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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기행문
ㅇ 일 자 : 2000.11.30∼12.02(목∼토)
ㅇ 높 이 : 1,638m(비로봉)
ㅇ 위 치 : 강원도 고성군, 금강군, 통천군
ㅇ 개 요 : 남북 60km, 동서 40km 정도, 면적 530㎢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 별금강으로 구분
☞ 첫째날(출발, 북한땅 입국)
생전 처음 북한땅을 밟는다고 생각하니 무척 설레이며, 금강산 기행문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11.30(목)
03:30 기상. 세수를 하고 어제 저녁에 챙겨둔 배낭을 메고 현관을 나섰다.
04:10 관광버스를 타러 집에서 출발.
05:10 관광버스에 승차하여 동해시로 출발. 영동고속도로 소사휴게소에서 우동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
09:20 동해항 주차장에 도착. 버스에서 하차하여 내가 속한 반과 조를 확인하고 금강산관광증과 세관신고서(출발, 도착)등을 수령한 후 주의사항을 듣고 나면 출국 수속이 완료된다.
10:05 출국신고서(출발)를 제출하고 투루져 아인랜드(설봉호)호에 승선. 엔진소리가 엄청 시끄럽고 매연냄새가 배 안에까지 스며 들어 속이 매스껍다. 옆 부두에 정박해 있는 봉래호 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상당히 크다. 이렇게 큰 배는 처음 타 본다. 매연 냄새도 나고, 시간이 좀 남아 이곳 저곳으로 배를 구경하고,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배에서 숙박하는 관광객은 객실에 자리를 잡지만 장전항 해금강호텔에 숙박을 하는 관광객은 극장처럼 좌석이 배치된 크리스탈룸(324석)의 지정된 좌석에 앉아서 장전항까지 간다.
10:50 설봉호가 부두에서 서서히 움직인다. 드디어 금강산으로 출발.
11:00 2박3일간 우리 관광객을 가이드 할 반장의 방북교육이 시작된다. 금강산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 구명동의 착용방법, 북측 세관신고서 작성, 휴대폰 등 지참금지 물품 보관 등 제법 할 일이 많다.
(지참 금지품목 : 핸드폰(예비 밧데리, 충전기 포함), 초점거리 160mm를 초과하는 렌즈, 배율 10배를 초과하는 망원경, 전자수첩, 전자계산기, 신문, 배율 24배를 초과하는 캠코더 등. 한국 화폐도 금지품목이나 지참해도 괜찮다)
점심은 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꼬리곰탕이었는데 맛이 제법 괜찮았다. 파고가 높아 배가 많이 흔들린다. 이러다 멀미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멀미약(배에서 무료 제공)을 찾는 사람이 많다. 배의 최상부 갑판에 올라가니 배의 흔들림이 더욱 심하다. 좌우로 흔들리면서 배 앞부분이 상하로 심하게 요동 친다. 움직임이 덜한 아래층 좌석으로 돌아오니 배에서 숙박하는 사람들의 방북교육이 아직 덜 끝났다. 배 옆 통로에서 기다리면서 멀리 바다를 바라본다. 파고는 점점 더 높아 만 가고 멀미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간다. 잠시 후 교육이 끝나 내 자리에 앉았다. 훨씬 안정된다. 일단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새벽부터 서둘러서 그런지 피곤이 몰려와 이내 잠으로 빠져 들었다. 좌석은 생각보다 편하다. 앞뒤 간격도 넓고 뒤로 많이 넘어 간다. 배가 흔들리니까 모두들 자리에 누워 있다. 어지러워서 돌아 다닐 수가 없다. 이게 무슨 고생이람.....한참 자는데 식권 구입하라는 방송이 나온다. 2박3일중 세끼는 본인부담인데 배에서 구입하면 원화(한끼당 만원)나 달러 모두 가능하며 온정각에서 구입시는 반드시 달러로 구입(한끼당 9달러)해야 한다. (환율(1달러 1,200원 정도)이 올라 원화로 구입시 유리함)
식권 구입도 정해진 시간에 구입해야 하며, 배에서 환전도 가능한데 이것 역시 정해진 시간이 있다. 식권판매가 끝나면 잠시 후 환전시간이 주어진다. 가능하면 환전은 미리 준비요망. 어지러움을 참고 식권 구입하러 올라가니 줄이 늘어서 있다. 모두들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린다. 식권을 구입하고 후딱 자리에 돌아와 누웠다. 잠시 안정을 취하고 또다시 잠을 청했다. 밖은 비가 뿌리는지 어둡다. 언제나 장전항에 도착할까?
갑자기 주위가 소란해져 깨어보니 육지가 보인단다. 밖은 상당히 어두워 졌는데 정말 좌측으로 육지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그렇다. 바로 통일전망대에서 본 해금강이 아닌가? 그럼 우리가 벌써 북한해역에 들어왔단 말인가? 육지에 가까워진 탓인지 배가 훨씬 덜 흔들린다. 견딜만하다. 한참을 서서 북한 땅을 바라 본다. 저곳이 그토록 가보고 싶어한 북한땅이란 말인가? 모든 어려움과 통제를 견디며, 내 돈 써가며 모든 이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북한이 바로 저기에 있다. 모두들 통로에 서서 어두워져 가는 북한 땅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해안가에 불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불을 끄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갑자기 휘황찬란한 불빛이 우리 눈에 들어왔다. 현대에서 건설한 장전항 부두와 현대 관광선에서 켜 놓은 불이다. 온통 어둠 뿐인데 오직 한 곳만 밝은 불빛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다. 우리가 탄 배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 항내로 진입한다. 모두들 하선 준비에 바쁘다.
해금강호텔에 숙박하는 관광객은 짐을 모두 챙겨서 하선해야 한다.
17:30 장전항 정박 완료.
조별로 조장의 주의사항을 다시 한번 듣고는 배 안에서 대기. 무슨 절차가 이렇게 복잡한지.....또 기다리란다. 기다릴 수 밖에..... 북한 땅에 왔는데 말을 잘 들어야지...여기서 조장에 대하여 언급하고 가야겠다.
경기도 광주 아가씨로 이름은 문혜림(76년생) 키가 크고 이쁘다. 앞으로 2박3일간 우리조(라반3조) 가이드다. 하여튼 관광을 마치고 동해시 세관을 통과할 때까지 많이 고생했다. 혹시 이 글을 본 후 금강산에 가시는 분께서는 참고 하시길....
18:10 드디어 하선 개시
짐을 챙겨 부두에 내려섰다. 100여 미터를 걸어서 대기하고 있는 미니 버스에 승차하여 세관으로 이동한다. 바로 앞에 우리가 묶을 해금강호텔이 보인다. 사실은 해상호텔이다. 바지선 위에 지어진 6층 건물로 물 위에 떠 있다. 바로 앞에 호텔을 두고도 짐을 모두 들고 세관으로 가야 한다. 버스로 1분 정도 가니 세관이 나왔다. 아마 부두로부터 1km 정도 될까? 세관 건물 내 한쪽에 짐을 두고 조별로 순서대로 일렬로 서서 몸만 세관을 통과한다. 북한 세관원이 목에 걸고 있는 금강산 관광증에 도장을 찍어주고는 일일이 얼굴을 확인 한다.(입국 심사 : 여기서는 목에 걸고 있는 금강산관광증이 여권이다). 괜히 긴장된다. 금속탐지대 주변에는 정복을 차려 입은 북한 군인 여러명이 서서 감시하고 있다. 모두들 긴장된 표정이다. 다시 대기하고 있는 미니버스에 승차하였다.
아까 타고 온 버스가 아니다. 정장을 한 운전기사가 인사를 한다. 괜히 긴장하여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했으나 알고보니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동포다. 이름은 정세진(60년생). 발음이 약간 이상했으나 우리 말을 잘 한다
19:40 온정각 도착
세관에서 캄캄한 도로를 한참 달려 온정각에 도착했다. 역시 주변은 온통 어둠뿐 불빛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사람이 살지 않는가?
도로는 잘 포장된 왕복 2차선 도로로 좌우에 철조망이 서 있다. 가끔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 서 있는 북한 군인이 보인다.
저 군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희한한 곳에 왔다는 느낌뿐 온정각 주변은 환하다.
배가 무척 고프다. 식권을 한장 빼 들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주변이 굉장히 깨끗하고 넓다. 식당 내에는 종업원이 여기저기 서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부분 조선족 동포들이라고 한다.
키가 자그마하면서 아담하게 생긴 아가씨들이다. 음식은 뷔폐식인데 괜찮은 편이며, 고픈 배를 일단 채우고...종업원이 돌아다니면서 술을 판매하고 있다. 2달러, 4달러 모든게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는데 돈만 달러다. 지쳐서 인지 술은 별로 마시지 않고 식사하는데 여념이 없다. 식사를 마치고 기념품 판매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잠시 휴식. 특별히 기념될 만한 것은 없고 품목도 단조롭다. 내일도 있으니까 오늘은 구경만 하기로 하고...
20:20 다시 버스에 승차하여 세관으로 돌아왔다. 휴대한 물품과 화폐를 모두 기재한 세관신고서를 제출하고 조별 번호순서대로 물품검사를 받았다. 두세명에 한명꼴로 배낭을 열어보고 검사를 하는데
내 배낭과 어깨에 메는 작은 가방을 보잔다. 이것저것 보더니 아이젠(10발 아이젠으로 부피가 제법 크다)을 보고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아이젠이라고 대답하니 한참을 본 후 다시 돌려준다.
혹시 꼬투리나 잡지 않을까 하고 괜히 긴장된다. 긴장해서 급히 배낭을 닫는데 지퍼가 잘 안 닫히니까 천천히 하라면서 도와준다. 세관을 통과하여 호텔로 돌아오는데도 버스를 타야 한다.
이번에는 우리조 버스가 아니고 호텔과 세관을 왕복하는 일종의 셔틀버스다. 조 구분 없이 아무나 타서 자리가 차면 출발한다. 밖에는 긴 코트를 입은 건장한 청년 몇명이 날카로운 눈매로 버스에 승차하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웬 공포감 조성?
21:00 드디어 호텔에 도착. 내리려니까 기다리란다. 무슨 절차가 이렇게 복잡한가? 호텔 지배인인가 하는 사람이 차에 올라와서 장황히 설명한다. 그리고 하차. 호텔입구가 갑자기 소란하다. 신나는 음악이 밖에까지 울려 퍼진다. 갑자기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다. 실제로 호텔은 남측 관할지역이라고 한다. 호텔이 근무하는 종업원들이 일렬로 서서 환영한다. 대부분 필리핀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정말 멀리도 와서 근무한다. 돈이 무엇 이길래.....
22:40 간단히 소주 한잔하고 침대에 누웠다. 트윈 침대로 시설은 괜찮다. 변기가 진공식으로 배수 시 소리가 엄청 크다. 아마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것 같은데....치약과 치솔만 없고 다 있다.
타월, 목욕용 대형 타월, 샴푸, 스킨.로션, 빗, 샤워모자 등. 한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은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가 없기 때문에 발만 씻으려고 해도 욕조내로 들어가야 하며, 샤워 시 반드시 샤워 커튼을 욕조내로 들여놓고 해야 한다. 무지하게 길게 느껴졌고 실제로 긴 하루였다.
☞ 둘째날(산행, 온천욕, 교예단 공연 관람)
12. 1(금)
06:20 기상. 간단히 샤워를 하고 배낭을 챙겨 1층 호텔내 식당으로 내려옴
07:30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었는데 여기도 뷔페식이다. 먹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김치국과 밥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07:50 호텔 앞에 서 있는 버스에 승차하란다. 조별로 버스에 승차하여 인원 점검. 호텔에서 산행에 필요한 오렌지와 물이 담긴 비닐 봉투를 판매하고 있으며, 미끄러운 길에 대비 아이젠을 사라고 정신 없다.
한 명이 늦는 바람에 출발이 지연된다. 조장들끼리 무전으로 연락하여 전원이 모여야 출발이 가능하다.
08:10 호텔 출발. 호텔에 숙박하는 관광객은 어제 세관을 통과하였기 때문에 버스에 탄 채로 세관을 그냥 통과하나 배에서 숙박한 관광객은 세관에 확인을 받고 들어 온단다. 즉 나갈 때와 들어올 때 하루에 두번씩 세관에 확인을 받는다. 2박3일 동안 총 여섯번의 확인을 받는다. 세관을 지난 온정각으로 오는 길에 북한 주민들이 보인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지 가방을 들고 부지런히 걸어 간다. 아마
교실 난방용인지 장작을 가지고 가는 아이도 보인다. 모두 걸어 다닌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다니는 도로가 따로 있으며, 우리가 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도 같이 손을 흔들며 더 이상 가까이 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저 멀리 금강산이 보인다. 조장이 열심히 설명하고 우리들은 신기한 듯 창밖을 보느라 정신 없다. 버스 이동 중 절대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냥 눈으로 보고 머릿속에 기억할 수 밖에... 주변으로 집들이 많이 있는데 왜 어제 저녁에는 불빛이 하나도 안 보였을까? 도로 양쪽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고 중간 중간 교차부근에는 문이 있으며, 어김 없이 군인이 지키고 있다. 철길도 보였는데 기차는 안보이고 애들이 철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는 모양이다. 밝은 낮에 처음 보는 북한 땅이다.
08:20 온정각 도착. 배에서 숙박한 사람들이 세관을 통하여 오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단다. 또한 어제 내린 눈으로 제설작업과 도로에 모래를 뿌리고 버스통행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와야 올라 갈 수 있다고 한다.
08:38 온정각 출발. 만물상 코스로 간다. 가는 도중 금강산여관이 보이고 군데군데 숲 속에 건물들이 보인다. 금강산여관은 현대에서 개조하여 호텔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끔 군인들도 보이고,
계곡에 물은 많지 않으나 굉장히 맑고 깨끗하다. 산속으로 접어드니 길은 더욱 좁아 겨우 미니버스 한대가 지나갈 정도다. 금강산의 관광용 버스가 왜 미니버스인지 이제 이해가 간다. 길 좌우로 곧게
자란 적송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이 길은 온정령으로 모두 106구비라고 하며, 우리가 갈 만상정 주차장까지는 77구비이며, 이 고개를 넘으면 금강군이라고 한다. 너무나 험하고 공사가 힘들어 일제시대 때 10년이 걸려서도 개통하지 못한 것을 북한이 3개월 만에 개통하였다고 조장이 설명한다.
콘크리트로 포장은 되어 있으나 노면이 많이 손상되어 있으며, 갈수록 꼬불꼬불 좌우로 심하게 흔들린다. 좌우 능선의 뾰족뾰족한 바위들이 기묘한 형상들을 하고 서 있다.
09:00 한참을 올라가더니 버스들이 모두 선다. 육화암 주차장이라고 하는데 화장실과 여러 대의 버스가 주차할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아직 제설작업과 모래뿌리는 작업이 덜 끝나 기다려야 한단다.
버스에서 하차하여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진도 찍고, 개인볼일도 보고 잠시 휴식.
어제 밤에 내린 눈으로 인하여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준다.
09:25 드디어 만상정주차장(해발 640m정도)에 도착하였다. 길에는 눈이 제법 내려 미끄럽다.
버스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모두들 하차하여 조별로 집합하란다.
09:35 앞조와 일정 간격을 두고서 기다렸다가 "금강산아 내가 왔다!" 라고 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출발하였다. 날씨가 너무나 포근하여 금방 땀이 솟아 오른다. 길은 바위들을 잘 다듬어 놓아 다니기는 좋았으나 산행하는 맛은 별로다. 올라 갈수록 길이 미끄럽다. 삼선암에 도착하여 아이젠을 착용하였다. 군데군데 북측 남녀 지도원이 배치되어 있으며, 더러는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능선의 바위들이 온갖 동물형상을 하고 서 있다. 조장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쳐다보지만 형상들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신비로울 정도로 바위들이 기묘한 형상들을 하고 있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고 필름에 담는다.
망원렌즈가 없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시간이 충분하고, 관광객들이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인물사진은 내려오면서 찍으라고 한다. 길은 본격적으로 가파르기 시작하여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더 이상 오르기를 포기하신다.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는 나도 무척이나 힘들다. 거의 계단이 연속되고 길도 좁다.
10:25 망양대와 천선대 갈림길에 도착(해발 830m정도). 원래 망양대도 갔다 오는 코스인데 눈 때문에 망양대쪽은 통제라고 한다. 이제 천선대가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좁은 철 계단이 가파르게 설치
되어 있고 선두가 밀려 마냥 기다린다. 바위들 사이로 간신히 길을 만들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천선대의 면적이 좁은 데다 반환점이라 사진 찍는다고 지체하고 대기할 장소 마저 없어 앞사람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만물상을 비롯 주변 능선들이 이제서야 한눈에 들어온다.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과 힌눈, 기묘한 바위들이 절묘한 경치를 연출하고 있다. 앞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다려 천선대에서 간신히 기념촬영
11:00 천선대(해발 936m). 기막힌 경치를 감상할 겨를도 없이 내려온다.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5분을 지체할 수 없으니.... 다음 사람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하산길에 기념촬영. 다른 배로 온 관광객들이 꾸역꾸역 밀려 올라 온다. 이제 눈은 거의 녹아 아이젠을 풀고서 여유 만만히 하산. 시간이 충분하여 올라갈 때 못 본 주변경치를 감상하면서.. 귀면암을 보려고 삼선암옆 계단으로 올라서니 또 다른 경치가 천선대 못지 않다. 만물상코스 자체가 계곡이어서 사진촬영 장소가 별로였으나 이곳은 사진촬영에 좋은 장소다. 귀면암 사진을 집에 걸어 놓으면 귀신이 오지 않는다나?
12:15 만상정 주차장 하산 완료. 어중간하게 시간이 남는다. 버스안에서 잠시 휴식
12:55 만상정 주차장 출발. 꼬불꼬불한 길을 잘도 내려온다. 운전기사들의 운전솜씨가 만만찮다.
가끔 군인들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세명이 일렬로 경사 길을 힘차게 행진하듯이 걸어간다. 그냥 걷기도 힘든 오르막 길을....
13:25 온정각 도착. 바로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한다. 시간도 늦은 데다 산행으로 배가 무척 고프다. 다들 많이도 먹는다.
14:10 점심을 먹고는 온천으로 출발. 바로 옆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버스로 이동한다.
14:25 온천 도착. 1인당 12달러를 지불하고 입장권 구입. 옷장 번호로 봐서 5백명 이상이 동시에 입장 가능한 모양이다. 우리나라 온천과 다를 바 없으나 탈의실 바닥이 차다. 인원이 한정되어 그런지 탕 내 물이 매우 깨끗하고, 노천탕도 있다. 따뜻한 온천물에 산행 후 피로를 말끔히 씻고 나니 날아 갈 것만 같다.
15:15 온천욕 완료.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1달러). 밖에 나와 광장에서 기념 촬영.
16:00 온천 출발. 다시 온정각으로 돌아 왔다. 교예단 공연이 다음 순서로 기다리고 있다. 1인당 25달러.
16:30 교예단 공연 시작. 교예단 공연 건물은 둥근 돔 모양을 하고 있는데 내부의 좌석은 앞 무대를 마주 보면서 부채꼴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다. 평양에서 온 모란봉 교예단으로 지난번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한 단원도 있단다. 아마 11가지 정도의 공연을 한 것 같았는데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잘 한다. 가끔 실수도 하지만 그럴 때는 관중들의 박수가 더 요란하다. 실수한 부분은 재시도하여 박수에 보답해 주는 등 정말 나무랄 데 없는 최고의 교예단이 아닌가 생각된다.
18:00 1시간30분의 공연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 불이 켜지면서 교예단원 전원이 나와서 인사를 한다. 관중 모두가 기립박수로 감사를 표시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석별의 정을 나눈다. 바로 저녁식사를 하고, 남은 시간에 쇼핑에 나선다. 진열된 물건이 많지는 않으나 가장 인기품목은 단연 북한 술이다. 도자기에 담긴 술은 상당히 비싸다. 그 외 북한화가들이 그린 그림과, 새털 공예품이 돋보인다.
19:10 온정각 출발. 완전히 어두워진 밤이다. 공기가 맑아 하늘의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주변의 민가에는 여전히 불빛이 안 보인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느낌이다.
TV, 라디오, 신문이 전혀 없으니 딴 세상에 온 기분. 한잔술과 지하 가라오케에서 노래 한곡. 다음날 1시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화장실의 물 내리는 소리는 여전히 사람 놀랠 정도로 크다.
☞ 셋째날(삼일포 관광, 출국, 귀로)
12. 2(토)
06:30 기상. 짐을 꾸리는데 어제 구입한 선물 때문에 부피가 늘어 났다. 배낭 하나로 간신히 줄였다. 출국에 필요한 세관신고서를 작성하는데 품목이 들어 올 때보다 늘어났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준비 완료. 주로 양식메뉴라서 먹을 것이 별로 없다. 어제 늦게까지 마신 술 때문에 해장국 생각이 간절.
08:00 호텔 출발. 속이 별로 좋지 않다. 온정각에서 다른 팀을 기다리느라 잠시 정차.
08:40 온정각 출발. 삼일포로 향했다. 여전히 도로 양쪽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고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전형적인 시골마을 풍경이 좌우로 펼쳐진다. 주민들이 다니는 도로는 별도로 있으나 우리가
지나는 도로에 가까이 있어 가까이서 북한 주민들을 볼 수 있다. 인민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다니고 우체국도 보인다. 영화세트 같은 옛 풍경들이 차창 밖으로 지나간다. 군인들이 많이 보이고 지나가는 주민들이 간간이 손을 흔든다. 관광도로와 주민도로가 교차하는 부분에서는 주민들이 우리가 지나갈 때 까지 신호대기하는 것처럼 기다리고 서 있다. 소 달구지와 가끔 자전거를 탄 사람도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도 이렇게 살았는데 이런 것들이 새삼스럽고, 신기하고 구경거리처럼 보이는 것이 안타깝고 가슴 한쪽으로 서글픔이 밀려와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09:00 삼일포 주차장 도착. 드디어 울타리를 벗어나 도보로 삼일포로 향했다. 모두들 걸어서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대나무가 많고, 금강산처럼 쭉쭉 뻗은 적송들이 빽빽이 서 있다. 배나무 과수원도 보이고, 입구에는 군인이 보초를 서고 있다. 다른 일반 산들은 나무가 거의 없으나 금강산과 이곳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대조된다. 이곳 삼일포는 국가지정 사적 46호라고 하니까 특별히 관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조장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설명을 해주면서 다른 길로 못 가도록 통제를 하고 있다. 또한 북측 지도원도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다. 주변에 민가도 없고 너무나 적막하고 조용하다.
09:20 소나무 숲 속으로 난 도로를 따라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 단풍관에 도착 하였다. 호수 가장자리에 위치한 유일한 건물인데 음식점이라고 하며 평시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내부는 커튼으로 가리워져 볼 수가 없다. 삼일포는 원래는 바다였으나 경포호처럼 호수로 변한 곳이라 하는데 물이 굉장히 맑고 주변이 너무나 깨끗하다. 호수와 주변의 언덕, 정자, 바위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 경치가 매우 좋다. 호숫가를 따라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으며, 사진 찍기 좋은 장소도 많다.
단풍관에서 호수를 반 시계 방향으로 돌아 가다가 바위로 된 언덕위로 올라 간다.
09:40 이제 호수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 왔다. 봉래대라고 한다. 우리 조장이 이곳에 배치되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잠시 설명을 듣고는 바로 위 정자로 올라 갔다.
09:50 장군대. 이곳에 올라서니 주변이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널찍한 바위에는 글씨가 많이 새겨져 있다. 여기를 마지막으로 금강산 관광이 완료 된다. 조금 내려오니 아까 올라간 길과 만나며, 이곳에 이동식 간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임. 입구 초병에게 인사를 건넸으나 눈길을 돌리며 대꾸도 안한다.
10:05 삼일포 관광 완료. 아직 관광이 완료되지 않아 주차장에서 기다린다. 바로 옆 하천에 교각이 죽 늘어서 있다. 강릉에서 올라오는 철도라고 하는데 만약 철도가 연결되면 여기까지 금강산관광이 매우 수월해질 거라고 한다. 북한 여자지도원 두 명이 관광객들과 막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로가 궁금한 것이 많으리라...
10:35 모두들 관광이 완료되어 출발. 전화선이 아직도 나선으로 전주대신으로 살아 있는 나무에 선로를 첨가한 것이 보여 이채롭다. 전주는 나무 아니면 사각 콘크리트로 높이도 나지막하다. 많은 주민들이 들이나 산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 도로 옆 논에는 러닝셔츠 차림의 농부가 소를 이용하여 논을 갈고 있다. 어떤 곳은 소 두 마리로 논을 가는 모습도 보인다.
10:50 세관 도착. 조별 번호순서대로 출국신고서를 제출하고 세관을 통과하는데 이번에도 내짐을 열어 보자고 한다. 그래도 입국 때와는 달리 카메라만 확인하고는 금방 통과시켜 준다. 선물 샀느냐고
물어 보면서...(여기서 금강산관광증은 북한 세관에서 수거함)
11:10 출국 수속 완료. 버스를 타고 부두로 이동
11:20 설봉호 승선. 이제 북한 땅을 벗어 났다. 날씨가 좋아서 바다가 조용하다.
11:40 배가 움직인다. 가장 위 갑판으로 올라가니 장전항이 한 눈에 들어 온다. "C"자 모양의 항구가 기막힌다. 배는 미끄러지듯이 항구를 벗어 난다. 점점 멀어지는 금강산과 장전항을 뒤로 하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는데 고기잡이 배에서 어부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많은 갈매기들이 바다 위에 앉아 있다가 놀라서 비켜준다. 돌고래가 물위로 솟아 오르며, 유유히 헤엄쳐 다닌다. 항구 가까이 돌고래가 놀고 있다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언제 다시 이곳을 밟아 볼까 하고 생각하니 또 다시 갑갑하기만 하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 정지한다. 아마 북측 도선사가 선장에게 키를 인계하고 돌아가는 모양이다. 다시 출발하여 남쪽으로 속도를 높인다. 이제 장전항이 가물가물 해진다. 배가 고파 온다.
12:10 배에서 제공하는 갈비탕으로 점심. 배가 흔들리지 않아서 좋다. 다시 상갑판으로 올라가 바람을 쐬고 내려와 커피를 한잔. 배가 흔들리지 않으니까 많이 들 커피숍을 이용 한다. 파고와 배의 매상은 반비례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본다.
13:00 해금강 앞 바다를 지난다. 돌아오는 항로는 갈 때보다 육지에 가까운 모양이다. 우측으로 계속 육지가 보인다.
13:30 갈 때 보관시켜 둔 휴대폰을 돌려준다. 전화가 되니까 다들 전화 하느라 갑자기 선실내가 시끄럽다.
이제서야 문명의 세계에 돌아온 느낌이다.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우리가 처량한 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난 것인가? 졸음이 밀려와 한숨 자기로 하고...한참 지났는가? 주변이 시끄러워 잠에서 깼다. 옆 팀이 엄청 소란하다. 어디 계 모임에서 왔는지 난장판이다.
조용히 해 달라고 하니까 다른 곳으로 옮긴다. 다시 잠을 청했으나 이제 잠이 오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엄청 빠른 속도로 배가 달린다. 검푸른 바다 속에 하얀 해파리가 많이 보인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가고 있다. 구름 사이로 붉은 태양이 삐죽이 내밀면서 바닷물에 붉은 선이 육지까지 길게 이어 진다. 급히 카메라를 들고 나와 해가 지는 장면을 십여 커트 카메라에 담았다.
아마 속초 부근인 것 같다. 저 멀리 오징어 잡이 배들의 엄청나게 밝은 빛이 점점이 떠 있다.
육지의 전등 불빛도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 온 것 같다.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이 점점 밝아 진다. 저 멀리 동해항의 불빛이 휘황 찬란하다. 줄지어 달리는 도로의 자동차 불빛도 반갑다.
19:00 드디어 동해항에 접안.
19:15 순서대로 하선 시작. 도착신고서를 제출하고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서 짐은 열어보지도 않고 그냥 두 줄로 신속하게 세관을 통과 한다.
19:30 세관 통과. 밖으로 나오니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동해시내에서 갈비탕으로 저녁을 해결. 오늘 갈비탕 두 끼 먹었다.
20:40 동해시 출발 서울로...동해고속도로, 대관령, 영동고속도로를 잘도 달린다. 강릉방향은 차량이 많으나 서울방향은 한가하다. 문막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23:50 서울 도착.
24:50 집 도착. 2박3일 이었음에도 굉장히 긴 여정처럼 느껴진다. 모두들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역시 우리집이 가장 편하다. 집을 떠나봐야 집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 후기
2박3일간 내가 보고 느낀 점을 시간대로 나열했다. 그러다 보니 지루한 감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혹시 금강산에 가실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금강산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으며, 가이드가 설명하는 것을 듣기에 바빴는데 가이드의 설명만으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았다.
좋은 관광이란 볼 것이 많아야 하고, 현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고, 현지의 음식을 먹어 보는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금강산은 볼 것만 있다. 도저히 갈 수 없을 것이라고 포기한 곳에 간다는 특별함을 빼면 관광지로서는 제로에 가깝다.
또한 모든 것이 단체로, 이동에 제약을 받아 마치 사파리 동물원에 간 느낌이 든다. 조금을 움직여도 버스를 타야 되는 등 엉뚱한 과정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빼앗겨 실제 관광한 시간은 열 시간도 안되는 것 같다.
그래도 자연이 오염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과 철저한 관리는 우리가 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
산을 많이 다니는 나로서는 자연 그대로 깨끗한 산을 보고 왔다는 것에 이번 여행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