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10월 30일, 목요일, Sucre 행 밤 버스 (오늘의 경비 US $28: 점심 37, 버스 표 160, 택시 6, 기타 12, 환율 US $1 = 8 boliviano) 밤 버스로 11시간 동안 걸려서 아주 힘들게 Sucre로 왔다. 싸구려 버스인데 요금은 바가지로 치렀다. 며칠 전 Cochabamba에 도착하면서 미리 알아봤을 때는 30 boliviano이었는데 80 boliviano를 주고 샀다.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서 혹시 사기당한 것인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의 추석 같은 4일간의 연휴였기 때문이었다. 조상의 산소를 찾는 명절이라 승객들이 많아지니 가격도 덩달아 올라버린 것이다. 그래도 30 boliviano가 80 boliviano로 되다니, 좀 너무했다. 버스에 오르니 만원인데다가 버스가 출발하니 몇 사람이 복도에 자리를 잡고 누어버리니 버스 안에 있는 화장실가기도 힘들었다. 거기다가 뒷자리에 몇 사람이 밤새 잠도 안자고 어찌나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지 귀마개를 했는데도 시끄러워서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배낭여행 다닐 때는 여행하는 나라의 명절 때 움직이는 것을 조심해야한다. Lonely Planet 여행 안내서에 명절 리스트가 있긴 하지만 명절이 하도 많으니까 별로 신경을 안 쓰게 되는데 이번에 톡톡히 당했다. 어느 나라나 한국의 추석이나 구정 같은 큰 명절이 있기 마련이고 그때 움직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고 꼭 움직여야 되면 사전 계획을 잘 해야 한다. 여행지도 Sucre 중앙 광장 고급 구두닦이 중앙광장 공원 벤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실업자들 같기도 하다 외국 여행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고 있는 행상 2003년10월 31일, 금요일, Sucre, Hostal San Marcos (오늘의 경비 US $12: 숙박료 40, 점심 22, 저녁 10, 택시 6, 인터넷 2, 커피 4, 식료품 10, 환율 US $1 = 8 boliviano) 아침 8시경 Sucre에 도착하여 택시로 중앙광장으로 갔다. 중앙광장이 아주 아름답다. 광장 주위에 자리 잡고 있는 성당과 다른 건물들이 잘 어울려져서 아담하기 짝이없다. 벤치를 하나 잡아서 배낭을 내리자마자 구두닦이 두어 명이 달라붙는다. 구두를 닦아라, 어디서 왔느냐, 무엇을 사라하며 귀찮게 굴더니 내 볼펜을 보더니 달란다. 요놈들 외국 여행객을 많이 다루어본 솜씨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말대꾸를 해주면 더 달라붙는다. 외국 여행객들에게 접근하면 잘하면 돈을 벌 수 있고 못 벌어도 심심풀이는 되는 것이다. 그럴 때는 좀 싫어하는 눈치를 보이고 스페인어가 아니고 영어로 대꾸를 하면 대부분 떨어진다. 집사람과 배낭을 중앙광장에 있는 카페에 남겨두고 나 혼자 숙소를 찾아 나섰다. 우선 근처에 있는 스페인어 학원으로 가서 일주일 공부하는 비용을 알아봤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이 도시에 스페인어를 배우러 오는 외국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수업료가 적당하면 한 일주일 스페인어 공부도 더 하고 구경도 하면 일석이조일수 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수업료가 비쌌다. 숙식을 (1일 2식) 포함한 일주일 수업료가 $234이다. 내가 올봄에 스페인어를 공부한 과테말라는 숙식을 (1일 3식) 포함한 일주일 수업료가 $125이었는데 이곳은 거의 배다. 결국 스페인어 공부하는 데는 가격으로나 공부 질로나 과테말라 Quetzaltenango 만한 곳이 없다. 호텔 세 곳을 둘러본 후에 제일 싼 Hostal San Marcos로 택했다. 중앙광장에서 가깝고 조용하고 깨끗한데다가 부엌시설까지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중앙광장으로 돌아가서 집사람과 함께 배낭을 지고 호텔로 오는 동안 한국 사람이 하는 사진관이 있어서 들어가서 물어보니 Sucre에 사업하는 가구가 셋, 선교사 가구가 셋 등 한국사람 7, 8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볼리비아에 들어와서 묵은 세 도시에 모두 한국 사람이 하는 사진관이 있다. 미국에 이민 온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식품점, 주류 판매점, 세탁소를 하는데 이 나라에서는 사진관을 하는 모양이다. 사진관은 식품점, 주류 판매점, 세탁소보다 돈은 많이 벌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일은 쉬울 것이니 은퇴한 사람들에게 적당할 것 같다.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버스에서 밤잠을 제대로 못잔 대신 낮잠을 달게 잤다. 그리고 오늘은 외출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호텔 직원한테 이번 명절에 대해서 알아보니 남미 전역에서 제일 큰 명절인 "망자의 날"이었다. 내일 토요일은 "어린이 망자에 날" 일요일은 "어른 망자의 날" 그리고 월요일도 역시 "망자의 날" 이어서 3일 동안 묘를 찾아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망자를 기억하는 날이란다. 볼리비아의 제일 아름다운 도시라는 Sucre, 정말 그렇다 Sucre의 아담한 숙소 Hostal San Marcos, 왼쪽 의자 위에 햇빛에 말리는 내 빨래가 보인다 2003년11월 1일, 토요일, Sucre, Hostal San Marcos (오늘의 경비 US $29: 숙박료 40, 점심 23, 저녁 7, 식료품 144, 인터넷 8, 환율 US $1 = 8 boliviano) 조용한 이 숙소에 어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학생 30여명이 투숙했다. 인솔 교사가 있는 걸 보아 아마 학교 행사로 온 것 같다. 금, 토, 일 3일 밤을 묵는단다. 어제 밤에 별로 시끄럽지 않을 걸 보면 별로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오히려 재미있어 보인다.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그 동안 찍은 사진을 보내려 혼자 인터넷을 하러 나갔다.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사진 15장을 보내는데 3시간이 걸렸다. 수퍼마켓에 가서 식료품을 사는데 144 boliviano가 들었다. 큰돈을 쓴 기분인데 불과 2만 원 정도다. 오늘도 관광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