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5일, 목요일, Paramaribo, 수리남, YWCA Guest House (오늘의 경비 US $32: 숙박료 42,000, 점심 31,000, 인터넷 4.000, 4,000, 환율 US $1 = 2,700 수리남 guilder) 지금 Paramaribo의 오전 8시, 푸른 하늘이 보이고 산들바람이 부는 기가 막히게 좋은 날씨다. 텅 빈 2층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너무나 좋다. 이렇게 이곳에서 한 일주일 쉬었다 가면 참 좋겠다. 그러나 8월 2일 베네수엘라 Caracas에서 남미를 떠나는 비행기를 타야 하니 갈 길이 바쁘다. 8월 2일 남미를 떠나서 Hawaii에서 있는 가족 모임에 참석해야한다. 수리남 수도 Paramaribo는 남미 여행 중 좋은 추억 중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콧물과 재채기만 안 나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동안 숙소 매니저 Guana가 와서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Guana는 백인 피가 약간 섞인 듯 한 흑인 여자다. 수리남은 가이아나와는 달리 평화스러운 나라란다. 자기도 가이아나의 나쁜 사정을 알고 있는데 이곳은 가이아나와는 달리 인종 문제나 범죄 문제가 별로 없단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살기 좋은 나라란다. 그러나 국민이 조금만 더 노력을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는 자연조건을 가춘 나라인데 노력을 안 하는 것이 좀 안타깝단다. 중국 사람들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중국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이 나라의 상권을 독점하고 있단다. 중국 사람들은 밤 10시까지 상점을 열고 크리스마스, 주말, 공휴일, 휴가도 없이 일을 한단다. 그리고 상점에 가면 음식부터 잡화, 식료품 등 없는 것이 없어서 너무나 편리하단다. 나도 어제 중국 잡화상점에 들어가서 손수건과 펜 한 개를 샀는데 음식과 음료수도 팔아서 좀 이상한 잡화 상점이다 하고 생각했었다. 잡화상점에서 음식을 파는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반면에 다른 상인들은 오후 4시면 상점을 닫는단다. 그리고 없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날 정도로 불편하단다. 그래서 싫어도 중국 상점에 가게 된단다.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돈을 벌어서 계속 중국에서 친척과 친지들을 이 나라에 데려온단다. 이런 식으로 가면 10년 안에 중국 사람들이 이 나라의 상권을 완전히 잡게 될 것이란다. 이 나라에 인도 사람들도 많은데 그 악착같은 인도 사람들도 중국 사람들에게는 못 당하는 모양이다. Guana는 중국 사람들 욕을 하면서도 수리남 사람들이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칭찬도 한다. 오늘 한국 사람들이 있다는 곳을 찾아 나섰는데 찾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이틀 전에 만났던 여행자가 가르쳐준 Paramaribo 부둣가로 가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봤으나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한 친구가 6km 정도 떨어진 곳에 한국 사람들이 있다며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범을 가르쳐주었다. 한국 사람들이 있는 곳은 Sails Company란 새우 잡이를 하는 한국 회사였다. 제법 잘 알려진 회사인 모양으로 버스에 올라서 버스 운전기사에게 Sails Company 앞에서 내려달라고 하니 2km 정도 가서 내려주었다. 6km 떨어진 것이 아니고 2km 떨어진 것이었다. 생각보다 큰 회사였다. 회사 사무실 겸 공장이었는데 수위실이 있고 수위 두 명이 일을 보고 있었다. 수위에게 이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을 만나러 왔다고 했더니 Mr. 남이라는 사람을 불러준다. 40대로 보이는 Mr. 남을 만나서 이곳에 오면 한국 음식점을 찾을 수 있다고 해서 왔다고 했더니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위치를 간단히 가르쳐주고는 어떻게 이곳에 왔느냐는 말 한마디 없이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좀 무안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한국 음식점을 찾아가니 제법 그럴듯하게 차려놓은 음식점이었다. 된장찌개와 맥주를 시켰다. 오후 1시 반인데 손님은 수리남 사람들 몇 명밖에 없었다. 식당 주인은 30대로 보이는 남자인데 20년 전에 아버지를 따라서 이곳에 왔단다. 자기네가 이민 온 80년대 초반에는 이곳에 원양어업 붐이어서 한국 사람들이 1,000여 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떠나고 100여명 정도밖에 없단다. 음식점을 찾는 손님은 주로 수리남 사람들이란다. 제법 비싼 음식점인데 아마 부자 수리남 사람들이 찾는 모양이다. 조금 후 한국사람 손님 세 명이 들어왔는데 며칠 전에 사업차 한국에서 왔단다. 그러나 이곳 사업 전망이 신통치 않아서 곧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이런 오지에 무슨 사업을 하러 왔을까? 이제는 전 세계에 한국 사람들의 발이 닫지 않는 곳이 없는 모양이다. 이 나라에 와서 한국 음식을 먹다니 참 믿어지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의 Buenos Aires를 떠난 후 처음으로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이다. 내일은 이곳을 떠나서 남미의 13번째 나라고 마지막 나라인 불령 기아나로 (French Guiana) 간다. 여행지도 배불뚝이 전 수상 Pengel 동상,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정치가란다 야외 학습 나온 듯 한 어린 학생들 시원스럽게 보이는 경치를 그리고 있는 젊은 화가 한문 이발소 간판과 독일어같이도 보이는 네덜란드어 도로 표지판 내가 거실처럼 쓰며 좋아한 베란다 수리남에 한국 음시점이 있다니 놀랍다 이곳에도 간디 동상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