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돌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멀리 나와 집을 비워두었습니다. 마당엔 풀들이 허리춤까지 자랐고 벽은 부너져내려 먼지가 되었습니다. 가시나무 덩굴이 과실나무를 칭칭감고 올라가 열매를 맺지 못한 지 여러 해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세상살이에 신경쓰다가, 남들의 눈치만 보다가, 겉모양에만 신경을 쓰다가, 내 몸이 무너져 내리는지도 모르고, 폐허가 되는지도 모르고, 모래먼지 풀풀날리는 사막이 되는지 몰랐습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을른지도 모릅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혹여 내가 없어도 누군가가 돌봐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시절,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온기가 없는 집에 불을 때고, 마당에 풀을 베고, 가시나무 덩굴을 잘라냈습니다. 흙벽을 다시 쌓기 위해 흙을 주룰러 틈을 메웁니다. 돌보지 않는 집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지 몰랐습니다. 한 순간에 와르르 가라앉을 줄 몰랐습니다. 집이 무너지고서야 나 아니면 내 집을 돌볼 수 없음을, 나 아니면 가족도 볼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바위에 걸터앉아 햇빛을 쬡니다.
나, 너무 나를 돌보지 않았고, 나, 나를 깊이 들여다 보지 않았습니다. 타인에 대한 허영이 집을 오래토록 방치하게 했습니다. 그리하여 여기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려합니다. 지붕을 다시 씌우고, 허물이진 벽체를 다시 세우고, 마루의 벌어진 틈새들을 다독거리며 하루를 보냅니다.
허름하지만 내 집으로 다시 돌아와 다행입니다. 늦기 전에 돌아와줘서, 나는 나에게 고맙습니다.
나는 나에게 고맙습니다.
첫댓글 하~ 정말 조타~ 나도 나를 돌아봐야게따~ /물푸레님 몸 잘살펴주시길~
나 나에게 고맙습니다. 나도 내가 기특합니다. 나 물푸레님께 고맙습니다. 돌아와줘서 고맙습니다. ^^
이웃들께도 고맙습니다. 이웃이 되어 줘서^^
이웃인 모두에게 항상 고맙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
나는 나에게 고맙습니다.... 잠깐 눈물 날뻔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