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자아는 진짜 분노해야할 일에는 분노하지 않고 조그만 일에 분노하는 옹졸한 자신을 돌아보며 자책을 하고 있는 시이다.
서정적 자아가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① 저 王宮과 王宮의 음탕에 대한 비판
②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한 언론의 자유
③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
서정적 자아는 자신이 분노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명시되면 ‘붙잡혀간 소설가’처럼 정권에 의한 탄압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유를 밝힐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정적 자아는 최소한 ① 땅주인, ② 구청직원 ③ 동회직원에게는 반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특징은 가진 자이거나 정부의 구성원으로 공통점은 사회적 강자이다. 사회적 약자라 생각하는 서정적 자아는 이들에게 반항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신의 행위를 ‘조금쯤 비겁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만만하게 보고 분노하거나 반항하는 대상은 ① 설렁탕집 주인, ② 야경꾼, ③ 이발쟁이이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이다. 그 중에서 ①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설렁탕집 주인’이다. 그가 분개하는 이유는 ‘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기 때문이다.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해서 ‘돼지같은 주인년’이라 욕을 하면서 ‘분개’하고 있다. 그는 어쩌면 정당한 ‘분개와 욕’를 ‘옹졸하’다고 생각한다. ②는 정부와 관계된 인물이지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서 사회적 약자이다. 서정적 자아가 이들을 ‘증오’하는 이유는 야경비 ‘二十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 번씩/ 찾아오’기 때문이다. ③의 이발쟁이에게 ‘반항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이 글에는 그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二十원 때문에 十원 때문에 一원 때문’에 반항하고 있다고 진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분개, 증오, 반항’하면서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지는 자신이 ‘비겁’하고 ‘우습’고 ‘옹졸’하다고 생각한다.
왜 서정적 자아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이런 ‘옹졸한’ 그의 자세를 그는 ‘유구’한 ‘전통’이라 말하고 있다. 자신의 ‘情緖’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 정보원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 개키고 있’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때 ‘정보원’인 ‘너어스들’이 그‘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포로 수용소에서 사회적 권력자인 ‘포로경찰’이 되라는 ‘정보원 너어스들’에게 ‘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을 계속함으로서 반항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설렁탕집 주인’이나 ‘야경꾼’과 ‘이발쟁이’에게 하는 행위를 ‘정보원 너어스’에게 한 반항과 ‘조금도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왕궁’과 ‘왕궁의 음탕’과 ‘땅주인’, ‘구청직원’, ‘동회직원’, ‘정보원 너어스’로 표현된 가진 자와 권력자에게 정면으로 반항하지 못하는 자신이 ‘絶頂 위에는 서있지 /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위가 ‘ 조금쯤 / 비겁한 것이라고’ 자기 반성을 한다. 그러나 ‘설렁탕집 주인’이나 ‘야경꾼’과 ‘이발쟁이’에게 하는 행위는 ‘조금쯤 / 비겁한 것이’ 아니라 아주 비겁한 것이다.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이러한 행위를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 하는 것은 시인이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 정말 얼마큼 적으냐..... ’고 질문함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이라는 과민한 반응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자부심은 자기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용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가 사회적인 강자들에 대한 반항에서 비롯됨을 말하면서 이러한 반항이라도 하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의식을 지니고 있다. 2002. 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