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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비담심론 제2권
3. 행품(行品)[2], 인(因)
[제행이 인(因)으로부터 일어나는 인(因)]
이제 제행이 인(因)으로부터 일어나는 그 인(因)에 대해 설명하겠다.
소작(所作)과 공(共)과 자분(自分)과
일체(一切)와 상응(相應)과 보(報)
이 여섯 종류의 인을 따라서
유위법(有爲法)이 굴러 생겨난다.
말하자면 소작인(所作因)과 공유인(共有因)과 자분인(自分因)과 일체변인(一切遍因)과 상응인(相應因)과 보인(報因)이 있으니, 이 여섯 가지 인에 일체의 인이 포섭되며, 이 여섯 가지 인이 일체의 유위행(有爲行)을 낳는 것이다.
이것으로 인의 이름을 설명하였으니,
[인의 상]
이제 그 낱낱의 상(相)을 설명하겠다.
[소작인]
서로 닮거나 서로 닮지 않은 것
각기 그 자성을 제외하고
일체는 곧 작인(作因)이니
생겨날 때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닮거나 서로 닮지 않은 것/각기 그 자성을 제외하고/일체는 곧 작인이니’라고 한 것은, 가령 서로 닮은 법이나 서로 닮지 않은 법이 그 자성을 제외하고는 전전하면서 원인이 되는 것이 소작인66)임을 말한다. 그것은 왜냐하면 생겨날 때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법이 생길 때 그 자성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성품은 스스로 각기 다른 몫[分]으로 머물러 평등하게 장애하지 않음을 일으킨다. [예를 들면] 땅에 인하는 까닭에 청정하거나 부정한 업을 짓게 되고, 허공에 인하는 까닭에 오고 갈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가령 안식이 생길 때 다른 열일곱 계가 이것을 가로막지 아니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이와 같은 일체계를 낳게 되는 것이다.
【문】무슨 까닭으로 자성은 자성에 대해서 소작인이 되지 못하는 것인가?
【답】자성은 그 스스로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며 또한 그 스스로에 의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성은 자성에서 길러지거나 줄어들지도 않으며, [다른 것을] 받아들이거나 해치거나 유지하지도 않고, 허물거나 불어나거나 줄어들지도 않으며, 이루거나 부수지 않는다.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소작인이라고는 해도 자성은 자성에 있어서 부장애(不障碍)가 없기에67) 소작인(所作因)이라고 세우지 않는 것이다.68)
【문】만약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소작인이라고 한다면, 무슨 이유로 일체법이 일시에 생겨나지 않고 일시에 소멸되지도 않는가?
[또한] 생겨날 때 소멸하지도 않고 소멸할 때 생겨나지도 않는가?
【답】화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소작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화합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또한 일체법은 일시에 화합해서 생기거나 화합해서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한 번의 화합으로 두 가지 결과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문】만약 이와 같다면 어떤 한 사람의 살생하는 중생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중생들이 그것을 막지 않은 것인데, 왜 살생한 중생은 유죄이고 다른 중생은 죄가 아니라고 하는가?
【답】악한 마음의 몫이 없고 또 업을 짓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다.69) 도둑질 등도 역시 이와 같다.
【문】만약 외부의 물건이 일체 중생들의 증상(增上)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면, 왜 주어지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이 일체 중생에 대해서 도둑질의 죄가 되지 않는가?70)
【답】[물건을] 받을 몫이 없기 때문이며, 사람의 공과(功果)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일체 중생이 모두 그 물건에 대해 받을 몫이 있고 사람의 공과가 있다면, 그것을 취한 사람은 그들에게는 도둑질의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71)
또한 하나의 물건이라도 중생이 다 받을 수 있거나 또는 남의 공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 종류의 증상(增上)72)이 있으니, 곧 자기증상[自增上]과 법의 증상[法增上]과 세간의 증상[世增上]이 그것이다. 자기증상이란, 그에게 번뇌의 경계가 눈앞에 나타날 때 능히 스스로를 수호하여 죄업(罪業)을 짓지 않아 스스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법의 증상이란, 가령 많은 법을 들은 사람이 그에게 번뇌의 경계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죄를 짓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세간의 증상이란, 가령 어떤 명성 있는 대덕이 그에게 번뇌를 일으킬 경계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세간을 수호하기 위해서 죄를 짓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상으로 소작인에 대해 설명했으니,
[공유인(共有因)]
이제 공유인(共有因)73)에 관하여 설명하겠다.
일시에 일어난 성품에도 그 의지처가 있고
또한 의지처가 없다고도 말한다.
이것이 공유인임을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전전하면서 인과가 되느니라.
‘일시에 일어난 성품에도 그 의지처가 있고/ 또한 의지처가 없다고도 말한다./ 이것이 공유인임을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라고 한 것은, 일시에 일어난 마음ㆍ마음의 법ㆍ마음을 따라 전개하는 심불상응행ㆍ선정과 함께 일어나는 계율[定共戒]ㆍ도와 함께 일어나는 계율[道共戒]74) 및 함께 생기는 4대(大)75) 등 이 모든 법들이 공유인(共有因)임을 말한다.
‘전전하면서 인과가 되느니라’는 가령 일시에 일어나 전전해서 과보를 이룬다면 이것은 공유인임을 말한다. 11입(入)은 비록 일시에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전해서 과보가 되지는 않는다. 자분인(自分因)은 때를 달리하면서 하나의 결과를 공유하며, 공유인은 여러 행이 전전하는 힘에 의해 일시에 생겨난다. 즉 마음은 심법과 마음을 따라 전개하는 심불상응행 및 마음을 따라 전개하는 색에 있어서 [공유인이다]. 이것들은 또한 마음에 있어서, 눈은 생(生) 등에 있어서, 생 등은 눈에 있어서 [공유인이며] 나아가 4대종은 전전하여 공유인인 것이다.76) 대상이 있는[有對] 조색(造色)은 전전하는 과보가 아닌 까닭에 공유인(共有因)이 아니다.
【문】따라 전개하는 것[隨轉]77)에는 어떤 뜻이 있는가?
【답】가령 어떤 마음이 있으면 그에 해당하는 법이 존재한다. 즉 낮은 마음에는 낮은 법, 중간 마음에는 중간의 법, 높은 마음에는 높은 법이 존재한다. 비유하자면, 여기에는 열 가지의 따라 전개하는 것이 있다. 이른바 같이 일어나는 것[一起], 같이 머무는 것[一住], 같이 소멸하는 것[一滅], 같은 결과인 것[一果], 같은 의지처인 것[一依], 같은 과보인 것[一報] 및 선이라면 곧 선한 것, 불선이라면 곧 불선인 것, 무기라면 곧 무기인 것, 그리고 한 세상에 떨어져 태어나는 것 등이다.
이미 열 종류의, 따라 전개하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 가운데 유루(有漏)의 단결도(斷結道)에는 여덟 종류의 따라 전개하는 것이 있으니, [위의 열 가지 가운데] 불선(不善)과 무기(無記)를 제외한 것이 그것이다.
세속의 방편도78)와 해탈도79)와 승진도80)와 나머지 선한 유루심(有漏心)에는 일곱 종류의, 따라 전개하는 것이 있다. 곧 [열 가지 가운데] 불선ㆍ무기 및 해탈과81)를 제한 것이 그것이다.
무루(無漏)의 단결도에는 일곱 종류의, 따라 전개하는 것이 있다. 곧 [열 가지 가운데] 불선과 무기 및 과보를 제한 것이 그것이다.
무루의 방편도와 해탈도와 승진도에는 여섯 종류의 따라 전개하는 것이 있다. 곧 [열 가지 가운데] 불선ㆍ무기ㆍ해탈과 및 과보를 제한 것이 그것이다.
불선한 마음[不善心]에는 일곱 종류의 따라 전개하는 것이 있다. 곧 [열 가지 가운데] 선ㆍ무기 및 해탈과를 제한 것이 그것이다.
무기의 마음[無記心]에는 여섯 종류의 따라 전개하는 것이 있다. 곧 [열 가지 가운데] 선ㆍ불선ㆍ해탈과 과보를 제한 것이 그것이다.
공유하면서 역시 공유인인 것이 있고 공유하지만 공유인이 아닌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눈의 경우 여덟 가지 법에 있어서 공유하면서 역시 공유인이다. 즉 네 가지 상82)과 네 가지 수상83)이 그것이다. 이 경우 상(相)은 눈에 있어서는 공유이면서 공유인이 된다. 그러나 수상은 눈에 있어서는 공유이지만 공유인은 아니다.
[생ㆍ주ㆍ이ㆍ멸의 측면에서 설명한다면] 생(生)은 여덟 가지 법에 있어서 공유이면서 공유인이다. 즉 생의 자성을 제외한 눈과 나머지 상(相)과 수상(隨相) 이다. 다섯 가지 법84)은 생에 있어서 공유이면서 역시 공유인이다. 그러나 나머지 수상은 공유이지만 공유인은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상과 수상 역시 그러하며, 내지 촉입에 이르기까지도 또한 그러하다.
의입(意入)은 쉰여덟 가지 [법]에 있어서 공유하면서 공유인이다. 곧 ‘열 가지 대지와 40가지 대지의 상(相)과 의’85)입(意入)의 상과 수상 등의 여덟 법이다. 나머지에 있어서는 공유이지만 공유인은 아니다. 그리고 쉰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의입에 있어서 공유이면서 역시 공유인으로, 네 가지 수상은 제외한다.
또한 말하기를, 열네 가지 법은 의입에 있어서 공유이면서 공유인이다. 즉 열 가지 대지와 네 가지 마음의 상이 그것이다. 나머지 여든네 가지 법은 공유이지만 공유인이 아니다. 대지도 역시 이와 같이 설명된다. 또 쉰네 가지 법은 마음에 있어서 공유이면서 공유인으로, 마음의 수상은 제외한다.
이것은 훌륭한 설명이니, 만약 이와 다르다면 그것은 『중사분아비담(衆事分阿毘曇)』86)’의 설명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신견(身見) 등의 법의 생ㆍ주ㆍ이ㆍ멸을 제외하면 그 밖의 나머지는 오염된 고제(苦諦)에 속한다. 이와 같이 해서 일체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미 공유인을 설명하였으니,
[자분인(自分因)]
이제 자분인(自分因)을 설명하겠다.
전생은 후생을 주는 것[與]이며
미생(未生)에 대해서도 또한 그렇게 말한다.
자기 경지[自地]의 서로 닮음이 인(因)이며
혹은 다른 경지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전생은 후생을 주는 것이’라고 한 것은, 과거의 전생은 과거의 후생 및 현재의 자분인(自分因)87)임을 말한 것이다.
【문】이미 생긴 것을 이미 생긴 인이라고 하는가? 다시 아직 생겨나지 않은 인이라고 하는가?
【답】미생에 대해서도 또한 그렇게 말한다. 여기서 미생이란 미래를 말한다. 이와 같이 전생은 후생의 인이 되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는 미래에 있어 자분인이 되어도 미래는 미래에 있어서 자분인이 되는 일이 없다고 알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미래에는] 앞뒤가 없기 때문이다.
【문】일체의 전생이 후생과 미생에 있어서 자분인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
【답】자기 경지가 된다. 이른바 욕계는 욕계의 인(因)이지 다른 경지의 인은 아니다. 내지 비상비비상(非想非非想)은 비상비비상의 경지의 인이지 다른 경지의 인이 아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인과가 단절된 경지이기 때문이다.
【문】일체의 자기 경지(自地)는 일체의 자기 경지의 인이 되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가?
【답】서로 닮은 것이 자분인이다. 자기 경지이면서 역시 서로 닮은 것이 자분인이지 닮지 않은 것은 [자분인이] 아니다. 가령 선(善)은 선의 인이고, 오염된 것은 오염된 것의 인이며 무기(無記)는 무기의 인인 것과 같다. 서로 닮은 것에는 서로 닮은 법이 상속하기 때문이다. 즉 선을 익히면 선을 낳고 불선을 익히면 불선을 낳으며, 공교(工巧)를 익히면 공교를 낳고 위의(威儀)를 익히면 위의를 낳는 것이다.
이것은 내분(內分)에 대한 설명인데, 외분(外分)88)이 종류에 따라 생함도 역시 그와 같다.
【문】오로지 자기 경지만의 자분인인가? 다시 다른 경지에도 해당되는가?
【답】혹은 다른 경지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이 경우 다른 경지란 마땅히 분별하여야 한다. 가령 무루법은 아홉 경지89)가 모두 전전하면서 인이 된다. 애착을 벗어났기 때문이며, 어떤 계에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래의 것은 수승한 것을 위해 인이 되어도 수승한 것은 아래의 것의 인이 되지 않는다.
유루(有漏)는 갈애에 속박 당하고 또 계에 떨어지기 때문에 오직 자기 경지만이 있다.
이미 여러 가지 자분인을 설명하였다.
[선한 법이라고 해서 모든 선한 법의 인이 아님]
이제 선한 법이라고 해서 모든 선한 법의 인이 아님을 설명하겠다.
오염된 것에 아홉 종류가 있으니
전전하며 서로 인이 된다.
말하자면 수생(受生)으로 얻는 것이니
방편생(方便生)은 낮은 것이 아니다.
‘오염90)된 것에 아홉 종류가 있으니’라고 한 것은, 이 오염된 [인연]이 아홉 종류임을 말한다. 곧 하지하(下之下)에서 상지상(上之上)에 이르기까지이다.
‘전전하며 서로 인이 된다’란, 전전하면서 서로 이어져 현재 눈앞에 있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이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날 때는 일체를 문득 얻게 되기 때문이다.
【문】오염된 아홉 종류가 전전하면서 서로 인이 된다면 다른 것은 또 어떻게 되는가?
【답】수생(受生)으로 얻는 것이니, 만약 수생으로 얻는 것이 선하다면 그것도 역시 아홉 종류로 전전하면서 서로 인이 된다.
【문】방편생은 또 어떤 것인가?
【답】방편생91)은 낮은 것이 아니다. 방편생은 이른바 듣고 생각하고 닦음으로써 생긴 것이라면, 그것은 대등한 것이나 더 나은[增上] 것에는 인이 되지만 낮은 것에는 인이 되지 않는다. 즉 낮은 것들(下下)은 낮은 것들의 인 내지 높은 것들(上上)의 인이 되기는 해도, 높은 것들은 오직 높은 것들의 인일 뿐 낮은 것들의 인이 되지는 않는다. 또한 듣는 것은 들음의 인ㆍ생각의 인ㆍ닦음의 인이지만, 생각은 생각의 인 및 닦음의 인이어도 들음의 인은 아니다. 낮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닦음은 오직 닦음의 인이지 다른 [인]은 아니다. 낮은 것이기 때문이다.
닦아서 얻은 지혜[修慧]에는 네 종류가 있으니, 즉 난법(煖法)ㆍ정법(頂法)ㆍ인법(忍法)ㆍ세간제일법(世間第一法)92)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난법은 네 종류의 인이 되며, 정법은 세 종류의 [인이 되고] 인법은 두 종류의 [인이 된다.] 하지만 세간제일법은 오직 세간제일법의 인이지 다른 것의 [인은] 아니다.
이것은 선한 유루법을 말한 것이다.
불은몰무기에는 네 종류가 있으니, 보생(報生)과 위의(威儀)와 공교(工巧)와 변화심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보생은 네 종류의 인이 되고, 위의는 세 종류의 [인이 되며] 공교는 두 종류의 [인이 되나], 변화심은 오직 변화심의 인일 뿐이다. 이것은 유루(有漏)를 말한 것이다.
무루법의 경우, 고법인(苦法忍)은 고법인의 인 내지 무생지(無生智)의 인이어도 무생지는 오직 무생지의 인일뿐 다른 것에는 인이 되지 않는다.
이미 자분인(自分因)을 설명하였으니,
[인의 수과(受果)와 여과(與果)]
이제 이 인의 수과(受果)와 여과(與果)93)를 설명하겠다.
선(善) 등의 자분인은
수과이지 여과는 아니다.
혹은 여과이지 수과가 아니며
혹은 [둘을] 함께 지니기도 하고 지니지 않기도 한다고 말한다.
선한 자분인 중 수과이지 여과가 아닌 것이 있으니, 마땅히 네 구(句)로 구분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수과이지 여과가 아닌 경우란, 즉 선근(善根)이 끊어질 때 최후로 [버려지는 선한] 얻음[善得]이다. 혹은 여과이지만 수과가 아닌 경우란, 즉 선근이 이어져 생겨날 때 최초로 생기는 얻음이다. 혹은 [여과와 수과가] 함께 하는 경우란, 끊어지지 아니한 선근이 다른 자성에 머무는 경우이다. 혹은 두 가지가 모두 아닌 경우란, 앞의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를 말한다.
또한 오염된 것은 수과이지만 여과가 아닌 경우는 곧 마땅히 아라한(阿羅漢)의 과를 얻게 되었을 때 얻은 오염을 최후로 버리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여과이지만 수과가 아닌 경우는 곧 아라한의 과에서 물러설 때 최초로 얻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가지를 함께 얻는 경우는, 애욕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채 다른 자성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가지가 모두 아닌 경우란, 앞에서 말한 일을 제외한 나머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미 무연(無緣)에 대해 설명하였다.
유연(有緣)의 법 중에서는 수과이지만 여과가 아닌 경우는 선심의 다음 차례에 오염되거나 무기(無記)의 마음이 눈앞에 나타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여과이지만 수과가 아닌 것은 오염된 마음과 무기의 마음의 다음 차례에 선한 마음이 눈앞에 나타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두 가지를 함께 하는 경우란, 선한 마음의 다음 차례에 선한 마음이 눈 앞에 나타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가지가 모두 아닌 경우는 위에서 말한 일들을 제외한 나머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오염된 마음이나 무기의 마음도 역시 이와 같이 설명된다.
이미 자분인(自分因)의 설명을 마쳤으니,
[일체변인(一切遍因)]
지금부터는 일체변인(一切遍因)94)을 설명하겠다.
고제(苦諦)와 집제이면서 자기 경지[自地]에서의
의심과 편견과 무명을
일체변인이라고 설하나니
모든 번뇌 이전에 일어난 것이다.
‘고제와 집제는 자기 경지[自地]에서의 의심과 편견과 무명을 일체변인이라고 설하나니’라고 했는데, 이것은 경계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결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두 종류의 [번뇌가] 시킨 일이기 때문에, 일체의 번뇌는 고제와 집제에 포섭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고제와 집제를 보고 끊게 되는 번뇌의 종류로서 편견과 의심 그리고 그것과 상응하는 무명 및 불공무명(不共無明)이 있는데, 이 모든 번뇌는 부지런히 방편을 닦지 않으면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기 때문에, 또한 번뇌로 두루차기 때문에 이것을 일체변인(一切遍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인연은] 끊는 지혜[斷智]로 분별하게 되고 계로 분별하게 되는 까닭에 자기 경지[自地]에 속하는 것이지 다른 경지[他地]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문】무엇이 변인이 되며, 어떤 부분이 변인이 되는가?
【답】모든 번뇌에 앞서서 일어나는 것이다. 즉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일체변인이면서 현재는 미래의 일체변인이 된다. 모든 번뇌심은 상속하여 생한다. [예를 들면] 아견(我見)은 편견의 힘으로 인해 살피고 헤아리고 집착함으로써 늘 살피고 진리의 모습[眞諦相]과 받아들이는 최고의 경지[受第一]와 청정한 경지를 비방하고 진리에 대해서 의심하니,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과 오만심 등의 모든 허물이 차별하여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이 모든 일체변인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일체변인은 「사품(使品)」에서 설명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일체변인을 설하였으니,
[상응인(相應因)]
이제 상응인(相應因)에 관해서 설명하겠다.
동일한 행법이고
하나의 의지처와 하나의 시간과
또한 하나의 경계에서 전개되니
이것을 상응인이라고 한다.
혹은 행상95) 혹은 의지처 혹은 시간 혹은 경계96)에서 마음이 전개하면 그 행상과 그 의지처와 그 시간과 그 경계에서 수(受) 등의 심법이 전개되는 것이다. 만약 그 심법이 전개된다면 곧 그 마음도 전개된다.
성품이 약하고 뒤지기 때문에 전전력에 의해 생겨나니,
마치 갈대를 다발로 묶은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마음은 마음의 법에 있어서 상응인이며, 또한 마음의 법은 마음의 법과 마음에 있어서 [상응]인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마음에 있어 [상응]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세 가지 일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 즉 한 찰나에 두 마음이 함께 생기는 일은 없으며, 앞서 생긴 마음이 뒤에 생기는 마음을 기다리지 않으며, 일체법의 자성(自性)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색과 심불상응행에는 상응인이 없다. 무연(無緣)이기 때문이다.
이미 상응인을 설명하였으니,
[보인(報因)]
이제 보인(報因)97)에 관해서 설명하겠다.
불선과 선의 유루(有漏)는
3세(世)에 포섭되나니
그것은 과보를 지니는 까닭에
보인(報因)이라 부른다.
가령 선한 유루(有漏)및 불선의 유루란 3세(世)의 행(行)에 떨어져 생사의 윤회 가운데서 태어나고 또 태어나는 일이 이어지면서 과보를 낳는다. 즉 선(善)에는 사랑할 만한 과보가 있고 불선(不善)에는 사랑 받지 못할 과보가 있는 것이다.
어떤 업(業)은 일입(一入)의 과보를 낳으니, 즉 명근(命根)이 그것이다.
만약 여기서 의입을 얻을 경우에는 두 입(入)이 있으니 의입(意入)과 법입(法入)이 그것이다.
촉입(觸入)도 또한 이와 같다.
만약 신입(身入)을 얻게 되면 세 가지 입(入)이 되나니, 즉 신입과 촉입과 법입이 그것이다.
색ㆍ향ㆍ미입 또한 이와 같다.
만약 안입(眼入)을 얻게 되면 네 가지 입이 되니, 즉 안입ㆍ신입ㆍ촉입ㆍ법입이 그것이다. 이ㆍ비ㆍ설입 또한 이와 같다.
어떤 업은 다섯ㆍ여섯ㆍ일곱ㆍ여덟ㆍ아홉ㆍ열ㆍ열한 가지 입(入)의 과보가 있다. 업이 갖가지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보도 갖가지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외종(外種)이 갖가지라면 그 과보 또한 갖가지임과도 같다. [예를 들면] 벼ㆍ감자ㆍ포도 등이 [종자의 종류에 따라 수확을 달리 얻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러나 갖가지로 다르지 않은 것도 있으니, 예를 들면 밀ㆍ보리 등과 같은 것이다. 내부의 연이 일어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음을 알아야 한다.
1세(一世)의 업으로 3세의 과보를 받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3세의 업으로 1세의 업보를 받는 일은 없다. 과보는 인으로부터 감소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하여 한 찰나의 업으로 많은 찰나의 과보를 받는 경우는 있어도 많은 찰나의 업으로 한 찰나의 과보를 받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욕계에서는 한 음(陰)의 보인(報因)으로 한 가지 과보를 얻으니, 즉 득(得)98)이 그것이다. 또 두 가지 음의 보인으로 한 가지 과보를 얻는 경우가 있다. 즉 몸으로 짓는 업과 입으로 짓는 업이 그것이다. 또 네 가지 음의 보인으로 한 과보를 얻는 경우도 있다. 즉 선ㆍ불선ㆍ마음ㆍ마음의 법이 그것이다.
색계에서는 한 음의 보인으로 한 과보를 얻는 경우가 있으니, 즉 득[得]과 무상정수[無想正受]99)가 그것이다. 또 두 음의 보인으로 한 과보를 얻는 경우가 있으니 초선(初禪)의 작색(作色)이 그것이다. 또 네 가지 음의 보인으로 한 과보를 얻는 경우가 있으니 무수전업(無隨轉業)에서의 선한 마음 및 마음의 법이 그것이다. 또한 다섯 음의 보인으로 한 과보를 얻는 경우가 있으니 유수전업(有隨轉業)에서의 선(善)한 마음 및 마음의 법이 그것이다.
무색계에서는 한 음의 보인으로 한 과보를 얻는 경우가 있으니 득(得)과 멸진정수(滅盡正受)100)가 그것이다. 또 네 가지 음의 보인으로 한 과보를 얻는 경우가 있으니 선한 마음 및 마음의 법이 그것이다.
하나의 업의 종자가 하나의 생을 이끌 뿐 여러 생을 이끌지는 않는다. 현실로 나타나는 업보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나율타경(阿那律陀經)’의 설법과 서로 어긋난다는 것은 그렇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처음의 단계를 말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말한 것뿐이다.
한 번 베푼 업보로 큰 가문[大姓家]에 태어나는데, 태어나면서 숙명(宿命)을 알고 스스로 과거에 베푼 과보를 본 다음 다시 청정한 업이 더해져서 과보가 불어나고 넓어지니 마침내 번뇌를 다하게 된 것이다. 그 근본을 말한다면 한 톨의 씨앗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그가 한 번 베푼 때를 말하더라도 거기에는 수많은 행이 있었던 것이다. 즉 그가 일연(一緣) 가운데 발원하지만, 혹은 하늘세계를 원하기도 하고 혹은 인간세계를 원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미 인의 자성(自性)을 설명하였으니,
[인의 수과(受果)와 여과(與果)]
이제 이와 같은 인의 수과(受果)와 여과(與果)를 설명하겠다.
다섯 가지는 중세(中世)에서 과를 받고
또한 두 가지 여과가 있다고 말하니
이미 다한 여과는 하나이고
두 인은 마땅히 분별하여야 한다.
‘다섯 가지는 중세(中世)에서 과를 받고’라 했는데, [여기에서는] 현재를 중세(中世)라 하며, 다섯 가지 인101)은 현재세에 머물면서 과를 받는 것을 말한다.
‘또한 두 가지 여과가 있다’라고 한 것은, 상응인이나 공유인은 현재에 머물면서 과보를 주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 때에 과보를 받는다면 곧 이 때에 있어 여과가 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두 가지 여과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미 다한 여과는 하나이고’라고 했는데, ‘이미 다하였다[已盡]’라고 함은 과거를 말하니, 보인(報因)[의 하나]는 과거에 머물면서 과를 주는 것이다.
‘두 인은 마땅히 분별하여야 한다’라고 한 것은, 자분인(自分因)과 변인(遍因)은 현재세에 머물면서 과보를 주기도 하고 혹은 과거세에 [주기도 함을 말한 것이다]. 내용에 혼란이 생기기 때문에 소작인(所作因)은 설하지 않았다.
이미 인의 수과와 여과를 설하였으니, 지금부터 세(世)의 건립에 대해 설하겠다.
작인(作因)은 일체의 법이다.
두 인은 2세(世)라고 하고
나머지 세 인은 3세라고 한다.
[이것으로] 불어나고 의지하고 과보와 공과(功果)를 얻는다.
‘작인은 일체법이다. 두 인은 2세라고 하고, 나머지 세 가지 인은 3세라고 한다’라고 한 것은 유위(有爲)ㆍ무위(無爲)의 일체법을 작인이라고 말한 것이다. 자분인과 일체변인은 과거 및 현재라고 말하고, 나머지 세 가지 인은 3세(世)라고 한다. 이미 3세의 모든 인은 분별한 바이다.
가령 과보와 인이 과보를 지니게 되는 경우를 지금 마땅히 설명하겠으니, ‘불어나고 의지하고 과보와 공과를 얻는다’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즉 작인은 증상과(增上果)102)를 지니고 자분인과 변인은 의과(依果)103)를 지닌다. 보인(報因)은 보과(報果)104)를 지니고 상응인과 공유인은 공용과(功用果)105)를 지닌다.
이것으로 이미 여러 인을 분별하였으니,
[모든 법이 인을 따라 생겨나는 것]
지금부터 모든 법이 인을 따라 생겨나는 것을 설명하겠다.
과보로 생긴 마음과 마음의 법 및
모든 번뇌는
모두가 다섯 인을 따라 생겨나니
이 뜻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과보로 생긴 마음과 마음의 법 및 모든 번뇌는 다섯 인을 따라 생겨나니’라고 한 것은, 과보로 생기는 마음과 마음의 법 및 번뇌심과 마음의 법은 [모두] 다섯 가지 인으로부터 생겨남을 말한 것이다.
과보로 생기는 마음과 마음의 법의 다섯 가지 인이란 소작인ㆍ공유인ㆍ자분인ㆍ상응인ㆍ보인을 말한다.
소작인이란 어떤 법이 생길 때 그것과 서로 닮거나 닮지 않은 법이 장애가 되지 않으면서 머무는 것을 말한다.
공유인이란 전전하는 힘으로 생겨나 전전하면서 동반자가 되거나 아울러 마음과 상응하지 않는 행의 동반자가 되는 것을 말한다.
자분인이란 그 전생에서의 스스로의 몫인 법이다.
상응인이란 그것과 함께 일연(一緣) 가운데 전개되는 [마음과 마음의 법]이다.
보인이란 저 선과 불선이니, 이것은 곧 그것의 과보이다.
변인은 제외한다. 과보가 무기인 까닭이다.
번뇌의 마음과 마음의 법에서는 보인을 제외한다. 오염된 까닭에 변인에서 생겨난다. 나머지 네 가지 인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만약 저 상응하지 않는 것과
나머지 모든 상응하는 법 및
그 최초의 무루(無漏)를 제외한다면
이것은 네 가지 인을 좇아 생긴다.
과보인 색 및 마음과 상응하지 않는 행(行)은 네 가지 인을 따라 생겨난다. [5인 중] 변인을 제외하니, 무기(無記)인 까닭이다. 또한 상응인을 제외하니, 무연(無緣)이기 때문이다. 오염된 색 및 마음과 상응하지 않는 행은 네 가지 인을 따라 생겨난다. 상응인을 제외하니, 무연이기 때문이다. 보인을 제외하니, 오염된 까닭이다.
‘나머지 모든 상응하는 법과 그 최초의 무루(無漏)를 제외한다면’이라고 한 것은, 선(善)한 유루의 마음과 마음의 법 및 위의(威儀)와 공교(工巧), 그리고 변화심과 마음의 법 및 고법인(苦法忍)에 상응하는 것을 제외한 그 나머지 모든 무루의 마음과 마음의 법은 네 가지 인을 따라 생겨남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변인과 보인을 제외한다.
그 밖에 상응하지 않는 것과
자분(自分)은 세 가지라고 알아야 하니
그 나머지 모든 상응하는 것과
처음에 생한 무루의 법이다.
처음 얻는 무루의 마음을 제외하고 과보로 얻거나 오염된 인 이외에 만약 자분인이 있다면 그것은 세 가지 인을 따라 생겨나니, 소작인ㆍ공유인ㆍ자분인이 그것이다. 상응인은 아니니, 무연(無緣)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인은 앞에서 이미 제외되었다.
‘그 나머지 모든 상응하는 것과 처음에 생한 무루의 법’이라 한 것은 가령 고법인과 상응하는 법과 마찬가지로 역시 세 가지 인을 따라 생겨남을 말한다. 곧, 소작인과 공유인과 상응인이 그것이다. 전생의 무루[심]이 없는 까닭에 자분인은 없으며 또한 변인과 보인도 없다.
그 가운데 상응하지 않는 것,
이것은 두 인(因)을 따라 생긴다.
만약 하나의 인을 따라 생긴다고 한다면
그런 일은 결코 없음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가운데 상응하지 않는 것,/ 이것은 두 인을 따라 생긴다’라고 한 것은, 처음 무루의 품 중에서 색 및 마음과 상응하지 않는 행[心不相應行]은 두 인을 따라 생겨남을 말하니, 소작인과 공유인이 그것이다.
이미 일체의 유위법을 설명했다. 그 자세히 설명한 가운데서 한 가지 인을 따라 생기는 법이 있다고 한다면 결코 그런 일은 없다. 왜냐 하면 그 자성이 약하고 뒤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하나의 극미가 생하는 데에도 역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일체법이 소작인이 되며, 나아가 공생(共生)의 생ㆍ주ㆍ이ㆍ멸 역시 공유인이다.
이 같은 총체적인 설명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네 종류의 법이 된다. 곧,생(報生)과 염오(染汚)와 과보 및 최초의 무루심은 제외한 나머지 불염오와 최초의 무루심과 그것의 보생인 상응ㆍ불상응 내지 최초의 무루법이 그것이다.
그 보생에 상응하는 것은 다섯 가지 인으로부터 생겨나는데 변인을 제외한다.
보생에 상응하지 않는 것은 네 가지 인을 따라 생겨나는데 변인과 상응인을 제외한다.
이와 같이 염오의 상응ㆍ불상응이 있는데, 구별하자면 오직 보인은 제하고 일체변인을 따라 생겨난다는 것이다. 과보 및 최초의 무루[심]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불염오와 상응하는 것은 네 가지 인으로부터 생겨나니, 변인과 보인을 제외한다. 상응하지 않는 것은 세 가지 인으로부터 생겨나니, 변인ㆍ상응인ㆍ보인을 제외한다.
최초의 무루[심]과 상응하는 것은 세 가지 인으로부터 생겨나니, 상응인ㆍ공유인ㆍ소작인이 그것이다. 상응하지 않는 것은 두 인을 따라 생겨나니, 소작인ㆍ공유인이 그것이다.
이것으로 여러 인(因)을 설명하였다.
이와 같은 인을 세존께서는 중생을 교화하시는 힘 및 진실한 모습을 깨달으신 힘이 있으신 까닭에 말씀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