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밀해탈경 제1권
6. 성자광혜보살문품(聖者廣慧菩薩問品), 마음ㆍ뜻ㆍ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
그때 성자 광혜보살마하살이 마음의 모습에 의지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모든 보살에게 마음[心]과 뜻[意]과 알음알이[意識]의 깊고 비밀한 법을 잘 알라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보살이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잘 아는 것이며,
무슨 까닭에 모든 보살에게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잘 알라고 하십니까?”
세존께서 광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옳은 말이다. 광혜여. 그대는 지금 여래에게 이와 같이 깊은 뜻을 묻는구나.
광혜여, 그대는 모든 중생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어 모두 만족하게 하리라.
광혜여, 그대는 모든 하늘 사람과 인간들을 불쌍히 여겨 모두가 안락하고 넉넉하게 하려고 나에게 뜻을 물었으니 좋은 일이다.
광혜여, 자세히 들으라. 그대에게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뜻을 말하리라.
광혜여, 모든 여섯 갈래[六道]에 나고 죽는 가운데 여러 중생이 알로 나고, 태로 나고, 습기(濕氣)로 나고, 변화로 나서 몸을 받고 몸이 나오고 몸이 자란다.
처음에는 일체의 종자인 마음이 있어 차별된 것과 화합하여 차별되게 자라나서 널리 성취하되 두 가지 취(取)에 의지한다.
어떤 것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색(色)ㆍ마음[心]ㆍ근(根)에 의지하는 취(取)요,
둘째는 분별이 없는 모습과 언어(言語)와 희론에 훈습하고[薰] 모으는 것을 의지하는 취이다.
광혜여, 색계에는 두 가지 취를 의지하여 나고 무색계에는 두 가지 취를 의지하지 않고 난다.
광혜여, 그 식(識)을 아타나식(阿陀那識)이라고 하니,
무슨 까닭인가?
그 아타나식은 이 몸과 상응하는 몸을 취하기 때문이다.
광혜여, 또한 아리야식(阿梨耶識)이라 하니,
무슨 까닭인가?
그가 몸 안에 집착하여 머물기 때문이며,
한 체(體)로서 상응하기 때문이다.
광혜여, 또한 마음이라 하니,
무슨 까닭인가?
그 마음이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을 자라나게 하기 때문이다.
광혜여, 아타나식에 의지하여 여섯 가지 식(識)을 내니, 이른바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의 식신(識身)이다.
광혜여, 만일 한 경계가 나타나면 하나의 식신이 일어나고, 분별없는 의식(意識)은 안식(眼識)과 함께 동시에 생긴다.
광혜여, 만일 둘ㆍ셋ㆍ넷ㆍ다섯 경계가 나타나면 앞의 다섯 식신[前五識身]이 일어나고, 분별없는 의식은 다섯 식신[五識身]과 함께 일시에 난다.
광혜여, 비유하자면 흐르는 물에 하나의 인연이 생기면 한 물결이 일어나고,
둘ㆍ셋ㆍ넷 나아가 많은 인연이 생기면 많은 물결이 일어난다.
광혜여, 그러나 그 흐르는 물은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광혜여, 비유하자면 티 없이 맑은 거울 앞에
만일 한 그림자의 인연이 나타나면 하나의 그림자가 보이고,
둘ㆍ셋 나아가 여러 가지 그림자의 인연이 나타나면 능히 여러 가지 차별된 그림자가 나타난다.
광혜여, 그러나 맑은 거울은 가지가지 그림자를 위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광혜여, 흐르는 물과 맑은 거울같이 아타나식에 의지하고,
아타나식에 머무는 까닭에 만일 한 의식(意識)의 인연이 나타나면 곧 한 의식이 안식과 함께 동시에 경계를 취한다.
광혜여, 만일 다섯 식신(識身)에 다섯 인연이 동시에 나타나면 분별없는 의식이 다섯 식과 동시에 경계를 취한다.
광혜여, 이와 같이 모든 보살마하살이, 법주지(法住智)에 의지하여 여실히 마음ㆍ뜻ㆍ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잘 알지라도,
여래는 이 모든 보살들이 마음ㆍ뜻ㆍ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잘 알았다 하지 않는다.
광혜여, 만일 보살이 안과 밖의 아타나를 보지 않고, 아타나식을 보지 않으면 능히 여실하게 알리라.
아리야를 보지 않으면, 아리야의 희론이 없는 마음을 보지 않으며,
눈[眼]을 보지 않으며, 빛깔을 보지 않으며, 안식을 보지 않으며,
귀[耳]를 보지 않으며, 소리를 보지 않으며, 이식(耳識)을 보지 않으며,
코[鼻]를 보지 않으며, 냄새를 보지 않으며, 비식(鼻識)을 보지 않으며,
혀를 보지 않으며, 맛을 보지 않으며, 설식(舌識)을 보지 않는다.
광혜여, 보살이 안과 밖의 뜻[意]을 보지 않으며, 안과 밖의 법을 보지 않으며, 안과 밖의 의식(意識)을 보지 않으면 능히 실답게 알 것이다.
광혜여, 나는 이러한 보살들이 제일의를 잘 안다고 한다.
광혜여, 그러므로 나는 보살은 반드시 마음ㆍ뜻ㆍ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광혜여, 보살이 이렇게 마음ㆍ뜻ㆍ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알면 나는 이 사람이 참으로 보살이라고 말한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아타나가
모든 법을 내는 것을
물과 거울 비유로 설명하노니
어리석은 사람에겐 말하지 않네.