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1권
1. 보살수기품(菩薩授記品)
6) 파지가(婆持加)가 병에 시달린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저 성에 파지가(婆持加)라는 어떤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성품이 매우 포악하고 성내거나 미워하기를 좋아해서 한 사람도 그와 친한 이가 없었다. 그러나 외도의 여섯 스승에겐 신심과 공경심이 많았다.
그 뒤 병을 얻어 앓고 있었는데, 어느 누구도 음식과 약품을 주지 않아 생명이 거의 남지 않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 고통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다. 누가 내 목숨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내가 마땅히 목숨이 다할 때까지 받들어 섬기리니, 오직 불 세존만이 내 생명을 구할 수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곧 부처님이 계신 곳에 가서 은근하고 정중한 마음을 내어 뵈옵기를 갈망하였다.
그때 세존께선 대비하신 마음으로 밤낮없이 중생들을 관찰하되,
‘그 누가 고뇌를 받는가? 내가 거기에 가서 구제하여 부드러운 설법으로 그들의 마음을 다 즐겁게 하리라. 혹시 나쁜 갈래에 떨어지는 자가 있을 때엔 갖가지 방편으로 구제하여 인간과 천상에 편안히 있게 하여 다 도과(道果)를 얻게 하리라’ 하셨다.
때마침 여래께서 중생들을 관찰하시다가 저 장자가 병에 시달리어 초췌하기 짝이 없으나 돌보아 주는 이가 없는 것을 보시고는, 곧 광명을 놓으시어 저 병자에게 비춤으로써 그 몸을 시원하게 하고 마음을 깨우치게 하셨다.
그러자 저 장자가 스스로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온몸을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귀명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저 파지가 장자의 선근이 이미 성숙되어 교화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고서, 곧 장자의 집으로 찾아가셨다. 이에 장자는 깜짝 놀라 일어나서 합장하고 받들어 맞이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자리를 깔고 앉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파지가에게 물으셨다.
“지금 그대의 병 증세 가운데 어느 부분이 가장 아픈가?”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몸과 마음이 다 고통스럽습니다.”
부처님께서 스스로 염언(念言)하셨다.
‘나는 오랜 겁(劫)에 걸쳐 자비를 닦으며 중생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고통스러운 것을 치료하기를 서원하였다.’
이때에 제석천(帝釋天)이 부처님께서 염원하시는 뜻을 알고서 곧 향산(香山)에 이르러 백유(白乳)라는 약초를 캐 와서 세존께 바치었다. 세존께서 이 약초를 얻어 곧 파지가 장자에게 복용하게 하시었다. 그 약을 복용하자 병이 이미 완쾌되어 몸과 마음이 쾌락하였다.
이에 파지가 장자는 더욱 부처님께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곧 갖가지 맛있는 음식으로써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비구 스님들에게 공양하고, 한편 또 미묘한 의복과 가치가 백천 냥 되는 금을 받들어 보시하면서 큰 서원을 내었다.
‘원하옵건대 이 공양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지금 세존께서 제 몸과 마음의 일체 병을 다 치료하여 쾌락을 얻게 하신 것처럼, 저도 미래세에 가서 온 중생들의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해 다 쾌히 안락을 얻을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러한 큰 서원을 세우자,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곧 그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의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저 파지가 장자가 자신의 병이 회복되자 나와 비구승들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그는 미래세에 성불하여 석가모니라는 명호를 얻어 널리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