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월드컵이 열려서 우리에게 친숙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인종차별로 인한 갈등과 탄압, 그리고 민주화에 이르는 긴 여정으로 인해서 잘 알려진 나라입니다.
수도인 요하네스버그의 남서쪽에 <소웨토 soweto>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소웨토 지역은 황량하고 살벌한 지역입니다. 폭력과 강간, 그리고 살인이 일상처럼 이어지는 곳입니다.
1988년 10월 2일 쓰레기 먼지로 뒤덥힌 소웨토의 거리에 한 중년의 사내가 나타났습니다. 등에는 커다란 들통을 지고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엉성한 모습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씻겨주신 발은 행복한 발입니다”라고 쓰여진 티셔츠는 그가 지금 무엇을 이 소웨토 거리에서 하려는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등에 짊어진 20Kg이 넘는 무거운 통에는 대야와 수건, 작은 나무 십자가와 접을 수 있는 의자, 그리고 물을 나를 수 있는 조그만 통이 들어있었습니다.
데이빗 케이프(David cape)는 거리에 발을 내려 놓으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주님, 제가 진짜 미쳤지요. 정말로 이걸 해야 합니까? 완전히 바보 짓 아닙니까? 혹시 없었던 일로 하면 안될까요?”
불안한 마음에 엉거주춤 서 있는 데이빗에게 언뜻 보아도 깡패가 확실한 4명이 다가왔습니다.
“야, 너 지금 뭐해?”
험상궂은 인상으로 누군가 소리를 치자, 멍하니 있던 데이빗은 떨리는 손으로 스티커를 4명에게 붙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한 마디 했습니다.
“여러분 예수님께 붙으세요. 그래야 해요.”
스티커에는 “나는 예수님과 함께 걷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그냥 해보자고 결심을 하고 예수님에 대해서 증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이 바로 4명을 위해서 어떤 삶을 살아가셨는지, 어떻게 죽으셨는지, 왜 죽으셨는지,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의 의미가 무엇인지, 십자가의 예수님을 왜 주님으로 맞이해야 하는 지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등이 흠뻑 젖을 정도로 긴장해서 이야기를 한 뒤에 이 말을 이해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머리를 끄덕입니다. 이제 영접하는 기도를 해야되겠다고 생각하고 4명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부끄러우시면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서 기도할까요?”
그러자 4명의 깡패들이 거칠게 답합니다.
“아니, 그냥 여기서 합시다.”
그래서 중년의 사내 데이빗은 소웨토 거리에 첫 걸음을 디딘지 삼십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전도의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죽음의 거리 소웨토에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네 명중에서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너네들은 지금 가라. 나는 이 분을 따라가야겠다.”
데이빗은 크게 놀랐습니다. 그의 기록을 읽으며 저도 놀랐습니다. 데이빗의 마음이나 저의 마음에 아마 동일한 성경구절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수백번을 읽어오던 성경의 말씀, 수십번은 설교 본문으로 증거했던 그 말씀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갈릴리 해변으로 지나가시다가 시몬과 그 형제 안드레가 바다에 그물 던지는 것을 보시니 저희는 어부라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곧 그물을 버려 두고 좇으니”(막1장 16-18절)
더 놀라운 것은 첫 번째 회심하고 동역한 사람의 이름이 <피터>였습니다. 피터는 데이빗의 말을 통역하면서 스스로 복음을 이해했고 성경에 대해 재빨리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첫째날과 둘째날 수십번을 스스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소문난 깡패 피터가 이 거리에서 유명한 복음전도자가 되었습니다. 피터는 데이빗이 사람들의 발을 씻기면 대야에서 물을 비우고 수건을 잘 빨아서 널었습니다. 이렇게 첫째날 데이빗은 소웨토의 거리에서 16명의 사람들이 주님을 영접하고 13명은 발을 내어 씻기우는 기적을 체험합니다. 둘째날에는 13명이 주님을 영접했고, 16명의 발을 씻어주었습니다.
데이빗 케이프는 열심히 목회를 해서 소위 성공한 목사였습니다. 목회하던 열방교회는 매년 성장하고 부흥하는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1987년 어느 날,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목회를 그만두고 교회를 사임하고 길거리로 나가라는 명령을 듣습니다.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발을 씻겨주라는 것입니다. 너무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목사로서 맡겨주신 교회에서 충성스럽게 목회를 너무 잘하고 있는데 교회를 그만 두라니요?
데이빗 케이프 목사와 가족들은 무려 14개월동안 이것이 정말 하나님의 음성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면서 거듭 부르심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온 가족이 순종해서 1988년 10월 2일 소웨토 거리에서 시작해서 남아공 전체를 돌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발을 씻어주기 시작합니다. 주님께서 하신 것처럼, 사람들의 발을 씻기우는 사역이 실제로 일어난 것입니다. 얼마나 바보같은 일입니까?
그래서 데이빗 목사는 "내가 스스로 바보가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바보가 된 목사를 통해서 20세기 후반, 지구의 반대편에서 기적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