭튀김을 먹었다. 그때까지도 차를 못 잡고 Steve, Julie와 함께 길가에서 기다리던 가이드 Roy가 점심 값을 자기가 내겠다고 한다. 계약에 하루 세끼 제공하도록 되어있으니 당연한 얘기다. 오후 2시경에 Santa Elena로 떠난 Roy는 밤 9시가 되도 안 돌아온다. 오후 8시 반경 짐꾼 Lopez가 우리 방에 오더니 Roy가 아마 Santa Elena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있을 것이란다. 어제는 점심을 걸렀는데 오늘은 저녁을 거르게 생겼다. Makoto는 자기가 가진 여행 안내서에 우리가 계약한 여행사가 평판이 나쁜 여행사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한심한 얘기다. 여행사 선택을 영국 친구 Steve에게 맡긴 것이 실수였다. Lonely Planet에서 권고하는 대로 Santa Elena에 가서 여행사를 물색했어야 했다. 왜 Steve가 나보다 여행사 물색을 더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가끔 이렇게 줏대 없는 행동을 한다. 짐꾼 Lopez는 갑자기 자기 짐이 없어 졌다고 야단이다. 모든 게 엉망이다. 밤 9시가 넘어서야 가이드 Roy가 나타났다. 배가 고프다 했더니 데리고 나가서 제법 맛있는 생선 요리를 시켜준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내일은 트레킹을 가게 되는 것 같다. 여행지도 Roraima 트레킹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Steve, Julie 부부와 함께, 왼쪽 끝은 일본 식물 채집가 Makoto 6시간을 기다려서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떠나는 Steve, Julie 부부, 이들 때문에 트레킹이 이틀이나 지연되었다 일본 식물 채집가 Makoto가 찾는 두 가지 식물 중에 하나인 난초의 일종 San Francisco de Yuruani의 보름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