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자신의 모습을 미워하면서 가엾어 하지만 과거와의 단절을 하려는 의지를 말한 시이다.
이 시의 제목 자화상은 ‘스스로 그린 자기의 초상화’이다. 글로 그린 자기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을 알 수 있다. 화자는 ‘가을’ ‘달이 밝’은 밤에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들여다보는 것은 우물 속이다. 우물은 우물 밖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간 것은 조용한 곳에서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서다.
화자가 바라본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평화로운 정경입니다. 그 평화로운 곳에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이 사나이는 다른 인물이 없고 우물을 들여다본 사람이 화자이기에 화자가 우물물에 비친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화자는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다. 미워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보다 ‘미워’진 것이다. 그래서 ‘우물’을 떠난다. 가던 도중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는 자기 연민이다. 연민으로 돌아왔지만 와서 ‘우물을 홀로’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연민은 사라지고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그런데 화자가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화자가 본 자신의 모습은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는 곳에 있다. ‘밤’인데도 ‘달이 밝’아 밤이라는 것을 모르고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물 속’에만 있는 것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우물 속의 세계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인 줄 알고 우물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것이다.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참된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외재적으로 보면 당시 세상은 일제강점기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자신은 시대와 상관없이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미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빼앗긴 조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생각이 없이 세상과 동떨어진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 속에’서 평화롭게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미운 것이다. 화자는 현실에 눈을 뜬 것이다. 참된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안 것이다. 시대를 인식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 것이다. 그것은 ‘우물 속’의 평화가 아니라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물이 있는 ‘논가’를 떠나가지만 아직도 ‘우물 속’의 평화만 즐기고 있는 자기 자신을 ‘가엾’게 여긴다.
자신을 가엾게 여겨 그가 변화되기를 바라면서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는 것은 화자가 참된 자아를 찾아 변하려하나 마음 속 어느 곳에는 과거의 편안한 삶을 잊지 못하고 계속 영위하려는 마음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사나이의 모습 즉 ‘우물 속’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하는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여 떠나려는 마음을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로 표현하였다. 화자는 다시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할 일을 생각하지 않고 ‘우물 속’의 평화만 즐기려하는 자신을 찾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자신이 가야할 길은 고통스러운 어려운 길이다.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힘든 길이다. 일제강점기에 고통을 당하는 민중에게 ‘시대처럼 올 아침’을 말하고 기다리는 희망을 주어야 하는 어려운 길이다. 이렇게 일제의 탄압을 받으며 어렵게 살아야 할 길을 가는 화자에게 자주 또는 가끔은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는 곳에서 세상을 모르고 살던 때의 ‘그 사나이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새로운 길 가야만 하는 길을 가지만 화자의 마음 속에는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기 전과는 달리 ‘우물 속’의 관점과 평화를 즐겼던 자신은 이제 ‘추억처럼’ 있는 것이다. 추억이란 ‘지나간 일에 대한 생각’이다. 따라서 세상에 나온 화자는, 세상이 어둠 속에 있다는 것을 안 화자는, 이 세상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찾는 화자는 때로는 과거의 평화로운 ‘우물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이 생기지만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우물 속’에서 자신만의 평화를 즐기던 과거의 자신은 이데 ‘추억’ 속의 인물일 된 것이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자신만의 평화로운 삶을 누리며 세상을 모르다가 현실의 참모습을 인식하고 우물 속의 삶이 자신이 가야할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신이 가야할 어둠을 헤쳐나갈 삶을 살아가나 아직도 마음속에는 예전의 삶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존재하고 때로는 그 때의 삶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의 삶은 추억일 뿐 되돌아가서는 안 될 삶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 시는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우물을 들여다보니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그 속에 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세상에 갖혀서 우물 밖의 세상을 모르고 자신만의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화자는 자기 자신인 이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가다가 그 사나이가 가엾어 도로 가 들여다본다. 그런데 사나이는 자기만의 세계에 그대로 있다. 그래서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간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살고 있는 우물 속의 세계, 자신만의 평화로운 세계가 그리워진다. 그러나 세상에나와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안 화자에게는 우물 속에 있는 사나이의 삶은 추억으로만 간직해야할, 돌아가서는 안될 자신의 과거의 모습이다는 내용이다.20050906화 전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