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따뜻한 어느 오후, 40대 중반의 남자 환자분이 내원하셨습니다.
환자분의 아드님이 제 오랜 꼬맹이 환자거든요.
그런 인연으로 오셨는데...
환자분의 주 불편감은, 십년 된 앞니 브릿지가 떨어지려고 하는데 고정이 되냐는 것이었습니다.
환자분의 앞니 브릿지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만져보려고 하니,
환자분이 깜짝 놀라며 앞니 만지는 것을 매우 거부하셨어요.
앞니 때문에 오셨는데 앞니 만지는 것을 거부하시다니....?
의외의 반응에 살짝 놀랐지만,
왜 그러신지 환자분과 차분히 이야기해 보았지요.
환자분은 앞니 브릿지를 붙일 수 있는데 혹시라도 제가 안 붙여줄까봐,
몹시 불안하셨던 거에요.
그래요. 요즘 치과가 많고 경쟁도 심하고,
또 일반의 인식이 '비싼 곳' '돈 많이 들어가는 곳'으로 되다 보니
환자분의 불안감도 이해가 가요.
그래서 첫 날은 다른 거 안하고
전체적으로 입안을 점검하고, 치료 계획을 세워 말씀드렸어요.
환자분이 우리를 너무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시는 것 같아서,
다시 오실 거란 기대는 사실 안 했는데....^^;;
며칠 후에 환자분이 다시 내원하셨어요.
앞니는 빼고 다른 부위 치료를 먼저 하기로 하였지요.
환자분은 그 때도 우리를 못 믿으셔서,
앞니만 다른 치과에 가서 할까 고민하고 계셨거든요. ^^;;
그렇게 다른 부위 치료를 하던 도중....
불과 며칠이 못 되어서,
환자분이 앞니 브릿지를 들고 오셨어요.
그동안 앞니 브릿지가 빠질락 말락 했는데, 드디어 다 빠져버린 거에요.
이제는 다시 만들 수밖에 없겠구나,
환자분도 체념하시고 어쩔 수 없이 갖고 오신 거지요.
그래서 앞니 상태를 손대지 않고 일단 검진만 하기로 하고 들여다 보았는데...
어머, 의외로 앞니 치아 상태가 괜찮네요.
앞니 브릿지가 그냥 탈락했을 때는
남은 치아가 심하게 썩은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물론 치아 하나가 살짝 썩으려고 하기는 했지만,
간단하게 때우면 브릿지에 큰 무리를 주지 않고 접착할 수 있는 상태였지요.
환자분께 브릿지를 재제작하지 않고 그냥 붙여드리겠다고 말씀드리니,
환자분은 놀란 표정이 역력했어요.
그리고 의심의 눈길이 거두어지면서,
비로소 저희를 신뢰의 눈으로 바라봐 주시더군요.....^^
사실 그 후로도, 비용문제에 대해 환자분과 한 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였답니다.
비용 이야기, 사실 민감한 주제이지요.
여기에 이렇게 써도 되나,
많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에요.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물품이라면....
저렴하게 드리는 것이 서로가 윈윈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치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손이 일일이 들어가는,
수공예 예술품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매우 실용적인 수공예 예술품이지요.
그러기에 장인 정신이 필요한 거구요.
저는 저와 저희 스탭들, 기공소가 합작해서 만들어내는 이 예술품의 비용을,
요즘 난립하는 덤핑치과 수준으로 후려친다면...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손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하는 일에 책임감을 갖고 있고,
그 책임감은 너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적절한 대가를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어려운 이웃이 있고, 봉사활동이 필요할 때는 주저없이 하기도 한답니다.
제가 얻은 것을 주변에 함께 나누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하니깐요. ^^
아무튼 비용에 대한 저의 생각을 솔직하게 환자분께 말씀 드렸고,
환자분은 저의 마음을 알아주셨고....
본인 치료가 끝난 후에는 어머님까지 모시고 와 주셨어요.ㅜㅜ
고맙습니다. 좋은 치료로 보답해야죠. ^^
하늘사람이 운영하는 치과 블로그 구경하기: http://blog.naver.com/ehdenclinic
첫댓글 치과 갈 일은 없을 수록 좋겠지만 가야만 한다면...
같은 동네에 계시면 넘 좋을텐데 아쉽습니다^^*
이런 치과와 선생님이 많이 알려져서 잘 되어야지요~~~~~
광고빨만으로가 아니라!
정말 이런 치과의사 선생님이 가까이 계시면 좋을텐데... ㅠ.ㅠ
은혜치과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환자분~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질의 치료를 받으셨겠어요~ 멀리 계신게 아쉽네요^^
점차 발전하셔서 멀리까지 분점 내실 수 있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