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자 정호완(사진·대구대 평생교육원장) 교수는 가야 문화의 특징을 이렇게 추출하면서, 그 실증적 근거를 '고대 가야와 고대 한반도의 언어'를 추적하고 분석하여 제시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가야 연구의 새 물꼬를 텄다.
지금부터 2000여년 전인 기원전·후에 성립돼 최소 500년간 존속하다 사라져버린 가야 시대의 언어를 지금 시대에 알아낸다는 것은 가능할까. 그렇게 밝혀낸 가야의 언어를 바탕으로 가야 시대의 문화상을 떠올려 볼 수 있다면?
저자는 가야의 언어라는, 접근이 쉽지 않은 연구 대상을 파고들기 위해 고고학의 연구 성과를 바탕에 깔고 '삼국사기' '삼국유사' '일본서기' '삼국지' 등 당시 언어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자료 연구를 선행했다.
이어 거기서 추론되는 중요한 말의 뿌리들을 현재 한반도에 남아 있는 땅 이름, 사람 이름과 비교하고 집요하게 분석하면서 연구를 끌고 간다. 그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그뿐 아니라 이 책이 파헤치는 고대어의 판도 또한 단지 가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고대사 전반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일본말과 중국말, 우리 고유어를 비교하면서 고대 가야의 언어를 추적·복원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우리말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가야 문화의 밑바탕을 이루는 낙동강 중심의 농경문화권 언어 분석을 통해 거북을 숭상하는 제의가 거북에 관한 숱한 땅 이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남방 문화와 관련해서는 우리 말과 인도 남방 드라비다어가 친족어를 중심으로 무려 1300여 개나 되는 기초 어휘를 공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김수로-석탈해-허황후-쇠'로 이어지는 철기문명 전래의 흔적을 논증하기도 한다.
한민족의 기원을 형성하는 예맥족에 대한 언어적 분석을 통해 '예'가 '셰-해'와 연결되는 연결고리를 밝힘으로써 가야에 대한 북방민족의 영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대목도 큰 관심을 끈다.
저자는 이 같은 작업을 통해 기존의 고고학적 해석과는 구별되는 방식으로 가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