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 정신을 삼척에서 실천하고 싶다
홍 성 래
생명의 기본이 되는 물과 공기의 고마움을 자주 잊는 것처럼 한글의 고마움도 잊고 지내기 쉽다. 오는 10월 9일이면 572돌을 맞는 한글날을 생각하면서 세종대왕상을 또 떠올려본다.
모든 국가가 말과 글을 쓰지만 민족 고유의 문자를 가진 나라는 10여개국에 불과한데 그중 한글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다. 1446년에 반포된 훈민정음은 1910년대 초 한글학자인 주시경에 의해 ‘한민족의 글’ 또는 ‘큰 글’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인 ‘한글’로 불리게 되었다. 1926년에 제정된 ‘가갸날’이 1928년에 한글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대하소설 ‘대지’를 집필한 펄벅은 ‘한글이 가장 단순하며, 가장 훌륭한 글자다. 세종대왕은 한국의 레오나르도다’라고 찬미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 맥콜리 교수는 한글날에는 휴가를 내고 언어학자와 제자와 친지를 초청하여 한국 음식으로 접대하며 한글날을 기념한다. 하버드대 역사가인 라이샤워 교수는 ‘한글이 가장 우수한 표기체계’라고 하였으며, 저명한 언어학자인 영국의 샘슨 교수는 ‘한글은 발성기관의 소리내는 모양을 따라서 과학적으로 만들고 문자가 소리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극찬하였다.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이 이를 웅변적으로 입증한다.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은 대한민국 정부(대한민국 외교부) 에 의해 창설된 상으로 1989년에 제정돼 1990년부터 시상해오고 있다. 문해, 특히 개발도상국 모어(母語) 발전·보급에 크게 기여한 개인/단체/기구 2명(곳)에게 매년(9월 8일 문해의 날) 시상하고 있다. 시상식은 매년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에 열린다.(위키백과)
이처럼 유네스코에서 공식 인정하는 한글을 오늘도 사용하면서 다시 한 번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여 본다.
첫째는, 공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훈민정음(訓民正音) 서문에 나타난 최고의 애민정신을 배운다. 말하고자 함이 있어도 글을 몰라 제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을 위하여 새로 글자를 만든 세종대왕의 그 정신을 본받아 말하고자 함이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하여 새로운 방법을 찾아 생명을 존중하고 활짝 꽃피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삼척교육문화관은 강원도교육감으로부터 평생학습기관으로 지정을 받아 기존에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을 하고 있었지만 지난 해 도내에서 최초로 중등학력인정 문해교육기관으로 인정을 받아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학업의 기회를 상실한 분들이 지금 즐겁게 문해교육을 받아 글 눈을 뜨시는 것을 보면 이 과정을 유치한 관장으로서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지난 9월 18일 춘천에서 개최된 문해교육 큰잔치 “청춘만개”에서 이 어른들이 출연하여 최우수상을 받아 또 한 번 기쁨을 공유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둘째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을 만든 정신을 배워 삼척교육문화관을 최고의 기관으로 만들고자 한다. 2017년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진행한 인문독서아카데미 프로그램은 “책을 본(Born)다. 다시 태어난다”는 주제로 하여 대상의 영예를 안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우수사례를 20분간 발표하는 영광도 가졌다. 대상의 영예와 함께 주어진 최우수기관의 명패는 지금도 우리 문화관 출입문 옆 벽에 아주 단단히 고정을 시켜놓아 드나들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2017년에 다양한 공모사업에 응모하여 1억6천만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하였으며, 대표적으로 웹툰창작체험관 조성사업은 우수수행기관으로 상패를 받았고,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장을 받았고, 도서관 상주작가 공모사업에도 선정되었던 점 등 여러 면에서 열심히 일을 한 결과로 보람과 성과도 최고의 기쁨으로 보상을 받았다.
이제 내년이면 40년이 넘는 공직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다시 삼척교육문화관장으로 돌아왔으니 마지막 불꽃을 여기서 태우고 지역의 주민들과 우리 교육문화관의 이용자들과 공직의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최고였다는 말을 들으면서 필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 온 공직을 마감하고 싶다.
어떤 이들은 말년에 기관장이 되었으니 설렁설렁 보내라거나 편할 거라는 말을 하지만 공직의 마무리를 그렇게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퇴직 이후의 삶도 고려하여 개인적인 준비를 하여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고유의 공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도 가방을 메고 즐겁게 삼척교육문화관을 찾아와 문해교육을 받는 어르신들과 다양한 강좌를 이용하는 수강생, 그분들을 위하여 강의를 하여주시는 강사님들, 소외되고 멀리 있는 분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여주시는 재능기부봉사단원님들, 여기서 책을 보고 토론하며 꿈을 키우는 학생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이용자들을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는 직원들, 이런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공직의 남은 시간들을 아낌없이 바치고 싶다.
모든 것을 다 태우듯 열심히 한 후에라야 공직의 옷을 훌훌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고, 떠난 후에 다시 삼척에 와서 어떤 분들을 조우하여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