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미증유의 재앙을 코앞에 두고 있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생산과 소비 위축, 경제활력 저하로 잠재성장률은 추락하고, 보장성부담은 늘어나는 격랑에 빠지게 된다. 원인은 하나다. 1.21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다.
2019년부터는 총인구마저 감소하는 ‘인구절벽’으로 떨어진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안정된 고용과 주거문제, 출산사각지대 등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의 저출산율은 국가 비상사태에 가깝다. 재앙이다. 프랑스 등 한국에 앞서 저출산을 경험했던 나라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고 있어 국가가 100% 책임진다는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 교수의 말대로 한국의 저출산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만큼 재앙 수준에 와있다. 일본과 같이 저출산 상황 극복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해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다. 1960년대 합계출산율 6.0명에서 지난 2001년부터 1.3명 미만의 초저출산사회에 진입한 이래 15년째 저출산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인 1.24명이다.
경제시스템분석학회(2014년)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노동력의 감소와 노동생산성 저하 등으로 2001~2010년 4.42%에서 2051~2060년 0.99%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올해를 정점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기 시작해 2050년이면 1000만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급격한 핵심노동인구층(25~49세) 감소폭 확대로 이어지는 인구절벽 사태는 노동력 및 노동생산성 저하와 함께 소비까지 끌어내리는 위험한 상황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불어 경제적인 이유로 2015년 우리나라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은 전년에 비해 각각 0.2세씩 증가해 남자 32.4세, 여자 29.8세로 집계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 84%(복수응답)가 ‘결혼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수입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 어려워서’(82.4%), ‘집 장만 등 결혼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77%)가 그 뒤를 이었다.
지금 청년들은 ‘N포세대’로 불린다.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신조어다. 3포, 5포, 7포, 9포세대에서 확대된 개념이다. 이 중 청년들이 가장 먼저 포기한 것(3포)이 바로 ‘연애와 결혼, 출산’이다. 직업이 없으니, 돈도 없고, 집도 없으니 결혼상대가 생기기 만무다. 아이가 안생기는 것이 당연한 사회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본래 수컷과 암컷 본능을 되살려주려면 이들이 마음놓고 연애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전방위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돈과 집 문제다. 무턱대고 일자리를 늘리기보다,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임대주택과 주택금융, 각종 세목을 접목시켜 평생 아이들과 두발 쭉 펴고 살 수 있는 주택 인프라 확충이야말로 저출산을 극복하는 열쇠라는 것이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은 “저출산 대책은 보육, 교육, 주택, 고용, 재정, 세재, 이민정책 등 국정 전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저출산 극복을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리고, 일본과 같이 컨트롤타워 조성으로 좀 더 강력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