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이번 여행중 하일라잇중의 하나, 전에 왔을때 가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던 이웃마을 가네쉬친구분의 머루농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가네쉬의 카니발 봉고차에 앞줄엔 가네쉬와 명심이, 두째줄엔 운향과 가네쉬어머님과 홍산이 앉고 뒷줄엔 언니와 내가 좌정,
총7명이 출발 하였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언니가 또 언제나처럼 씨잍 벨트(seat belt 안전벨트)를 하라고 다그쳐서 좀 귀찮은 생각이 들어,
우리나라에선 뒷좌석에선 안매도 된다고 했더니 '그게 무슨 말이니? 세상에 씨잍 벨트를 안하다니!'
라고 강경하여 속으로 로마에 와서 왜 미국법을 따진단 말인가 싶으면서도 시끄러워서 안되겠다 그래 매주지뭐!
하고 벨트를 찾아보니 한쪽 긴줄만 있고 꼽는 장치는 없다.
'언니, 한 1킬로만 가면 되는 마을안이고 여긴 교통순경도 없어, 차도 별로 없는데 그냥 가지뭐' 빨리 머루농장에 가고 싶은
마음과 또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 대충 넘어가려했는데 미국사람들의 철저한 준법정신은 한국의 오지마을에 와서도
사그러들줄을 모른다. '운전이란 내가 잘해도 다른차가 잘못하여 사고나는수가 많아. 여기도 가끔 마주오는 차가 있던데
혹시 그차가 음주운전인지 아니? 씨잍 벨트는 꼭 매야 하는거야!'
차는 all stop, 갑자기 안전 벨트 찾느라고 모두 비상이 걸렸다. 벨트가 없는차가 어디 있겠느냐! 아무리 찾아봐도 정말 없다!
차주인인 가네쉬는 운전석에 앉아 '무슨 이런차가 다있어! 히히'라며 재미있어 죽겠다는듯 웃고만 있고,
별명이 맥가이버 아닌 김가이버인 홍산이 또 내려서 밖으로 나가 트렁크문을 위로 열어두고는 어찌어찌하여 한참만에 벨트가 뒤로 빠져 있는것을 찾아내어 씨트 사이로 억지로 밀어올려주어서 드디어 언니와 나는 벨트를 매고 모두 다시 출발 하였다!
(이사건으로 홍산은 언니에게 완전히 후한 점수를 땄으나 우리는 그후 차만 타면 '안전벨트' 안전벨트' 라며 농담겸 진담겸 웃는다.)
전날 묵호항으로 가던길 도중에 오른쪽산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있는 머루 농장과 그림같이 아름다운 황토집!
그 아름다운 절경속에 더욱 아름다운건 그집 40대 윤선생님 부부! 사모님 시어머님 셋모두 천사라는 표식이 얼굴에 그대로
쓰여있다.
약 7년전에 그터를 사서 손수 목수 몇을 데리고 황토집을 예쁘게 지었는데 마침 어린 머루나무 버려둔것들이 있어 정성껒
다시 살려 농사를 짓고 있다. 벌레는 손으로 일일이 다 잡아내어 일체 농약은 안쓰고 재배하는 글자 그대로 유기농 머루농장,
그 머루로 술독에 손수 술을 담궈서 아는사람들께만 조금씩 팔고 있는데 지난번 와서 맛보고는 대번에 반하여 몇병 사갔더니
맛을 본 사람들이 모두 반하여..
한병에 2만원이라 좀 비싸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순수 머루 100%만으로 담는걸 생각하면 절대 비싼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틀림없이 술을 대접할텐데 한병씩만 사고 그집에서 대접하는건 공짜니 두병은 마시고 오자고 우리끼리 미리 합의하여..
이층 거실에서 보는 전망은 강과 산과.. 밤에 달이 뜨면 그 큰 통유리창을 통해 달이 떠서 지는 과정이 다 보여 절경중에 절경이라고.. 언니는 너무 좋아 말이 막히는지, '아아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건가!' 라며 황홀해한다.
그보다 어린왕자 모습을 그대로 연상케하는 윤선생님(나는 세속에 찌들은 윤사장 이란 호칭은 쓰기 싫다) 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사모님의 순수하고 맑은 얼굴이 참 보기 좋다!
남매둘을 두고 할머니는 일요일이라 마침 성당에 가셨다고 하여 윤선생님도 캐톨릭이시냐 물었더니
'저희는 모든 종교를 다 갖고 있지요' 라하여 아 과연! 참 멋있는분이다 싶었다.
앞마당 감나무에서 딴 감으로 만든 기차게 단 곶감과 무진장 잔을 리필해주는 머루주..
오늘밤에 자연농원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는데 같이 가시자고 초대하면서 내가 응큼하게도 '그런데 돼지고기니 상추니 뭐니
다 있는데 머루주만 없어요..'라고 말해두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갈때 우리가 산 머루주들 외에 오늘밤 다같이 마시라고 한병을 덤으로 더 주신다...! 자신은 곧 서울에서 손님들이 오게 되있어 못참석한다고 미안하다고 거듭 양해를 구하면서.
좋은분들(!)과 정말 같이 놀고 싶지만 사정이 그래서 참 섭섭하다고..
이곳에 사는게 너무 좋지만 가끔 사람이 그리운게 좀 흠인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찾아 주시니 너무 행복하다 한다..
작별하러 마당에 나와서도 자꾸 같이 못가서 유감이라고.. 집이 정말 아름답다고 우리가 자꾸 감탄하니까
'처음에 이집을 지을땐 짓기까지 우리는 하우스에서 지냈지요, 참 고생이 많았어요' 라하여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데
언니가 표정을 이상하게 짓더니 뭐든 이해가 안되면 꼭 물어서 알고 지나가야하는 미국 사람들 버릇대로
'집을 지을때 하우스에서 지내는게 고생이었다니 무슨 말씀이신지요..?' 라 묻는다.
윤선생님이 박장대소를 하며 '아 하우스가 아니고 비닐 하우스 말입니다' '그런데 비닐 하우스를 왜 하우스라고 그러세요?
집과 하우스는 같은 말인데..' 라고 의아해하여 우리 모두 또 배를 잡고 웃었다.
뭐든 우리는 영어를 줄여서 말하는 버릇이 있는걸 미국사람들은 모른다.
그들은 '리모트 컨트롤러' '에어 컨디셔너' 라고하지 절대 우리처럼 줄여서 '리모컨'이나 '에어컨'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리 말하면 또 알아듣지도 못한다. 바쁜 세상에 왜 그렇게 비경제적으로 길게 말하는지원..
그런데 '하우스'는 우리가 생각해도 좀 심했다... 옛날엔 우리말로 '온실'이라 말했었는데, '온실재배'등
그후 뭐든지 영어로 말하는 추세가 되어 언니가 못알아 듣는게 당연하지..
요즘 '온실효과'를 '하우스효과'라 말하면 참 더 웃기겠다.
그날밤 홍산이 황토방에 군불넣고 남은 숯불을 마당의 바베큐화로에 옮겨 삼겹살을 멋지게 노릇노릇 굽고(가네쉬의 특별
써비스로) 전날 남은 오징어회에 머루주에.. 전작이 좀 있는차에 또 마시니 몇잔만해도 취한다 취해~~~
얘 운향아, 지금 이순간 너 뭐 아쉬운거 있니? 없어 언니! 아 기분 조오타!!!
첫댓글 며칠 전, 아현재에 들려서 본 글인데 다시 읽으니 참 재미있습니다. 머루농장에서의 즐거운 모습들이 연상이 됩니다. 달이 떠서 지는 모습이 통유리창 안에서 다 보여진다는 아름다운 그곳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미국에서는 안전벨트 규정이 엄격하고 위반 시에는 벌금도 무척 셉니다. 아이들이 탈 경우에는 아이들용 카 시트(car seat)를 꼭 설치하고 철저히 시트 벨트를 차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도 그 카시트에 앉으면 스스로 벨트를 착용합니다. 인종 전시장이라 불릴만큼 문화와 정서가 다양한 민족들이 한데 어울려 살다보니 법이 강력해질 수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느슨하면 통제불능에 빠질 수 있으니까요. ^^
그렇습니다.. 안전벨트는 누가 매라고 해서 매는 것 보다는 스스로의 안전을 위하여 매야지요..^$^ 그후론 자연학교에서 머루농장 갈때도 모두들 스스로 잘 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