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성당 순례를 계속 하면서 분평동 성당에서는 여러 차례 미사 참례를 하였습니다.
주말 저녁이면 그 동네에 머물려야 할 일이 생겼고,
제게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마다 이곳을 찾아 중고등부 미사나 청년 미사에 함께 하였습니다.
교중 미사나 전신자 대상의 미사를 바칠 때와는 다른 느낌의 차분함에 더하여
전담하시는 보좌신부님의 아주 천천히 말씀 하시는 강론,
혼자나 둘이 이끌어 가는 청년들의 선창,
젊은이들이 바치는 신자들의 기도,
'야훼이레' 로 진행되는 성가.......
노련하지는 않지만 젊음의 풋풋함이 그 곳에 있었고,
늘 제게 제 청년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쁨을 주었기에
더 감사드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나이의 젊은이들이 그 시간에 다른 곳에 있지 않고
하느님과 함께 하기 위해 성당으로 향하고
미사를 함께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뿌듯함은
그들이 제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었답니다.
마침 그날은 농민 주일이었습니다.
신부님의 강론 말씀 중에 어느 영성가의 말을 빌어 전해주셨던 내용에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어떻게 창조하셨는지'와
'세상을 어떻게 돌보시는지' 알고 싶거든
다음의 두 가지를 해보면 알 수 있다 하셨습니다.
하나는, 자녀를 낳아 길러 보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농부처럼 씨앗을 심고 기르며 열매를 맺게 하는 것
생명을 키우고 자라게 하는 농부는 '사도중의 사도'임을 ....
또한, 우리는 부모가 되어 자녀를 낳아 길러냄으로써
하느님의 마음을 그대로 알 수 있다 하셨습니다.
생명을 향한 수천번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 농부의 마음과
온 마음으로 자식을 돌보고 지켜내는 부모의 마음이
바로' 하느님의 마음'이라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들으며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안도했습니다.
기뻤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내 처음의 마음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니 걱정할 일이 없구나
그러니 무엇이든 하느님께 맡겨드려야 하는 것이로구나
부모인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닌 것이로구나
하느님은 부모로서의 내 마음을 다 아시겠구나 싶어서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켜보는 그 마음과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자식으로서의 나를 하느님의 시선으로 돌아보니
사랑으로 기다려주시는 그분께 한없이 감사했습니다.
제 모자람도 부족함도 서툼도 아쉬움도
나무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시는 그 분께 감사드리고,
이제 누구와 함께 그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나를 보면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그분을 알아보게 하려면
내가 언제나 그분과 함께임이 드러나야하겠지요?
저를 통해 아이에게 다가가실 그분께 모든 걸 맡겨 드리며
'나는 자식을 키워내는 농부' 라는 걸 마음에 새깁니다.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하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하느님께서 뿌리신 씨앗으로서의 나는
멋진 열매가 되기 위해서 '먼저' 죽어야 함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곳에서의 미사는 늘 저로 하여금 새마음을 갖게 합니다.
순례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이와 같은 것임을........
분평동 성당 바로 앞이 바로 논입니다.
처음에 이 논을 만났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요......
도시와 농촌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 청주는
농부의 마음을 더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성당 앞의 성모자상입니다.
첫댓글 어쩌면 이리도 실감나고 생생하게 순례기를 쓰시는지...
읽을 때마다 감탄합니다..
신앙에 초짜인 저는 댓글 달기도 어려울만큼...
많은 것을 느끼고 갑니다~~~~^^
영세를 먼저 받았다고 해서 제 신앙이 모니카보다 절대 크지 않습니다.
제 말은 저의 희망사항이지 제 삶은 아니어서 민망합니다.
저도 다르지 않음을 고백하며 마음 새로 먹습니다.
함께 걷는 듯한 글과
눈앞에 놓여있는 그림들이 어우러져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나이다~~~
고맙습니다. 다음 순례길에서는 신부님의 그 마음 담아서 다녀올게요.
아, 예전에 처음 청주와서 분평동 성당에 몇번 가서 미사 참례했었어요.
지금은 새로 성전을 지어 참 좋네요.
순례에 동행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만큼 가까이 다가옵니다.
정말 예쁘고 정갈해서 마음이 모이는 성당입니다.
한번 다녀와 보세요.
어쩜~~~이리도 맛깔 스럽게 글을 적으셨는지요~~주님께 아주 훌륭한 달란트를 받으셨네요~맛있게 잘 먹고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성당 순례 기행~~담편이 기대 됩니다.
고맙습니다. 로사님의 글에서 힘을 얻습니다. 그렇다고 믿으며 기운내겠어요.^^
사실은 어제 급히 적고 볼일로 뛰쳐나가며 잠시 주저했습니다.
성당이야기는 없고 내 말만 있으니 이건 순례기가 아니다 싶어서요.
쓰면서 늘 드는 생각은
주관과 객관 사이에서 늘 저울질하는 ~~~
심히 치우쳐버린 제 혼잣말 같아서......
아마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에이 하고 다 지워버렸을 텐데......
무슨 이야기든 다 받아주시는 님들 덕분에 편하게 마음 먹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내 안에 있는 나를 버리고 오직 예수님 그분이 주인되시도록 자리를 내어드리자 !
오늘은 마음의 방을 깨끗하게 청소해야겠다.
다른 성당에서 미사 드릴 때마다
때로는 어색함으로
때로는 신선함으로
다가오는데
매번 순례기를 멋드러지게 올려주시는 뚜아님~~
짱 멋집니다
아~ 부장님. 저는 매번 쫄아듭니다.
바람빠진 풍선처럼 제풀에 늘어지는 제게 다시 바람 넣어 주시네요.고맙습니다.
순수한 울 언뉘.. 칭찬은 레몬트리에 레몬 돋게 하는 거져? ㅋㅋ
다시 읽어보니 나라고 했다가 저라고 했다가 주어부터 불일치하네요.
급히 쓴 티를 팍팍 내지만 수정하지 않겠습니다.
모자란대로 갑니다. 쭈욱~~~
까칠한 칭구(요노무 지지배 이뿌니까 까칠해도 용서한돠!) 몇 마리가 사는 분평동, 근 1년 녹봉을 받던 분평동!!!
그 근처를 몇 번이나 지나쳤는데 논은 첨 본다는...
아담하고 깨끗하고 뷰~도 멋지고요. KT 꼭대기 사내식당에서 바라보는 뷰~(눈 오던 날, 거의 죽음)도 늠 멋지더라고요.
성당 앞과 옆이 죄다 논이야^^ 멀리서 보면 낮아서 안보일거야 건물들에 가려서....
나중에 미사 한번 가봐요.
자기는 낮에 분평동에 있으니 지척이로구만^^
언니의 이야기가 더 좋습니다.
누구나 하는, 겉에서 빙빙 도는 이야기보다
자신만의 고뇌와 그것을 헤쳐나가는 이야기
그것이 감동이예요.
멋집니다.
고마워... 비아!
내 얘기가 좋다하니 칭찬으로 듣겠어요.
늘 드는 생각은 이렇게 다 보여주어도 되나? 창피하다 싶을 때가 많아...
근데 다른 사람들이 내 모자란 부분에서 위안을 받겠지 싶었어.
그래서 그냥 간다. 지금처럼^^
글도 성당도 참 이쁘네요. 행복 받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