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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과 전망> 18호에 소개된 이학준 기자님의 저희 부산지부 인터뷰 내용입니다.**
부산을 두드리는 집시의 발자국
떴다, 동아리 - 정선희 플라마 플라멩코 부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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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하면 축구, 투우와 함께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플라멩코’이다. 플라멩코는 너무나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정작 플라멩코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 댄서의 모습을 떠올리는 데서 그치고 만다. 플라멩코와 비슷한 살사, 탱고 같은 라틴 댄스들은 스포츠 댄스라는 종목으로 대중에게 매우 유명해졌고, TV를 통해서도 자주 접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플라멩코는 이름만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릴 뿐 정작 직접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플라멩코를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춤을 추며 즐기고 있는 모임이 부산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성찰과 전망이 찾아가 보았다.
정선희 플라마 플라멩코 부산지부
무더운 여름. 일요일 오후의 숨 막히게 따가운 햇살을 뚫고 서면의 한 연습실을 찾았다. 말로만 듣던 플라멩코가 부산의 중심부에서 계속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빌딩 문을 열고 지하를 향하는 계단에 발을 딛자 이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연습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쿵’ 마룻바닥 위로 발을 구르는 소리가 온 건물에 진동하고 있었다. 강렬하고 절도 있는 소리였다. 연습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플라마 플라멩코 부산지부장이자 강사인 이영자씨와 열 명 남짓한 회원들이 땀을 흘려가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플라멩코를 직접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막연히 관능적이면서도 여성적인 춤사위를 기대하면서 연습실에 들어섰다. 하지만 처음 눈에 들어온 그들의 모습은 마치 전사의 몸짓 같았다. 연습실 밖까지 들려오던 발 구르는 소리는 누군가를 위협하는 것처럼 강렬했고, 끊임없이 내젓는 양 손은 현란하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그렇게 이름만 익숙하던 플라멩코와의 첫 대면은 조금은 어색하리만큼 생소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 동안 그들의 춤을 감상하고 있자니 어느새 플라멩코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전혀 예상치 못한 강한 발굽 소리와 민첩한 몸짓에 시선을 온통 빼앗겨 무희들의 소소한 움직임은 들여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긴 치마 밑으로 슬쩍 드러나는 하얀 발목이나, 마디마디까지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가락과, 그 손 끝을 따라 무심한 듯하지만 어떠한 감정이 가득 실린 눈빛이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강렬해 보이기만 했던 그들의 몸짓은 어느새 봄날의 바람처럼 부드러워졌다. 강렬하지만 부드럽고, 열정적이지만 따스했다. 마치 단단한 뿌리를 땅 깊이 내리고 하늘을 향해 아름답게 피어난 한 그루의 꽃나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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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 안다루시아 지방에서 집시들이 추는 춤이다. 아리랑에 우리 민족의 애환이 묻어나듯, 플라멩코는 집시들의 영혼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집시’ 하면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조금은 지저분한 옷을 걸치고 어두운 거리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이미지를 떠올릴 것 같다. 실제로 집시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어느 사회나 국가에서도 하층민에 속한 채로 살고 있다고 한다. 왜 그들은 그렇게 가난하고,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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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들은 9~10세기 인도의 북부지방에서 고향을 버리고 유랑하게 된 사람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한곳에 정착을 하거나 집단을 만들지 않고 끊임없이 유랑을 하며 살고 있다. 한국과 일본, 그린란드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 집시들이 살고 있지 않은 나라가 없다고 할 정도로 그들은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는데, 철저하게 폐쇄적인 그들의 특성 때문에 어딜 가나 정착민들의 핍박을 받고 있다. 그들은 가족을 기본 단위로 생활하며, 타 민족과의 통혼을 불허한다. 어떻게 보면 쉽게 타협하지 않는 그들의 강인하고 질긴 성격이 그들을 외면당하게 만들었던 게 아닐까. 이러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는 이슬람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던 스페인 남부 지방의 문화와 섞여 15세기 경 플라멩코를 탄생시켰다. 플라멩코에는 오랫동안 고통 받던 집시들의 애환과 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에 예로부터 사람들은 집시들을 일컬어 죽음, 절망, 고통을 표현하는 예술가라 일컫는다고 한다. 플라멩코는 크게 춤, 노래 그리고 기타 연주로 이루어지는데 플라마 플라멩코는 이 중에
춤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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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마 플라멩코 부산 지부는 2010년 부산에서 첫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재정상의 문제로 그해 여름 무기한 휴강에 들어가게 되었다. 플라멩코의 생소함 때문일까. 안타깝게도 부산의 척박한 환경에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2012년 다시 심기일전하여 2,3개월 단위로 프로젝트형 수업을 재개하게 된다. 그렇게 수업을 이어가던 2013년의 어느 날. 플라마 플라멩코에 특별한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바로 그 해 9월에 후쿠호카에서 열린 제37회 이스라 데 살사 축제에 초대를 받게 된 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소한 음악과 춤에 조금씩 익숙해지던 그들이었기에 일본에까지 가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하지만 플라멩코를 통해 스페인의 정열을 함께 배웠던 것이었을까? 그들은 의기투합하여 과감하게 일본행을 감행했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성공적으로 일본 원정 공연을 마치게 되었고, 그 계기를 통해 더욱 더 플라멩코에 깊이 빠질 수 있었다.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용기와 성취의 기쁨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플라멩코를 즐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후 이들은 크고 작은 공연을 계속해서 이어 가며, 부산에서는 유일무이한 플라멩코 동호회이자 공연팀이자 봉사활동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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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춤이 아닌 플라멩코를 추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가장 먼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남성에게 기대지 않고 여성이 독자적으로 추는 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라틴 댄스들은 커플이 한 쌍이 되어, 주로 남자의 리드에 맞추면서 그 조화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춤이다. 하지만 플라멩코는 남자든 여자든 개개인의 춤사위가 중심이 된다. 여성이 여성 혼자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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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망
바라다... 잘 하길 바라다, 아름답길 바라다. 찾길 바라다.
아무튼 이 모든 것을 열렬히 바란다.
- 플라마 플라멩코 부산지부 첫 번째 발표회 ‘열망’ 포스터 중에서
부산지부장이자 플라멩코 강의를 하고 있는 이영자씨는 회원들을 향해 ‘이 플라멩코로 인해 스스로가 예뻐지는 순간을 발견하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플라멩코라는 도구로 그녀들의 삶에 활력이 생기고, 그녀들의 외모가, 태도가 도도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함께 하는 것의 즐거움을 발견하길 바란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한 바람이 몇 년의 시간동안 회원들에게 전달되었는지 이미 회원들의 몸짓은 당당하고 매혹적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온 힘을 다해 땅을 구르고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 자기를 표현하는 회원들의 모습에서 어떠한 위협에도 타협하지 않는 스페인 집시들의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하늘거리는 치마 위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여성미 속에서도 강렬한 정열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생명력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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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9일에는 부산 남천동 공간소극장에서 창단 첫 단독 발표회가 열렸다. 집시조차 살지 않는 대한민국 부산이라는 도시에, 플라멩코라는 생소한 춤사위가 당당히 무대에 올려졌다. 그것도 부산에 살고 있는 평범한 여성들이 수년 간 갈고 닦은 솜씨로 플라멩코를 공연했다는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노력이 계속되면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이 플라멩코의 매력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플라멩코의 아름다움을 알아갈수록 플라마 플라멩코의 아름다움 또한 꽃을 피워갈 것이다.
첫댓글 이학준 기자님 울공연 보셨나봐요 ㅎㅎ공연도 봉사도 함께 이어갈수 있기를~~~
오셨겠죠?그랬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