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부터, KBS1에서 <마법전사 라이너(전설의 용자의 전설)>가 매주 토요일 오후 1:30분에 방영되고 있다. 모든 연령 시청가 혹은 7세 이상 시청가의 애니메이션만을 방영해 왔던 한국방송공사(KBS) 계열 채널에서 12세 이상 시청가 이상의 고연령층 대상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것은 <원피스>가 2003년에 KBS2에서 방영을 시작하여 2007년에 종영된 이후로 처음이다.
<전설의 용자의 전설>은 2002년 2월부터 연재되어 왔던, 카가미 타카야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라이트 노벨(Light Novel)의 애니메이션화 경험이 많은, 일본의 ZEXCS와 한국의 인디펜던스(Independence)가 공동으로 제작하여 2010년에 방영되었으며, 만화책은 2008년부터 연재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KBS1에서 방영되기 이전에 대원씨아이를 통해 원작 소설의 한국어판이 시중에 출간되었다.
물론,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의 불평이 많이 제기되었다. 첫째, 한국의 록(Rock) 그룹인 국카스텐이 부른 오프닝곡과 엔딩곡을 해당 가수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개사 및 편곡하였으며, 다른 사람이 부른 것을 썼다는 것이다. 둘째, <전설의 용자 전설>에서 이른바 '과거편'으로 불리는 2, 3, 4화를 건너 뛰고, 5화를 2화로 편집하여 내보냈다는 것이다. 이로써, 일각에서는 어떠한 이유로 해당 방영분이 완전히 삭제되었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첫 번째 문제의 경우는 일어 더빙판의 오프닝 및 엔딩곡에 익숙해서 한국어 더빙판의 오프닝 및 엔딩곡이 낯설게 들리는 것을 방송사의 잘못으로 돌리는 원판 제일주의자들의 음모가 일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애니박스에서 <러키☆스타>가 방영되었을 때, 그리고 투니버스에서 <캐릭캐릭 체인지(수호 캐릭터)>가 방영되었을 때에도 오프닝곡을 둘러싸고 '교과서 읽기'라는 원판 제일주의자들의 궤변이 판을 쳤기 때문이다.
이에 인디펜던스 컨텐츠 사업실 측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우선, 엔딩 영상에 '제작 협조 나래하제'라고 표기된 것은 애니메이션 주제곡 제작을 담당하는 인터넷 동아리인 나래하제가 오프닝곡과 엔딩곡의 개사 및 편집에 관여했다는 헛소문이 돌고 있는데, 사실은 나레하제가 KBS판 <마법전사 라이너>의 오프닝곡과 엔딩곡을 만든 것이 아니라, 측근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나래하제 회원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고 해명했으며, 이후 오프닝 및 엔딩 원본 영상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두 번째 문제의 경우도 인디펜던스 컨텐츠 사업실 측에서 공식 블로그를 통해 <마법전사 라이너>를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기존 방영분의 순서를 변경한 것뿐이라고 해명한 바가 있으며, 한국판 뉴타입(Newtype) 4월호에서도 창칼 등에 대한 편집은 완전히 검은색을 칠한 KBS판 <원피스>와는 달리, 일부 투명 처리 외에는 편집한 부분이 없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심의 제도가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본다면, 많이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측 제작사와 한국방송공사가 전근대적 심의 제도 속에서도 편집 부분만큼은 원작 훼손이라는 비난을 최대한 피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애쓴 모습은 충분히 한국 애니메이션의 민주화 희망을 보여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불법 복제나 불법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 것을 헛된 자랑거리로 여기면서, 스스로가 낯설게 느끼는 것을 성우나 방송사의 잘못으로 돌리는 원판 제일주의자들은 그들 스스로가 말하는, '원작 훼손'을 운운할 명목이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간 무리한 로컬라이징으로 원판 제일주의자들의 궤변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오히려 그들 스스로가 보호하고자 했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일본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일본 문화를 한국 문화로 잘못 이해하게 되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일본 문화와 한국 문화를 혼동하고, 더 나아가 일본 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품게 된다면 한국 문화는 주체성을 잃고 허우적댈 것이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수입 애니메이션의 무리한 로컬라이징보다는 국산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장려하고, 고연령층 대상 애니메이션이 사사로운 이해 관계에 의한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제작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