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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두드리는 박무석. 기척이 없자 문을 여는데, 뒤에서 문이 닫히고, 돌아보면, 고니가 작두를 들고 서있다.
고니 : 뭘 그렇게 놀랍니까?
고니가 작두를 휘두르자, 주저앉는 박무석.
(경과)
고니는 박무석 앞에 작두를 짚고 앉아있고, 박무석은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박무석 : 그러다 곽철용한테 걸리면?
고니 : 빼팅은 자윱니다. 곽철용한테 죽든가 나한테 죽든가.
고광렬 : 고니야 저기
고니 : (박무석만 바라보며) 할거야 말거야?
박무석 : 나한테 얼마가 떨어지는데?
고니 : 20%
고광렬 : 고니야!
박무석 :(쓴웃음, 악수) 오지게 걸렸군.
고광렬 : 고니야!
고니 : 왜?
고광렬 : 우리 판돈 모자라.
고니 : 알아.
박무석 : 내일 곽철용이가 자기한테 약을 탈거야. 마시지 마.
59. 곽철용 사무실.
여자애 하나가 화투판으로 커피를 나르는데, 고니가 커피를 입에 대는 모습을 곽철용이 유심히 보고 있다.
고니가 패에 신경을 쓰는 척 하며 커피를 엎지른다.
고니 : 에이.. 거기 수건 줘봐.
넥타이를 풀어헤친 곽철용이 판돈을 잃고는 새로 돈을 올린다.
고광렬이 패를 돌리려는데,
곽철용 : (신경질적) 잠깐. 무석아 니가 기리해라.
박무석 : 네.
박무석이 패를 기리하고, 고광렬에게 준다.
고광렬이 그 패를 그대로 돌린다.
곽철용이 패를 본다. 10땡이다. 차분한 얼굴.
고광렬 : 오백만!
곽철용 : 천만 더! (팔을 긁는다)
박무석 : (곽철용의 제스추어를 보고는) 오천만 더!
고니 : 합이 1억으로 합시다.
곽철용 : 그래? 합이 4억. 빈정 상하면 죽든가.
고니 : .... 높은건가 보죠?
곽철용 : 높지.
고니 : 높다면 우리가 또 빨아줘야지. 4억입니다.
고니가 돈가방을 툭 밀친다.
박무석 : 난 죽습니다.
곽철용 : 돈 확인해봐.
박무석이 가방을 연다. 위만 돈이고 밑은 그냥 종이.
박무석 : 맞는 것 같습니다.
곽철용 : 까봐.
고니 : 먼저 까시죠.
곽철용 : 장땡!
고니 : 어? ... 나도 장땡인데.
곽철용 : 에이! 사십장으로 치는 게 아닌데.
고니 : 이거 박아놓고 우리끼리 한번 더 돌려야죠?
곽철용 : 돌려!
고광렬이 패를 접고, 박무석이 기리를 한다.
곽철용이 패를 본다. 10과 2. 두끗이다. 낭패. 곧 침착.
곽철용 : (속으로) ‘두끗? 이런..’.. (용해에게) 얼마 남았냐?
용해 : 1억입니다.
곽철용 : 밀어 넣어.
고니 : 수표도 받습니까? 5억.
곽철용 : 용해야! 은행에다 전화해봐.
용해가 수표를 받아들고, 천천히 일어나 전화기로 간다.
고광렬, 잔뜩 쫄아서, 힐끔 힐끔 용해를 쳐다본다.
곽철용 : 내가 오늘은 현금이 이것밖에 없는데.
고니 : 건물이라도 담보를 잡든가요.
곽철용 : .... 음...
용해가 전화기를 들어 다이얼을 돌린다. 고광렬과 박무석 둘다 진땀이 흐른다.
고니는 미동도 없이 곽철용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용해 : 조흥은행이죠? 수표 조회 좀 해볼려구요... 번호 불러드릴게요. 4533...
곽철용 : 에이. 죽었어. (벌떡 일어나서) 넌 뭐야?
고니가 자기 패를 깐다. 4와 7이다.
곽철용 : 한끗? 한끗?
고니 : 이 돈 착한데 쓰겠습니다.
곽철용 : .... 내 밑에 들어올 생각 없냐?
고니 : 늑대새끼가 개 밑으로 어떻게 들어갑니까?
고니와 고광렬이 나가자, 곽철용 부르르 떨다가, 방으로 들어가 물건을 던진다.
요란한 소리에 잔뜩 쫄아있는 용해와 용팔이. 그리고 박무석.
박무석 : 회장님 볼 면목이 없구만. 방에 가 있을테니까 부르면 연락해줘.
용해 : 예.
박무석이 나가려는데, 문이 열리고 곽철용이 나온다.
곽철용 : 잠깐. 무석이 입 좀 막아봐라.
용해가 곽철용의 사인을 받더니, 청테잎을 뜯어 박무석 입을 막는다.
곽철용이 망치로 박무석의 입을 내려친다. 이빨이 부러지는 소리.
용해가 청테잎을 뜯자, 피와 이빨이 우수수 떨어진다.
곽철용 : ... 이 안에 배신자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박무석 : 전 아닙니다.
곽철용 : 그래? (칼을 던지며) 이걸로 증명해봐. 증명 못하면 열 손가락 다 짤린다.
칼을 보며, 어쩔지 몰라하는 박무석.
박무석 : 증명해드리겠습니다.
새끼손가락을 뻗고, 칼을 들어, 눈치를 보다가, 내려치는 박무석.
박무석 : 이제 믿어주시겠습니까?
곽철용 : 믿어달라고? 결백하다는 놈이 손가락은 왜 잘라?
골프채로 박무석을 내려치는 곽철용.
곽철용 :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응? ..... 어디?
쓰러진 박무석 얼굴에 귀를 대고 박무석 얘기를 듣는 곽철용.
60. 지하상가.
셔터가 내려진 상가에 앉아있는 고니와 고광렬.
고광렬 : 박무석이가 왜 안오지? 걸렸나?
고니 : 빠꼼이라 괜찮을텐데.
고광렬 : 아.. 오줌 마려워.
고니 : 형님! 가게에서 기다려. 여긴 내가 있을테니까.
고광렬 : 그럴까. (가는데)
고니 : 형님!
고광렬 : 왜?
고니 : 내가 혹시 화란이랑 살면 재미있을까?
고광렬 : 요거 끊고?
고니 : 응.
고광렬 : (미소) 너는 성격이 드러워서 .. 잘 살거야.
고광렬이 떠난 텅 빈 지하상가, 멀리서 들리는 행인의 발소리, 셔터 내리는 소리만 들린다.
멀리서 스케이드 보드를 탄 소년이 워크맨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오고 있다.
반대쪽, 정면쪽을 보면, 걸어오는 어떤 남자 둘.
불길함. 고니는 슬며시 소화함에 돈가방을 넣고, 정면쪽으로 걷는다. 그 남자는 행인인듯, 계단쪽으로 올라가고, 반대편 남자가 고니쪽으로 걸어온다. 고니가 방향을 바꿔 스케이드보드 소년쪽으로 걸으며 반대편 남자를 주시하는데, 스케이드 보드소년이 고니에게 다가와, 쑥 칼을 뽑는다.
고니가 칼을 본다. 소년이 지나친다. 고니가 움찔한다. 소년이 잽싸게 멀어진다.
고니 배에 피가 배어나오고, 상가 공중전화 부스로 어기적 어기적 뛰는 고니.
반대편 남자는 용팔이!
전화통을 잡는 고니. 스케이드 보드 소년이 고니를 향해 되돌아온다.
고니 : .... 화란이? 형님 바꿔봐. 빨리.... 형님! 다구리 탔어. 튀어요.
인서트 - 화란 술집.
막 전화를 끊고, 밖을 보는 고광렬.
용해가 똘마니들과 함께 오고 있다. 영문 모를 화란, 세란에게,
고광렬 : 세란아! 나 꼭 돌아온다.
용해가 들어오자마자, 주방 뒷문으로 달아나는 고광렬. 용해가 뒤따라가는데, 교묘히 빠져나간다. 똘마니들이 돈가방을 찾아낸다. 뒤이어 들어온 곽철용. 철썩- 화란 뺨을 때린다. 나뒹구는 화란.
곽철용 : 데려가.
한편, 지하상가.
용팔이쪽으로 달려가는 고니. 용팔이는 스모선수처럼 버티고 서는데, 고니가 몸을 날려 가슴을 차고 넘어지면, 용팔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니쪽을 보다가 털썩 주저앉는다.
스케이드보드 소년이 뒤따라오고, 달리는 고니, 뒤로 돌아 무릎을 차는데, 소년 점프, 보드만 굴러가고, 소년은 고니 옆구리에 칼을 박았다.
용팔이가 다가온다. 암전.
파괴된 술집. 텅 빈 화란 집. 지하상가에 소화전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 암전.
61. 폐기물 처리장.
어둠. 기중기 소음. 지포라이터가 턱 하니 켜지고, 고니가 주위를 둘러보면, 상자 안. 자신의 옆에 있는 박무석 시체.
상자안을 비추며 문을 찾고, 힘으로 비틀어 열면, 허공에 매달린 냉장고다.
눈앞에 펼쳐지는 환한 달. 순간 아름다움에 멍하니 바라보면, 자막 “8. 악당이 너무 많다”
거대한 집게가 냉장고를 분쇄기에 넣으려한다. 재빨리 뛰어내리는 고니.
냉장고는 분쇄기속으로 쳐박히고, 고니가 배를 보면, 피가 셔츠를 적셨고, 셔츠를 뜯어보면, 돈 전대가 중상을 막았다.
62. 곽철용 사무실. 낮.
배낭을 맨 초췌한 고니, 사무실로 들어오자, 곽철용 덩치들 놀라서 바라본다.
스케이드 보드 소년도 칼을 빼들지만 접근하진 못한다.
빼갈에 청요리 먹던 곽철용은 고니를 힐긋 보더니, 젓가락질을 계속한다.
곽철용 : 너 명이 길구나.
곽철용 앞 소파에 앉는 고니. 곽철용은 빼갈을 털어넣고, 가만히 고니를 내려다본다.
고니 : 화란이 세란이 사러왔습니다.
곽철용 : 돈으로?
고니 : 그게 경우 아닙니까?
곽철용 : 경우라.. 막말로 세상의 경우란 경우는 우리가 다 어기고 살지만, 우리끼리는 또 경우 따져야지. 그런데 요 경우 이상하네. 원래 내 돈 아니냐? 쇼당이 안붙지.
고니, 피식 웃자, 용해가 야구방망이 들고 다가온다.
용해 : 어디 실실 쪼개 이 십새끼가. 명이 길면 긴대로 조용히 쳐박혀 살것이지.
고니 : 회장님 밑에서 일하겠습니다.
곽철용 : (이 놈 봐라?, 용해 제지하고) 늑대새끼가?
고니 : 물 만난 고기처럼 살고 싶었는데 도마위에 생선이니.. 2년 드리겠습니다.
용해 : 이 놈 말을 믿습니까?
곽철용 : 용해야! 너도 쟤처럼 목숨 걸고 배팅할 수 있냐?
용해 : 저요? ... 그럼요.
곽철용 : 하하하.. (호기롭게) 전화 줘봐... (전화 건네받다가) 돈은?
고니 : 숨겨놨죠.
곽철용 : 차 대기시켜. (전화에다) 기집애들 두명 풀어줘... 그냥 풀어줘.
곽철용을 따라 일어나는 고니. 스케이드 보드 소년이 고니에게 야비한 웃음을 흘린다.
소년에게 한방 먹이는 고니. 소년이 쓰러진다.
63. 곽철용 차 안. 낮.
용해 용팔이 차가 앞에 달리고, 뒷차에는 배낭을 가진 고니가 조수석에, 뒷자리에 곽철용이 앉아있다.
곽철용 : 너랑 같이 있던 놈. 안경잽이.
고니 : 어딨습니까?
곽철용 : 찾아야지.
고니 : 찾으면요?
곽철용 : 내가 건달생활을 열일곱에 시작했다. 그 나이 때 건달 시작한 놈들이 백명이다 치면, 지금 나만큼 사는 놈은 나 하나야. 나는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냐? 잘난 놈 재끼고, 못난 놈 보내고, 식구는 챙기고, 배신하는 놈은 ... 죽였다.
고니 : ....
곽철용 : 넌 깡다구가 있어서 좋아. 그걸 나한테 보여줘.
고니 : 지금 보여줄까?
순식간에 배낭에서 꺼낸 맥주병으로 운전사 머리를 치는 고니.
운전사가 정신을 잃고, 차는 휘청대다가 앞차를 들이받고, 반대편 차선으로 달린다.
곽철용이 고니 뒷머리를 잡지만, 발을 뻗어 엑셀을 누르고, 배낭으로 전신을 방어하는 고니.
길에서 벗어난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4-5미터 아래로 추락한다.
운전자는 죽어있고, 반쯤 박살난 앞유리를 뚫고 나온 곽철용 머리는 피투성이다.
고니의 찢어진 배낭안으로는 잔뜩 눌러논 솜이불이 보인다.
고니, 눈을 뜬다. 배낭을 언덕 아래로 버리고는, 피묻은 손으로 담배를 문다. 손이 부러졌는지, 담배를 떨어뜨린다.
어디선가 앰블런스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64. 정마담 카페. 낮.
집기들이 들어오는 신장개업 카페. 빨찌산과 전에 호텔에서 봤던 아줌마1.2가 집기를 정리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소파에 다리를 포개고 생각에 잠기고 있던 정마담이 쉿! 하면,
모두들 동작을 멈추고 숨을 죽인다.
정마담 : (연습삼아) 죄송해요. (다른 톤) 죄송해요. (전화기 들더니) 예... 어떡해 죄송해요.
제가 일이 좀.... 아뇨 얘기하기 좀 그래요... 내일봐요... 나두요.
전화기에 뽀뽀를 해주는데, 문득, 호구와 뽀뽀하던 감촉이 스쳐가고, 전화를 끊고는 불결한 듯, 괜히 입술을 닦는다. 다시 문득, 고니와 키스하던 감촉이 스쳐가고,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데, 들킨듯, 힘차게 일어나 바닥 집기들을 발로 치우며 다시 일을 지시하는 정마담.
정마담 : 여기 정리 하고 이렇게 밖에 못해? 저 창문은 막아. 백화점에 창문 없는 거 몰라? 해뜨는 거 보면서 화투 치고 싶겠어?
65. 항구. 낮.
호구 : 좋아. 대답 안해도 돼. 근데 벌써 세 번씩이나 진짜... 믿음! 그런건 중요하잖아.
정마담 : 화났어요?
호구 : (화난 채) 아냐 화 안났어. 안물어보면 되잖아... 근데 혹시 딴 남자 만나?
정마담 : 그건 아니에요.
호구 : 그럼 왜 못나왔는지 이유를... 후~ (숨 몰아쉬며) 화 안났어.
정마담 : 그날... 아니에요 됐어요.
호구 : 얘기해봐. 그날?
정마담 : 화투 쳤어요.
호구 : (벙 찐 얼굴로) 당신이.... 도박을? 뭐?
정마담 : 섯다요.
호구 : 섯다? .. 하하 섯다 죽이지. (놀리며) 어쩌다가?
정마담 : 손발 차고 그랬는데 패만 잡으면 막.. 혈액순환도 되고 휴~ 내가 미쳤지.
호구 : 도박이 나쁜가? 사람 사는 게 도박이지. 잃었구나? 음.... 내가 복수해줄까?
정마담 : (눈빛이 반짝했다 사라진다) 괜히 끼지마세요. 그 사람들 돈도 많고 화투도
잘쳐요.
호구 : 화투는 운칠기삼이야. 운이 칠십프로고 기세가 삼십프론데 기세라는 게 결국 판돈 이거든. 우리 골프치던 놈 있지? 며칠 전에 그놈아랑 같이 섯다를 치다가 6천짜리 판을 딴적이 있는데, 이게 초구에 5가 떨어지는 거야. 5는 안좋거든. 근데 왠지 손에 감이 착 붙는게 5가 또 떨어질 것 같더라구. 다음 패가 들어오는데 5야. 아~ 그때 기분은....
66. 정마담 카페. 밤.
앞 장면의 호구 대사가 깔리며, 화투 치고 있는 호구가 보여진다.
호구 뒤쪽에는 빨찌산이 서있고, 호구가 첫장을 받는다. 5다. 호구 약간 기대하며 두 번째 장을 받는다. 역시 5다.
호구가 괜히 인상을 찌푸리고 입맛을 다시며 낮은 패인 것처럼 군다.
호구 앞에 앉은 사람들. 호텔에서 봤던 아줌마1.2. 그리고 고광렬이다.
고광렬 : 기본만 가자구요. 천.
아줌마2 : 난 이럴때가 애매하더라. 삼천.
아줌마1 : 이런 판은 무조건 가라고 성경에도 써있더라. 오천.
호구 : (고민하는 척) 죽긴 그렇고 오천 받으면 오링이고.... 삼초이상 고민하면 안돼. 받아.
고광렬 : 죽으란 얘기구만. 땡을 잡으셨나?
아줌마2 : 이천 더 묻으면 되죠? 2땡이에요.
호구 : 5땡.
아줌마1 : 나 어떡해? 6땡 떨어졌어.
호구는 참담하다.
고광렬 : 조여사도 참 잔인하시다. 이쪽은 벌써 오링 되셨네. 초저녁인데.
아줌마1 : 어떡해요. 재수 좋은 년은 앉아도 오강꼭지에 앉고 넘어져도 가지밭에 넘어진다고.. 재수가 좋은걸.
아줌마2 : 빨리 합시다. 근데 오천가지고 이 밤을 어떻게 버티실라고 그것 갖고 오셨어요?
고광렬 : 개평은 없습니다.
호구 : 여기 꽁지돈 좀 빌릴 수 없나?
고광렬 : 여기가 하우스에요? 꽁지가 있게.
호구 : (빨찌산에게) 예림씨한테 전화 돌려봐.
빨찌산 : 사장님 그만 하시죠.
호구 : (몸이 달아) 전화하래니까.
67. 정마담 호텔방.
정마담 : 어머 다 잃었어요? 하지 말래니까.
호구 : 그게 아니라, 오늘 급하게 오느라고 현찰이 없었어. 자기 내일 가게 주인 줄 거라고 찾아놓은 돈 있지? 1억이라고 그랬나?
정마담 : 오천밖에 안 찾았어요.
호구 : 오천? ... 그거라도 괜찮아. 지금 미스터 김 보낼게....
(경과)
호텔로 들어온 빨찌산. 정마담이 건내주는 돈봉투를 받는다.
돈봉투는 호구에게 건내지고, 돈봉투에서 꺼낸 돈을 다시 잃는 호구. 망연자실~
낮. 조여사라고 불리는 아줌마2가 호구의 돈봉투를 다시 정마담에게 건내고,
새벽. 정마담에게 전화하는 호구.
정마담의 돈봉투는 두개로 불어, 다시 호구에게 간다.
정마담 나래이션 : 보통 호구들은 자본이 부족해서 돈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도록 일단 절반만 빌려준다. 호구는 돈을 잃는다. 그 돈은 다시 나에게 들어오고 그 돈을 다시 호구에게 빌려준다. 실재로 돈을 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돈은 그냥 돌고 돌뿐. 이렇게 여러번 반복하다보면, 호구의 빚은 산더미처럼 불어난다. 그럼 슬슬 마지막 마무리를 날린다.
68. 정마담 카페. 밤.
정마담 : (울먹) 그동안 벌써 빌려가신 돈이 얼마나 되는 지 알고계세요?
호구 : 운이 안따라주니까 그렇지. 계속 따고 있다가 조여사가 막판에 땡을 세 번이나 잡드래니까. 알았으니까 한번만 더 빌려줘.
정마담 : 벌써 15억이에요. 그중에 10억은 달라 돈이고.. 그 돈 못 갚으면 당신이야 괜찮겠지만 제 인생은 끝이에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제발..
호구 : 정말 마지막이라니까.. 내 건물 하나 담보로 할테니까 20억만 더 빌려보자고. 응?
정마담 : 20억 가지고 되시겠어요? 어차피 건물 담보면 제가 30억까지 해볼게요. 그래야 따시지 않겠어요?
호구 : 그렇지. 노름은 파도야. 내려가면 올라가는 거지.
(희망에 부푼 체 나가며) 인제 이것들은 다 죽었어.
정마담 : 놀고 있네. 죽는건 너야.
내실 문이 열리고, 고광렬이 나타난다.
정마담 : 고니 소식 좀 있어요?
고광렬 : 병원.
정마담 : 꽃 한다발 보내야겠네.
69. 병원. 낮.
꽃다발을 든 간호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팔에 기부스를 한 고니가 옆 침대 아저씨들과 고스톱을 치고 있다.
안간호사 : (꽃다발을 던지며) 애인인가봐요?
사람들 ‘우~’하는 환호성을 질러댄다.
환자1 : 안간호사 삐졌다.
환자2 : 어디 보자. 애인인가.
환자2가 꽃다발 속 메모를 채가더니, 읽는다.
환자2 : ‘공사는 잘되고 있어. 건물 하나는 끝났고, 이제 두 번째 건물을 지을 예정이야. 광렬씨가 솜씨를 발휘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고니가 와서 마감공사를 해줘야겠어’? 이게 뭐야? 고니 자네 건축일 허나?
고니, 안간호사에게 웃으며 꽃다발을 도로 건네더니 일어난다.
안간호사 : 어머 절 주면 어떡해요?
고니 : 꽃주인은 따로 있는거지.
환자1 : 누군 좋겄다.
안간호사 : 병원에서 화투 치지 말라고 그랬죠.
환자2 : 고스톱은 의사선생님들도 치드만. 어이 고니! 어디 가?
전화 시늉을 하며 나가는 고니.
복도 끝 유리 칸막이 너머 공중전화 부스를 향해 걷는 고니.
그때, 칸막이 너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용해와 스케이드보드 소년이 나온다.
서로 멈칫거리며 노려보는 셋.
고니가 뛴다.
용해와 소년도 뛰지만, 칸막이를 돌아 나와야 한다.
쫒기는 고니, 병실로 들어가 문을 닫으며, 용해가 칼을 빼들고, 병실 문을 연다.
얼이 빠져서 용해와 소년을 바라보는 환자들과 안 간호사.
안간호사가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키면, 열려있는 창문.
용해와 소년이 창문너머를 바라보면, 한층 밑으로 베란다가 있다.
둘은 뛰어내리고, 고니를 찾는다.
그런데, 고니는 안간호사 다리로 막고 있던 침대 밑에서 기어 나온다.
고니 : 공사비를 안줬더니.
고니가 병실을 뛰어나가, 엘리베이터를 탄다.
70. 곽철용 도박장. 낮.
횅한 비닐하우스 안. 용해가 소주병을 내던져 박살낸다.
용해 : (용트림을 뱉어내며) 우~ 내가 고니 그 새끼를 죽여 버리든지 해야지.
소년 : (뛰어들어오며) 오셨습니다.
국화꽃들. 자막. “9. 죽음의 액수”
용해와 용팔이가 비닐하우스 출입문을 바라보면,
엷은 문틈으로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가 싶더니, 아귀가 들어온다. 그 뒤로 거구의 남자.
아귀 : 니들 오랜만이다.
용해 : 형님 안녕하셨습니까?
아귀 : 철용이가 나한테 빌려간 돈이 좀 있는데, 죽기 전에 그런 얘기 안하든가?
용해 : 그런 얘긴 없었습니다.
아귀 : 시벌놈. 두 번 죽일수도 없고.
용팔이 : 시벌놈이라니. 지금 우리 회장님 보고 한 얘긴가?
용팔이가 앞으로 나서자, 아귀 뒤에 있던 건달이 나서고, 용팔이 잔뜩 겁을 먹었지만, 내친김이라 건달을 밀어내려는데, 건달의 손에 잡혀 바둥대다 자빠진다.
아귀가 곽철용 의자에 앉아 담배를 꺼내고, 가만히 있자, 용해가 냉큼 불을 붙여준다.
아귀 : 어제 병원으로 그놈을 쑤시러 갔었다고? 그려 좀 쑤셔줬어?
용해 : 복수해줘야죠.
아귀 : 뭐? 복수? 에라 삼시세끼 밥도 못 쳐 먹을 놈들아! 되진 곽철용이가 너네 아버지냐? 복수를 한다고 지랄들하게? 복수같은 그런 순수한 인간적인 감정으로다가 접근하면 안되지. 식칼로 뱃대지를 쑤시든 도끼로 마빡을 찍든간에 다 고깃값을 번다 뭐 그런 자본주의적인 개념으로 나가야지. 나를 부른 거 보니까 손모가지 하나 잘라달란 말여 뭐여?
용해 : 아예 둘 다 잘라주십쇼.
아귀 : 두개 다 짤라 노면 혼자 화장실은 어떻게 가라고? 똥은 싸고 살아야지 아무리 미운놈이라도. 어떤 놈여?
용해 : 고니라고 잘 모르실겁니다. 안경잡이랑 둘이 같이 다니는데, 지금은 둘 다 어딨는지 모릅니다.
아귀 : 안경쓰고 안쓰고로 어떻게 찾어? 조선놈 삼분지일이 안경을 쓰고있는디. 화투 돌릴때 어떻게 돌려? 스냅여? 큰 동작여?
용해 : 패돌리는 게 어설픕니다.
아귀 : 응. 남의 패는 어떻게 봐?
용해 : 모르겠습니다.
아귀 : 반지 꼈어?
용해 : 어.... 예.
아귀 : 돈 딸 때 시끄럽고?
용해 : 예.
아귀 : 그 쉬벌놈이구만. 고광렬이. (건달에게) 수배해봐. 우린 전화 열통이면 전국 다 수배돼. 호텔에 방 두개 잡아 놔라. 가시나들도 넣어주고.
건달이 수첩을 꺼내더니, 전화기를 집어 든다.
71. 몽따쥬. 수배. 연락. 이동.
1. 사우나 탈의실 보관함. 고광렬이 옷을 갈아입으면, 어떤 건달이 고광렬을 목격. 전화를 건다.
2. 술집. 용팔이가 건달에게 두손으로 공손히 술을 따르는데, 아귀건달의 삐삐가 울리고,
3. 마사지 룸. 여자한테 안마받는 아귀에게 넌지시 이야기하는 건달.
아귀 : 정마담 밑에 것 들이구만. 차 준비혀. 그년을 이렇게 만나나...
72. 화란 술집. 저녁.
바깥 봉고차 안에 곽철용 덩치들. 술집안도 두명이 있고, 화란 세란이 일하는 게 보인다.
술집이 보이는 전화부스 안에 고니. 세란이 전화를 받자,
세란 : 여보세요.
고니 : 맥주 떨어졌어요?
세란 : 예?
고니 : 나예요. 고니. 화란이한테 맥주 필요하냐고 물어봐요.
세란 : 화란아 맥주 떨어졌니?
화란 : 몰라. 많아.
세란 : (제발 전화 좀 받아주라..) 화란아 맥주 떨어졌냐고 물어보거든.
화란 : 어언니~ 여보세요. 맥주 많아요.
고니 : 나야 고니.
화란 : 어.. 그럼 하이트 두박스만.
덩치가 전화쪽으로 왔다가 다시 멀어진다.
화란 : 궁금하네 그쪽은 괜찮아요? 장사가?
고니 : 응. 화란씨는? 힘들었지?
화란 : 그냥.. 하이트는 언제 보내줄거예요?
고니 : 내일 다섯시. 화란씨 머리 푸니까 이쁘네.
73. 지하보도.
소방함에서 가방을 꺼내는 고니. 사람들 속으로 사라진다.
74. 정마담 카페. 밤.
내실. 자욱한 담배연기속에 판이 벌어지고 있고, 수표들이 날아다닌다.
이번엔 고광렬이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아줌마2 : 1억만 가볼게요.
호구 : 4억. 쫄리면 죽든가.
아줌마2 : 쫄리면 죽든가? ... 4억 받아요.
호구 : 다들 죽었나?
고광렬 : 이거 받아야되나 말아야 되나.. 후훕~ 4억에 4억 더. 어쩌실겁니까?
아줌마2 : 숨이 갑자기 확 막히네.. 좋아 얼마나 커지나 보자. 받아요. 몰라! 난 몰라! 이번에 못먹으면 정말 죽어버릴거야.
고광렬 : 사장님은요.
호구 : ............... ......... 받았어. 8땡.
아줌마2 : 에그머니나 나 어떡해.. 나 어떡해?
호구 : 으흐흐 어떡하긴. 다 운이지.
고광렬 : 잠깐만요.. 9땡.
고광렬이 내미는 패를 본 호구. 귀신을 본 표정이다.
(경과)
모두들 떠난 빈 카페에서 정마담이 돈을 세고 있는데, 벨이 울린다.
재빠르게 돈 가방을 숨기고 카페 문을 열면, 아귀와 아귀건달, 용해가 서있다.
정마담 : 아귀?
(경과)
아귀 : 간단혀. 호구헌테 날 소개시켜줘. 내가 호구편에서 쳐줄테니까. 정마담은 그냥 고니라는 놈을 내 앞에 불러주면 되는거여.
정마담 : 싫어!
아귀 : 싫어도 해야지.
정마담 : 싫대니까. 고니가 곽철용을 죽였다는 증거도 없고.
아귀 : 왜이려 이거! 지금 대가리치는 호구가 노다지라고 그러더구만. 내가 힘 한번 주면 말짱 설사여.
정마담 : 지금 협박하는거야? 나 정마담이야.
아귀 : 알어. 정마담! 가난하게 죽고 싶어? 내일 신문에 이름 한번 나볼껴?
정마담 : ... 고니를 죽 일거야?
아귀 : (좌중에게) 봐. 내가 좋아한다 그랬잖어. 그려 세상은 좆같애도 사랑은 영원허다 이거여? 걱정허지 마. 피는 내가 볼텐게.
정마담 : 이거 영 재수가 없네. (내실로 들어가며) 생각 좀 해보고.
아귀 : 에헤~ 상상력이 많으면 인생이 고달퍼.
내실로 온 정마담이 거울 속 자기를 보는데, 아귀 들어와, 정마담 뒤편에 선다.
아귀 : 어차피 만날 놈여.
정마담 : 좋아. 비즈니스니까 내가 칠, 자기가 삼.
아귀 : 어허 뭔 비즈니스가 그렇다냐. 그놈이 알아도 돼?
정마담 : 내가 이러는 거?
아귀 : 아니. 그날 기차에서 말여.
정마담 : 무슨 기차?
아귀는 느물거리며 정마담의 무릎께를 쓰다듬으며 정마담 귀에 속삭인다.
아귀 : 있잖아 기차. 평경장 기차.
정마담 : 난 몰라.
아귀 : 평경장 기차에 그때 나도 있었거든. 얼굴도 지긋지긋헌게 멀찌감치 다른 칸에 말여.
아귀의 손이 정마담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밀치자, 정마담의 몸이 점점 기울어진다.
아귀 : 한참 잠을 자는데 갑자기 기차가 서대. 웬일인가 허고 밖을 보니깐 평경장이 아작이 났드만. 그때, 어떤 놈이 기차에서 내려갖구 도망을 가는데, 딱 하고 돌아보대.
인서트 - 기차. 밤.
창밖을 보는 아귀. 기차에서 내려 도망가다 돌아보는 남자. 빨찌산이다.
아귀가 반대편 창밖을 보면, 평경장이 쓰러진 모습이 보이고, 사람들이 그곳으로 달려간다.
아귀 : (정마담 팬티를 내리며) 그래서 내가 칠이고 니가 삼이야.
정마담 팬티가 발목에 걸리고, 아귀가 정마담의 치마를 느리게 들추는데... 정마담 총을 들어 아귀 머리에 댄다.
정마담 : 손 떼.
아귀, 손가락을 빨며 느물거리듯 정마담에게서 떨어진다.
아귀 : 왜 그랬을까? 이쁜 정마담이.
정마담 : 오대오. 싫으면 법대로 해.
아귀 : 법? 그런 뜨뜻 미지근헌걸 믿어. 그럼 시작허까? 호구한테는 기술자라고 날 소개시켜주고, 전화해 그놈부터.
정마담, 털썩 하고 의자에 몸을 묻고는 전화한다.
정마담 나래이션 : 나보고 축축한 꽃 같다고 그랬던 남자를.. 내 품안에서 여자를 배웠던 남자를 죽여야 한다니.. 정말.. 나는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닥치지 않기를 바랬어요. 정말 간절히.. 하지만 세상은 왜 반복을 거듭하는 걸까요?
정마담 : 광렬씨? 나 정마담. 오늘 저녁에 또 판이 있어요.
75. 배. 밤.
배위로 올라가는 고광렬과 아줌마1.2.
용해와 용팔이가 숨어서 지켜보는 줄 모르고,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햇지가 열리고, 방안으로 들어간 고광렬. 깜짝 놀란다.
빨찌산, 호구옆에 아귀와 아귀건달이 앉아있다.
그리고 방한구석에 세워져있는 커다란 오함마.
호구 : 잘 오셨어요. 여기 우리 조카들인데 내가 하도 털리니까 도와주겠다고 왔는데 같이 쳐도 되지요?
아줌마1 : 그럼요. 돈이 중요하지 사람이 중요하나.
호구 : 캐쉬가 너무 많으니까, 이제부턴 다 수표니까 여기다 보관하고 칩으로 칩시다.
아귀건달 : 왔으면 앉어야지. 오늘 우리 깨끗허고, 화끈허게 놀아봅시다.
아귀 : 깨끗이 칩시다. 혹시나 데마이 쓰다가 뽀록나는 사람 있으면 저 망치로 손모가지를 분질러놀랑게.
고광렬 : (이왕 이렇게 된거) 그럽시다.
고광렬 나래이션 : 이놈들아 노름도 목숨 내놓고 하는 거야. 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쫄 줄 아냐?
고광렬이 화투를 꺼내는데,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아귀와 아귀건달의 눈길이 느껴진다. 그리고 벽에 세워진 오함마.
고광렬은 쫄아서 패를 돌리다가,
고광렬 나래이션 : 주먹건달 치고 화투 변변히 치는 놈 없다. 공포분위기나 조성하고 에이 병신들. 광렬아 쫄지말자. 지금 여기에 타짜는 나밖에 없다.
고광렬 패를 접으며, 이를 악물고, 기술을 부린다. 고광렬의 손에 숨어있는 패 한 장.
고광렬을 보며 미소 짓던 아귀. 칼을 꺼내더니 칼로 고광렬의 손을 찌른다.
아귀 : 동작그만! 첫판부터 장난질여? 니 손바닥에 화투가 한 장 붙어있다는 것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 하나를 걸겠다. 넌 뭘 걸겠냐?
고광렬 : 왜이래요 이거.
아귀 : (호구에게) 삼촌! 이러니 돈을 꼴으셨죠. 흐흐 걸렸구만. 해머 갖고 와. 손이 아까우면 딴 걸 걸든가. 경상도 짝귀는 첨에 귀를 걸었지.
고광렬 : 그럼 당신이? .. 아귀?
아귀 : 흐흐흐...
건달이 고광렬 뒤쪽에서 해머를 가지고 오고, 호구는 슬슬 물러난다.
벌써부터 기분좋은 아귀. 입가를 핥으며 바라본다. 고광렬의 손에 해머를 내려치는 건달.
피가 튀는데도, 실실 웃으며 담배를 피며 좋아하는 아귀.
아귀 : 담은 고니 차례여.
76. 화란 술집.
시계가 다섯시를 가리킨다. 전화가 울리자, 화란이 받는다.
고니 : 주방 뒷문으로 나오면 택시가 있을거야. 그걸 타고..
세란 : (전화기를 뺏더니) 고니씨! 광렬씨가요.. 어떡해..
고니 : 광렬이 형님이 왜요?
세란 : 광렬씨가요 다쳤대요.
고니 : 누가 그래요?
세란 : 여기 아저씨들이.
고니 : ... 옆에 있는 놈들 바꿔요.
옆에 있던 용팔이가, 스피커폰을 켠다.
용팔이 : 오랜만여.
고니 : 광렬이 형님이 어떻게 됐는데?
용팔이 : 아귀형님이랑 화투치다가 빨래질을 당했다네. 전화도 안될 거야 손모가지가 짤려서. 고니 : 아귀 어딨어?
용팔이 : 정마담이란 여자가 알겠지. 어떻게? 애인 바꿔줘?
고니, 술집 안을 바라본다. 곽철용 덩치들이 화란, 세란과 함께 스피커폰을 듣고 있다.
고니 : 됐어. 그 여자 내 애인 아냐.
용팔이 : 그으래? 잘 어울리는데.
고니 : 내가 바보라.
화란은 바깥에 고니를 바라본다. 둘 사이에 엷은 웃음. 고니 돌아선다.
77. 국도. 차 안.
어두운 도로를 심야고속버스의 헤드라이트가 비춘다.
부서져있는 기부스 찌꺼기들. 오른손 근육을 풀며, 조용히 차창밖을 내다보는 고니.
78. 인서트. - 평경장 집 앞. 아침.
길 떠날 채비를 하는 고니와 평경장. 평경장이 칼을 꺼내 품에 넣는다.
평경장 : 기술자가 기술을 쓰러가는 건 사무라이가 싸움을 하러가는 것과 같다. 기술 쓰다가 발각되면 칼부림이 날 수도 있고, 손목이 짤릴 수도 있고.
고니 : 죽을 수도 있습니까?
평경장 : 나야 그런일이 없지. 왜냐? 확실하지 않은 승부는 안하거든. 못믿냐?
길에 떨어진 화투패 하나. 뒤집어져있다. 평경장이 그 앞에서 멈칫한다.
평경장 : 우리 내기 한번 하자? 나는 홀수에 10만원 걸겠다. 너는 짝수에 걸겠냐?
고니 : 걸어보죠.
고니가 길의 화투패를 까보니 9가 나온다.
고니 : 9? 홀수란 걸 어떻게 아셨죠?
평경장 : 내가 여기다 버린거다.
휘파람 불며 돌아서 걸어가는 평경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고니.
고니 나래이션 : 겁날 것도 없고 억울할 것도 없다. 내가 아는 사람들 다 죽거나 다쳤다. 평경장. 박무석. 곽철용. 고광렬.
고니의 나래이션에 따라 평경장. 박무석. 곽철용. 고광렬의 얼굴들이 나왔다 사라지더니, 아귀의 얼굴이 나온다.
79. 배. 선실. 밤.
아귀. 차 한잔, 티슈로 입을 닦는다.
아귀 : 오늘 고니는 내손에 죽는다. 문제는 돈인데, 정마담 그년이 여우니까 조심해.
80. 터미널.
고니가 탄 버스가 들어온다. 정마담과 빨찌산 차를 대기시켜 놓았다.
정마담 : 우리는 무조건 돈만 챙긴다. 너는 그것만 신경 써.
빨찌산 : 고니는요?
정마담, 씁쓸한 미소만 짓더니, 고니를 향해 손을 흔든다.
고니 : 아귀는?
정마담 : 기다리고 있어.
고니 : 왜 광렬이 형님을 아귀랑 붙였어?
정마담 : 그게..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호구가 타짜를 수소문했는데 아귀가 온 거야.
고니 : 몰랐단 말야?
정마담 : 자꾸 나한테 그러지 마. 자기 걱정밖에 안돼. 지금 나.
고니 나래이션 : 이 여자... 나랑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정마담 : 아~ 오늘밤엔 정말 잘 해야 돼. 내 전 재산이 걸렸어. 어떻게 칠거야? 작전은?
고니 : 없어. 그냥 자연빵으로 칠거야.
정마담 : 자연빵?
81. 배. 밤.
화투짝 10. 자막뜬다. ‘10. 문은 항상 등 뒤에서 닫힌다’
배에 올라온 고니, 정마담, 빨찌산.
통로를 걷는데, 어느 문 밑으로 피가 새어 나온걸 닦은 흔적이 보인다.
고니 일행를 안내하는 선장이 문을 열면, 기다리고 있는 호구와 아귀. 아귀건달.
그리고 벽에 기대어있는 해머.
아귀 : 저녁은 먹고 왔나? 언제 또 먹을지 모르는데.
고니 : 이거 왜이래 좆같이. 말발 조지지 마. 어차피 노골적으로 나가는 거 나두 세상 단맛 짠맛 똥 맛까지 다 먹어본 놈이야.
아귀 : 아따 그놈 성깔있네. 이렇게 하자. 돈을 다 잃으면 팔을 하나 자르기로 하자. 재미있을 거 같지?
고니 : 재미있네.
아귀 : 허허허. 어이 선장 배에 시동 걸어.
고니가 아귀의 웃음을 받아 웃는다.
모두 자리에 앉는데, 호구가 정마담 손목을 잡고 잠시 밖으로 나간다.
호구 : 예림이! 너 저 친구들이 얼마나 무서운 놈들인지 모르나본데, 지금이라도 배에서 내려. 너만은 여기서 빼줄게.
정마담 : 너 지금 이 마당에 착한 척 하니? 지금 여기는 지옥이야. 각자 알아서 살아남자고.
정마담이 들어가자, 호구 머뭇거리다 안으로 들어간다. 배가 부둣가에서 멀어진다.
안에서, 수표들이 돈가방으로 들어가고, 칩을 가지고 판이 돌아가고 있다.
아귀 : 밤새도록 죽기만 할거야?
고니 : 남이사 죽든말든! 나 죽었다고 언제 부조금 내셨소?
아귀 : 씩~ 걱정되서 그러지. 팔 잘릴까봐. 삼촌은 그만 치시죠.
호구 : 조카만 믿어볼까.. 어이 선장! 바둑 둘 줄 알어?
선장 : 십오급입니다.
호구 : 나랑 한판 둬.
아귀가 패를 돌린다. 고니가 패를 받아보니, 8땡이다.
아귀 : 슬슬 읊어보쇼. 죽을지 살지.
고니 : 거 이상하네. 개패만 들어오네. 죽어.
정마담 : 이천만 가요.
아귀 : 좋아. 9땡. (고니보고) 눈치가 빠르구만.
다시 패를 돌리면, 고니는 5땡! 또 죽는 고니.
아귀 : 돈이 많이 줄었네.
고니 : 아직 많아. 이천.
정마담 : 오천.
아귀 : 일억.
고니 : 일억?
아귀 : 죽으면 되잖여. 그리 잘 죽으면서.
고니 : 일억 받아.
아귀 : 좋았어. 뭐여?
고니 : 네끗.
아귀 : 다섯끗. 크크
고니, 줄담배를 피며, 부쩍 줄어든 자기 패를 본다. 아귀가 고니를 보고 웃는다.
(경과)
정마담이 패를 덮는다. 고니가 선이다.
아귀 : (건달에게) 슬슬 도끼 갈아야 되겠다.
고니, 패를 접으면서 슬쩍 아귀얼굴을 정면으로 보면서 비웃는다.
아귀 : 이 새끼가.
고니가 담담한 얼굴로 패를 돌린다.
고니 나래이션 : 이제, 기술을 써야 된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다. 건달에게 한 장. 아귀한텐 밑에서 한 장. 정마담도 밑에서 한 장. 나 한 장. 건달에게 한 장. 어차피 소리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아귀한텐 다시 밑에서 한 장. 이제 정마담에게 마지막 한 장.
고니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귀. 그리고 아귀의 귀.
덥썩- 고니의 손을 잡는 아귀.
아귀 : 동작그만! 밑장빼기냐?
고니 : 왜 그러셔? 이 손 놔.
아귀 : 내가 등신으로 보이냐? 내 패하고 정마담 패는 밑에서 뺐지?
고니 : 그.. 그럴 리가 있나? 증거 있어?
아귀 : 증거? 있지! 니가 정마담한테 줄려는 이거 장짜리 아냐? 모두 잘 보쇼.
아귀가 고니의 손아귀에서 패를 뺏어든다. 10짜리다.
아귀 : 나한테 9땡을 줬을거야.
아귀가 자기 패를 뒤집는다. 9땡이다.
아귀 : 그리고 정마담한테는 장땡을 줘서 판을 끝내겠다 그거 아녀?
고니 : 지 멋대로 우기고 있구만. 난 몰라.
아귀 : 증거가 나왔잖아.
모두들 정마담에게 깔린 한 장의 패에 눈길이 쏠린다.
호구 : 예림이! 먼저 받은 패 봤어?
정마담 : 아뇨.
호구 : 그거 봐봐. 장인가?
아귀 : 그 패 건드리지 마. 건드리는 즉시 손모가지 날라가분게. 저것이 단풍이라는데 내 돈 모두하고 손모가지 걸었어. 니는 뭐 걸래?
고니 : 내가 왜 내기를 해?
아귀 : 해머 갖고 와.
고니 : 잠깐만. 그렇게 피가 보고싶냐?
아귀 : 구라치다 걸리면 피보는 거 몰라?
고니 : 좋아. 그렇다면 판을 더 키우자. 사장님 거기 컵 좀.
호구가 컵을 주자, 정마담 앞에 놓인 패를 컵으로 덮는 고니.
고니 : 난 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 것에 내 돈 모두하고 내 목을 걸겠다. 자신 없으면 포기 하고.
아귀 : 시발놈이 어디서 약을 팔어?
고니 :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천하의 아귀도 후달리나?
아귀 : 오냐! 우리 식구들 돈 몽땅하고 내 팔목을 건다.
고니 : 안돼. 목을 걸어야지.. 큭~
아귀건달이 고니의 목을 조른다. 아귀는 바둑판을 가져다놓고는,
아귀 : 손 내.
고니 : 잠깐만. 내가 잘못했어. 없었던 일로 합시다.
정마담 : 이렇게까지 해야돼?
아귀 : 말리지 마시오잉. 이거는 공정한 게임인게. 이런 놈은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남북통일도 빨리되고 국민 총화단결에도 도움되고.
바둑판에 고니와 아귀가 팔목을 묶인채로 마주보고 있다.
아귀건달은 미소를 띄우며 해머를 집어든다.
아귀 : 짠짜짜짠~ 인제 확인해보겠습니다.
컵을 걷어내고 패를 드는 아귀. 그런데,
단풍이 아니고 3이 나온다.
아귀, 놀란다.
호구 : 사쿠라네!
아귀 : 사쿠라? 그럴리가.. 그럴 리가 없어. 내가봤어. 이 새끼가 밑장 빼는 걸 똑똑히 봤다니까.
고니 : 세끗 만들어줄라고 그런 미친짓을 하나? 니 말이 맞아. 넌 등신이야. 1/17 확률에 승부를 거는 니가 타짜냐?
아귀 : 뭐허고 있냐? 이 놈 손을 찍어부러.
건달이 해머를 쳐드는데, 빨찌산이 총을 겨누고, 둘은 마주보며 대치한다.
빨찌산 : 어이 선장! 배돌려.
선장 뛰쳐나가고, 고니가 자신의 손만 푼다. 아직 아귀의 손은 바둑판에 남아있고,
정마담 : 뭐해? 내려쳐!
아귀 : 정마담 나 좀 살려주소. 이러기로 한 거 아니었잖아.
정마담 : 뭐해?
고니 : (빨찌산을 제지하며) 잠깐. (호구에게) 옆방에 광렬이 형님 꺼내.
호구, 놀라 뛰쳐나간다.
고니 : 왜 평경장을 죽였어?
아귀 : 아냐 나 아냐.
정마담 : 내려치래니까!! 내려쳐!
아귀 : 정마담이 죽였어!!
정마담 : 닥쳐!
고니가 정마담을 돌아보자, 정마담. 현기증이 인다.
고니 : 왜 죽였어?
정마담 : 난 모르는 일야. 우리 그동안 사이좋았잖아. 좋게 해결해. 좋게.
고니 : 좋게?
정마담 : ... 날 그렇게 보지마. 너때메 그랬어. 널 가지고 싶어서. 평경장만 없으면 니가 나한테 올 수 있잖아.
고니 : 그런거야? 그게 이유야?
정마담 : 고니는 누구때메 이 짓을 시작했어? 응? 박무석이지? 나는 평경장때메 시작했어. 내가 평경장의 호구였다고. 그런데 날 버리고 날 무시했고.. 내 돈을 무시했어. 내 돈을. 고니도 봤잖아. 나한테 돈을 던졌잖아.. 봤잖아. 나 이해하지? 그래 돈부터 챙기고 나서 얘기하자.
정마담이 고니 뺨을 어루만지자, 천천히 손을 떼어내고는 따귀를 때린다.
고니 : (돈가방을 챙기며) 이제 우리 모르는 사이야.
고니가 나가자, 주저앉는 정마담.
방을 나온 고니. 뱃전에서는 호구가 고광렬을 데리고 온다.
고니 : 형님 괜찮아요?
고광렬 : ... 이겼냐?
고니 : 박살 내줬지.
고광렬 : 잘했어.
고니 : 자꾸 말하지 마. 병신아.
고니가 고광렬을 안고, 걸어가면, 호구는 선장실로 뛰어가, 경찰에게 무전을 날린다. 붉은 등과 함께 사이렌이 울린다.
한편, 방안.
아귀 : 뭐해. 이것부터 풀어.
정마담 : ... 찍어.
아귀건달 : (눈 질끈) 죄송합니다 형님!
아귀의 팔에 해머를 내려친다.
짐승처럼 울부짖는 아귀. 아귀건달은 바닥을 뒹구는 아귀팔을 보듬는다.
정마담, 넋 나간 사람처럼 빨찌산의 총을 뺏어들더니, 방을 나간다.
고니가 고광렬과 함께 배를 내려가는데, 정마담이 총을 겨눈다.
정마담 : 고니! 그년한테 가는거야? 응? 가지마. 나 쏠 수 있어. 나 쏠 수 있어...
고니가 돌아보면, 정마담 총을 발사한다. 밤하늘을 울리는 총소리. 그리고 정적.
정마담 털썩 주저앉고, 고니옆에 걸려있던 구명조끼들. 바람이 빠지는 소리.
고니가 정마담을 노려보다가 고광렬을 부축하며 배를 내려간다.
82. 병원. 응급실. 밤.
택시가 클락션을 울리며 응급실 앞에 멈추고, 뛰어나온 의료진이 고광렬을 병원 침대에 싣고 달린다.
소란함이 사라진 응급실 앞에 뒤따라온 차가 한대 멈추면, 안에 용해와 스케이드보드 소년을 볼 수 있다.
용해 : 아귀, 병신새끼.
소년 : 들어갈까요?
용해 : 기다려봐.
83. 응급실 복도.
고광렬 : 그럼 우리.. 이제.. 부자냐?
고니 : 그럼.
고광렬 : 세란이가 ... 좋아하겠다.. 너랑 나랑 정말 좋았지? 막 뺏겨먹고..
고니 : 걸어다니는 중소기업.
고광렬 : 너도 .. 가.. 화란이한테.
고니에게 멋있게 웃어보이고는 응급실로 들어가는 고광렬.
고니도 고광렬에게 손을 들어보이는데, 손을 타고 흐르는 피.
84. 병원 응급실 앞에서 버스 터미널.
응급실에서 걸어나오는 고니. 길을 건넌다.
용해와 스케이드보드 소년이 고니 뒤를 쫒는다.
스케이드보드 소년 : 지금 제낄까요?
용해 : 터미널로 들어가면.
버스터미널로 들어가는 고니를 쫒아가는 용해와 소년.
85. 버스터미널.
표를 끊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고니. 용해와 소년이 ‘지금이다’ 하며 따라 들어간다.
소변기에 몇 사람이 빠져나가면, 소년이 화장실 문을 잠근다.
칼을 꺼내, 변기통을 열어보면, 없다!
당황한 용해. 열려있는 창문 너머를 바라보면, 버스 한대가 막 출발하려고 한다.
용해와 소년이 뛰어나가 버스를 새운다.
버스에 타는 용해와 소년.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앞자리부터 훑는 용해와 소년. 그런데 역시 고니는 없다.
버스가 터미널을 빠져나가는데, 고니가 저 멀리서 용해를 보고는 웃는다.
86. 군산역.
서둘러 역사로 들어온 고니. 기차 소리가 들린다.
87. 기차 안.
객차 칸에 앉는데, 고니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는 아줌마.
화장실. 손을 씻다가 자신의 얼굴에 한 방울의 핏자국. 닦아낸다.
화장실을 나오는데, 총구가 고니를 겨누고 있다.
빨찌산 : 미안헙니다 형님.
고니 : 정마담?
발사된다. 쓰러지는 고니.
빨찌산이 다시 총구를 겨누는데, 고니 비틀거리며, 빨찌산의 발을 쳐낸다.
맞부딪치며 싸우는 둘. 빨찌산이 힘으로 고니를 밀어붙이면서 기차출입문으로 몬다.
고니가 빨찌산의 얼굴을 밀지만, 빨찌산이 비상버튼을 누르자, 출입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내몰린 고니. 세찬 바람이 고니 얼굴을 때린다.
빨찌산의 힘에 밀리며 출입문 난간을 잡고 버티는 고니. 낭패의 빛이 흐른다.
고니, 한손으로 의지하면서, 배낭으로 손을 더듬는다. 작두가 잡힌다.
빨찌산이 마지막 힘을 다해 미는데, 고니는 작두를 내려친다.
철로변에 떨어지는 빨찌산. 고니는 기차간에 걸린 배낭에 의지해 매달려 가는데, 배낭이 찢어지며, 수표다발이 바람에 흩날려 허공으로 사라진다.
고니, 배낭을 놓치고 철로변으로 떨어진다.
기차는 돈을 뿌리며 밤을 향해 달린다.
88. 역. (평경장과 헤어졌던)
열차가 역으로 들어온다. 열차 난간에 걸려있는 빈 배낭.
사람들 몇이 열차에서 내리는데, 그들을 따라가다보면, 예전에 고니가 찍어놓은 핏빛 손자국이 보인다.
89. 어느 밀실. (영안실)
정마담 : 고니를 가질려고 평경장을 죽였는데, 이제 평경장을 죽였으니까 고니를 죽여야 했어요. 이런 걸 뭐하고 하죠? 아이러니?
수갑을 찬 정마담. 형사1이 신호하자 의사가 시신이 실린 침대를 밀고 올 준비를 한다.
형사2가 1에게 귓속말을 하자, 형사1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형사1 : (귀찮은 듯) 아이.. 옆방에 당신 어머니가 와계신대네. 면회시간 5분!
정마담 : 됐어요. 빨리 끝내줘요.
인서트 - 대기실. 늙고 추레한 촌로가 초조하게 앉아있다.
형사2 : (담요를 벗기고는 고개를 돌리며) 기차에서 떨어졌으니까.
정마담 힘들게 시체를 본다. 얼굴에 작두를 맞은 빨찌산이다.
순간, 눈빛이 달라지지만, 고개를 돌린다.
형사1 : 어이~ 인제 덮어도 돼? 할 말 없어?
정마담 : 없어요.
수갑을 차고 영안실을 나오는 정마담, 걷다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본다.
정마담 나래이션 : 고니는 어디 갔을까?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어디 멋진 곳에서 근사한 식당을 하고 있을까? 일년쯤 지나서 누군가한테 소식을 들었어요. 고광렬과 세란이는 결혼을 해서 작은 미용실을 차렸고, 어느날 소포가 배달되었다고. 작고 묵직한 그 상자속에서 놀라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고니는 어디로 갔을까요? 모르겠네요.
90. 에필로그.
-1. 미용실. 세란이 샴프질을 하고, 고광렬은 머리카락을 쓸고 아이는 뛰어노는데, 소포가 배달되고, 그 속엔 빳빳한 수표가 들어있다. 놀라는 둘. 화란은 슬픈 얼굴로 창밖을 볼뿐이다. 그녀 옆에 가까이 붙어있는 전화기.
-2. 마카오. 카지노. 찬란한 불빛속, 블랙잭 판에 서있는 남자의 뒷모습. 딜러의 돈을 연신 따간다. 딜러에게 팁을 던져주고, 칩을 챙겨가는 남자. 고니다. 어두운 복도를 걸어나오는 고니. 아침 햇살에 눈이 밝아온다.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조금 지친듯한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 옆에 있는 전화기. 잠시 전화기를 바라보는 고니.
-3. 미용실. 석양. 문을 닫는 고광렬. 세란을 따라 나가려는 화란.
-4. 고니, 천천히 전화기로 손을 뻗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