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로수 /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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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가을, 날씨 좋은 날
동네 이름도 잘 모르는 서울 모퉁이에
나는 한동안 편히 살고 있었다.
때묻은 플라타너스 잎이
생각난 듯 가지를 떠나
머뭇머뭇 땅 위에 누웠다.
나도 거기에 눕고 싶었다.
그러나 서울 가로수는 냉혈 식물인가.
해마다 눈부신 장식으로 봄을 빛내다가
때가 되면 주저없이 입던 옷도 벗는다.
두 눈 부릅뜨고 우리를 보는
늙고 지혜로운 선각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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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26일(일)
해나 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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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8 08:0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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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파트 보다 훌쩍 더 자란 나무들이 위태로워 보이네요 저 크기로 자라는 동안 많은 것을 겪어냈을텐데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걸 나무를 모를텐데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공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