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을 바꾸는 세 가지 액체
어른들 말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라는 이야기가 있고 ‘돼지 목에 진주처럼’ 값진 걸 알려줘도 못 알아듣고 넘기는 경우도 있다는데 모든 건 자기 그릇 만큼이니 조용헌 선생이 내게 심오한 진리를 던져줘도 내가 엉뚱깽뚱 넘겨버리면 그만이고 스치듯 알려줘도 아하, 하고는 무릎을 칠 수도 있으니 이 말을 달리하면 이 글을 읽는 그대 또한 찰떡을 먹든 진주를 버리든 그대의 몫이라는 말, 에둘러 걸치고 길을 나선다.
때는 2013년 단기4346 계사년에 동양철학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미 강호에서 총칼 맞고 수련해 온지 삼십년이 된 조용헌 선생, ‘나 아는 거 없어요.’ 손사래부터 친다. 그도 그럴 것이 도통 진중하기보다는 매사가 희희낙락한 내게 무슨 말을 하시겠는가! 동양철학의 근간은 번뇌를 없애는 것이라는 거대 담론을 던지려하니 나는 사주팔자 고치는 법만 물으려고 들 게 뻔 한데 그리하여 나도 매무시 고치고 한 수 듣겠다고 좌정한다.

철학이라는 말이 무언가? 인생을 사는 데 있어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근본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자신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을 규정하는 것이 철학이다. 선생은 서양철학이 필로소피아(philosophia) 즉 지적호기심에서 생겨났다면 동양의 철학은 번뇌를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또 번뇌는 무엇인가? 인간사가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괴로움인데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 때문에 기쁘다가 화가 나고 사랑하다가 슬퍼지는 희노애락의 동물이 아닌가!
이왕 말이 나왔으니 번뇌의 종류만 해도 크게는 근본번뇌와 수번뇌가 있다. 과한 욕심을 갖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인 근본 번뇌와 거기서 파생되는 분하고 억울하고 그래서 해치고 경거망동하고 하는 수번뇌, 일일이 열거하자면 팔만사천가지가 넘는 번뇌 속에 있다는데 일일이 그 번뇌를 따져 대응하면 좀 나아지려나? 그런데 그 번뇌를 끊으란다. 뭘 알아야 끊지! 그리하여 번뇌가 어디서 오는 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동양철학은 실용적인 철학이야. 서양철학이 별자리가 어떤 모양이고 그럴 때 동양철학은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해서 나로부터 그 문제가 시작 되지. 그래서 문제를 풀려고 하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사주팔자, 풍수, 한의학 이렇게 구체적으로 발전해 왔어요.”
“아, 이제 우리가 그 이야기를 하면 되겠네요.”
번뇌가 오는 경로가 생년월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사주팔자론이다. 자신이 처한 장소와 환경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풍수를 공부하고 몸이 문제를 일으키면 한의학을 파고든다.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 우리의 한의학은 단순히 병과적 치료가 아니고 그 연유를 살피는데 주력했다는 사실, 그러면 다시 사주팔자로 돌아가나?
“쌤은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는 운명이 날 때부터 결정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나는 교회를 잠시 다닌 적이 있다. 더 어릴 때는 사촌이 태고종 승려여서 절집을 자주 드나들어 불경 듣다 잠이 들기도 하고 성당에 성모마리아를 흠모하기도 하고 민족 종교인 원불교의 정신에 마음이 쏠린 적도 있고 사방팔방 휘젓다 다치니 사주팔자에 목이 메기도 한 그저 평범치 않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살아왔다.
그런 내게 운명결정론이란 얼마나 어깨가 쳐지는 말이던가! 세계화 시대에, 이 글로벌한 세상에, 뭐든 노력하면 다 움켜질 것 같은, 그러므로 환상과 실제가 구별 안 되는 이 공간을 21세기에 저벅저벅 잘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내 인생이 정해져 있다?
야멸찬 선생은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90% 자기 사주에 나와 있어요. 10%로는 그 사주를 바꿀 수 있지.”
인간의 운명을 두고 오랜 시간 인도에서는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인중유과(因中有果)와 아니다! 중간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는 인중무과(因中無果)가 한파 진검 승부를 했다고 한다. 인중유과는 원인 없는 결과가 없기에 선대에 혹은 현세에 죄를 지으면 지은 대로, 덕을 쌓으면 쌓은 대로, 운명이 결정되어 이후 자손에게 그대로 이어진다고 한다. 어떨 때는 내가 무슨 짓을 하건 현세에서는 내 운명이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잘못되면 조상탓이라고 하던가? 반면에 인중무과는 얼마든지 자신의 노력으로 팔자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이 두 론이 박 터지게 싸워서 결국 합의를 봤는데 운칠기삼(運七技三), 인생이 결정이 되어 내가 세상에 왔다는 유과론이 7, 노력이나 의지로 바꾼다는 것이 3, 그게 보통의 정설인데 야멸차게도 운구기일(運九技一)이라? 결정이 9이고 노력이 1이라고 한다.
참, 야박도 하시지. 그나마라도 용을 써보기 위해 또 묻는다.
“10% 방법을 알려주세요.”
“일단 베이스가 있지. 운명을 왜 바꾸겠어. 힘드니까 바꾸지. 편안히 살면 공부 안 돼. 번뇌를 겪어야 인생을 바꿀 방법도 알게 되는 거야. 근데 그 방법은 세 가지 액체와 비례해. 그액체가 무엇이냐? 피, 땀, 눈물. 이중에 하나는 허벌나게 흘려야 해. 그러면 살아갈 방법을 알게 되지.”
우리나라 내노라 하는 유명한 재벌들이 폐암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들은 폐암이라면 가장 먼저 담배를 많이 펴서 그런다, 유전적으로 그런다, 뭐 별별 원인을 다 말하는데 SK의 최종현 회장은 담배를 피지 않았음에도 폐암으로 사망했다.
“슬프면 폐가 상해. 회장들은 배신을 많이 당하지. 등에 칼 꽂는 놈들이 한둘이 아냐. 늘 긴장하고 외롭지. 슬프면 폐가 찌그러드는 거거든.”
돈만 많으면 무슨 걱정이 있겠나, 싶지만 세상사 한 가지가 차면 한 가지가 모자라는 법, 다 가진 듯한 이를 보면서 위로 할 수 있는 건 저이도 나보다 못한 건 한 가지 있겠지, 하는 위로인데 그것이 사실인 법이다.
그러니 세상사 복잡하고 어지러운 일상을 푸는 실타래를 어디 한번 알아가 보자. 이 글을 쓰는 것도 이 글을 읽는 것도 인연이니 방법이라도 쉽게 엑기스로 가보려고 종횡무진 조용헌 선생에게서 비법을 엿보려 한다.
‘무릇 도사는 천기를 말할 때 흘리는 법이지. 자네 이것 보게. 잘 들어.’ 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니 받아먹는 사람 탓이지 말하는 사람 탓이 아니라는 걸 한 번 더 짚어두고 사설 한 자락 내 식대로 받아 적는다. 어디 슬슬 시작해 볼까!

사설 조용헌
글 신희지
사진 신희지 박태진
차와문화 2013년 1-2월호
첫댓글 우리는 괴테.헤셀.쇼펜하우에르......서양 철학은 고상하고 우와하다 하면서 종종 동양철학을 경시할때가 있죠.토정 이지함.장자.노자.기라성 같은 동양사상가들 ....
사실 철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려버서.....
피와 땀, 그리고 눈물~~
이 셋 중에 전 무얼 철~철 ~ 흘려야 하는지 잠시 고민해봅니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고 깊고 넓고 난해하고 치열한 동양철학!
동,서양 철학을 막론하고 개똥철학까지 인류가 사고를 시작한 이래로
헤아릴 수없이 많은 강호의 재가백가들이 인생문제의 근원을 쫓아 부침을 거듭하며
정립해 온 지금의 철학 사상체계들....
그러나 지금, 인생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얼마나 평화로운가? 무엇이 해결되었는가?
개개인의 까르마 문제가 근본이지만 널리 사람들에게 적용되기 힘든 철학이론들은
몇몇 지식인들의 지적유희에 불과하다는게 지금의 내 생각이네.
어쨌든 재미있겠구먼. 동양철학의 세계로 고~고!
우와~~~산자야누나 글 짱이예요.
재밌습니다.
피..땀...눈물...?
지구인님 저도 공감백배이요~~
굠처장님! 책을 찾아 펼치지 않아도 이리 편히 앉아 글을 볼 수 있으니 제겐 딱입니다.고맙네요~~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드는 것은요.
제가 학교다닐 때동양철학에 심취했었때가 있었거든요. 장자의 겉 멋에 취하던때...ㅋㅋㅋ
그때는요. 암것도 모르고 설쳤다는 생각을 참 많이해요. 하여 동양철학을 언젠가는 깊이 좀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ㅋㅋㅋ
암튼 이런 것들이 인연인갑다.. 그런 기쁨!!!
감사합니다.
종횡무진동양철학이라
장자노자까진
못갑니다.
사주풍수 뭐 그정도 ㅋㅋ
잘 보고 갑니다...
인간은 운명대로 살아가는 존재인가? 아니면 운명을 좌지우지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인가?
내가 남자나 여자의 몸을 마음대로 정해서 살아가지 못하듯이
내가 언제 죽음을 맞게 될런지
이런 나의 운명을 모른채 나는 운명의 수레바퀴속에서 오늘도 허우적 거리며 살고 있구나..
아~~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고 말하던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말처럼
아리송송하고 알송달송한 삶의 의문이로다.
이리 편히 앉아 동양철학을 배울수있는것
또한 나의 행복입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공부 끊은지 오래됐는데...다시 열공 모드로~~~
나를 돌아봅니다....더 애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열공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를 깨우쳐주셔서
피 땀 눈물 이 중 하나는 허벌나게 흘려야...
어떻게보면 맞는거 같고 어떻게보면 아닌거 같고 ㅎㅎ
맞다틀리다 라는 생각을 갖는거 자체가 근리하지못한거죠
감사합니다~
운구기일이라... 일은 세가지와 연결된다.. 숫자들이 1, 3, 9 .. 흥미가 솟네요.
동양철학은 생소해서 참 어렵네요. ^^*
피, 땀, 눈물.. 세가지 액체.. 공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