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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딩 양평에서 상주까지 "강둑은 높고 그림같이 펼쳐지는 하상에는 맑은 물이 속살을 내 비취며 고요히 흐른다. 금세라도 자전거를 팽개치고 시원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다."
출발
아침 8시까지 양평에 도착하려면 분당에서 새벽 6:50분 첫 버스를 타야한다. 긴장한 탓인가? 새벽 4시쯤 눈을 떴다. 지난밤 잠들기 전에 배낭은 미리 챙겨놓았기 때문에 출발하기 전에 냉장고에 얼려놓은 생수와 아내가 준비한 김밥만 더 넣으면 된다. 그동안 한강 둔치까지만 들락거리다가 작년가을 팔당에서 이포보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한 이후 원거리로는 거의 1년만이다.
여행은 일단 마음먹었으면 너무 오래 계획할 필요 없이 벼락치기로 실천에 옮기는 습관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MTB 용 짐받이도 주문해서 붙이고. 타이어 바람을 넣는 펌프, 비상용으로 펑크패치까지 준비하였다. 비상식량으로 미숫가루 3회분과 초콜릿, 알사탕, 김밥 과 여벌옷 한 벌까지 챙기니 배낭이 제법 무겁다. 무개를 달아보고 7kg 이내로 조정하였다.
날씨는 쾌청하다. 분당 미금에서 야탑까지는 전철을 이용하고 양평 행 버스에 자전거를 실었다. 이리저리 신경 쓰였던 일들이 일차 해결된 셈이다. 사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서 제일 신경 쓰이는 일중의 하나는 자전거 운반이다. 버스에 실을 수 있을까? 기사분이 안 실어주면 어쩌나? 달리는 자동차에 이리저리 부딪쳐 고장이나 난다면 어쩌지? 뭐 이런 것들이다. 미리미리 버스회사에 알아 볼 수도 있지만 번거롭고 이런 문제는 아무도 확답해줄 사람은 없다, 그저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7:50분 양평 터미널 도착, 자전거 짐받이에 배당을 매달고, 타이어 바람도 한 번 더 점검 하고 시간을 보니 정확하게 8시였다. 한강 자전거길 로 나가는 길은 출근시간대라 약간 복잡했지만 그런대로 문제는 없었다. 강가에 들어서니 물안개가 자욱하고 간간히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강물은 호수처럼 고요하여 흐름의 방향을 짐작할 수 없다. 낯선 곳에선 때로는 멘붕에 빠져 방향의 감각을 착각하기 쉬운 버릇이 있지 않은가? 자칫 역주행이라도 한다면 낭패다. 정신 가다듬고 페달을 힘차게 밟아본다. 출발이다!
▶ 양평 출발 새벽 물안개
양평 ~ 이포보 ~ 여주보
양평에서 이포보 간은 한번 달려보았기에 낯설지 않다. 지난번 라이딩때 실패한 후미게 고개를 이번에는 넘을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다. 얼굴에 스치는 상쾌한 바람, 몇몇 싸이클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속에서 나는 젊음을 다시 회복한다. 드디어 후미게 고개에 들어서자 앞서가던 사람들은 곧바로 자전거에서 내려 끌~바를 한다. 언덕을 오를 때는 기어 조절이 관건이다. 오르는 도중에 기어체인지를 무리하게 하면 체인이 벗겨지거나 기어에 손상이 생기기 때문에 적당한 지점에서 크랭크 기어를 최하단으로 하고. 뒷바퀴 기어를 조절하며 느긋하게 올라야 한다.
▶ 이포보 원경
후미게 고개를 넘어서니 다시 자신감이 생기고 단숨에 이포보까지 내달렸다, 시간을 보니 8:50분이다. 양평에서 이포보까지 약 16km, 고갯길을 감안하면 표준속도다. 이포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9:10분 출발하였다. 이포보에서는 보를 건너지 않는다. 물안개는 모두 걷히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강둑을 가르며 페달을 밟는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핸들을 다시 고쳐 잡는다. 이포보에서 여주보 길은 비교적 순탄하다. 시원하게 펼쳐진 넓은 강폭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뻥 뚫린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백석리섬 주변에는 하상을 잘 정리하여 정갈하고 단순하다. 이포보의 담수를 고려한 것인가? 높은 강둑은 직선길로 4km 남짓 하다. 페달은 힘차게 돌아가지만 가물가물 멀리 보이는 도로의 끝은 한 점으로 요지부동이다. 나 또한 제자리에서 페달을 돌리는 듯한 착시에 한 점이 된다. 그러면서 점과 점은 서로 가까워지며 움직임의 느낌은 빨라지고 어느덧 자전거는 모퉁이를 돌아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쏜살같이 나아간다.
▶ 백석리 섬을 바라보며 긴 직선도로
10:00 여주보에 도착했다. 이포보에서 이곳까지 14km를 50분 동안 달렸다. 이포 보의 조형물은 둥그런 황새 알 모양인데 이곳 여주보에는 주변에 있는 세종대왕릉의 이미지를 나타낸 훈민정음 언해본이 새겨져 있는 조형물이 있고, 뒤로 길게 늘어져 세워진 탑 모양의 조형물은 물시계인 자격루의 모습을 본땄다고 한다.
▶ 여주보 훈민정음 언해본 조형물
▶ 여주보 전시관
여주보 ~ 강천보
시간에 쫒기는 자전거 여행은 주변 지역에 대한 사전 지식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제한된 시간속에서 마음은 더 넓은 사유의 공간을 달리는 감상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현장에서는 시간에 쫓기느라 꼼꼼히 홍보물을 볼 시간도 없고 그때서야 아! 한다면 지나가는 버스를 보는 것과 같다. 여주 보에서 머문 시간은 단 10분, 전시관도 들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강천보를 향해 달린다. 이곳에서는 보를 건너야하며 다음 목표지점인 강천보까지는 강을 왼쪽으로 보며 달리는 길이다.
한강 정비 사업으로 여주보와 강천보 주변에는 12개 지구의 둔치가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고, 자전거 도로 47km도 조성되어 있다고 하며, 강천섬에는 보호종인 단양쑥부쟁이가 잘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잠깐 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아쉬움에 남기고 지나친다. 이제는 다른 싸이클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는 길을 외롭게 달린다. 한가롭게 펼쳐진 넓은 하상을 내려다보며, 무의식으로 페달은 돌아가고, 안장에 느껴지는 감각도 없다.
▶ 여주 보~강천 보 길 한가로운 하상
길 옆 나무그늘에는 군데군데 놓여있는 들마루에 촌로들이 잠벵이 바람으로 한가로이 부채질을 하며 오가는 행객들을 바라보고 나 또한 무심한 마음으로 스쳐지나간다. 쉬지도 않고 얼마를 달렸을까? 왼쪽으로 강 건너에 범상치 않은 풍경이 보인다. 멀리서 보아도 거대한 사찰의 모습인데 표지판을 보니 여주 신륵사란다. 구전에 의하면 신륵사는 신라 진평 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고증할 수 있는 문헌의 자료가 없으니 연대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신력(神力)으로 제압한다는 뜻의 신륵사(神勒寺)는 깊숙한 산속에 조용히 자리 잡은 일반사찰들과 달리 깨끗한 모래별이 있는 강물을 바라보며 풍광이 뛰어난 곳에 자리 잡고 천년고찰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세상은 요란하고 조석지변한데 천년을 제자리에서 지켰으니 자연의 섭리로 믿을만하다. 유명사찰을 그냥 지나치는 게 아무래도 도리가 아닌듯하여 먼 거리로 사진 한 장 찍었는데 볼품없는 모양이다. 아쉽다!
▶ 여주보~강천보 사이, 강 건너 신륵사
강천보
10: 40분 강천보에 도착했다. 여주보에서 강천보까지는 약 10km 거리이다. 정오가 가까워지며 햇살은 더욱 따갑다. 새벽잠을 설치고 시작한 강행군에 약간의 피로를 느낀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자. 강천보의 조형물은 약간 특이하다. 흡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워 크레인 느낌이 드는데 의미는 황새가 비상하는 모양이란다. 인증센터에서 사진부터 찍고 전시관에 들러 2층에 있는 마트에서 시원한 생수 한병 사서 마시니 정신이 번쩍 든다.
▶ 강천보 인증센터
보의 한쪽에는 5000kwh 용량의 소수력 발전소도 설치되어 있어서 에너지 자원이용에도 한몫을 한다고 한다. 그동안 사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적 반대도 많고 말도 많은 사업이었지만 그런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의 세심한 노고를 생각나게 한다.
간간히 나 같은 싸이클러들이 들렸다가는 황급히 떠나가고, 사방은 조용한데 보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만 요란하다. 8각정 벤치에 홀로 앉아 새벽잠을 설치고 아내가 정성스레 만들어준 김밥을 꺼냈다. 물 한 병 있으면 그만이다. 더 이상 무어가 필요하겠는가 꿀맛이다!. 한낮의 햇볕을 가려주는 팔각정에서 잡다한 세상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폭포수 소리를 들으며 김밥을 먹는다. 생수 한 모금에 김밥 하나로 행복감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강천보 팔각정
강천보 ~ 남한강대교
문득 시간을 보니 열한시 가 넘었다. 여기서 머물것도 아닌데, 부랴부랴 가방을 다시 챙기고 11:20분에 강천보를 출발했다. 이곳에서 충주댐까지는 65.7km 이고 팔당대교까지는 70.3km 거리다. 강천보에서는 다시 보를 건너고, 강 아래로 내려가는 급경사 길을 끌고 내려가야 한다. 사대강 자전거 길은 반드시 표시판을 확인 하여야만 한다. 특히 갈림길에서 자전거 도로 표시는 있어도 한강 종주표시가 없으면 일단 의심하고 돌아서야한다. 자칫 달리다보면 쉬운 길로 접어들기 쉽고 또 한 번 접어든 길은 달려온 길이 아쉬워 그냥 달리다 보면 국도로 들어서게 되어 위험하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도 위험하다. 갈림길에서는 분명히 자신만의 길을 확인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 강천보 전시관
▶ 강천보 이정표 "충주댐까지65.7km"
강천보에서 남한강 대교까지는 한강을 오른쪽으로 보며 좀 지루하다. 원주 새말 부근에서는 영동고속도롤 아래로 강변을 우회하는 창남이고개가 있다. 오르는 길이 2km 남짓 숨이 차다. 오르막길 끝 지점에서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섬강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타난다. 내리막길이 무척 가파르고 이제까지 힘들게 올라온 기분에 자칫 달리다보면 위험하다. 언덕길에서는 날씨가 습하거나 빗물에 노면이 미끄러울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힘든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도 있다. 이화령을 넘을 때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겠지요.” 푸념처럼 대답하던 젊은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는 오늘 어디까지 가느냐는 질문에 그냥 가는데 까지 간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목적지는 부산 을숙도라고 했다. 시간이 많으니 여유도 많은 젊은인가 보다.
▶ 새말 강변 우회도로 “창남이 고개”
창남이고개는 원주 쪽에서 흐르는 '섬강'과 용인 쪽에서 흐르는 '청미천'이 '남한강'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지리적으로는 경기도 여주와 강원도의 원주, 그리고 충청도가 만나는 소위 삼합지점으로 이름도 삼합리라고 한다. 1999년까지 원주에서 여주를 이어주던 '창남나루'가 있어서 소들을 실어 날랐다고 하며, 특히 고려시대 부터 원주와 횡성, 평창, 정선, 영월 등지에서 거둬들인 세곡을 보관했다가 뱃길로 한양까지 운송했던 조창(홍원창)이 조선 후기까지 운영됐던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곳은 현재 화려했던 영화는 찾을 수 없고 원주시가 오는 2014년까지 1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흥원창 복원과 한옥 30동을 복원하고 평저선 2척도 남한강에 띄울 계획이라고 한다.
남한강대교 ~ 탄금교
▶ 남한강대교 이정표"충주댐41km“
12:40분 남한강 대교에 도착하였다. 충주댐까지 41km라는 이정표로 보아 강천보에서 약 25km를 달려온 셈이다.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 괜찮은 라이딩이다. 오후 4시 이전에 충주 탄금대까지 계획하는데 몸은 약간씩 탈수증세가 나타나고 돌리는 페달이 무겁다. 안장의 위치가 적당하지 않은가? 오른쪽 옆구리에도 약간씩 통증이 온다. 벌써 이러면 안되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자전에게 올라 남한강 대교를 건넜다. 정오의 햇살은 이제 가히 살인적이다. 간간히 바람은 부는것 같은데 몸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부족하다. 이젠 조그마한 언덕길이라도 나타나면 긴장이 된다. 끌~바 없이 종주하리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니 어떤 일이 있어도 내게는 끌~바는 없다! 다시 한 번 마음에 다짐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 남한강 대교를 지나고
또 다시 지루한 직선코스 강을 좌측으로 하고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을 보며 마을길을 달린다. 가을은 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한다. 가늘한 줄기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벼이삭에는 알알이 맺힌 농부의 땀과 폭풍우를 밤새 걱정하며 보살펴준 염려가 박혀있다. 이제는 조용히 머리숙여 마지막 가을볕에 결실을 만들어간다. 멀리 산 아래로 옹기종기 늘어선 마을도 평온해 보이고 어디를 보아도 지난여름 태풍의 영향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 쉴만한 곳이 없을까 기대하며 페달을 돌리는데 마침 길가 느티나무 그늘에 쉬어가는 벤치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같은가보다 꼭 필요한 곳에 만들어준 고마운 쉼터. 자전거를 세우고 물병을 꺼내 한모금 마신다. 준비한 쵸콜릿을 먹고 시원한 그늘에서 산들바람이 코끝을 살짝 스치는 감촉이 좋다. 셀프사진 한 장 박아 아내에게 전송한다. “아! 시원하다.” 시간을 보니 오후 1: 10분이다.
▶ 남한강 대교를 지나고 느티나무 그늘
착오를 일으키기 쉬운 충주 탄금대
이정표를 보니 충주에 가까이 왔다. 목계대교 못미처서 진로에 약간의 차이가 생겼다. 강쪽으로난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야하는데 38번 국도로 잘못 접어든 것이다. 무심코 앞서가는 다른 일행들을 따라가다가 생긴 일이다. 다행히 거리가 길지 않았고 차들의 왕래가 많지 않아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목계대교 쪽 강 길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 착오하기 쉬운 목계교 부근
중앙탑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하고 이번에는 조정지 댐을 건너 목행교까지 돌아가는 코스다. 이곳 코스는 충주댐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돌아가도록 한것처럼 보인다. 충주댐까지 가지 않으려면 차라리 중앙탑 휴게소에서 조정지 댐을 건너지 말고 약간 위험하지만 점선으로 표시한 국도로 탄금교를 건너 탄금대로 들어가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 목행교 경유코스
힘들게 목행교를 돌아나오는 길에 또 한번의 착오가 생겼다. 다리를 건너 강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놓친 것이다. 심신이 피로한 탓일까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보고도 그 길이 강가로 내려가는 산책로쯤으로 착각한 것이다. 국도에도 자전거 도로 표시는 있으니 많은 분들이 착각을 일으키는 지점이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 간신히 마을 골목길로 통하는 탄금대 길을 찾았다.
▶ 목행교를 건너 착오를 일으키기 쉬운 탄금교 진입
한참을 헤매고 나니 몸은 더욱 무겁고 수안보까지 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다가온다. 탄금대 인증센터에서 시간을 보니 정각 오후 4시다. 길을 잘못 들어서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고 온몸은 녹초가 되었다. 탄금대 공원을 올라가는 것은 생략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음 다시 출발했다.
▶ 충주 탄금대 인증센터
탄금교 ~ 수안보
오후 4: 30분 탄금대를 떠나 수안보로 향했다. 탄금대에서 수안보까지 소요시간 2시간 예정, 어둡기 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 달려야 한다. 몸은 무겁지만 다시 힘을 낸다. 이곳부터 수안보까지 길에는 두군데 주의할 곳이 있다. 그림에서 보는 대로 자칫 점선으로 표시된 곳으로 들어서기 쉬운 곳이다. 자전거는 가능한 정해진 길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가는 길이 잘못되었다 싶으면 되돌아오는 게 순서다 .
▶ 충주 탄금대 ~ 수안보 간 주의할 지점
수안보 도착 오후 6시 30분 그런대로 예정시간을 맞춘 것이 다행이다. 수안보 인증소 앞에 가니 몇몇 싸이클러들이 보이고 모두들 표정에는 자신들만의 성취감이 보인다. 나도 덩달아 약간 들뜬 기분이다. 해냈다! 는 성취감 에 새벽부터 지나온 길들이 일순간에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간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건강에 의심이 많았다. 내체력이 얼마나 될까? 저금통장의 잔고를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이번 라이딩을 계획 하였는데 일차는 성공인 셈이다.
▶ 수안보 인증센터
이제 남은 것은 숙소를 정하는 문제다. 찜질방에 가서 몸을 담그고 싶은데. 자전거 보관이 문제일 것 같다. 망설이다가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모텔들이 즐비하다. 요즘은 손님이 없어 호객하는 사람도 있고 거리는 비교적 조용하다. 과거 70년대 번성하던 수안보는 그동안 경기도 인근에 온천이 많이 개발되고. 바가지 요금이라는 오명으로 손님들이 발길을 끊어 이미지가 회복이 안되는 모양이다. 길가로는 모두가 식당인데 손님은 없다. 한 모텔에 들어서니 반갑게 맞이한다. 이리저리 신경 쓸것없어 숙소로 정하였다. 온몸에 피곤이 몰려온다. 새벽 시간부터 10시간 반을 달려온 셈이다.
▶ 수안보 모텔
문경세재 자전거길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이다. 이화령을 넘는다는 중압감에 태양이 뜨겁기 전에 오르는 것이 나을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하룻밤 자고나니 몸이 가쁜 하다. 올갱이 해장국 한그릇 먹고 복장도 가볍게 채비를 하고나니 8시. 출발이다.
▶ 수안보에서 아침 올갱이국
소조령은 정상까지 거리가 2.4km 높이는 374m, 약간의 인내심을 요하나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9시 10분 소조령 정상이다. 이곳에서도 진입하는데 약간의 착오가 있어서 이리저리 헤맨 시간을 빼면 비교적 순탄한 행로다. 정상에 넓은 휴식공간이 있고 소나무 숲 운치도 있다. 매점은 없다. 음료수는 미리 수안보 출발시 준비하여야만 한다.
▶ 소조령 정상
소조령을 넘어 내리막길, 수옥리와 연풍을 지나며 길가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길옆으로 빨갛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고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상군은 슬쩍 보고 그냥 지나쳤다. 달리는 자전거를 멈추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화령고개
연풍면 사무소 입구 즈음에서 좌측으로 이화령을 오르는 길로 접어든다. 약간은 긴장이 된다. 시간을 보니 10시 정각이다. 과연 끌~바 없이 오를수 있을까? 몇몇 싸이클러들이 고개 입구에서 채비를 다시 하는 모습들을 보며 서로 파이팅 사인을 보낸다. 정상까지는 총 연장 5km 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높이는 해발 548m 라고 하는데 경사가 만만하지 않아 쉽지는 않다. 올라가며 간간히 무인 휴게소가 있다.
▶ 이화령 정상을 1km 앞두고 잠시 휴식
이화령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과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 사이에 있다. 옛부터 고개가 가파르고 험하여 산짐승의 피해가 많으므로 여러사람이 어울려서 함께 넘어갔다 하여 이유릿재라 하였다는데. 그 후에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서 이화령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오르는 길은 실력 있는 싸이클러들에게는 1시간 10분정도 소요 되며 쉬지 않고 오르기도 한다는데 나는 도중에 3번 정도 무인 휴식공간이 있어서 쉬어가기는 하였어도 끌~바의 자존심은 지켜내었다. 정상에 오르니 11시 30분이다. 1시간 30분 만에 오른 것이다. 도중에 끌고가는 젊은이들도 많은데 내 나이를 생각하니 스스로 대견하다.
▶ 이화령 정상 인증센터
▶ 이화령 정상 기념관
정상에는 기념품과 음료수와 간단한 스낵코너가 있고, 정자도 있어서 어떤 싸이클러들은 이곳에서 비박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간단한 음료와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미숫가루 한잔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이제는 내리막길이니 심적 부담은 없다는 생각에 느긋한 휴식을 취하고 시간을 보니 12시10분이다. 스케줄상으로 상주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17시 10분 막차를 타는 시간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일단 채비를 하고 정상을 나섰다. 현재 공사 중인 관문을 넘어서니 이곳은 경상북도다. 이화령 정상을 경계로 충북과 경북이 경계다.
▶ 이화령 정상 경상북도 경계석
고개 아래로 멀리 내려다보이는 곳이 경상도 문경이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길을 자전거로 내리달릴 셈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기분이 설렌다. 이제껏 이화령을 오르며 고생한 보상을 받게 되는 셈이다.
▶ 이화령 정상에서 바라본 문경
이화령을 넘어 문경으로
페달을 밟고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가해진다. 자전거는 놀라운 속도다. 간간히 문경에서 올라오는 싸이클러들과 눈인사를 하며 신나게 내리달린다. 내려온 길을 뒤돌아 바라보니 1000m 이상의 고봉들만 5개 이상 병풍처럼 늘어선 곳에 신선암봉의 바위 모습이 녹음이 짙은 나무숲에 군데군데 가려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 조령산 신성암봉
▶ 조령산 의 고봉들
아래로 내려갈수록 조령관문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줄기는 합쳐지며 조령천이 되어 하상은 조금씩 넓어져 간다. 이곳 조령산을 경계로 물줄기는 남, 북으로 달라진다. 거꾸로 흐르는 물을 보며 이곳 사람들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전까지 수안보에서는 한강이 흐르는 서울을 생각한다면 이곳 사람들은 낙동강 하구 부산을 생각할 것이다. 농촌의 풍광도 조금 달라 보인다. 길옆으로 사과밭이 많고 근래에는 보기 드문 탐스럽게 달린 조이삭과 장대처럼 높이 자란 수숫대도 보인다. 장마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넓은 하상에는 물에 휩쓸려 누운 풀들이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나게 달리던 경사길은 곧 끝나고 다시 강줄기를 따라 지루하게 페달을 돌린다. 잠시 길가에 있는 진안리 마을 쉽터인 농막에서 쉬었다 가기로 하고 시간을 보니 12시 50분이다. 꽤 많은 거리를 달려온것 같은데 이화령 정상을 출발한지 불과 40분이 지났다. 아침부터 소조령과 이화령을 넘으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탓인가? 온몸에 피곤이 몰려온다. 다시 인내심을 요하는 길은 시작된다.
▶ 진안리 농막
문경읍 ~ 불정역 인증센터
문경읍을 지나면서 조령천의 하상은 제법 넓어지고 강에는 한가로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간혹 몸을 물속에 반쯤 담그고 올갱이를 채취하는 모습이 그림처럼 이어진다. 시간에 쫓기는 압박감만 없다면 머물다 가고 싶은 곳이다. 피곤에 지친 탓인가 사람만 보면 길을 묻고 싶어진다. 마성을 지나 불정역 인증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40분.
▶ 불정역 인증센터
문경 철로자전거를 타는 불정역 인근에는 고모산성이 있다. 이곳은 신라가 당시 북쪽으로의 침입을 막기 위한 성으로 현재 복원된 길이는 1.6km 라고 한다. 산성 아랫길은 영남에서 한양으로 넘어갈 때 꼭 거쳐가야만 했던 험한 토끼비리길은 과거 보러 나섰던 선비들에 얽힌 일화도 많은곳 이라고 한다. 아직 갈 길은 먼데 몸은 이미 녹초가 되었고 갈수록 속도는 떨어진다.
불정역 ~ 상주 , 어렵고 힘들었던 코스
불정역을 지나 강은 하상폭이 더욱 넓어지고 강의 이름도 ‘영강’으로 바뀐다. 강둑은 높고 그림같이 펼쳐지는 하상에는 맑은 물이 속살을 내비취며 고요히 흐른다. 금세라도 자전거를 팽개치고 시원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곳에 다시 와서 흐르는 강물에 낚시를 던져 보리라 마음먹는다. 강둑은 직선코스로 끝없이 이어지고 페달위의 피곤한 발에서는 도무지 동력이 나오지 못한다. 자전거는 또 한 번 끝없이 이어지는 직선위에서 한 점이 되어 제자리걸음이다.
▶ 영강 에서 올갱이를 잡는 사람들
상주까지의 거리를 물으니 25km 남았다고 한다. 시간은 오후 3시 20분이다. 귀경버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거리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못하니 마음이 조급하다, 이런 때 하필이면 짜증나는 농로로 들어선다, 강둑으로 아직 자전거길 공사가 미완되어 임시로 농로에 사대강 종주길 이정표를 세우고 끝없이 이어지는 농로를 “ㄹ“ 자로 돌아간다. 논 가운데 있는 과수원길 중앙을 통과하고 농가 앞마당을 지난다. 밤길이라면 찾아갈 엄두도 내지 못하겠다. 이 길은 정말 피곤한 길이다. 다시 강둑으로 올라섰으나 이미 몸은 녹초다. 식수까지 바닥나고 인가도 보이지 않는다. 문경시청 이정표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문경시내 근처쯤 되는가 보다. 그래도 강은 아름답다. 끝없이 이어지는 직선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작은 마을이 보이고 간신이 얼음 덩어리가된 생수 한통을 구했다. 상주까지 거리를 물어보니 역시 20km란다. 그러면서 점촌으로 들어가 쉬라고 한다. 너무 무리한 스케줄인가 보다. 농가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시보가 오후 4시를 알린다. 이런 상황에서 상주에서 오후 5시10분 귀경 버스를 타기는 불가능하다. 상풍교 1km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 강 둑 막다른 길에 나무로 만든 계단을 올라 다시 급경사 언덕이 나타난다. 이곳은 더 이상 자전거로 불가능하다. 약 30미터는 될까 자전거를 끌고가기에도 벅차다, 무슨 길이 이런가 하고 짜증이 난다(아무래도 그때 길을 잘못 들었나 싶다). 지옥 훈련도 아니고......
▶상풍교 : 이 다리를 건너면 안동댐으로 연결된다.
상풍교를 지나 더 이상 강을 따라 내려가는 것은 무리다 생각되어 국도를 따라 상주 시내길 로 진입하였다. 버스 터미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이다. 동서울터미널 행 오후 6시 버스가 있단다. 피곤한 몸으로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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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힘든 여행이었는데 며칠 지나고나니 벌써 그리운 생각이 드네요. 아직 자전거 정리도 못했는데....
마음은 다음을 계획합니다. 힘들었던 문경 상주길을 다시 달려보고 내친김에 안동댐에서 달려보고 싶습니다.
감명깊게 봤읍니다.한 달여 전에 다녀 온 길이라 눈 앞에 파노라마 처럼 보여지는 착각에 잠시 숙연해 지곤 하네요.대단 하십니다. 우리는 가기전에 살짝 겁을 먹었을뿐 결국엔 해 냈지요.자랑 스럽습니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추억을 한 군데에 모아 봤읍니다.http://blog.daum.net/kh10929
젊은 사람도 쉽지않은 코스와 거리를,그것도 이틀간이나-----
밟고 사진찍고 기록*기억하시는 1인3역을 거뜬히 해내셨군요
용기와 노고에 큰 박수를 성취와 젊음인증샷에 더 큰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무리한 스케쥴이었지만 보람도 느꼈습니다
우리는 아직 청춘?
다음 기회엔 함께 달려보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